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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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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군만이 대안이다

: 자이툰 부대 파병 재연장과 레바논 파병 반대한다

정영섭 | 노동국장, 반전팀
이라크 파병 3년 6개월째

2001년 9·11 사태가 발발한 직후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전 세계를 공포분위기로 몰아넣어 국제적 공안정국을 형성하며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다. 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52년 역사상 처음으로 나토헌장 제5조를 발동해서 미국에 대한 공격을 나토 회원국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고 선언했으며 곧 아프가니스탄에 파병을 했다.
‘테러와의 전쟁’을 위해 2003년 3월 20일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를 침공했고 그 날로 노무현 정권은 이를 지지하는 담화문을 발표했으며 바로 다음 날 국무회의에서 파병을 결정했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국회는 거센 파병반대 운동에도 불구하고 열흘 만에 파병동의안을 통과시켜 주었고 서희·제마부대는 4월 말에 이라크로 떠났다. 그때부터 따지면 이제 이라크 파병은 3년 하고도 6개월째에 이른다. 2003년 하반기에는 추가파병이 결정되었고 2004년 8월 자이툰 부대가 이라크로 떠났다. 해마다 정부는 파병연장을 했고 국회는 거수기계가 되어 야만과 학살에 동조하는 파병을 자동 연장하듯이 동의를 해 주었다. 그러나 평화나 재건은 국방부 자료에나 존재했고 자유와 민주주의는 부시의 단골 연설메뉴일 뿐, 이라크는 점점 점령과 전쟁에 신음하는 고통의 땅이 되었다. 그런데도 노무현 정권은 다시 파병연장 검토를 들고 나왔다. 최근 국방부는 12월에 파병하는 자이툰 부대 5진에 대한 선발공고를 냈고 내년 예산에도 주둔비용을 1천억 원 이상 포함시켜 놓았다. 그러나 영국, 호주, 일본, 이탈리아 등 대규모 파병을 한 나라들이 대부분 철군을 하려는 마당에 왜 유독 한국만 ‘미국을 위해’ 파병을 지속하려는가?


전쟁동맹의 덫

파병연장의 최대 논리는 ‘한미동맹’이다. 미국이 동의하지 않는 철군은 동맹관계에 균열을 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동맹은 미국과 한국의 지배세력의 이익을 위한 것이지 다수 민중의 이익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노무현 정권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한미동맹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지만 오히려 한반도 정세는 악화되어 왔고, 주한미군의 ‘신속기동군’으로의 재편에 동의하는 전략적 유연성 합의를 통해 민중의 평화적 생존권을 짓밟으면서 한반도 전쟁기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또한 노무현 정권이 ‘자주’를 내세워 추진하고 있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의 실상은 한미 전쟁동맹을 현대화하고 한국의 군비를 증강하는 반평화적인 조치이다. 막대한 재정과 인력을 들여 이라크 북부 아르빌의 사막에서 주둔하는 자이툰 부대 역시 동맹의 상징일 뿐, 이라크 점령의 보조자로서 주둔하다가 피해 없이 살아 돌아오는 것이 최대의 목적이 된 100만평의 수용소와 다를 바 없다.


