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2.10.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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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대통령선거 '계획'으로 톨파할 것인가? 한표의 '의무'로 치를 것인가?

현시기 대선투쟁 방향의 문제점과 민중운동이 나아갈 바

한지원 | 조직부장
1/ 우리는 왜 2002년 대통령 선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대선을 향한 정치모리배들의 게임이 가시적으로 시작된 것은 2001년부터였다. 4대 부문에 걸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김대중 정권에게는 민생파탄의 책임자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지지도는 10%대로 곤두박질쳤다. 정권은 개혁을 기치로 위기를 정면 돌파하려 하였으나, 대중들은 3년 간의 '개혁'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에 대해 이미 온몸으로 깨닫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추진된 언론개혁은 오히려 이회창의 지지도만 올려주고 말았다. 언론개혁을 통해 정권 창출의 동맹자들이었던 NGO들과 개혁주의 지식인들 일부를 재포섭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이미 민심은 돌이킬 수 없었다.
2002년 민주당은 국민경선이라는 승부수를 다시 한 번 띄운다. 국민들의 정치개혁 열망을 흡수하고 민주당의 전국정당화를 도모해보겠다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은 '노무현'이라는 개혁의 기수를 세워냈고, 그의 지지도는 경선 기간 이회창을 월등히 앞섰다. 하지만 노무현 돌풍은 김대중 아들들의 비리 앞에서 힘없이 무너졌다. 비리 정권의 개혁이라는 자기모순도 그러했지만, 국민들의 개혁 세력에 대한 지지 역시 매우 수동적인 것이었다. 이후 6.1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대패, 그리고 내분은 한국 사회에서 개혁세력의 붕괴를 최종 선고하는 것이었다. "부패 정권 심판!"이라는 슬로건 앞에 민주당은 물론이고, NGO들도 여지없이 무너졌다. 대중들은 파쇼세력의 적자, 한국의 정통 지배 정당이었던 한나라당을 지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월드컵 4강' 진출의 주역 중 하나라는 이유로, 재벌 2세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2001년부터 2002년까지의 개혁세력 붕괴 과정이다. 그리고 이는 대중들이 '개혁'에 대한 환멸을 어떠한 정치적 태도로 만들어가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2002년 대통령 선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대중들의 보수화 경향과 이를 배경으로 한 반동권력의 수립 가능성 때문이다. 한국의 민중들은 지난 5년 간 고용불안, 노동조건악화, 노동시장유연화, 공기업 사유화, 교육의 시장화 등에 맞서 힘겹게 싸워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부족하게나마 비정규직, 사유화 문제 등을 사회적 의제로 만들어내기도 하였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이러한 성과들이 결국 재벌 대통령, 반공 보수 대통령에 대한 선택 속에서 쓸려나갈 형편이 된 것이다. 생각해보라. 김대중 구조조정의 최대 수혜자인 재벌 총수 중 한 명을, 구조조정의 고통으로 인해 김대중을 버렸던 국민들이 지지한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하는지. 