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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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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 뿌리내린 세계사회포럼

아미트 센 굽타 |
[편집자주] 이 글을 기고한 아미트 센 굽타(Amit Sen Gupta)는 뭄바이 세계사회포럼 준비과정부터 세계사회포럼을 조직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약학을 공부한 후 <전인도민중과학네트워크>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 네트워크는 50만 명의 회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사회와 과학의 결합'과 관련된 의제를 중심으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2004년 사회포럼에서는 프로그램과 방법론을 담당했다. 세계사회포럼 국제위원회에서는 '확장 소위원회'의 소집자 역할을 맡고 있다.


올 해 열린 세계사회포럼이 전한 주요한 메시지는 "제국주의 세계화를 향한 저항은 오늘날 세계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2년 전, 2003년 세계사회포럼 당시만 해도 인도와 뭄바이는 매우 낮선 곳이었다. 그러나 뭄바이 세계사회포럼을 치르고 나서는 인도와 뭄바이가 세계사회포럼의 지도 안에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2007년에는 세계사회포럼이 아프리카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처럼 세계사회포럼은 날개를 달고 전 세계 구석구석으로 전파되고 있다.
세계사회포럼은 단일한 계획에 따르지 않고, 다양한 경로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제국주의 세계화에 대한 대응을 둘러싼 다양한 경험과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사실 2001년 1회 세계사회포럼이 조직될 당시만 해도 이를 정기적인 행사로 만들 계획은 없었다. 세계사회포럼의 규모와 영향력이 점차 커짐에 따라, 그 방향성을 둘러싼 수많은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제기되었다. 2001년 세계사회포럼을 조직하는 과정에 참여한 단체들은 유럽과 라틴 아메리카 단체들이 주를 이루었다.
2002년부터 세계사회포럼은 탈중심화된 방식으로 조직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지역별 포럼 혹은 주제별 포럼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중에는 2002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린 유럽사회포럼과 같이 엄청나게 성공을 이룬 경우도 있다. 오늘날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지중해, 카리브해, 북미 지역, 그리고 많은 나라에서 정기적으로 지역사회포럼이 열리고 있다. 세계사회포럼의 생명력이 반드시 '세계'사회포럼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이토록 다양한 '지역'사회포럼이 세계사회포럼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 포르투 알레그리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된 세계사회포럼에 많은 아시아인들이 참여했다. 하지만 이 때까지만 해도 이러한 경험을 '아시아사회포럼'으로 통합하려는 시도는 별로 없었다. 2003년 1월 인도 하이드라바드에서 열린 아시아사회포럼이 최초의 시도였다. 아시아사회포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시아연대모임'이 구성되었다. 이 모임은 2002년 하반기에 방콕에서 회의를 개최하고 하이드라바드 아시아사회포럼에 많은 참가자를 조직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하이드라바드 아시아사회포럼

2003년 1월 2일 ~ 7일, 인도의 하이드라바드에서 열린 아시아사회포럼은 인도 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세계사회포럼과 관련된 행동의 첫 번째 국면의 정점을 이루었다. 아시아사회포럼의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아시아 전역의 많은 단체들이 협력을 이루었다. 세계사회포럼의 정신에 입각해서 열린 아시아사회포럼은 아시아 전역에 걸쳐 관점과 경험, 그리고 희망을 교류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다. 2003년 아시아사회포럼에는 중앙아시아, 서아시아, 중동, 남아시아, 북아시아, 동남아시아, 태평양 지역 등지에서 많은 이들이 참가했다. 당시 공식적으로 등록한 참가자 수는 1,500만 명 정도였고 이와 별도로 800여명이 청년캠프에 참가했다. 또한 약 2,000개의 문화행사가 열렸다. 자원 활동가만 해도 1,000여명이었다. 등록을 하지 못한 채 참가한 이들도 많았다. 이 모두를 종합하면 대략 2천만 명~ 2천 5만 명 가량이 된다. 이 중 등록한 해외 참가자 수는 어림잡아 780명 정도다. 42개국 860여 단체가 이 포럼에 참가한 셈이다.

아시아사회포럼은 전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형태의 행사들로 구성되었다.

1. 컨퍼런스 (참가자 4,000명 이내)
2. 세미나 (참가자 250명 이내)
3. 워크샵 (참가자 50명 ~ 100명)
4. 1월 2일의 개막식과 1월 7일의 폐막식
5. 2월 7일 30,000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
6. 문화 행사(매일)
7. 영화제
8. 민중의 목소리- 매일 한 시간 동안의 증언대회

또한 컨퍼런스에서 다루어진 아시아사회포럼의 주요 주제는 다음과 같다.

