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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6.11.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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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조직ㆍ비정규 노동자 (전략)조직화 사업의 올바른 전개를 위하여

오상훈 | 민주노총 서울본부 조직부장
곳곳에서 미조직·비정규 노동자 조직화를 위하여 움직이고 있다. 민주노총은 2003년부터 5대 부문(공공부문, 유통부문, 사내하청, 건설일용, 특수고용)에 대한 전략조직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2005년 대의원대회에서 조직활동가 양성과 활동을 위해 50억 기금모금을 결의하였고, 23명의 조직활동가가 연맹과 지역본부에 배치되었다.
민주노총만이 아니라 연맹, 노조, 민주노동당, 사회단체 등이 ‘미조직·비정규 노동자 조직화’를 자신의 주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서울지역만 보더라도 10개가 넘는 단위에서 관련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1) 미조직·비정규 노동자 조직화 사업이 본격화되려는 지금 그 방향성과 과제에 대해 다시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전략조직화 사업의 배경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몰아닥친 구조조정과 비정규직 확산, 고용불안과 노동조건 저하는 자발적인 미조직 조직화로 이어졌으며 이는 곧 비정규직 조직화와 투쟁으로 이어졌다. 재능교육교사, 한통계약직, 이랜드 노조, 방송사비정규, 화물연대, 덤프연대 등 무수한 비정규 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 비정규 노동자들의 현실이 알려졌고, 이들의 투쟁으로 노동운동과 민중운동은 비정규직 문제를 자신의 사활적인 과제로 인식하게 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조직화 과정이 대량해고, 구조조정, 인수·합병 등 고용과 생존권의 위기에 직면하여 긴급하게 조직됨으로 인하여 많은 어려움을 내포할 수밖에 없었다. 준비의 부족, 훈련되지 않은 주체, 그리고 사용자의 극심한 탄압 등으로 인해 노조결성과정에서 좌초되거나 노조 결성 이후에도 조직을 유지하기가 힘들 수밖에 없었다.
상급조직 또한 비정규 주체들의 자발성에 의존한 상담과 소극적인 조직화에 그치고 있으며, 계획적이고 준비된 조직화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또한 미조직 조직화를 담당할 역량이 제한되어 있으며, 조직환경 역시 미조직 사업보다는 기존 조직의 유지, 관리 및 투쟁에 중심을 두고 있다. 이런 식의 현안에 닥친 조직화와 상급조직의 소극적 조직화로 이루어지는 미조직 조직화는 처음부터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일상적 대응 차원의의 미조직 조직화가 아닌 ‘특별한’ 대응과 노력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목적 의식적이고 중장기적인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소극적인 상담 위주의 조직화 사업, 현안 문제에 봉착하여 조직하는 조직화, 개별적이고 고립 분산적으로 진행되었던 조직화 사업을 극복하고자 하는 것이 전략조직화 사업의 목표다. 미조직·비정규 노동자들의 처지와 조건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그에 맞는 조직화 방안과 계획을 마련하여 중장기적 방향 하에 노조 건설을 추진해야 한다. 제한된 역량인 만큼 개별적으로 조직하는 것이 아닌 모아진 모든 역량을 집중하여 조직화 사업에 나서야 한다.