이것은 결국 지금까지의 민중들의 투쟁을 완전하게 '특수한 집단'의 비정치적 요구로 폄하하는 과정이자, 반신자유주의 투쟁 진영을 국민들로부터 고립시키는 과정인 것이다. 87년, 92년, 97년에는 직선제, 문민정권, 권력 교체라는 자유 민주주의의 환상에 속았다. 하지만 지금은 자유 민주주의에도 못 미치는 반동적 권력 재편에 놀아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개혁세력의 붕괴와 개혁에 대한 환멸이 대중적 보수화 과정으로 이어지는 최악의 조건에 처해있다. 지자체 선거 8%에 고무받은 민주노동당은 이 번 대선을 2004년 의회진출의 발판으로 만든다는 꿈에 부풀어 있지만, 이는 정세를 전혀 읽지 못하는 무지의 소치일 뿐이다. 개혁세력의 붕괴로 인한 반사 이익을 과대평가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특히 민주당의 공백을 대체하겠다는 발상, 다시 말하면 민주당 지지자들의 이데올로기를 반영하겠다는 발상은 '눈앞의 득표율에 눈 먼' 자살 행위이다. 민주당에 배신당했지만 그래도 역사적 야당의 이데올로기(개혁 이데올로기)를 여전히 따르는 집단들의 표는 민주노동당의 득표율을 어느 정도 올려주겠지만, 이는 개혁에 배신당한 국민들의 또 다른 분노의 표적이 될 뿐이다. 민주노동당이 혼신의 힘을 다하는 100만 표 달성을 이루기 위해, 개혁의 기만성에 분노하는 대다수 국민들의 표적이 된다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2002년 대통령선거에서 민중운동 진영이 투쟁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국민들이 왜 개혁에 배신당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밝혀냄으로서, 국민들의 분노가 변혁의 요구로 승화될 수 있도록 혹은 최소한 보수화로는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더욱 커져만가는 신자유주의로 인한 고통을 시장의 논리에 따른 경쟁으로 이겨내려는 것이 아니라, 민중연대 투쟁으로 변화시켜나가려는 대중들의 의지를 더욱 키워나가는 것이다. 민중운동 진영의 2002년 대선투쟁은 민생파탄, 부패비리의 원인을 '참신한 정치인'의 집권에서 찾고자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틀린 이야기이기도 하거니와 대중적으로도 민중운동 진영에 대한 불신만 키울 뿐이다. 민중운동 진영은 2002년 대선에서 2003년 이후의 투쟁을 준비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민생파탄 부패비리의 원인인 금융 세계화에 대해 집중적으로 폭로해나갈 수 있어야 한다. 민중운동 진영이 전취할 것은 개혁 이데올로기의 떡고물이 아니라, 개혁세력이 파탄난 그 곳에서 사회변혁의 정당함을 밝혀내는 우리 스스로의 당당함이다.
우리는 이러한 대선투쟁의 방향에 따라 '월간 사회진보연대'와 '사회화와 노동'을 통해 "민중경선의 조직과 민중후보의 추대'라는 전술을 제출한 바 있다. 대부분의 민중운동 진영이 이에 동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동감의 지반이 현재 수준에서 보자면 "단일후보가 득표에 유리하다"라는 수준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민중 경선이 재조직된다해도 이러한 인식 지반이 계속된다면 민중경선은 '후보추대'라는 형식적 결과물 이외에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왜냐하면 "민중경선과 민중후보 추대"라는 전술은 '후보 단일화'의 문제를 넘어서 민중운동진영이 민주노동당 권영길후보의 선거운동 방향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경선과 민중후보의 의미는 금융 세계화 폭로의 가장 적합한 형태이자, 2003년 민중연대 투쟁의 초석이라는 것일 뿐이다.
민중경선이 향후 어떻게 재조직될 수 있을 지는 예측할 수 없지만, 2002년 대통령선거를 정면 돌파하려는 한국 민중운동 진영은 반드시 현재의 정세 속에서 우리가 주장하고 선동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의 정세는 진보정당의 선거 포맷에 어느새 익숙해진 우리들에게 '관성'이 가장 큰 위험임을 말해주고 있다.