1. 평화와 안보
2. 부채, 개발, 무역
3. 민족국가, 민주주의와 배제
4. 생태, 문화, 지식
5. 사회기반시설, 계획과 협력
6. 민중운동과 대안

문화 행사는 다양하게 구성되었다. 많은 거리 연극 집단들이 행사장 곳곳에서 연극공연을 펼쳤다. 인디라 프리야다르시니 극장에서도 많은 무대연극이 상연되었다. 노래공연과 시 낭송도 열렸다. 이와 별도로 영화제가 열렸는데, 다큐멘터리 영화와 극영화 모두가 상영되었다. 네 곳의 상영장에서 약 100편의 영화가 상영되었다. '민중의 목소리'라는 프로그램에는 16개 그룹이 참가하여 발표를 진행했고, 여기에는 6개 아시아 다른 나라의 참가자가 포함되어 있다.
세계사회포럼 확산 과정 심화라는 견지에서 보면, 아시아사회포럼의 경험은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아시아에서 많은 이들이 참가했지만 인도 참가자들이 주를 이루었다. 해외 참가자를 살펴보면 남아시아(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네팔, 스리랑카) 참가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아시아 연대그룹이 구성되긴 했지만 하이드라바드 행사의 많은 부분은 주로 인도 단체들이 기획한 것이었다. 그러므로 하이드라바드 아시아사회포럼이 인도 세계사회포럼의 출발점인 것은 분명하지만 여전히 우리 앞에는 기나긴 여정이 놓여 있다.
하이드라바드 사회포럼 기간 중에 열린 아시아 사회운동 회의는 큰 의의를 지닌다. 이 회의를 통해 아시아 내의 사회운동들이 연계를 형성할 수 있었다.

아시아사회포럼에서 세계사회포럼으로

2003년 1월 하이드라바드에서 아시아사회포럼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다음 인도의 활동가들은 2003년 1월 23일 ~ 28일, 포르투 알레그리에서 열린 세계사회포럼에 참석했다. 포르투 알레그리에서 세계사회포럼 국제위원회는 차기 세계사회포럼 (2004년)을 인도에서 개최할 것을 제안했다.

인도에서 진행된 세계사회포럼 준비 활동

인도 세계사회포럼을 조직 과정은 바탕을 넓게 두고 누구도 배제하지 않으며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가는 사회운동 및 대중조직, 그리고 비정부기구들 간의 단결에 기여하도록 고안되었다. 또한 아시아사회포럼을 통해 형성된 연계망을 바탕으로 이를 더욱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동시에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지역별, 혹은 주제별 사회포럼과 통합적인 흐름을 만들어 내고자 했다.
인도의 여러 주에서 각 주(州)별 사회포럼이 조직되었고, 이들은 각자 독립적인 활동을 펼쳤다. 이러한 주별 포럼은 세계사회포럼의 이념에 대해 토론하고 지역 차원의 전략을 조율, 평가하는 한편 각 주마다 사회포럼을 준비하기 위해 결성되었다.
또한 인도 내의 다양한 그룹들이 부문별 사업을 진행했다. 여성, 달릿(불가촉 천민), 아디바시(소수 부족) 노동자, 농촌·농업 노동자, 청년 조직들이 2004년 뭄바이 사회포럼에 참가자를 모으는 사업 외에도 다양한 사업을 전개했다. 이들은 인도 전역을 순회하며 보건의료, 교육, 사회적 평등 등의 문제를 제기하고 민중적 대안을 제안하는 활동을 펼쳤다.
뭄바이 교외에 거주하면서 서부노선을 이용해 통근하는 주민들은 2003년 12월 25일 아침부터 운행을 시작한 여러 색으로 장식된 환상적인 기차를 보고 매우 놀랐다. 온갖 그림으로 가득한 기차 외벽에는 "또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이 기차는 세계사회포럼 국제 조직위원회가 활동을 개시한 12월 21부터 여러 사람들의 공동 작업을 통해 장식되었다. 미술을 전공하는 학생들과 열 네 명의 화가가 함께 아홉 칸 짜리 통근 기차(기차의 양 쪽 모두를 장식해 도합 18면)를 장식하는데 참여했다. 젊은 학생, 나이든 화가, 전문 게시판 제작자들이 함께 모여 능숙한 솜씨로 서로 도우며 기차의 커다란 외벽을 순식간에 장식했다. 이 기차는 세계사회포럼이 뭄바이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전하며 한 달 동안 운행되었다.

뭄바이 세계사회포럼

2004년 1월 16일 ~ 21일, 엿새 동안 세계사회포럼이 진행되었다. 10만 명 이상이 참석했으며 이 중 1만 5천명이 해외 참가자였다. 세계사회포럼은 "또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라는 슬로건과 함께 신자유주의 정책과 자본 주도의 세계화에 대항하는 국제적인 포럼으로 시작되었다. 이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대안을 토론하고, 경험을 교류하며, 사회운동, 노동조합, 비정부기구들 간의 연계를 형성하는 공간을 제공했다.
세계사회포럼이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리에서 인도로 옮겨오면서 빈민운동, 특히, 달릿, 아디바시 운동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이러한 운동들이 참여하면서 세계사회포럼의 문화는 크게 변화했다. 2004년 세계사회포럼은 다음과 같은 기본 주제에 초점을 두었다.

