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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6.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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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구성원에 대한 책임전가에서 보편적 권리로!

[기획연재] 장기요양보장제도 도입의 쟁점과 노인수발보험법의 문제점(1)

최예륜 | 정책편집부장
노무현 정부는 2002년 대선 당시 노인요양보장제도 도입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이후 「노인보건복지종합대책 실행계획」(2002.10)과 「참여복지 5개년 계획」(2004.01)에서 노인요양보장제도 도입 계획이 발표되었고 당정협의를 거쳐 「노인수발보험법안」의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출산율이 급격히 저하되고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안정적 노후, 노인복지가 강조되고 있다.1) 가족 구성원이 맡아왔던 노인과 장애인 등 장기요양보호 대상자들을 보살피는 일은 사회적으로 공동의 책임을 통해 해결되어야 한다. 그러나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노인복지를 사회적으로 보장하자는 애초의 취지가 의심스러운 법안이 추진 중이다. 현재 정부안대로라면 노인수발보험은 모든 개인에게 과도한 보험금을 부과하고, 수발서비스를 받는 개인의 가족에게 그 책임이 전가될 우려가 높다. 보험금의 높은 본인부담률은 결국 정부와 지자체 주도의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떨어뜨려 더욱 질 높은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의 민간복지서비스로의 이탈로 이어지거나 가족 구성원에게 책임이 떠넘겨질 것이다. 또한 복지서비스를 운영하는 주체는 민간업체로 설정되어 있어서 복지서비스를 수행하는 노동자의 희생을 전제로 사업이 추진될 우려가 높다. 이에 지난 4월 19일 <장기요양보장제도 쟁취를 위한 연대회의>(이하 <요양연대회의>)가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요양연대회의>는 준비과정에서 작년 6차례에 걸친 노동시민사회단체 간담회를 통해 장기요양보장제도 도입을 위한 네 가지 원칙(전 국민을 대상으로/국고지원 50% 확보/재가서비스 중심/관리운영의 효율성)을 수립하고, 기자회견, 성명서 발표 등의 실천을 벌여왔다.
장기요양보장제도를 둘러싼 쟁점은 공동체가 노인 등 요양이 필요한 이들을 어떻게 책임지고, 보편적 권리를 보장하는가 하는 문제와 연관된다. 이는 보살핌이 가족 구성원에 의해 지탱되거나 가정 밖에서 여성의 출혈적 노동으로 이루어지지 않기 위해서 어떠한 제도 마련과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가라는 쟁점을 동반한다. 이후 기획을 통해 장기요양보장제도를 둘러싼 쟁점을 지속적으로 소개하면서 빈곤층을 포함하는 포괄적 사회보장, 공적 운영체계 마련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의 노동권 확보방안 등을 다루고자 한다.

안정된 노후, 누구에게 어떻게 보장되는가

통계청이 지난 25일 발표한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 최종 결과」를 보면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평생 낳은 아이 수)이 1.08%까지 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17쇼크 이래로 출산율은 계속 떨어지는 추세이며 이는 항상 충격으로 묘사된다. 이런 출산율 저하와 동시에 거론되는 것이 고령화 문제다. 정부와 언론은 출산율저하와 고령화를 한국사회 성장동력의 해체 위기로 설명하며 한편으로 출산율 제고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다른 한편 여성, 노인 인력 활용방안을 내놓고 있다. 이 과정에서 노인부양이나 자녀양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의 강화는 필연적이다. 2002년 10월「노인보건복지종합대책 실행계획」이 발표된 데 이어 2004년 1월「참여복지 5개년 계획」에 <노인요양보장제도> 도입 계획이 발표되는 등 노인 부양을 위한 확대된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은 정부 입장에서도 강조되어왔다. 그러나 이런 논의는 사회보험 형식으로 「노인수발보험법」을 입법 추진하는 것으로 일단락되고 있다. 정부는 노인수발보험이 값비싼 유료요양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부유층과 무료․실비 요양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저소득층 사이에서 아무런 사회보장도 받지 못하던 중산층 노령인구에 대한 수발서비스를 획기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제도라며 홍보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 중인 노인수발보험이 요양과 치료가 필요한 노인층에 대한 포괄적 보장제도로 기능할 것인지 의문스럽다. 보험금의 높은 본인부담률은 노인요양의 문제를 가족구성원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기능할 것이다. 안정된 노후를 ‘스스로’ 마련할 수 있는 일부 부유층에게는 값비싼 민간 보험상품과 양로시설이 보장되고, 기초생활보장법 수급자에게는 사회복지 생활시설이 보장되지만(물론 이 시설들에는 의료진이 배치되어 있지 않고 24시간 맞교대로 근무하며 저임금을 감내하는 시설 노동자들이 있다) 이 어디에도 해당될 수 없는 상당수 노인층이 자신의 힘으로, 또한 사회적 권리로서 요양, 치료, 수발 등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길은 아직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2)

정부가 추진 중인 법안은 많은 공백과 문제점을 안고 있다.