2/ 정책 대안인가? 민생파탄 부패비리의 원인에 대한 폭로인가?

"경제 위기! 노동자 농민들이 흘린 피와 땀과 눈물의 대가로 수습됐지, 김대중이 정치를 잘 해서 수습됐습니까? ........ 저 권영길은 재벌들, 부자들의 돈을 가져다가 서민들에게 나눠주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그러기 위해 부유세를 신설하겠으며, 봉급생활자 영세상인들만 쥐어짜는 세금제도를 획기적으로 바꾸겠습니다.........우리 경제는 노동력에만 의존해서는 국제경쟁에서 이길 수 없습니다. 기술개발만이 우리의 살 길 입니다. ...저는 IT, BT 등 21세기 신기술을 비롯한 기술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는 1만 명의 과학자들을 양성, 이들이 아무 조건과 부담 없이 평생을 연구에 몰두하도록 하겠습니다. 신기술을 여는 시대는 신자유주의와 형체도 없는 성과주의를 거부하는 민주노동당만이 할 수 있는 정책입니다."
- 권영길 대표 민주노동당 16대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문 중

민주노동당의 선거 시기 정치활동은 일관되게 구체성과 책임성을 강조한다. 반대만 주장하는 운동권이 아니라, 국정운영능력을 갖춘 정책 정당이라는 것을 드러내 보이고 싶은 것이 한결같은 마음인 것이다. 97년 국민승리 21 시기를 보면 고용안정특별법, 퇴직금연금제도, 임금채권기금, 상가임대차보호법, 부패방지특별법, 매매춘방지법, 환경보전특별법, 진실규명국가위원회, 노동자 경영참가 등의 수 십 가지 법안과 제도를 제안하였고, 2000년 총선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법안과 제도들을 정책으로 제시하였다. 정책 방향도 정치개혁을 통한 부정부패 방지, 조세제도 개혁을 통한 복지증진과 빈부격차 해소, 고용안정을 위한 노동시간단축 등 법안으로 제정 가능한 정책들을 제시한다. 그리고 97년 "일어나라, 코리아", 2002년 "신 과학시대 창출" 등으로 경제 발전의 요구를 비중 있게 제시한다.
정치적 보편주의가 실종된 시대, 오직 약육강식의 시장 논리가 모든 이념을 대체한 시대, 민중들은 대안을 요구하고 운동진영은 이에 대해 많은 압박을 받는다. 민주노동당의 수 십 가지 법안과 기구들은 이에 대한 대답일 것이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은 또 다른 진실도 알아야 한다. 그것은 운동 진영의 '거짓말'은 대중들에게 더 큰 낙담을 안겨준다는 것, 그리고 대중들은 현실의 냉혹함에 대해 분명하게 알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무엇보다 '경제위기가 수습되었다'는 식의 한국 경제 안정화론에 대한 인식을 버려야 한다. 현 시기 한국 경제는 세계금융시장과 초국적자본에 종속되어있으며, 세계자본주의가 구조적 위기를 겪고 있는 만큼, 그 이상으로 불안정하다. 브라질의 상반기를 보라. 한국보다 경제 규모와 국내 시장이 더 큰 브라질도 월스트리트의 협박에 바로 무너졌다. 그것도 경제적 이유가 아닌 브라질 PT 당에 관한 정치적 이유로. 한국의 국민들도 이를 잘 안다. 이미 2000년 가을에도 미국 주식시장의 기침이 한국 경제의 열병으로 나타나는 것을 경험하였고, 국내 주식시장의 30% 이상, 주요 재벌 주식의 40-50%를 가지고 있으며, 주요 은행의 50-60% 지분을 가지고 있는 초국적 자본의 한국 경제에 대한 지배력 역시 알고 있다. 경제 위기가 단지 지연되고 있고, 한국 경제의 종속적 축적 구조가 더욱 명확해지고 있는 지금, 경제위기가 수습되었으니 무엇 무엇을 해보자는 식의 민주노동당의 정책 기조는 처음부터 통하지도 않을 거짓말로 시작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인식에 따라 핵심 정책은 조세 개혁을 통한 분배정책과 국가경쟁력강화 방안으로 이어진다. 민주노동당은 2002년 대선에서 가장 비중 있는 정책 중 하나로 부유세를 전면에 내세웠다. 10억 이상의 재산소유자들에게 누진적 과세를 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조세로 11조 정도가 재정 충원이 가능하니, 이 돈으로 대학무상교육 등의 복지정책을 시행하겠다는 것이다.(『부유세에 대하여』, 민주노동당 정책위) 언뜻 보면 현실 가능해 보이며, 빈부격차로 인한 국민들의 현실고통을 덜어줄 듯 보인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의 부유세 정책은 몇 가지 핵심적인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 먼저 이러한 부유세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WTO에 대해 한국 정부가 단호하게 반대해야 하며, 국내 자산 및 자본에 대한 이동을 엄격하게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WTO의 핵심 의제인 서비스 협정은 교육, 의료, 기간시설 등에 대한 완전 개방과 시장 