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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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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월 노동자 투쟁을 전체 민중의 투쟁으로 전화하자

김형탁 |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위원장
2000년 민주노총의 5,6월 총파업 투쟁은

6월 10일 민중대회를 기점으로 마무리되었다. 공식적으로 총파업 종료를 선언한 바는 없다. 그러나 어차피 이 싸움은 마무리가 될 수 없는 투쟁이며, 새로운 투쟁을 위한 1차 투쟁의 마무리로 이해되어야 한다.
민주노총이 1월 18일 대의원 대회에서 올해의 투쟁요구로 결정한 "① 노동시간 단축(주5일 근무제) 쟁취 ② 구조조정 중단과 임단협 원상회복 ③ 조세개혁과 사회보장예산 10% 확보"의 과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채 이후 투쟁의 주요요구로 남아있다. 물론 성과는 있다. 지난 2년과 달리 많은 사업장에서 임금이 두자리수로 인상되었다. 또한 일부 사업장에서 노동시간 단축과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성과를 이루어냈다.
더욱 중요한 것은 IMF 이후 일방적으로 밀리기만 하던 노동진영이 더 이상 밀리면 다 죽을 수 밖에 없다는 절박감으로 수세적 입장에서 공세적 입장으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의 힘은

그 공세를 신자유주의에 대한 총공격으로 만들기에는 부족했다. 그러기에 민주노총의 총파업이 그 성격상 정치적 파업투쟁임에도 불구하고, 단위 사업장에서 당장의 실리회복에 머무르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투쟁의 초기단계부터 이 고민은 지속되어 왔다. 정치적 총파업을 필요로 하는 투쟁의 요구와 임단협에 기초한 투쟁동력을 어떻게 결합시켜낼 것인가. 어찌보면 멋들어지게 결합될 수 있을 것도 같은, 이 두가지 요구는 2가지 차원에서 고민을 던져주었다.
노동자들의 전면적인 투쟁이 요구되는 3대 과제를 단위사업장의 임단협에 어떻게 결합시킬 수 있을까가 그 하나요, 임단협이 타결되는 국면에서 즉 투쟁동력이 빠져나가는 단계에서 요구를 어떻게 지속시켜 나갈 것인가가 그 둘째다.

그 고민을 명확하게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민주노총의 총파업투쟁은 진행되었고, 또 그렇게 마무리되어갔다. 현실적으로도 임단투 동력을 총파업시기에 집중화된 연맹은, 병원노련을 제외하고는 많지 않다. 오히려 핵심동력으로 상정되었던 것은 반개혁적 통합농협법 철폐를 가지고 싸웠던 축협과 대우자동차 해외매각 저지를 내건 자동차 완성4사였다. 이 동력은 임단투 동력이라고 할 수 없는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정책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동력이었는데, 이나마도 총파업시기에는 축협동지들의 투쟁외에는 집중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러나 이것은 어차피 해결하기 힘든

고민이었고, 거기에 집착하다보면 5월 총파업투쟁의 의미를 전면적으로 부정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이는 총파업투쟁을 성과주의로 해석하게 만든다. 총파업을 통해서 무슨 성과를 얻었는가? 어떻게 하든 교섭을 통해서 적어도 노동시간 단축만이라도 따내야 하지 않았는가?
민주노총의 총파업투쟁은 그렇게 이해되어져서는 안된다. 많은 한계가 있는 투쟁이었음에도, 그리고 철저히 조직되고 지도되지 못한 투쟁임에도 불구하고 긴 호흡을 가지고 이번 투쟁을 이해해야 한다.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한판의 멋진 승리로 장식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다. 지리하고도 힘든 싸움이고, 전체 민중의 강고한 연대가 필요한 싸움이다. 민주노총의 상반기 투쟁은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하기 위한 초기투쟁으로 의미가 있는 것이다.


하반기에 우리는 또 다시 강력한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조건이 있다.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2차 구조조정의 칼날이 바로 목전에 다가와 있다. 1차 구조조정 때와 마찬가지로 정부는 시간차 공격을 해올 것이다. 그러나 또다시 그대로 당할 수는 없지 않는가. 구조조정 실패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하고, 이를 통해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이 근본적으로 잘못임을 밝히고 싸워나가야 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단지 아프지만 않게 때려달라고 요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7월 11일 한국노총의 금융노련이 주도하는 은행권파업이 예정되어 있다. 이 투쟁이 전체 전선에서 지지되고 엄호되어야 한다. 아니 지지, 엄호가 아니라 함께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구조조정 저지 투쟁에서 이론이 필요하면 이론을 대야 하고, 투쟁이 필요하면 투쟁을 배치해야 한다. 연대가 필요하면 민중연대, 나아가 국제적 연대전선을 형성해야 한다. 손쉽게 이루어질 작업은 아니다. 그러나 요구가 명확하지 못하면 투쟁을 조직하기가 어렵다.


