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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7-8. 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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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민주주의의 기나긴 여정

-2006년 멕시코 대선

파꼬 나바 | 멕시코 대안 발전 연구소
<번역> 조계원 인천지부 회원

1. 7월 2일은 멕시코에서 여러 종류의 선거가 치러지는 날이다. 6년을 주기로 이 날 연방 대통령, 상·하 양원의 의원들, 세 명의 주지사 그리고 수도인 멕시코시티의 시장과 여타 지방자치단체장, 지방 의원을 선출한다. 이 날이 되면 모든 멕시코 인들은 진정한 민주주의가 안착하길 고대하고 고대했다.

2. 멕시코에서는 제도혁명당(PRI, Partido Revolucionario Institutional)의 독재가 70년 동안 지속되었다. 모든 멕시코인들은 선거 때마다, 대선은 물론이고 모든 대의제 선거에서 제도혁명당이 항상 승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그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장기집권에 성공했던 것이다.

3. 그러던 중 1988년, 꽈우떼목 까르데나스(Cuauhtemoc Cardenas)가 이끄는 민족민주전선 (Frente Democratico Nacional)이 결성되었다. 그는 제도혁명당의 당적을 가지고 미쵸아깐(Michoacaan)주의 주지사를 역임한 경험이 있었다. 그리고 좌,우파 정당을 모두 포괄하는 운동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그 해에 열렸던 대선에서 정부는 투표 집계 시스템에 오류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리나스의 승리를 선언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있었다.

4. 이때부터 살리나스 대통령은 미국, 그리고 캐나다와의 FTA(*역자주-북미자유무역협정, NAFTA) 협상을 서두르기 시작했다. 이 협정이 체결된 이후 18년 동안 전체 인구의 70%가 절대 빈곤 상태로 내몰렸으며, 공식적인 통계에 따르면 매 년 50만 명의 불법 이민자가 발생했다. 국민행동당의 비센테 폭스가 집권한 최근 6년 동안에는 2백만 명 가량이 미국으로 이주해갔다.

5. 1988년 대선에서는 투표함이 군부의 삼엄한 보호 속에서 산 라사로 주 의회 의사당으로 옮겨졌으나, 며칠 뒤 그 투표함이 보관되던 장소에서는 누구도 납득하기 어려운 화재가 발생하여 투표함이 소실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6. 이에 꽈우떼목 까르데나스를 비롯한 전국민주전선의 지도자들은 수천 명의 군중이 운집한 쏘깔로 광장에서 평화적인 방법으로 투쟁을 지속할 것과 전국민주전선을 해체하고 민주혁명당(PRD, Partido Revolucion Democratico)을 창당할 것을 선포한다.

7. 멕시코 좌파들은 이번 2006년 7월 2일이 오기를 무려 18년 동안이나 기다려왔다. 그 18년 간의 기다림은 주검으로 스러져간 많은 이들, 공권력의 무자비한 감시와 추적, 구조적 부정부패, 교육·보건의료, 고용 부문과 관련된 정부기관, 그리고 기타 공공서비스 사유화를 넘어서기 위한 것이었다.

8. 1994년 치아빠스 주에서는 싸빠띠스따 민족해방군이 민중의 소외와 배제, 그리고 멕시코 원주민의 몰살을 낳은 세계화 된 자본주의에 맞서 봉기를 일으켰다. 그러나 1994년 이래로 싸빠띠스따 민족해방군에 대한 다양한 탄압이 지속되었다. 이에 따라 싸빠띠스따 민족해방군은 원주민, 그리고 민중 전반의 문화와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전개하는 평화적인 군대로 자신의 위상을 전환한다. 이것은 2005년에 공표 된 6차 라깐도나 정글 선언에 잘 반영되어 있다.

9. 선거에서 경쟁하는 3개 주요 정당은 제도혁명당(PRI), 국민행동당(PAN, Partido accion Nacional), 그리고 민주혁명당(PRD)이었으나 새로운동맹당 (Partido Nueva Alianza)과 대안사회당(Partido Altanativa Social)의 두 개 정당이 이러한 경쟁에 가세했다.

10. 2000년부터 국민행동당(PAN)은 광범위한 대중언론매체를 통해 우월한 선거 전략과, 전국적인 기업집단들의 지원 그리고 교회세력의 지지를 등에 업고 비센테 폭스를 후보로 내세워 집권하기 시작했다. 폭스는 이미 과나후아또(Guanajuato) 주지사를 역임한 바 있으며, 코카콜라의 라틴아메리카 본부 지사장 출신이기도 하다.

