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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1.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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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일째 파업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한진관광노조

한진관광노조 서울면세점지부 유은경 지부장과 인터뷰

정영섭 | 노동차장
** 한진관광노조 서울면세점지부는 11월 12일이면 투쟁 200일째를 맞이한다. 한진관광 소속으로 대한항공 서울면세점과 제주면세점에 파견되어 일하던 노동자들은 대한항공의 구조조정에 의해 용역회사로 팔아 넘겨질 상황에서 간접고용 반대와 직접고용 쟁취를 요구하며 투쟁을 시작하였다. 그동안 한진관광노조와 함께 파업투쟁도 진행하였고, 지방노동위원회에도 제소하였으며 해보지 않은 투쟁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투쟁을 진행하였다. 물론 투쟁의 과정에서 일부 조합원들이 더 이상 함께하지 못하게 되거나, 사측의 탄압과 노동부의 무관심 속에서 어려움도 많이 겪었다. 지부장으로부터 직접 현재의 상황과 비정규 투쟁의 현실을 들어본다.**

Q. 현재 200일 가깝게 장기투쟁을 진행하고 있는데, 투쟁상황과 사측의 태도는 어떠한가?

A. 현재는 매주 금요일 집중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제주면세점지부의 경우 조합원 대부분이 기혼자여서 여성가장으로 있기 때문에 생계자체가 곤란해져서, 9월말에 회사측에게 제주도에 신설되는 도내면세점으로 보내줄 것을 촉구하였다. 당시 회사는 제주지부가 도내면세점(제주도청 관할)으로 가면 서울지부만 남는데 괜찮냐고 묻기도 하면서 이전 가능을 내비쳤고, 조합에서도 도내면세점 경력직으로 들어가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제주조합원 총회를 위해 9월 30일 내려가 보았는데, 사측과 공권력은 태도를 바꾸어 천막을 철거하고 조합원을 폭력적으로 탄압하였다. 이후 사측은 제주조합원의 도내면세점 이전 문제를 손놓아버리고 도청도 발뺌해버렸다. 회사는 아직도 계속 교섭을 회피하거나 불성실로 일관하고 있다. 서울과 제주는 일괄타결을 원칙으로 하고 최종요구안을 회사에 전달했으나 회사는 무시하고 있다. 지방노동위원회에서는 지난 10월 29일에 화해권고를 내렸는데 이것은 11월 13일까지 교섭을 통해 원만한 해결방안을 합의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서울, 제주 조합원간담회를 통해 요구안을 정하였다. 원직복직이 원칙이고 설사 전환배치 형식으로 되더라도 계약직이나 임시직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는 화해권고 국면 속에서 투쟁전술을 고민하고 있다. 교섭은 진행되어야 하지만 투쟁의 수위는 낮출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양한 수위의 투쟁을 논의중이다.

Q. 조합원들의 상황은 어떠합니까?

A. 제주지부 같은 경우 온갖 투쟁을 다했다. 그 과정에서 손해배상청구, 형사고발 등을 당한 조합원들도 많다. 또한 기혼 여성가장들이다 보니 생계에 압박을 많이 받아 지쳐있기도 하다. 서울 같은 경우는 투쟁수위를 계속 높여서 만약 성과가 없더라도 투쟁 속에서 정리하자는 조합원들도 있고 괜히 사측이 교섭을 회피할 빌미를 주지 말자는 조합원들도 있다. 현재 조합원들은 퇴직금이나 실업급여로 생활한다. 투쟁기금은 조합 파업기금을 활용하고 또 재정사업도 한다. 집회장에서 커피나 차를 판매하고 있다. 앞으로 노동자대회 때 연대주점을 할 계획이다. 법률적 대응을 많이 하다보니 변호사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다행이 철폐연대나 민주노총법률원에서 많이 도와주었다. 어쨌든 서울, 제주 44명의 남은 조합원들은 단결하여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Q. 투쟁의 과정에서 간접고용 불법파견 비정규직으로서 느낀 점은 무엇인가?