1. 제국주의 세계화
2. 종교적 분파주의
3. 정체성의 정치와 근본주의
4. 카스트, 인종주의, 그리고 사회적 배제
5. 가부장제
6. 군사화

나흘 동안 진행된 다음과 같은 형태의 행사들에 위의 주제들이 반영되었다.
1. 4개의 대중 포럼 (참가자 10,000 명 ~ 15,000 명)
2. 35개의 대규모 컨퍼런스 (참가자 4,000명 ~ 8,000명)
3. 1,100개 이상의 세미나와 워크샵 (참가자 50명 ~ 1,000명)
4. 50,000명이 참가한 개막식
5. 25,000명이 참가한 대중 집회와 폐막제

문화제와 영화제

2004년 세계사회포럼에서 더 호소력이 지닌 것은 말이 아닌 시각 매체였다. 평범한 민중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제국주의 세계화, 가부장제, 군사주의, 카스트주의, 인종주의에 관한 내용을 담은 300편의 후보작 중 83편이 선정되었다. 이 영화들은 대안 탐색보다는 저항에 더 초점을 두었다. 저녁 시간에는 영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행사들로 행사장 곳곳이 가득 찼다. 클래식 음악, 춤 공연, 연극, 등 수 많은 개인 혹은 집단들이 다양한 종류의 공연을 펼쳤다. 이러한 공연을 보고 많은 관객들이 감동했고, 열광했다. 문화행사들은 사회적, 정치적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했고, 변화를 위한 행동을 촉진했다. 세계사회포럼에서 문화는 사상을 대중적으로 유포하는 무기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150편의 거리 연극, 85편의 영화를 만들고 공연하는데 1.500명 이상의 화가, 시인, 극작가, 소설가, 사진작가, 영화제작자 등이 참여했다. 어떤 문화행사들은 사회적인 회합의 장소를 만들어 내는 것을 목표로 하기도 했고, 인도 참가자들과 해외참가자들 사이의 소통을 목표로 하기도 했다. 이 모든 행사는 열린 장소에서 관람료를 받지 않고 진행되었다. 이러한 문화 행사들을 통해 주최국 그리고 세계 곳곳의 풍부한 문화 다양성을 엿볼 수 있었다.

아시아에서의 세계사회포럼 프로세스

2004년 세계사회포럼이 끝난 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자연스럽게 제기되었다. 아시아에서 2003년과 2004년에 두 가지의 커다란 포럼을 성공적으로 조직해냈음에도 불구하고 왜 세계사회포럼 프로세스가 하나로 조율되지 못하고 있는가? 유럽,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에는 대륙차원에서 세계사회포럼 관련 활동을 조율하는 기구가 있다. 하지만 아시아에는 이러한 기구가 없다. 여기에는 몇 가지 주요한 이유가 있다. 유럽, 라틴 아메리카와 달리 아시아에 있는 대부분의 단체들은 세계사회포럼이 시작될 당시인 2001년부터 이러한 과정에 참여하지 못했다. 게다가 아시아는 다른 대륙과 견주어 볼 때 훨씬 다양하고 복합적인 배경을 지니고 있다. 재미있게도, 제국주의 세계화는 유럽과 라틴 아메리카에서와 마찬가지로 아시아에서도 경제통합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인해 아시아 대륙에서 제국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사회운동들간의 연계를 강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현재 세계의 자본은 약탈을 강화하기 위해 아시아 전역에 걸친 경제 통합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아시아의 사회운동들이 세계사회포럼 프로세스를 공동의 전략을 모색하고 공동의 관심사를 바탕으로 공동 활동을 전개하는데 활용해야 하는 때가 무르익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2005년 6월 초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아시아 지역에서 세계사회포럼을 확산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회의가 열렸다. 콜롬보 회의 참석자들은 아시아에서 세계사회포럼 프로세스를 더욱 진척시키고 이를 위한 협력을 이루어 나가자는 데에 동의했다. 이 회의에서 두 가지 중요한 결정이 내려졌는데, 첫째는 세계사회포럼 임시위원회를 구성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2006년에 아시아지역에서 두 개의 세계사회포럼 행사를 조직하는데 힘을 모은다는 것이다. 2006년 다중심 세계사회포럼의 일환으로 아시아에서는 파키스탄의 카라치 (1월), 동아시아/동남아시아의 한 도시 (2/2분기)에서 각각 포럼이 조직될 정이다.
이제 콜롬보 회의의 결과를 바탕으로 아시아내의 소지역에서 세계사회포럼을 조직하는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아시아 대륙은 모두를 포괄하는 세계사회포럼 프로세스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커다란 과제를 안고 있다. 이는 인류의 절반을 포괄해내야 한다는 의미이다. 아시아 사회운동들은 이를 이루어낼 수 있다는 자신을 갖고 함께 모여야 한다. 만약 우리의 힘이 제국주의 세계화에 도전할 만큼 충분하다면, 적들은 분명 이를 두려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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