<표1> 법안의 주요내용
○ 신청대상: 65세 이상 노인 및 65세 미만 노인성 질병을 가진 자
○ 재원조달: 노인수발보험료+정부지원+이용자 본인 부담
- 수발보험료:건강보험료액*수발보험료율
※ 건강보험료와 통합 징수
- 정부지원: 건강보험 수준으로 지원
- 본인 부담: 수발급여 비용의 20%
※ 기초법 수급자는 본인부담 면제, 의료급여수급자 등 저소득 계층은 본인부담 감경 규정
○ 관리기구: 국민건강보험공단
○ 수발급여의 종류
- 시설수발급여
- 재가수발급여(5) : 가정수발, 목욕수발, 간호수발, 주ㅁ야간보호, 단기보호
- 특별현금급여(3) : 가족수발비, 특례수발비, 요양병원수발비
○ 단계적 시행방안
- 1단계(08,7): 1~2등급 중증노인 등 85천명
- 2단계(10.7): 3등급 중증노인 등 166천명
○ 법률 시행일
- 수발급여 제공 및 노인수발보험료 징수: 2008.7.1
- 노인수발보험료 산정, 수발인정 신청, 수발기관 지정 등: 2007.7.1

<올바른 장기요양보장제도를 위한 시민활동가 학교> 자료 중 발췌


먼저, 서비스의 주된 내용이 목욕, 간병 등의 신체활동지원과 가사지원분야에 한정되어 있어, 노인요양의 문제를 가사간병 지원 정도로 축소시키고 있다. 적용 대상을 65세 이상 노인인구와 65세 미만 노인성 질병을 가진 자로 분류하고 있음에도 의료지원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점, 서비스의 전달체계와 책임이 불분명하다는 점은 치명적 공백이다.
또한, 사회보험의 형태로 법안이 준비 중이지만, 서비스 운영비용에 대한 책임이 각 개인들에게 고스란히 남겨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안은 입법예고 당시의 건강보험제도와 같이 지역가입자 급여비의 50%를 국고 지원하는 안에서 후퇴, 이를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예고한 바 있으며 현재 보험료 60%/국고 지원 20%/본인부담률 20%의 안이 추진 중이다.
정부는 평가관리원을 따로 설립하는 안을 철회하고 건강보험공단을 보험자로 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은 매우 모호하게 설정되어 있다. 보건복지부 차원에서 각 시군구 지방자치단체를 지도감독기관으로 설정하고 있지만 민간시설이나 서비스 제공업체를 연결하는 역할 이외에는 제도의 제대로 된 시행을 위한 규정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각종 공약(空約)들만이 난무하고 있다. 그리고 방문간호시설 등 재가서비스 제공시설 개설권이 남발되어 민간시설이 난립할 우려가 있다.
또한 심각한 문제는 일본의 개호보험의 사례처럼 서비스 제공이 파견업으로 설정되어 해당노동자가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처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점이다. 현재 간병인 노동자나 사회복지시설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고려해보았을 때, 난립한 민간시설을 매개로 서비스 제공노동자의 지위가 파견노동자로 제도화될 수 있다. 이런 일자리의 상당수는 여성으로 채워질 것이며 이들은 서비스 제공에 있어 대상자와 직접 대면하는 긴장과 과도한 서비스 부담을 안고 있는 한편, 교육이나 서비스 질 확보를 위한 방안이 없어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 제공하는 이 모두에게 제대로 된 권리가 보장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현재 간병인 노동자가 과도한 의료 책임을 지고 있듯, 수발서비스 제공 노동자에게 전가될 위험이 높은 과도한 의료 책임이 해결되기 위해서는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한 인력 충원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요양연대회의>의 요구와 과제