11. 국민행동당(PAN)의 집권 이후 전통적인 군부출신 관료체계에서 전문가 집단 출신의 관료체계로의 이행이 두드러진다. 특히 다수의 기업인 및 경제학자들이 정부 관료로 편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폭스 대통령은 국가는 하나의 거대한 기업이며 경제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효율성 향상과 국익이라고 천명한다. 집권 후 최근 6년 동안 자신이 사유화 정책의 핵심 인물임을 자처하며 항만, 세관, 도로건설, 철도 그리고 교육과 보건의 영역에서 대대적인 사유화를 진행한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석유와 전력분야는 사유화되지 않았다. 하지만 초국적 자본은 지난 6개월 동안 국민행동당(PAN) 정부로 하여금 이 분야를 사유화할 것을 권고, 설득해왔다.

12. 폭스 대통령은 재임기간 동안 미국의 부시정권과 함께, 라틴 아메리카 전체의 남미공동시장(MercoSur)회원국들, 그리고 특히 남미공동시장에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볼리비아와 베네수엘라를 아우르는 자유무역협정지대를 창설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폭스대통령은 이미 라틴 아메리카 지역에서 협상 중재자로서의 공신력을 예전부터 잃었다.

13. 이번 대선에서 제도혁명당(PRI)과 국민행동당(PAN)은 좌파 후보인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에 맞서 연합전선을 구축하였다. 오브라도르는 제도혁명당(PRI) 세력에 기원을 두고 있지만, 까르데나스와 마찬가지로 이 당을 떠났다. 이번 대선은 민주혁명당(PRD)과 그 후보, 그리고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에 대한 흑색선전, 비방, 협박으로 가득 찼다.

14. 선거 정국 초기, 치아파스 주의 싸빠띠스따는 일명 󰡒또 다른 선거(La otra campana)"라는 이름 아래 사회조직들이 선거에 모든 역량을 집중시키지 말 것을 제안했다. 이는 2005년에 공표 된 6차 라깐도나 정글 선언에 포함되어 있었다.

15. 앞에서 언급된 "또 다른 선거"는 선거에 전혀 개입하지 않으며 자본주의의 세계화와 불평등을 배태하는 그 어느 것과도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대중매체들은 "또 다른 선거" 전략에 대해서는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16. 대선을 앞두고 연방 정부는 시까르차의 광산 노동자들, 산 살바도르 아뗑꼬의 농민들, 그리고 오아하까 주에서 투쟁에 나선 교사들에 대한 탄압과 살인을 시작했다. 이렇게 계속되는 탄압의 목적은 유권자들을 협박하고 투쟁을 저해하는 한편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었다.

17. 투표결과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관인 연방선거관리위원회는 예비 집계 결과가 어떻게 산출되었는지, 투표 추이 및 득표 추세가 어떠한지를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이는 투표 전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오브라도르 후보가 꾸준한 우세를 유지했다는 점과 집계 결과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이 불러일으킬 논쟁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었다. 선관위는 최종 결과 발표를 7월 6일로 미루고, 단지 현재까지의 통계가 우파 펠리페 칼데론 후보가 2천 6백만 표의 유효 투표 중 20만 표, 비율로는 0.5%로 앞서가고 있다는 점만 공개했다.

18. 이에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는 멕시코 시티 쏘깔로 광장에서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투표지를 한 장씩 재 검표할 것과 모든 투표함의 개표 결과를 공개할 것, 그리고 모든 정당들의 반대의견을 취합하고 조절할 것을 촉구했다. 그리고 이러한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중앙선관위가 이 요구사항을 수용하고 집행할 것을 주장했다. 또한 오브라도르는 두 번째 기자회견과 거리행진을 이끌어냈고, 이에 멕시코의 모든 주의 군중들과 평화적 저항운동 계획과 재검표 요구 계획에 동의하는 150만 명의 시민들이 참석하게 된다. 3번째 대중 집회는 역시 7월 30일 쏘깔로 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19. 그러나 국민행동당(PAN)은 모든 악의적 논란은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며, 선거는 투표함에서 결정되는 것이지 거리에서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거듭 확인하며 오브라도르의 선거 불복종 운동이 부당함을 대중매체를 통해 계속 부각시켜 나가고 있다.

20. 또한 국민행동당(PAN)의 펠리페 칼데론 후보는 정권 인수를 위한 필수 불가결한 지원 세력인 교회 지도층과 기업세력들을 결집시키고 있다.


