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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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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혼돈과 무질서, 아프가니스탄 점령을 중단하라!

지은 | 경계를 넘어
탈레반의 공세가 다시 시작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29일 주민들이 시위 도중 폭격으로 불이 나자 달아나고 있다.


국토의 절반 이상을 다시 장악한 탈레반

지난 9월 2, 3일 양일 간 나토가 이끄는 아프가니스탄평화유지군(ISAF)은 탈레반을 상대로 ‘눈사람작전(Operation Snowman)’이라는 대규모 군사공격을 감행했다. 그 결과 탈레반 200명이 사살되었다고 보도되었지만, 동시에 나토군 측 사상자들도 수십 명 발생했다. 그 와중에 칸다하르에서는 영국군 헬기가 탈레반에 의해 추락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남부 헬만드(Helmand) 일부 지역은 이미 탈레반 수중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영국언론인 가디언 인터넷판 2006년 10월 20일자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나토의 승리란 절대 없을 것이다.’라는 제목의 칼럼이 실렸는데, 아프가니스탄에서의 교전상황은 이라크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격렬하다는 영국군 여단장 애드 버클러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이는 현재 나토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얼마나 실현 불가능한 전략들에 매달리고 있는지 반증해준다.
2001년 미국의 침공으로 패배한 탈레반은 몇 년 사이 국제정치무대로 재등장했고, 그사이 그들의 무장력은 규모나 기술면에서 나토를 허우적거리게 만들 정도로 급속한 성장을 해왔다. 군사공격으로 알 카에다 혹은 탈레반을 무력화시키기 힘들 것이라는 목소리들은 9·11 직후에는 미국 사회 내에서 비주류에 속했지만, 아프가니스탄 침공 5년 후 탈레반 부흥과 함께 다시 힘을 얻었다. 그만큼 탈레반은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부대와 진지를 갖춘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으며, 동시에 아프가니스탄 민중들에 대한 필수 구호활동을 병행함으로써 아래로부터의 확고한 지지와 원조를 바탕으로 게릴라 군사행동을 확산시키고 있다. 그 결과 아프가니스탄 남부 대다수 지역에서는 손쉽게 탈레반 지배구조가 성립되었고, 아프간 전역을 장악하기 위해 점점 북부로 무섭게 돌진하고 있는 상태이다.


미군과 나토(NATO)1)에 의한 지옥의 문

한편 격렬한 교전이 빈번하고 현지 점령상황은 입맛대로 돌아가지 않자 위기의식이 한층 고조된 나토는 최근 들어 군사공격과 검문 실시 강도를 대폭 높였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아프가니스탄 민중들을 더 큰 희생자로 만드는 결과를 낳아 민심이반을 대량으로 부추기는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한 예로 10월 29일 라마단 폐막 축제가 열렸던 밤에 나토의 공습으로 민간인 60명 이상이 그 자리에서 살해되는 범죄가 발생하는 등, 10월 말 나토 군사공격과 관련한 기사들을 종합해 보면 단 2주 만에 민간인 사망자만 100명 이상이었다. 최근 유엔이 참여한 공동 보고서에는 11월 아프가니스탄 사망자 수는 전 달에 비해 무려 4배 이상 증가했다. 또한 올 해 들어 전체 사망자 수는 3천 700명 이상이며, 이 중 민간인 희생자는 1천명 이상 될 것이라는 통계도 나왔다. 국제인권법학회 회장 셰리프 바시오니(M. Cherif Bassiouni) 교수는 아프간인권위원회(AHRC)와 함께 유엔 산하의 독립적 인권전문가로 1년간 현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조사한 외국군들의 만행을 보고2)한 바 있다. 그는 미군 주도 외국군들이 일반 주택에 난입해 마구잡이로 사람들을 잡아가며, 감옥 안에서는 “성적 고문, 구타, 학대 그리고 사망에 이르는 물리적 힘의 사용” 등을 저질렀다고 폭로했다. 그는 미군 주도의 외국군들이야말로 법체계의 타락을 가져온 장본인들이며, 법적 질서를 세우기는커녕 오히려 다 무너뜨렸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과정들은 나토가 주력하는 아프가니스탄의 ‘안보’와 ‘경제개발’이 허울을 뒤집어 쓴 수사적 표현에 불과한 것임을 말해준다. 그들은 본질적으로 아프가니스탄 원조가 아니라 미국의 점령원조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지배자들의 일부이다. 아프가니스탄은 석유와 가스 저장고이자, 파키스탄과 이란 등을 견제할 수 있는 중앙아시아의 유리한 전략지점이기에 이곳에 대한 통제는 필수적이다. 따라서 미국과 나토의 주요 연합국들은 아프가니스탄의 새로운 정치구도를 짜고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성사시키기 전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쉽게 손을 떼지 않을 것이다.

