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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6.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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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_노동자운동_박준형.hwp

공공연맹 서울지역본부 건설과 지역 노동자 사회운동

박준형 | 회원, 공공연맹 비정규사업부장
*이 글은 민주노총 공공연맹,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이 공동주최한 『“공공서울” 쟁취를 위한 노동자운동과 사회운동의 역할과 과제』토론회(5. 23) 발제문을 일부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공공연맹은 최근 서울지역본부 건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내부적으로는 6월 초 공공연맹 현장간부 합동수련회에서 지역본부를 출범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공공연맹의 서울지역본부 건설은 그 동안 각 지역본부 사업을 통해 확인한 ‘지역운동’의 가능성을 서울지역 차원에서 실현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공공연맹 서울지역본부 건설에서 강조되는 몇 가지 문제의식을 서울지역의 ‘지역 노동자 사회운동’ 형성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지역을 근거로 한 불안정노동자 조직화

공공연맹이 수년간 여러 지역에서 지역본부 활동을 하면서 얻은 가장 뚜렷한 성과는 지역차원에서 중소영세비정규직노동자 등 불안정노동자를 조직하는 활동이었다.
지역차원에서 이루어진 이러한 조직 활동은 정규직 노조를 통한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 같은 기존의 주요 사업보다 상대적으로 더 활발한 조직화 성과와 운동적 의미를 남겼다. 지역을 중심으로 불안정노동자들이 조직된 이유가 무엇일까? 이는 우선 불안정노동자들이 지역 차원의 노동시장을 형성한다는 점과 관련된다. 또 노조를 결성했을 때 지역적 연대가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는 점이 지역차원에서 조직화 활동 및 이와 연결된 생존권 투쟁을 활성화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지역적 연대는 강조할 필요가 있다. 이들 중소영세비정규직노동자들은 여러모로 대사업장 노조와 다른 처지에 있다. 이들 불안정노동자들은 자동차 공장처럼 노동자가 밀집된 대공장 사업장이 갖는 조직력ㅁ파괴력이나, 철도와 같은 전국 사업장에서 나타나는 전국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 이들이 의존할 수 있는 힘은 지역의 노동자운동과 사회운동이다. 별다른 작업장 교섭력도, 구조적 힘도 갖지 못한 노동자들은 연합적 힘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때 ‘지역의 운동’이란 일차적으로는 (예를 들어 공공연맹이나 민주노총의 지역본부 산하의) 관련된 노동조합일 수 있겠지만, 지역의 여러 사회운동도 여기에 포함된다. 곧 지역적 차원에서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연대의 대상은 (해당 주체의 입장에서는) 노조이거나 사회운동이거나 혹은 민주노동당과 같은 정당이거나 사실상 구별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지역의 불안정노동자들이 요구하는 노조형태는 ‘지역산별노조’(지역공공서비스노조)와 같은 방식으로 조직되고 있다. 같은 ‘산별노조’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들 불안정노동자들이 이러한 조직형태를 추구하는 것은 대사업장노조가 산별노조를 지향하는 것과는 다소 다른 강조점, 접근 방향에서 그렇다. 대사업장 노조가 대정부 교섭권을 확보하기 위해 더 큰 파괴력을 형성하려는 데 주로 관심을 갖는다면, 불안정노동자들은 지역적 연대를 강화하는 유의미한 조직형태로 ‘지역산별노조’를 사고한다.

사업장을 넘어서는 요구와 쟁점들

특히 지역의 공공부문 중소영세비정규직노동자들은 지방자치단체, 학교 등 각종 관공서나 공기업 등에 직접 혹은 간접 고용된 노동자들이다. 이들 노동자의 요구는 곧바로 지방자치단체 등 지역 공공기관을 향하게 되고 투쟁은 생존권 요구를 넘어서는 복합적인 쟁점을 형성하게 된다.
공공연맹 각 지역본부는 지방자치단체에 간접 고용된 노동자를 많이 조직한 경험이 있는데, 이를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방자치단체에 민간 위탁된 재활용품 수거 업체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사례를 보자.1)해당 노동자들은 ‘민간위탁’ ‘외주용역’을 통해 간접고용 상태로 고용불안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 때문에 투쟁한다. 고용불안의 문제만이 아니라 여성노동자에 대한 차별, 노동자 건강권의 훼손도 문제가 된다.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서비스업무 민간위탁은 애초 사업의 취지인 환경보호 등 공공적 목적을 훼손하고, 민간위탁 기업의 이윤 논리가 우선하도록 방치하게 된다. 이 때 민간업자의 부정부패와 예산낭비가 문제가 되는 것은 물론이다.
여기서 노동자들은 고용을 중심으로 한 제한된 의미의 노동권의 문제만이 아니라, 여성노동권, 노동자 건강권, 나아가서는 환경 문제, 지방자치단체의 부정부패 문제까지 함께 제기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투쟁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지지와 연대를 확장하기 위해서라도 생존권 요구는 물론 사회운동적인 의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게 된다.
이런 사례는 더 많다. 예를 들어 지역에서 상수도 민간위탁을 반대하는 지방자치단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은 고용안정을 확보하기 위한 생존권 투쟁이기도 하지만, 또한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일환으로 강요되는 공공부문 사유화에 저항하는 투쟁이나 깨끗하고 저렴한 물을 공급받을 수 있는 주민의 권리 확보와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이러한 운동에 관심을 갖는 지역사회운동과 연대할 수 있다.2)