유토피아를 선택한 나라

멕시코에서 유권자들은 항상 그래왔듯 눈감은 장님이 아닌, 분명한 목격자가 되길 원한다. 이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민주주의에 대한 상처를 간직한 채 뚜렷이 양분된 멕시코에서 북부에 위치한 주에서는 국민행동당(PAN)과 칼데론에게, 남부의 주들은 민주혁명당(PRD)과 오브라도르에게 표를 던졌다. 물론 국민행동당은 이제 재검표를 부정하며 선거 전반을 관리해왔던 선관위가 정당하다며 재검표 논란은 물론 모든 것을 끝내려 하고 있다. 수 일 동안, 선관위의 신뢰성은 바닥에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관위는 여태까지의 선거관리 활동이 적절했고 재검표를 수락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했다. 선관위는 모르고 있는 듯하다. 민중이 선관위에 원하는 것은 단순히 재검표를 수락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민주적이고 신뢰할만한 국가기구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임을 말이다. 멕시코는 현재 스스로 선택한 경제 체제가 가져다 준 지난 30년 동안의 절대 빈곤, 이민 행렬, 교육·고용기회의 감소와 저발전, 그리고 극도로 열악한 지경에 이른 민중의 건강을 제대로 보는 눈을 잃어버렸다.
시민들은 정치인들을 선출할 권리를 요구하지만 이 정치인들은 자신들을 선택한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만을 대표할 권리를 선택한다. 이 나라는 근본적인 필요에 있어서 이미 이 나라를 대표하지 않는 정당들의 유토피아를 선택했다. 제도적 위기는 단지 정당, 보건·교육·농동·농업과 관련된 기관들뿐만 아니라 선거와 관련된 행정 조직 및 법체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현재 멕시코의 경제 상황은 국민행동당(PAN)의 칼데론 혹은 민주혁명당(PRD)의 오브라도르, 모두에게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엄청난 외채의 부담, 그리고 1994년 페소화 평가절하를 벗어나기 위해 멕시코에서 시작된 예금보호기금(FOBAPROA, * 역자 주- 대규모의 멕시코 은행에 대한 구조조정 후에 뒤따른 다국적 예금보호기금)으로 인한 이자 지출을 감당해 본적도 없으며 감당할 능력도 없는 3개의 주요 정당, 즉 국민행동당(PAN), 제도혁명당(PRI), 그리고 민주혁명당(PRD)이 장악하고 있는 의회에 발목이 잡혀 아무런 경제적 개선책을 내놓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참고로 1994년에는 주요한 기업과 자본이 멕시코를 이탈해 나갔는데, 현재 그 당시 이들이 남겨놓은 부채의 엄청난 이자를 모두 민중들이 지불하고 있다.
제도혁명당(PRI)과 국민행동당(PAN)의 기본적인 정치 전략은 대권을 장악하고 의회에서 에너지와 서비스 분야를 사유화하고 멕시코의 자산을 유출시키고 팔아 넘기는 ‘구조조정’ 법안에 찬성표를 던지는 것이다. 조금은 다르지만, 민주혁명당(PRD)의 전략 역시 대권을 장악하고 의회에서 고용, 보건 및 교육 등 공공성의 압박에 대한 최소대응을 위해 국민소득을 적절히 조절 및 분배할 수 있도록 협상력을 갖추는 것에 다름 아니다. 한 가지 알아둘 것은, 여기서 말하는 국민소득이란 외채에 대한 엄청난 이자를 지불하고 난 후 절반밖에 남지 않는 국가 재정을 의미한다. 나머지 두 당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을 전제로 민주혁명당(PRD) 정책의 유효성을 한가지 지적하자면, 멕시코에서 지난 76년 간의 모든 정책은 제도혁명당(PRI)의 정책을 기본으로 하여 국민행동당(PAN)의 혼란스러움과 민주혁명당(PRD)의 아마추어적 오류가 합산된 산물이라는 것이다.
현재 유권자들은 이러한 사회적 문제가 요구하는 개선과 변화는 단 시간에 이루어질 수 없으며 또한 만약에라도 어느 정당이 이러한 개선과 변화에 진정으로 몰입한다 하더라도 구조적으로 절반의 성취도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전혀 모르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회운동은 의회정당보다 훨씬 근원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특히 싸빠띠스따의 정치적 대안인 “또다른 선거”전략에서 본 수 있듯이 중앙 정치권력 아닌 사회운동을 통한 시민권력 그 자체를 추구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유토피아는 어쩌면 지난 민주혁명당이 쏘깔로 광장에서 소집한 기자회견 당시 4명의 여성이 발언한 내용에서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오브라도를 위해 여기에 오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단지 인정할 수 없는 부정에 저항하기 위해 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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