<요양연대회의>는 현재 노인층에 한정된 수발서비스 개념을 ‘장기요양’ 개념으로 전환하여 시혜로서가 아닌 보편적 권리로서 공적 요양서비스를 제도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공적 서비스 전달체계 등 제도 개선이 필수적이지만 ‘요양’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전환, 권리로서의 노인 복지라는 개념 정립 등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동반되어야 한다. <요양연대회의>에는 현재 각종 시민․사회 단체와 보건의료 단체 등이 결합하고 있다. 이 문제가 올바른 ‘제도’를 만드는 데 국한된 것이 아니라면 광범위한 시민사회단체의 토론과 실천을 통한 요양서비스의 재개념화, 권리로서의 장기요양쟁취,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공적 운영 체계 확립 등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요양연대회의> 요구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장애인을 포함, 전 국민을 포괄하는 보편적인 제도로 설계하라
2> 국가의 부담을 소요재정 50%로 정하고 법에 명시하라
3> 본인일부부담율을 10% 이하로 최소화하라
4> 요양인정등급의 5등급판정체계를 법에 명시하고 점진적 확대방안을 마련하라3)
5> 법정 급여를 요구에 맞게 다양화하라4)
6> 관리운영의 효율성을 강화하라
7> 시설 및 인력의 공공성을 강화하라5)


1)현재 노인층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정책은 경로연금 이외에는 없다. 경로연금은 교통요금할인(그나마도 철도공사에 의해 할인제도가 축소되고 있다) 등 현물서비스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대부분의 노인층은 가족 구성원에게 노후를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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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보건복지부는 광주 남구/수원시/강릉시/안동시/부여군/북제주군 등 6개 시군구를 시범사업 지역으로 선정해 지난 2005년 7월 1일부터 올해 1월 31일까지 1차 시범사업 분석을 실시했다. 지난 5월 18일 부여군에서 시범지역에 대한 시민단체 참관이 이루어졌는데 등급판정조사-욕구조사 등으로 이루어지는 대상자 선정과정에서 확인된 바는 요양, 치료가 필요한 노인들에게 가사 등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며, 재활, 치료 등 의료서비스가 절실하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1년에 한번 요양전문관리사에 의해 서비스 내용을 선정 받고 나면 재가서비스 위주의 가사 지원 등에 한정된 서비스를 제공받는 데 그칠 가능성이 높다. 전문요양시설, 의료원의 확충이라는 전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단순 가사 지원에 국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제도의 공백으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이는 의료 지식/기술이 부족한 수발서비스 노동자의 과중한 책임으로 이어질 것인데 민간업체 위주의 인력 공급 계획을 통해 이런 문제가 제대로 해결될 리 만무하다. 물론 수입구조가 없는 노인층이 한 달에 5~6만원 이상의 부담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특히 농촌지역에 집중된 독거노인들은 자산기준 때문에 기초생활보장법 수급자에 해당되기도 어렵기 때문에 이런 높은 본인부담 문제는 결국 부담비용을 그 자녀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낼 것이다. 5월 18일 부여군에서 이루어진 재가서비스 등급판정조사와 면담과정에서 건강보험공단 직원이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이루어지는 수발서비스를 받기 위해 매달 5만 원 가량을 지출할 수 있겠냐고 묻자 조사대상자(80세 할머니)는 현재 수입구조가 전혀 없어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공단 직원들은 방문지를 나서며 버젓이 “노인 분들에게는 부담이 되는 액수이지만 자녀분들이 다섯 분이라니까….”라며 그 ‘자녀분들’에게 직접 전화를 할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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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현재의 등급판정 체계로는 중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경증 만성질환자에 대한 효과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다. 중증 이상의 장기요양 필요자만을 대상으로 할 경우 악화되기를 기다렸다가 보호 위주의 서비스만을 제공하게 될 우려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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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기요양인정자의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하고 독립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급여의 확대가 필요하다. 의료시설 사용 시 비급여 항목으로 인해 가족 구성원이 엄청나게 높은 부담을 지게되는 현실이 변화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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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정부의 「노인수발보험법안」의 내용은 일본의 개호보험과 유사하다. 개호보험은 사회복지기호구조개혁의 일환으로서 추진되어 왔는데, 개호보험의 실시에 의한 일본의 고령자복지에서 나타난 최대의 구조변화는 노인요양서비스 공급의 규제완화로 시장화를 이루어낸 것이다. 영리법인의 대량진출이 이루어지고 서비스 제공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의 문제, 심지어 민간영리법인의 서비스로부터의 무책임한 철수 등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데, 정부는 지금 이런 개호보험의 모델을 수용해 요양서비스 기관을 민간사업자 비영리법인 단체 등 다양한 주체의 참여, 재가시설에 있어서 민간자본의 참여를 유도한다고 밝히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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