지역차원에서 사회운동적 요구 제기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형성된 공공연맹의 지역본부 운동의 경험은 지역차원에서 운동을 어떻게 전개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진전시켰다. 올해 공공연맹은 각 지역본부가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지역소재 노조의 요구와 ‘공공성’ 요구를 묶어서 제기하는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투쟁은 몇 년간의 각 지역본부 활동 경험을 통해서 지역에서 과연 어떤 방식의 운동을 전개할 것인가를 논의한 결과다.
이에 따라 지역에서는 우선 ‘지방정부’라고 할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요구를 수립하고 투쟁을 집중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하였다. 이를 위해서 지방자치단체를 직간접적 사용자로 하는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요구를 정리하되, 이들 사업장에만 국한되지 않는 공공적 성격의 요구로 투쟁요구를 재구성하였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지방자치단체와 직간접 노사 관계에 있지 않은 공공연맹의 다른 사업장도 투쟁을 함께 조직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의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일반적 요구로서 받아들여지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이러한 투쟁이 자칫 불안정노동자들만의 외로운 투쟁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중요하다.
또한 공공부문의 특성상 지역에서 사회운동을 비롯한 시민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삶과 연관되는 공공성이라는 쟁점이 중요하다. 물론 노동자들도 시민이며, 시민으로서 노동자라는 점에서 ‘노동자-시민’의 요구가 된다. 마지막으로, 노동조합 내부에서도 자신의 요구를 단지 사업장 차원의 경제적 요구가 아니라 지역차원의 사회적 요구로 제기하는 과정을 통해서 스스로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
각 지역본부와 관련노조들과의 수차례의 논의를 거쳐 몇 가지 요구를 정리하게 되었다. 아래의 8가지 요구는 크게 (1) 교섭권 확보 등 대지자체 공동요구 (요구안1~2), (2) 지방자치단체 비정규직 철폐 (요구안 3~5), (3) 사회복지 확충과 예산민주화 (요구안 4~6), (4) 대중교통/문화예술의 공공성 강화 (요구안 7~8) 등으로 구성되었다.
이러한 구성에는 △ 공공연맹의 각 지역본부에 직접 사업장에 관련되는 투쟁주체가 있어야 한다는 점 △ 공공성 요구를 담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 △ 지역에서 노조 외에도 사회운동과 연대할 주체가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었다. 요구의 내용에 관해서 민주노동당과도 협의를 진행했고, 비정규직 정책의 경우는 노동자운동과 민주노동당의 공동대안 형태로 제기되기도 했다.3) 8가지 요구안의 항목은 아래와 같다.

1. 공공서비스부문의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한 사회적 기반 구축
2. 공공부문의 대 서울시 직접교섭 보장
3. 서울시가 모범 사용자로서 정규직 고용, 양질의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4. 중간착취와 비리를 불러오는 공공서비스업무 민간위탁과 외주용역 확산 중단
5 공공성 강화, 비정규직 노동자 권리 보장을 위해 노동자, 시민의 참여 보장
6. 지역복지 강화를 위한 공공적 기반 구축
7.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 공공성 강화, 통합운영 추진
8. 문화예술의 공공성 강화, 창작환경 개선 및 문화예술노동자 처우개선

위의 8가지 요구안은 ‘지역 공동요구안’이지만 투쟁주체의 형성에 따라서 요구의 목록은 더 추가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전북지역에서는 자활노조 전북지부가 자활기관의 참여주민과 구체적으로 연대하고 조직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면서 지역차원의 공동요구로 자활사업 활성화, 자활참여 주민의 노동자성 인정 등을 추가로 제기하고 있다.
또한 각 지역 운동의 구체적인 경험 속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세부적인 요구 항목에 반영하고자 하고 녹여냈다. 당장 지금 제기하는 요구안에 포함되는 것을 넘어 향후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의 맥락에서 더욱 부각될 필요가 있는 것들이다. 예를 들어 요구안의 세부 항목 중에는 ‘지역개발’ 논리로 불안정한 일자리를 양산하는 신자유주의 지역개발 정책에 반대하는 내용이 있다. 이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지역배제와 이를 은폐하기 위한 지역개발담론을 비판하는 것으로 더욱 확장되어야 한다. 특히 취약한 여성노동권 보장에 대한 강조는 신자유주의 하의 여성노동권 박탈과 같은 쟁점을 제기하는 것으로 보다 전면화할 필요가 있다.
투쟁은 이제 시작 단계에 있다. 올해에는 공공연맹 서울본부도 이제 막 건설하는 과정에 있고, 이러한 요구를 전면적으로 제기하고 투쟁을 대규모로 조직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는 다른 지역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의 운동을 처음 구체적으로 조직하는 단계인 만큼, 해당 부문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직접적인 요구를 단순히 모아 놓은 것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한 투쟁조직화가 곧바로 지역사회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도 없고, 지역의 사회운동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 이것이 유효한 투쟁방향이나 전략인가에 대해서도 평가해야 할 점들이 많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노동자들이 그 동안 ‘거대한 공백’이었던 '지역' 차원의 요구를 형성하고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투쟁할 수 있는 주체로 선다는 점이 올해의 중요한 지점이라고 보고 있다.