노동시간 단축은 이제 사회적으로

쟁점화 되었다. 정부와 언론에서도 이제 그 시기가 임박했음을 예고하고 있다. 자본측에서도 그 필요성을 전적으로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단서가 붙는다. 정부의 단서는 노사정위원회의 복원이다. 모든 것을 노사정위원회에서 풀자고 한다. 자본측의 단서는 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연월차를 없애고 임금을 삭감하자는 것이다. 어떤 단서를 우리가 양보할 수 있는가. 노사정위원회라는 기구가 가지는 숨어있는 의도는 차치하고서라도, 현재의 노사정위원회가 무슨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또한 연월차 없애고 임금삭감하면 그게 무슨 노동시간 단축인가.
노동시간 단축이 이루어진다면 자본은 그 단서가 아니더라도 노동강도를 강화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낼 것이다. 시간이 걸릴 뿐 그것은 필연적인 과정이다. 자본은 손해를 안 보는 정도를 넘어, 더 많은 것을 얻으려 하고 있다. 한가지 더 유의할 점이 있다. 노동시간 단축은 일자리 창출에 그 주요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노동시간이 단축되더라도 비정규직이 확산되면, 그것 역시 노동시간 단축의 의미가 없어지고 만다. 결국 노동시간 단축도 쉽게 타협으로 이루어질 성격의 것이 아니며, 우리가 원하는 노동시간 단축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근로기준을 악화시키려는 정부와 자본의 공세에 맞서 싸워야 한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문제

역시 풀기 어려운 과제다.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비정규직원을 조합원으로 가입시켜 기존 조합원과 요구를 일치시켜내는 과제가 급선무다. 그러나 우리의 조직율은 10%를 갓 넘을 뿐이다. 나머지 대다수는 어찌할 것인가. 근로자파견법 시행 2년을 맞은 파견노동자들의 일자리도 문제다. 사용자들은 계약을 해지하거나 편법을 동원하여, 파견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피해나가려 한다. 비정규직은 계속 확산되는 추세이고 이제 전체 취업자 중에서 53%가 비정규직이다. 이에 대한 사회적 쟁점화는 아직 미흡하다. 아직 노동조합 내에서조차도 이와 관련된 인식의 편차가 너무 크다. 이에 대한 쟁점화는 노동시장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이다.
투자협정, 자유무역협정의 문제도 노동자들의 숨통을 시시각각으로 죄어오고 있다. 작년 시애틀에서의 WTO에 대한 저항운동이 가지는 의미에도 불구하고 우리 노동자, 민중들이 그것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에 대한 논의의 전면적인 확산과 노동자들의 투쟁이 너무나 절실히 요청된다.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을 계속

성과로 가져가려 할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이 역사적 성격을 가지는 것이긴 해도(사실 이는 지난 정부시절에 거의 성사되었던 것이다), 우리 노동자와 민중들에게, 그것이 심리적 효과 외에 무엇을 가져다주고 있는가. 오히려 정부는 더욱 자신감을 가지고 기존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강화하려 할 것이다. 평화군축문제와 국가보안법 철폐를 이 국면에서 전민중적 요구로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해결해나가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이에 대한 노동계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편 신자유주의의 확산이라는 정부와 자본의 이면에 대해서 항상 염두에 두고 철저하게 대응해나가야 할 과제가 역시 우리한테 떨어져 있다.

우리 앞에는 당장 해결해야 할, 그러나 만만치 않은 투쟁들이 배치되어 있다. 상반기 투쟁 평가와 관련해서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이 바로 이것이다. 투쟁을 긴 호흡으로 바라보지 않고 당장의 총파업과 관련한 성과만을 강조한다면, 이후 투쟁은 자칫 상층단위의 교섭, 청원에 매달릴 수 있는 여지가 다분히 있다.
그 교섭은 민주노총 자체만으로 가능한 것을 찾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될 경우 전체 전선은 대단히 축소되고 왜곡될 수밖에 없다.

여전히 문제는 투쟁의 동력이다. 이를 위해 각 조직은 당장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상반기 투쟁과정에서 형성되고 있는 민중연대, 국제연대전선을 민주노총은 더욱 확대, 강화해야 한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단일한 전선과 연대의 동력이 우리가 조직해야 할 과제이다. 짧은 성과에 너무 집착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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