조직확대를 넘어 계급 대표성 복원으로

전략조직화 사업은 미조직 조직화 사업이다. 하지만 단순히 떨어지는 노동조합 조직률을 만회하기 위한 조직 확대 사업이 되어선 안 된다. 조직률이 높아지는 것만으로 노동운동의 위기가 극복되지는 않는다. 1995년 출범 당시 약 40만이었던 민주노총의 조합원은 2006년 80만 명에 육박하고 있지만 민주노총의 사회적 영향력이 그 수만큼 확대되지는 않았다. 즉, 문제는 단순히 조직률이 아니라 민주노조 운동이 실천하고 있는 운동의 내용이다.
전체 노동자들의 이해에 기반한 투쟁을 어떻게 전개할 것인가, 가장 열악하고 힘든 다수의 미조직 비정규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어떻게 싸울 것인가가 민주노조 운동의 계급대표성 복원이라는 과제에 대한 답이 될 것이다.
과거 대공장의 임금인상 투쟁은 그 투쟁 하나만으로도 전체 노동자 계급의 이해에 복무할 수 있었다. 정부와 한국노총의 기만적인 임금가이드라인을 깨고 쟁취한 임금인상은 그것 자체가 전체 노동자의 임금인상 투쟁이었다. 그러나 중층화된 산업구조와 더욱 다양하게 나눠지고 있는 노동자의 고용형태는 더 이상 기업 단위의 투쟁이 전체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가장 열악하고 힘든 다수의 미조직·비정규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한 투쟁을 전개하고 그 투쟁의 주체로서 미조직·비정규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것이 전략조직화 사업이다. 때문에 조직화와 투쟁의 내용 역시 기존과 달라져야 한다. 기업 차원의 현안을 중심으로 조직하고 현안과 사업장 안에서의 권리를 위해 투쟁했던 방식이 아닌 조직화 단계에서부터 기업을 넘어 전체 ―그것이 지역이 될 수도 있고, 건물이 될 수도 있다― 비정규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싸워야 한다. 예를 들어 할인마트의 비정규 노동자를 조직해서 조직된 노동자들만의 임·단협 투쟁을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영업시간 제한 투쟁을 통해 전체 노동자의 노동시간 단축 투쟁을 전개하고, 휴식시간 보장 투쟁을 통해 건강권 쟁취 투쟁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 더 나아가서는 할인마트의 문제가 지역의 영세상권을 말살시키고, 광범위한 불안정·저임금 노동자층을 형성하게 됨으로써 지역의 빈곤을 부추기고 있음을 제기해야 한다.

기업과 업종을 넘어 초기업 단위 조직화로

기업 단위 체계의 한계에 대해서 얘기들을 하지만 정작 신규노조 조직화는 기업별노조 혹은 기업별 체계로 조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업(사업장)내 현안이 발생하여 조직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목적 의식적인 초기업 단위 조직화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 단위의 조직화는 기업 단위의 교섭을 뛰어 넘을 수 없다. 개별 자본과의 교섭은 개별 사업장 내 조직된 노동자들의 이해를 대변할 뿐이다. 하지만 이미 자본은 하청, 도급, 용역, 파견, 특수고용 등 고용에 따른 자본의 책임을 은폐하거나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으며, 노동자를 분할시켜 놓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별 자본에 대응하는 조직화와 교섭전략은 소수의 조직된 노동자들만의 외로운 투쟁이 될 수밖에 없다. 목적 의식적인 초기업 단위 노조로의 조직화를 통해 간접고용 노동자,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조직화를 이뤄내야 한다.
초기업 단위 노조 조직화에 대해 그것이 산별노조인가 지역노조인가를 둘러싼 논란이 있다. 하지만 그 논란이 쟁점이 되어 조직화에 걸림돌이 되기보다는 상호보완적인 흐름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오히려 더 큰 문제는는 현재의 산별노조, 지역노조가 기업별체계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채 기업별노조 연합 수준의 조직형태와 활동을 답습하는 데 있다. 지역을 중심으로 하여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와 투쟁에 적극적으로 복무할 수 있는 체계와 사업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사회적 의제로 조직하고 지역의 운동으로 실천하자

지역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지역운동을 강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모색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동안 지역에서 진행된 운동은 현안을 중심으로 한 연대에 그쳤던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안별 연대를 넘어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지역운동)이 공동의 의제를 만들고, 공동의 실천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를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지역운동)의 공동의 과제로 만들자. 이는 단순히 노동운동에 대한 연대가 아니라 노동의 의제를 지역(사회)의제로 만드는 과정이며, 역으로 지역(사회)의제를 노동의 의제로 만드는 과정이어야 한다.
노동자의 비정규직화로 인해 강요되고 있는 저임금, 빈곤의 문제가 개별 기업차원에서 해결될 수 없음을 그동안 진행된 임금인상 투쟁, 정규직화 투쟁을 통해 확인하였다. 또한 이러한 노동의 불안정화와 빈곤화가 곧 사회의 빈곤화로 이어지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불안정 노동’과 ‘저임금’ 그로 인한 ‘빈곤’의 문제를 중심으로 지역에서의 실천과제를 만들어 내자. 개별 기업단위로 조직된 노동자들의 개별적 투쟁에 연대했던 지역의 운동을 넘어 지역의 광범위한 불안정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지역의 투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이러한 지역의 활동을 만들기 위하여 지역단위의 ‘전략사업단’ 구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업준비를 위해 지역의 역량들을 모으는 역할에서 시작하여 공동의제 발굴과 공동의 실천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모아진 역량에 대한 각각의 역할과 조직화 방식, 원칙 등에 대한 논의를 이뤄 냄으로써 서로의 이견을 좁히고 사업의 통합력을 높여야 한다.