서울 지역의 특수성

한편 서울 지역은 ‘지역’으로서는 독특한 위상을 갖고 있다. 전국적인 정치적 중심이면서, 각종 중앙행정기관이나 공기업의 본사 등이 몰려 있고, 전국 어느 곳보다 공공서비스가 발달해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노동자들의 자기 ‘지역’에 대한 소속감이 약하고, ‘지역’에 기반을 둔 사회운동도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서울 외 지역의 경험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쉽지 않은 점이 많다.
예를 들어 서울지역에는 업종별 노조 운동이 어느 정도 활성화되어 있고 각종 사회운동 의제를 제기하는 단체들이 많이 소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노조들과 사회운동 단체들의 연대도 이미 여러 부문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자활노조와 빈곤사회연대가 연대하거나, 서울대병원지부노조와 보건의료단체연합이 연대한다. 이러한 부문별 연대활동은 더욱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또한 각각의 연대활동은 ‘서울’이라는 지역, 공간을 대상으로 하는 운동으로 보다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
서울지역은 그 특성으로 인해 전략적인 중요성을 갖고 있다. 서울지역에 상대적으로 풍부한 사회운동 역량은 각 지역에 적용할 수 있는 지역운동의 모델, 내용을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작년에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공공연맹,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비정규노동센터, 불안정노동철폐연대 등이 함께 진행한 ‘서울시·자치구 비정규직 실태조사’ 사업은 각 지역에 유사한 사업을 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했으며, 이에 따라 몇몇 지역에서는 유사한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는 서울지역의 운동이 어떻게 전국적인 모델을 만들 수 있는지 보여준 좋은 사례다.

서울 지역에서 노동자운동·사회운동의 연대를 강화하자4)

23일, 공공연맹 서울지역본부(추)는 ‘공공서울 쟁취를 위한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의 역할과 과제’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다양한 사회운동단체들과 함께 ‘공공서울’을 만들기 위한 싸움의 필요성을 공유하고 이후 공동 투쟁에 대해 결의했다. 이 날 토론회에는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빈곤사회연대, 문화연대, 시설민주화연대 등 다양한 사회운동단체들이 참여해 연대투쟁의 중요성을 밝혔다(사진출처: 참세상).


서울 지역에서 지역 차원의 운동을 형성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기는 하지만, 이를 통해서 노동자운동이 제기할 수 있는 투쟁의 영역이 더 구체화되고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서울지역에 소재한 사회운동단체의 경우에도 지역차원의 운동을 통해서 자신의 운동을 구체화하고 확장하는 데 의미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서울지역을 변화시키기 위한 운동주체의 형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자운동을 포함한 사회운동들이 보다 긴밀하게 연대하고 지역에서 쟁점을 형성하는 운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민주노동당의 각 지역위원회 등 지역조직도 이러한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와 보다 긴밀하게 연결된 사회운동을 전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초보적이고 느슨한 수준에서라도 노동자운동과 사회운동 간에 안정적인 연대와 소통이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서울 지역의 노동자운동, 사회운동 활동가들의 합의를 만들기 위한 과정, 활동가군을 형성하기 위한 과정이 필요하다.
지난 2004~05년에는 서울 지역 공공부문 투쟁사업장들이 사회운동단체들과 함께 서울시를 상대로 하는 요구를 걸고 연대투쟁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 당시에는 주요한 투쟁이 시기적으로 동시에 벌어질 때 연대집회를 조직하는 정도로 그쳤지만 소중한 경험이었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서울시에 대한 요구, 서울 지역에서의 공공성 쟁취, 생존권 사수를 비롯한 사회운동적인 쟁점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제기하기 위해서는 일상적 연대와 소통이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노조운동은 사업장을 넘어서 ‘지역을 현장으로’ 하는, ‘지역 노동자 사회운동’을 해나가는 조직으로 스스로 변화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사회운동단체가 제기하는 의제를 노조활동에 접목한다기보다는, 스스로의 조건이 어떤 사회운동을 요구하는지를 연대와 투쟁의 경험 속에서 인식하면서 변화하는 과정이 가능할 것이다. 특히 이러한 과정이 지역에서 연대를 확장하고 강화하면서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지역을 기반으로 노동자운동과 사회운동이 함께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가는 것은 중요한 과제다.


1)광주전남공공서비스노조, 수진환경지회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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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전북평등노조, 전주시청 상수도 민간위탁 저지투쟁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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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지방자치단체 비정규노동자 증언대회, 2006. 5. 4, 국회헌정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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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월23일 진행된 토론회에서는 이를 위해 (가칭)“공공성 강화를 위한 서울지역 노동·사회운동 네트워크”를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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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고령화 돌봄노동 간병 요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