미군이 아프가니스탄 포로의 몸수색을 하고 있다.(출처 : http://www.usmc.mil)


‘민주주의’와 ‘여성 해방’이라는 거짓말

한편 부시 대통령은 카불의 정권교체가 아프가니스탄 민중들에게 자유와 민주주의를 선사하고 여성들의 해방을 불러들일 것이라 자신했다. 그의 주장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구체화할 수 있는 막강한 도덕적 명분으로 작용했다. 물론 이는 완벽한 기만이자 위선이다. 미국은 CIA와 협력해 온 하미드 카르자이를 대통령으로 앉힌 뒤, 각 종족과 부족별 지도자들의 뒷받침을 획득하기 위해 탈레반 공격에 협조해 온 ‘북부 동맹(Northern Alliance)’ 군벌들에게 공직을 대거 안배했다. 북부동맹은 국내 마약 경제를 장악하고 있고, 여성들을 납치, 집단 강간하는 등 아프간 민중들을 경제적 성적으로 착취해 온 범죄 집단으로 잘 알려져 있다. 로버트 피스크 국제분쟁 전문 기자는 첫 국방부 차관을 맡았던 압둘 라쉬드 도수툼(Abdul Rashid Dustum)의 이력에 대해, "북부 동맹에서 최고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카불 외곽 지역에서 수없이 강탈과 강간을 저질러 온" 것으로 설명한 바 있다.
지난 7월 카르자이 정권은 탈레반의 악명 높은 여성인권유린 정책의 일환이었던 ‘선행증진악행방지(Promotion of Virtue and Prevention of Vice)’ 부서를 부활시켰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미국의 하수인’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흔들리는 정권 기반을 다지려는 목적으로 과거 탈레반의 여성 억압 정책들을 복원시키는 방식을 취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회유하려 들고 있다. 심지어 올해 5월에 새로 인선한 내각 각료들 중 여성이 단 한 명도 없는 극단적 후퇴현상까지 보였다. 따라서 오늘 날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들의 성적권리가 진전되었다고 평가할 수 없다. 전통적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성적 인권유린에 앞장서 온 군벌 혹은 이슬람극단주의자들이야말로 오히려 점령의 수혜를 입으며 여전히 권력자의 한가운데 있다.


아프간 민중의 분노와 군사점령 실패

미국이 주도한 아프가니스탄 침공은 아프가니스탄 민중들에게 끝없는 혼돈과 무질서를 초래했다. 다국적 싱크탱크인 센리스(www.senliscouncil.net)가 낸 최근 보고서에는, 아프가니스탄 민중들이 받고 있는 심각한 생존권의 위협들이 잘 나와 있었다. 지금 아프가니스탄의 유아들은 4명 중 1명꼴로 평균 5세 이상을 넘기지 못하고 기아나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으며. 어떤 지역에서는 임산부 사망률이 세계 최고를 기록했다고 보고 되었다. 특히 아편 재배 금지 정책으로 인해 주민들의 생존수단이 직접적으로 공격받고 있다. 센리스는 이제 더 이상 미군과 나토군이 아프가니스탄을 책임질 수 없다고 결론내리고 있다. 그들은 아프가니스탄의 재건과 개발, 평화정착을 하나도 이뤄내지 못했고, 무분별한 행동들도 중앙정부와 지역 주민들 사이의 관계만 악화시켜 왔기 때문이다.

이로써 미국의 중동 장악의 출입구였던 아프가니스탄 점령은 명백히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 핵심적으로는 부시 대통령이 몰아세운 ‘탈레반 악마화’가 물거품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 민중들에게는 미국과 나토가 공모하는 점령의 협력체제들이야말로 자신들의 기본적 삶의 조건들을 더 파탄시키는 악의 세력으로 비춰질 뿐이다. 서구식 이데올로기의 일방적인 강요, 반민중적 정책, 심화되는 빈곤과 폭력 등은 민중들의 분노를 부추기며, 98년의 미 공습 때처럼 또 한 번 탈레반의 힘을 역으로 키워주었다. 이제 미국이 일으킨 전쟁이라면 단기간에 승리할 것이라는 보편적 원칙에 가까웠던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과 나토군은 지금 당장 철수해야 하며 모든 점령행위를 즉각 멈춰야 한다.




1) 2003년 8월,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NATO)는 2001년 12월부터 아프가니스탄 치안유지를 맡아 온 국제평화유지군(ISAF)으로부터 지휘권을 무기한 인수해 군사작전을 직접 주도하고 있으며, 미군은 나토와는 별개로 아프가니스탄에 병력을 투입해 대테러전을 수행하고 있다. 본문으로
2) Report of the Independent Expert on the Situation of Human Rights in Afghanistan, March 2005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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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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