갈등과 폭력만 증폭시킨 이라크 점령

현재 이라크가 사실상 ‘저강도 내전’ 상태에 있다는 보도가 끊이지 않는다. 미군의 이라크 침공 직후부터 이라크 저항세력에 의한 무장저항은 계속 되고 있는데, 최근에는 이러한 저항공격 뿐만 아니라 이라크 내부의 충돌이 급격히 커졌다. 유엔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7,8월 두 달 동안에만 6천5백 명이 넘는 희생자가 생겼다. 바그다드에서만 5천1백 명이 사망했다. 이에 이라크 정부는 7월 한 달간의 비상사태 선포를 10월까지 연장했다. 이라크는 “법과 질서의 총체적 붕괴위기에 직면해 있다.” 모든 것은 미군의 전쟁과 점령의 결과다.
미군은 여전히 바그다드 공항과, 미군과 이라크 정부 주요시설 주둔 지역(그린존)만 통제하고, 나머지 지역의 치안 확보에 실패하고 있다. 미군이 테러라고 부르는 무장공격은 매일 100여건 이상 발생하고 있고 그 가운데 50~60%가 바그다드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흔히 종파 간 폭력사태라고 언급되는 이러한 상황은 다름 아닌 미군의 전쟁과 점령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군은 점령 초기부터 종파적 분할에 기반을 둔 정책과 제도를 마련했으며 이는 이라크 사회에 깊은 갈등을 초래했다. 세력 간 대립과 반목을 조장한 미군의 점령정책이 급기야 미군 스스로 통제할 수도 없는 상황으로 번진 것이다.
최근에는 이라크 문제의 해법으로 아랍연맹 국가들이 제안하고 유엔 사무총장이 동의한 소위 ‘이라크 연방제’ 안이 이슈가 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라크에서는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나라를 종파별로 쪼개자는 내용일 뿐만 아니라, 석유와 천연자원이 일부 지역에 편중되어 있어서 분배에서 소외되는 지역과 종파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이는 또 다른 제국주의적 논리일 뿐이다. 이렇듯 미국도, UN도, 친미 아랍국가들도 다 마찬가지로 허우적대고 있다. 실제로 이라크 헌법 초안에는 연방제가 규정되어 있으나 이는 그간 갈등을 부채질해 왔고, 최근 각 종파는 연방 구성 논의를 18개월 연기하기로 했다. 이라크
의회는 9월 25일 헌법개정위원회를 발족해서 헌법 개정 검토에 들어갔다.
결국, 14만 명의 수천 명의 다국적군과 미군의 점령을 때문에 점점 황폐해져 가는 이라크의 출구는 모든 점령군의 즉각적인 철수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전쟁과 점령이 초래한 모든 파괴를 복구하는 출발점이다.


새로운 중동 구상 - 미국의 망상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은 미국이 그리는 ‘새로운 중동’의 일단을 보여주었다. 미국의 이 새로운 중동 정책은 중동에서 미국의 세계 전략에 반대하거나 저항하는 정권이나 정치세력을 붕괴시켜 결국에 친미정권을 수립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테러 조직들을 중동지역에서 완전히 박멸할 것과 정권이 교체된 이라크와 여러 친미국가들, 그리고 앞으로 정권을 교체시켜야 할 여러 국가들에서 신자유주의 개혁 프로그램을 진행할 것 등으로 구체화되었다. 그리고 미국에 대항하는 ‘악의 축’ 국가들에 대하여 친미국가들을 동원하여 압박전술을 구사하고, 특히 이스라엘을 최신 무기로 무장시켜 예상 가능한 저항들을 사전에 봉쇄하거나 무력사용을 통해 격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 이스라엘이 미국과 한 몸이 되어 진행한 레바논 공격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 과정에서 일어난 수많은 민중학살과 사회기반 파괴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야만을 적나라하게 드러냈고 아랍민중들을 분노케 했다. 반미 저항세력에 대한 공격이 반미전선 강화라는 부메랑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에 돌아온 것이다. 이는 이라크에서 계속되는 미국의 실패와 함께, 새로운 중동 정책의 불가능성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또한 미국은 중동 장악의 최대 걸림돌로 이란을 지목하고 지속적인 압박과 전쟁 위협을 공언해 왔으나 이라크에 단단히 발목이 잡혀 있는 상황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레바논 파병? 미국과 이스라엘을 도울 뿐

한편 미국과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 이후 한국 정부는 현재 레바논 유엔임시군(UNIFIL, UN Interim Force in Lebanon)에 대해 한국군 파병을 검토 중이다. 유엔 안보리 결의 1701호에 따라 유엔 사무국이 회원국들에게 병력제공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 결의 1701호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예컨대 결의안 1항은 적대행위 종식을 촉구하면서도 이스라엘에게는 ‘공격적’ 군사행동의 즉각 중단만을 촉구하고 있다. 즉 ‘방어적’ 군사행동은 열어놓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이를 빌미로 휴전 이후에도 레바논에 대한 공격을 했다. 이후에도 이스라엘은 레바논에 공격을 하고 방어적 공격이었다고 하면 그만인 것이다. 또한 8항에서는 레바논 남부 지역 내 모든 개인과 단체의 무장 해제를 촉구하여 사실상 헤즈볼라의 무장 해제를 촉구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만약 헤즈볼라가 무장을 해제한다면 이스라엘은 더욱 쉽게 전쟁을 일으킬 것이다.
또한 유엔군은 이스라엘 군의 공격을 제어하지 못하는 반면 헤즈볼라에 대한 견제 역할만을 하게 될 것이다.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 이전에도 유엔군은 레바논 남부에 주둔하고 있었으나 이스라엘의 공격을 막는 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지금의 갈등을 해결하는데 유엔군이 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무리하게 헤즈볼라 견제 역할을 하려들 경우 공연한 갈등만 촉발하게 될 것이다. 더욱이 미국은 미군은 파병하지 않겠다면서 스스로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유엔군을 이용하려 한다. 이러한 더러운 작태에 동조해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패권정책을 도와주고 정당화시킬 파병을 하는 것은 도저히 말이 되지 않는다.


