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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6.11.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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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민중의 역전을 시작하자!

수열 | 정책편집부장
10월 25일, 제주 서귀포에서 또 한 번의 삼보일배가 있었다. 징과 북소리에 맞춰 ‘한.미.FTA.결.사.반.대.’를 외치며, 전국에서 모여든 농민들은 남도의 뙤약볕 아래 3시간 가까이를 걷고, 걷고, 조아렸다. 면테이프로 무릎 부분을 동여맨 바지에 종아리와 오금을 쓸리면서도, 반대편 차선으로 달리는 차들이 뿜어내는 탁한 가스를 들이키면서도 한 배, 한 배 절실히 기원했다. 소금기 맺힌 윗도리를 털며 잠시 쉬는 시간, 뒤에 앉은 50줄의 농민이 말했다.
“이만하면 하늘도 들어줄 때도 되지 않았소. 정성이 부족하요...”
그러나 이들에게 돌아온 대답은 서슬 퍼런 정권의 폭력적 진압뿐이었다. 협상장으로 통하는 모든 도로를 컨테이너 박스와 콘크리트 구조물로 원천 봉쇄한 전경들은, 바다를 헤엄쳐 협상장으로 향하려던 시위대들을 바다에 가두고, 방파제로 올라온 맨몸의 시위대를 향해 무참히 방패와 곤봉을 휘둘렀다. 군화발에 짓밟혀 병원으로 실려 갔던 농민은 서귀포 경찰서 앞에서 자신이 왜 맞아야 하냐며 울부짖었다. 남도 농민의 물음에 이제는 우리가 답해야 할 때다.

이번 69호 <특집>에서는, 10월 중순부터 남한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된 분석을 다루었다. 백승욱 운영위원은 북한의 핵실험을 변화된 미국의 세계 전략 하에서 바라보았다. 특히나 핵보유가 대중운동을 희생시키고 국제주의를 억압하는 계기가 되어왔음을 역사적으로 밝히고 있는 부분은, 북한의 핵실험을 둘러싼 논쟁 지형에 커다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임필수는 한반도 핵위기의 맥락을 상세하게 살펴보며, 인민에 대한 무제한적 폭력으로서의 제재(sanction)를 비판함과 동시에, 남한에서부터 반핵평화운동이 제기되어야함을 주장한다.

<해방을 향한 여성행동>에서 호성희는 얼마 전 정부가 발표한 「여성인력개발종합계획-다이나믹 위민 코리아2010」을 중심으로 노무현 정부의 여성인력개발정책을 비판하며, 여성권·노동권 쟁취를 위한 여성노동자들의 투쟁과 노동자/사회운동의 연대를 호소하고 있다. 이는 <사회운동과 연대>에서 최경숙이 분석하고 있는 노인수발보험법의 문제점과 함께, 우리에게 사회적 일자리 창출 계획의 문제점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김정은은 KTX파업 투쟁을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여성노동자 주체형성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개별 사건화시켜 바라보는 여성노동네트워크의 접근 방식을 비판하며, 신자유주의에 저항하는 여성운동의 주체를 형성하기 위한 활동에 함께 나설 것을 제안하고 있다.

<노동자운동으로 세계를 변혁하자>에서 오상훈은 그동안의 미조직·비정규 노동자 조직화 사업이 보여주었던 한계들을 짚어보며, (전략)조직화 사업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경진은 40년만의 산재보험법 전면 개악의 흐름을 소개하며, 그동안 임금과 고용안정에 가려있던 노동자 건강권 쟁취에 대한 요구를 모아낼 것을 주장한다. 최근 ‘산재인정 및 보상’으로만 국한되고 있는 노동보건운동의 요구에 대해 그가 제기하고 있는 비판이 새로운 운동의 기획에 단초가 될 수 있길 기대해본다.

<옳다>에서 김덕민은 이른바 ‘장하성 펀드 현상’을 분석하며, 신자유주의적 금융화의 진화 논리와 함께 대중 (투자)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69호를 편집하던 중 민주노동당 간부를 포함한 5명이 간첩혐의로 연행, 그 중 3명이 구속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국민이 참여하는 민주주의를 ‘참칭’했던 참여정부의 말로 역시, 역대 정권의 그것과 다르지 않음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북한의 핵 실험 직후 급격하게 공안정국을 조성해가고 있는 반동적 시도에 맞서 흔들림 없이 민중의 힘찬 걸음을 조직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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