자유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정부의 지원 및 공적 서비스에 대한 규제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두 차례의 외환거래법 자유화와 각종 개방화 조치 이후 자산과 자본의 해외도피, 그리고 각종 국제 금융 기법을 이용한 재산은닉이 일반화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자본가들의 자산은 국가가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결국 부유세는 금융 세계화 시대에 대한 인식의 결여가 낳은 소극이거나, 아니면 빈부격차로 인한 대중들의 고통을 선심공약을 통해 득표로 수렴시켜보고자 한 얄팍한 술수에 다름 아니다. 빈부격차의 문제는 금융 세계화에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에 핵심이 있다.
국가경쟁력 강화 방안이라고 주장한 IT, BT 등의 신 과학 육성 프로젝트는 더욱 가관이다. 신경제로 칭송되던 미국의 IT BT 산업이 금융 사기극 임은 이미 폭로되어진 바이다. IT 산업의 가치는 2000년 이후 70% 하락하였고, 그들의 수익능력은 주식 주가의 0.05%도 되지 않았다. 생명공학기업은 지난 25년 동안 수 백억 달러의 투자에도 불구하고 63개의 신약만이 개발되었다. 미국 신경제의 동력은 생산의 동력이 아니라, 금융 투기꾼들의 미래 가치 조작 능력이었다. 한국의 벤처 역시 마찬가지이다. 벤처기업이 생존하는 기반은 정부의 매년 수 조원에 달하는 벤처 지원금과 금융 기법으로 벌어들이는 돈이다. 이미 미국은 신경제의 환상에서 벗어나 전쟁 사업으로 솔직하게 나가고 있는 지금, 신과학육성을 통한 국가경쟁력 확보는 시대에 한참 뒤떨어저도 여간 뒤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다.. 신과학산업이 붕괴하는 이유는 연구자의 조건과 수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신 과학의 꿈이라는 것이 금융 세계화의 신기루에 다름 아니었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의 이러한 금융 세계화 시대와 한국 사회에 대한 인식의 결여를 문제삼은 것은 이들의 정책 대안이 그들만의 정책 대안에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노동당은 국민들에게 민중운동 진영의 상징 중 하나가 되었다. 민주노동당의 무지와 기만은 개혁세력의 배신과 개혁의 기만에 대한 분노로 보수화 되고 있는 대중들을 더욱 보수화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데 큰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2002년 대선에서 민중운동 진영은 어떠한 주장과 희망을 이야기해야 하는가? " WTO 세계화 반대! 금융 제국주의와 정치모리배들에 대한 심판!" 과 이에 대한 표현으로서 민중후보에 대한 지지를 주장해야 한다. 민중운동 진영에게 필요한 것은 현재 민생파탄의 원인에 대한 대중적 합의이지, 금융 세계화 시대의 단절 없이는 불가능한 정책 대안을 쏟아내는 것이 아니다.
현 시기 민생파탄의 주된 양상은 노동의 불안정화, 그리고 빈곤과 금융자본의 가계금융 공략으로 인한 가계파산 문제이다. 세련된 개혁주의자들은 이에 대해 자본주의 황금기의 슬로건인 "고용. 성장. 분배"를 이야기한다. 민주노동당의 위의 정책 역시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고용 증대로 수요를 진작하여 성장의 원동력을 만들고, 분배를 통해 시장 외적 개입을 한다는 공식은 이미 70년대 후반에 국가 재정 악화와 금융 자본의 세계화로 파탄난 정책이다. 그리고 아예 민주노동당 식으로 고용, 분배, 성장을 분리하여 이야기하는 것은 케인즈주의에도 미달하는 정책이다. 우리의 대답은 하나밖에 없다. 금융 세계화 시대를 넘어서지 못하고는 '노동의 불안정화와 빈곤은 극복 불가능하다' 라는 것이다. 고용 없는 성장,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금융자본의 운동. 투기와 약탈을 일삼으며 세계를 떠도는 초국적 자본에 의한 빈곤의 극대화는 이미 자본주의 스스로가 경계할 정도로 무정부적이고 파괴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적 위기 속에서 운동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의 자본주의이다. 금융 제국주의의 정책에 대한 반대의 의미로서 'WTO 세계화 반대', 분명한 적에 대한 표현으로서 '금융 제국주의와 정치모리배들에 대한 심판'. 민중들 모두가 이미 경험하고 있지만 구체적 인식과 저항의 표현에 이르지 못한 금융 세계화 반대를 분명히 하는 것이 바로 대안을 요구하는 민중들에 대한 우리의 대답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자본주의 반대의 정세적 표현이다.)