A. 정말 우리가 탁구공이 된 기분이었다. 예를 들어 옛날에 KAL기가 추락했을때는 대한항공 소속이 아니지만 대한항공 면세점에서 일한다는 이유만으로 조의금까지 내라고 해서 냈는데 적자가 나니까 한진관광 소속이라고 하면서 책임을 회피했다. 대한항공과 한진관광의 책임 떠넘기기 속에서 정말 우리 신세에 가슴아팠고 분노하였다.

Q. 본조와 연맹의 지원, 지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A. 사실 조합이나 연맹에서 비정규투쟁은 너무도 힘들다고 했지만 그 힘듦을 알지 못한채 투쟁에 돌입했다. 투쟁의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섭섭한 것도 많이 있다. 본조랑 함께 파업할 때는 정규직-비정규직 구분이 잘 드러나지 않았는데 막상 본조가 조인식을 하고 복귀할 때, 여전히 남아있는 우리가 비정규직임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우리 내부에서부터 우리의 문제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다. 연맹의 경우도, 비정규직이 가장 많은 연맹임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인 비정규 사업과 투쟁에 대한 조직화가 미흡하다. 연맹내 공투위에서 결정된 내용이 잘 실행되지 않고 인적, 재정적 지원도 회의 내에서만 그치는 경우도 있었다. 외부단체와의 연대도 곱지 않게 바라본다. 우리가 대한항공이라는 대자본과 싸우고 있고 여러 가지 복잡한 쟁점이 있기에 연맹에서는 사실 난감해하기도 한다. 투쟁을 담당했던 상근자들도 징계위에서 해고되었다.
어쨌든 노조나 연맹은 우리가 필요해서 만든 것 아닌가? 조합은 조합원들이 만들었고 연맹은 조합들이 모여 만들었는데, 오히려 관계는 상하관계이고 배타적인 측면이 있다. 그리고 외부 연대단위나 사회운동단체와도 차이만을 강조하여 함께하길 꺼리는 경향이 있다. 운동을 시작한 그 첫마음을 간직하자. 사회와 나라를 바꾸려면 자기 주장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남의 견해에도 귀를 기울여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Q. 그동안 진행한 연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A. 연대는 내가 정확히 투쟁의 내용을 알고 함께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품앗이투쟁이기는 하지만 형식적으로 머릿수 채우는게 아니라 함께 할때는 해당 사안이 내 문제라는 자세로 연대해야 하는 것이다. 초창기에는 조합원들이 연대집회 가더라도 우리문제 아닌데 왜 하냐는 식의 태도가 있었는데, 나중에 우리가 연대집회 잡으면 타 단위에서도 오는걸 보고 신기해했다. 지금은 당연히 연대투쟁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연대대오는 오히려 넓어졌다. 학생들도 큰 힘이 되고. 서비스연맹 뿐만 아니라 금속, 사무에서도 연대하러 온다.

Q. 여성노동자로서 어떤 어려움이 큰가?

A. KAL에 근무할 때는 여성이라서 보다는 사무직이 아니고 판매직이라서 임금이나 기타 부분에서 차별을 많이 받았다. 하루종일 서서 일해야하니 무릎관절이 안 좋아지고, 매장을 비울 수 없어 화장실에 잘 가지 못해서 소변이 잘 안나오는 증상이 생기는 사람도 있었다. 오래 근무한 사람들 중에는 임신이 잘 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 근무환경이 좋지 않아서 비염 같은 병에도 걸렸다. 물론 직업병 인정 같은 건 생각도 못해봤다.
투쟁의 과정에서는 여자라서 무시당하는 경우가 많다. 경찰들도 우리만 있으면 폭언 폭설을 할 때가 많았다. 반면에 여자들만 싸우고 있다고 해서 동정심 때문인지 도와주러 오는 데도 있었다.

Q. 끝으로, 노동운동과 관련된 개인적 전망이 있다면?

A. 이번 투쟁 이후에도 노동운동을 지속할 결의가 있지만 어떤 식을 할 것인지는 고민중이다. 더 공부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도 한다. 활동가들은 많지만 더 우수하고 똑똑한 활동가들이 많아져야 하지 않는가. 노무사 공부를 하면서 더 역량을 키워볼 마음도 있다. 앞으로 계속 고민해 나가겠다. PS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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