테러와의 전쟁 5년, 안전도 평화도 없다

9·11 이후 미국이 개시한 테러와의 전쟁이 5년째지만 세계 어느 곳도 안전해지지 않았고 오히려 전쟁과 폭력이 세계화되었다. 부시 행정부는 9월, ‘테러와의 전쟁을 위한 국가전략’을 수정 발표했는데, 그 내용은 미국 대테러 전략의 궁극적 목적을 "효과적인 민주주의를 통해 자유와 인권을 촉진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이를 위해 테러분자의 네트워크에 의한 공격 저지, 불량국가와 테러지원 조직의 대량파괴무기 획득 저지, 불량국가에 의한 테러분자 지원 저지, 테러거점인 국가를 용납하지 않는 것 등이다.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 후세인 정권을 전복시켜 세계는 안전해졌고 이라크에서 테러리스트들과 싸우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후속 테러공격을 당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그 동안 선전해 왔다. 그러나 지난 9월 24일 뉴욕타임즈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내 전체 16개 정보기관들이 2004년부터 이라크 전쟁과 테러와의 연관성을 분석해서 올해 4월 '세계 테러경향: 미국에 대한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이 보고서조차 테러의 확산 원인이 이라크 전쟁이라고 인정했다는 것이다. 테러를 없앤다고 시작한 테러와의 전쟁이 더 많은 폭력을 낳고 미국 스스로도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다.
또한 미국이 말하는 소위 테러라는 것이 실은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 미국과 초국적자본의 신자유주의적 세계통합에 대한 저항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도 지적되어야 한다. 미국의 군사주의와 초국적 금융자본 중심의 세계화에 대한 저항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모든 집단을 테러집단으로 규정하는 한 미국은 전쟁의 악순환으로 세계의 민중을 밀어 넣을 것이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수호하기 위한 미국의 군사세계화는 민중의 안전과 평화를 파괴할 뿐이다.


21세기의 정의와 평화를 위하여

자이툰부대는 이라크 점령군으로서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미국을 보조하고 미국의 새로운 중동 정책에 봉사할 뿐이다. 레바논 파병도 마찬가지다. 부시 행정부나 노무현 정권은 상황을 호전시킬 의지도 능력도 없다. 미국 내에서는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이라크 전쟁을 포함하여 테러와의 전쟁을 둘러싼 ‘안보문제’가 최대 쟁점이 되어 있다. 사태를 지속적으로 악화시켜온 공화당이 패배할 것이라고 대부분 전망하지만, 부시와 공화당이 패배한다고 해도 테러와의 전쟁을 비롯한 미국의 세계 전략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평화는 요원하다. 민주당 역시 ‘전쟁의 설계자’이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정치·경제·군사적 일체화를 추구하는 노무현의 새로운 한미동맹도 민중에게 평화와 안전을 가져다주기는커녕 더욱 불안한 상황을 만들 것이다. 최소한의 민주주의마저도 거추장스러운 것처럼 내팽개치고 국민들이 반대하건 말건 FTA와 평택 미군기지 확장을 폭력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어떤 미래를 가져올지는 뻔하다. ‘친미자주’와 ‘좌파신자유주의’라는 정신분열적 브랜드를 내세워 민중의 살림살이와 평화를 도탄에 빠트리고 소수 ‘친미 신자유주의’ 세력들만의 미래를 그리는 것 아닌가.
21세기는 새로운 시대, 또 다른 세계로 가는 세기여야 하지만 현실은 신자유주의의 야만과 전쟁의 폭력으로 점철되고 있다. 그래서 장기적 의미에서 볼 때 지난 2-3년 동안의 반전평화 운동은 민중의 평화와 정의를 위한 21세기 대행진의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배자들의 아둔한 머리가 무한전쟁 밖에 생각해내지 못할 때, 그것을 역전시켜 내는 것은 민중의 지혜와 행동이다. 우리는 저마다의 반전평화 운동 역량을 키우고 모아내야 한다.
이라크든 레바논이든 올해에도 또 다시 파병을 허가해 줄 수는 없다. 미국의 대테러 군사정책과 이라크 점령에 균열을 내고 한미 전쟁동맹에 타격을 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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