조직문화 혁신사업으로서 전략조직화 사업을

전략조직화 사업은 민주노조 운동의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조직문화 혁신사업이어야 한다. 기존의 조직은 기업단위, 임단협 중심, 조직유지-관리-투쟁 방식의 사업에 익숙해져 있다. 더군다나 현장은 자본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규모가 크건 작건, 현장은 자본의 공세에 노출되어 있으며 노동조합은 발생하는 현안에 대응하기도 벅찬 상황이다. 그런 벅찬 상황은 미조직 노동자들에게 관심을 가질 여유조차 주지 못하고 있으며, 고립된 현장은 더욱 강해지는 자본의 공세에 시달려야만 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제 그런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
기존의 조직유지-관리-투쟁 사업 위주에서 미조직 조직화 사업 위주로 조직문화를 변화시켜야 한다. 미조직 조직화 사업이 담당자만의 사업이 되어서는 안 된다. 조직의 전체가 미조직 조직화 사업에 따라 변화해야 한다. 조직화는 초기업 단위로 조직했으나 조합원 교육의 내용이 기업별 체계에 따른 임·단협 투쟁의 내용이라면 기업을 뛰어 넘는 활동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교육의 내용과 체계를 미조직 조직화와 산별체계(지역체계)에 걸맞게 재구성해야 할 것이며, 재정의 일정액 이상을 미조직 조직화 사업에 쓸 수 있도록 확보해야 한다. 조합원들에 한정된 조사작업이 아닌 관련된 모든 노동자들의 실태를 조사하고 정책을 생산해야 한다.
특히 새롭게 조직되는 운동주체들이 이러한 역할을 선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전략조직화 사업을 통해 조직된 운동주체들이 자신의 현안과 사업장에 안주하는 것이 아닌 미조직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주체로 다시 서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내야 한다.
10%대의 낮은 조직률, 사라진 계급 대표성, 낮아지기만 하는 사회적 영향력. 노동운동을 둘러싼 이 모든 상황은 이제 목적 의식적으로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들을 조직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에 와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소극적이고 수세적인 조직화와 주체들에게 떠맡겨지는 조직화는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그동안의 비정규노동자 조직화와 투쟁을 통해 얻은 교훈이다.
전략조직화라는 이름으로 혹은 다른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미조직·비정규 노동자 조직화 사업은 위와 같은 한계를 온전히 극복해야만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노동운동의 미래를 여기서 찾고자 한다. 새롭게 조직될 미조직·비정규 노동자들이 새로운 노동운동의 희망을 열 것이라 믿는다.

1)지난 10월 12일 진행된 '미조직ㆍ비정규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서울지역 공동워크샵'에서 ①중부(공공부문)지역 전략조직화 사업, ②남동(IT 부문)지역 전략조직화 사업, ③사무(텔레마케터) 전략조직화 사업, ④서비스연맹 유통전략조직화 사업, ⑤유통3사(까르푸, 뉴코아, 이랜드) 공동투쟁 및 조직화 사업, ⑥공공부문 비정규 대책회의, ⑦의료연대노조 미조직센터(간병인 조직화 등), ⑧생활임금 운동 기획단, ⑨영세ㆍ비정규사업장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노동조합 모임, ⑩민주노동당 비정규센터(성동지역위원회-동부지구협), ⑪시설ㆍ청소용역 노동자 인권위 실태조사 등이 진행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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