3/ 지지 유권자의 확대인가? 민중연대 전선의 재구축인가?

" 2001년 김대중 정권 퇴진 투쟁은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의 구속 앞에서 힘없이 무너졌습니다.
2002년 발전파업은 4월 2일 어이없는 합의문으로 박살났습니다.
510일 간의 한통계약직 노동자 파업은 눈물의 종지부를 찍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민주노동당은 2002년 6월 지자체 선거에서 8%라는 정당 지지율을 획득했습니다. "

민주노동당의 지난 6월 지자체 선거에서의 득표율은 상당부분 김대중 아들 비리와 민주당의 붕괴에 따른 반사이익의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이러함에도 진보정당이 표방하는 신자유주의 반대의 일반적 요구들, 고용안정, 비정규직 차별 철폐, 복지증진 등이 대중들로부터 일정한 지지를 이끌어내었다는 점 또한 확인할 수 있다. 민주노동당의 정당 지지도가 꾸준하게 4-5%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단적인 증거이다.
그러나 문제는 2001년에서 2002년까지의 투쟁의 패배 속에서, 민주노동당의 지지가 늘어난다는 것은 어떠한 의미인가이다. 이는 신자유주의 반대의 내용에는 공감하는데 이를 의회 등의 국가 기관에서 합법적으로 실천할 것을 바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뜻이거나, 전국적 투쟁의 패배로 그저 민주노동당에 대해 지지가 유일한 실천방도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어느 것 하나 민중운동 진영의 미래에 좋은 것이 아니다.
이러한 경향은 당내에서 더욱 노골적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2002년 지자체 선거에서 반공 노동운동, 합법적 노동운동을 표방하는 인물이 울산시장 선거 후보로 선출되는가 하면, 민주화 운동의 역사에서 금기시 되어 왔던 사민주의라는 표현이 공공연하게 이야기되고, 민중연대 보다는 합법적 정책 활동에 주력할 것을 요구하는 당원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합법주의 선거주의 경향의 심화는 민중운동 진영이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꼴이다 왜냐하면 금융 세계화에 종속되어 있는 한국 자본주의에서 대중권력의 실질적 힘의 행사 없이는 조그만 변화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노동시장유연화, 사유화 등은 신자유주의 전망만이 유일한 대안이라 생각하는 한국 사회 정리 모리배들의 절대적 신념이다. 특히 한국의 정치모리배들이 초국적 자본의 철수 위협과 독점재벌의 요구, WTO, IMF 등의 국제무역기구의 명령을 거부한다는 것은 상상도하지 못할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중운동 진영이 무엇보다 주력해야 할 것은 집권의 15년 후를 기약하는 것이 아니라, 민중연대전선을 강화하여 금융세계화 정책에 실질적으로 힘을 행사하는 것이다. 어차피 국회의원 몇 명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으며, 대중자치권력과 민중연대전선에 기반하지 않은 집권 역시 어떠한 힘도 보장하지 못한다. 브라질의 PT당을 보라. 40% 이상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IMF와 월스트리트에 각서를 쓰고, 그것도 모자라 자유당의 대표를 부후보로 지명해야 대통령이 될 수 있을 판이다.
물론 민주노동당도 대중자치권력과 민중연대전선의 필요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의 운동 양식이 대중자치권력과 민중연대전선을 실천적으로 부정해나간다는 것이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의 관계를 보자.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은 오직 하나, 민주노총의 정당 민주노동당을 지지한다는 것이다. 조합은 노동사업을, 정당은 정치사업을! 자치란 스스로 통치할 능력을 배가한다는 것인데, 노동조합 운동 속에서 부르주아 정치 비판과 자신들의 정치를 경험하지 못하고, 다양한 저항세력과 연대하며 투쟁하는 자들의 공동체를 경험하지 못하고 어떻게 자치권력을 강화할 수 있겠는가? 그나마 건설된 연대투쟁체 전국민중연대(준)에 대한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태도를 보자. 민주노총은 민중연대를 노동자 투쟁의 지지부대 정도로 생각하고 있으며, 민주노동당은 아무런 힘을 실지 않고 있다.
이들의 이러한 경향은 범민중후보 단일화를 위한 범국민추진기구구성에서 더욱 극적으로 드러났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은 범추를 민중연대전선의 강화를 위한 조직이 아니라, 사회당과의 통합 후보 선출을 위한 도구적 조직으로 만들어내었다. 범추를 해소할 때의 근거도 사회당이 참여 의지가 없다는 것이었고, '사회진보연대'와 '노동자 힘'의 경선 제안에 대한 논의 근거도 사회당의 참여 가능성에 맞추어져 있다. 사회당과 민주노동당의 통합이 민중연대의 중심이 아닌 마당에야, 이것이 가장 중요한 판단 조건이 될 이유가 있는가? 이들은 대선투쟁에서 투쟁하는 민중들에게 자치와 연대를 경험을 돌려주는 것의 함의를 사고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여전히 민주노동당을 지지할 유권자를 확보하는 것뿐이다.
민중운동 진영은 2002년 대통령선거에서 민중들이 자치와 연대를 경험하게 하는 것에 중요한 방점을 찍을 수 있어야 한다. 수많은 투쟁의 패배와 빈곤 속에서 극도로 위축되어 있는 대중들에게, 연대로 풍요로워지는 저항하는 사람들의 공동체, 자신들의 정치를 경험하게 하는 것은 이들을 능동화하는데 그 어떤 방도보다도 좋은 약이 될 것이다. 특히 2002년 개혁세력의 붕괴와 대중의 보수화-실리화라는 조건 속에서 이는 그 어느 시기보다는 절실하다. 진보정당에 대한 관성적 지지가 이러한 것들을 충족시켜줄 수 없음은 명약관화하다.
우리가 제안한 민중경선은 바로 대중들에게 자치와 연대의 경험을 쌓게 하자는 취지이다. 또한 민중경선으로 논쟁하는 가운데 2002년 노-농 연대투쟁을 당위적 연대가 아닌, 정치적 교류 속에서 더욱 풍부해지는 연대로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반WTO 투쟁을 민중연대 항쟁으로 만들어나가고, 그 힘으로 2002년 대선투쟁을 WTO 세계화 반대! 금융제국주의와 정치모리배들에 대한 심판의 장으로 만들어나가자는 것이다.
2002년 대선에서의 득표율에 목을 맬 것인가? 아니면 다각화 된 계획 속에 2002년 대선을 새로운 투쟁의 시발점, 민중연대 전선의 재구축 계기로 만들 것인가? 민중운동 진영의 선택이 필요하다.


4/ 나아가며: 분노를 모아 행동으로, 요구를 모아 변혁으로 !

문제는 의외로 간단하다.
2002년 대통령선거를 '계획'으로 돌파할 것인가? 아니면 한 표의 '의무'로 치를 것인가?

우리의 계획은 민중경선으로 논쟁과 정치적 교류의 장을 만들고, 이 조건 하에서 농민투쟁을 실질적 노농연대투쟁, WTO 세계화 반대 투쟁으로 만들어, 대통령 선거를 현 시기 민생파탄의 원인인 금융 제국주의와 정치모리배들에 대한 심판의 장, 위기 폭로의 상징인 민중후보에 대한 대중적 지지와 연대투쟁의 축제로 만들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민중연대 전선 재구축의 기반을 만들자는 것이다.
대중들의 분노가 행동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정세에 숨어있다. 극한의 민생위기 속에서 위축되고, 개혁에 배신당해 정치에 환멸하고, 투쟁하는 민중들이 승리하는 희망을 만들지 못한 것. 이에 대한 해결책은 민중운동 진영이 경선을 통해 단결하며, 교류의 풍요로움을 대중들에게 보여주는 것. 그리고 노-농 연대투쟁을 WTO 세계화 반대 민중연대 항쟁으로 승화해 거리의 정치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오늘날의 저항이 변혁으로 나아가지 못함 역시 현재의 민중운동 진영 속에 숨겨져 있다. 기만적 정책 대안과 실리적 투쟁 속에 위기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우리 스스로 은폐하였던 현실이 그것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2002 대통령 선거에서 민중운동 진영이 현시기 위기의 원인이 금융 제국주의와 정치모리배들에게 있음을 가감없이 폭로해나가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에게 문제의 해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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