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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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2.11.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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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1현장통신_정영섭.hwp

불안정노동 철폐 공동투쟁의 전진을 위하여

민중복지 쟁취, 불안정노동철폐를 위한 연대한마당에 부쳐

정영섭 | 노동차장
불안정노동 철폐 공동투쟁의 과정
2001년 민중복지 한마당 공동토론회에서는 불안정노동층을 형성하고 있는 각 부문의 주체들이 서로의 상태를 이야기하면서 이해를 나누었다. 그리고 모두가 겪고 있는 고통은 공히 신자유주의 정책에 의한 것임을 확인하였다. 이후 각 주체들은 2002년 2월에 공동으로 '불안정노동자의 단결과 연대를 위한 운동방향' 토론회를 통해 각각의 요구를 '노동권과 생활권 쟁취'로 집약시켰다. 이때 상반기 목표로 제안된 바는 첫째, 시기집중 투쟁을 통해 공동투쟁의 가능성을 만들고 둘째,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불안정노동자들의 공통의 요구를 정식화하기 위한 틀을 만들고 셋째, 민중운동 전체로 이러한 문제의식을 확산시킨다는 것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4월에 '2002년 불안정노동 철폐, 노동권·생활권 쟁취를 위한 공동투쟁'을 시작하였다. 그런데, 사실 이 공동투쟁은 그 시기에 이주노동자 합법화 쟁취투쟁, 장애인 차별철폐투쟁, 비정규직 기본권 쟁취투쟁 등이 맞물려 있는 것에 기인한 바가 컸다. 그래서 "노동유연화 반대·안정적이고 건강한 일자리 보장" "생산적 복지 반대·모든 사회구성원의 기본생활 보장"이라는 2대 기조와 그에 따른 10대 요구를 중심에 놓았다기보다는 이미 예정되어 있던 각 부문의 투쟁을 하나의 틀로 묶은 다소 실용적인 과정이었다. 그 결과 외형적으로는 서로의 투쟁에 연대해주는 '품앗이 투쟁'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그리하여 투쟁주간 사업을 진행하고 민주노총과 공동으로 '비정규직 철폐, 불안정노동 철폐를 위한 전국순회투쟁'을 전북, 광주, 대전, 대구, 부산, 울산, 인천 등 8개지역을 돌면서 진행하였고 이를 통해 문제의식을 확산시키려고 노력하였다. 6월 이후에는 월드컵 대응 투쟁을 계획하였으나 실제 진행된 것은 미미하였고 오히려 '최저임금 현실화 투쟁'을 계기로 다시금 투쟁의 고삐를 죄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은 공동투쟁의 지속이 아니라 개별투쟁의 강화였고 공동투쟁은 그 이름만 남게 되었다. 그 연장선에서 2회째를 맞이하는 '민중복지 쟁취, 불안정노동 철폐를 위한 연대한마당'이 제안되었다.


이중의 장애

불안정노동층 연대의 어려움

불안정노동 철폐투쟁이 현재 주변부 마이너 운동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지고 있고 비정규투쟁을 매개로 기존 노동운동에 그 문제의식을 불어넣기 시작하는 상황이다. 흔히 비정규, 이주, 장애, 여성, 실업, 산재 등으로 지칭되는 불안정노동층의 공동투쟁은 현재 말이 공동투쟁이지 개별 투쟁에 지지·지원하는 것 이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우선 요구가 다르다. 비정규투쟁은 비정규직 철폐, 이주노동자는 합법화 쟁취, 장애인은 장애인 차별 철폐, 빈민은 노점상/철거민 생존권 쟁취 등. 따라서 상반기에 정리된 2대 기조와 10대 요구는 현재 최대한으로 요구를 집약하여 묶어 세워낸 것이지만 이것이 연대의 지반이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노동권·생활권 쟁취의 슬로건으로 충분하다.
논리적으로 말하면 자본의 전략에 따른 노동유연화와 과잉인구 확대책으로 인해 노동 내에서의 위계서열화와 분할을 강요받게 되고 그 결과 밑바닥 불안정노동층이 광범위하게 형성되는 것일텐데 그것이 현실에서는 비정규, 이주, 장애, 여성, 실업 등으로 드러나고 있다. 또한 주체들은 자기부문의 투쟁이 너무 버거워 공동투쟁은 엄두도 못내는 것이다. 각 부문의 투쟁의 내적 논리로 보아도, 개별투쟁에 대한 사회 쟁점화를 도모하고 그 사안으로 연대를 조직하는 것이 공동의 틀 속에서 움직이는 것보다 더 낫다고 여기게 된다. 그래서 부문별로는 다들 공대위 같은 것을 조직하여 외연을 확장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활동가들은 개별투쟁의 사회쟁점화에도 노력해야 하고 그 투쟁을 불안정노동 철폐투쟁으로 묶어 세우는 것에도 헌신해야 하니 힘들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그야말로 수많은 단위의 이름을 걸어 형식적 외연을 넓히는 것을 넘어 실제로 투쟁의 보편성을 확보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정말 집중해야 하는 지점은 이것이 아닐까? 불안정노동 철폐투쟁이라는 이름으로 개별 투쟁을 호명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투쟁이 불안정노동 철폐투쟁을 통해 보편성을 획득하게 하는 방식 말이다. 비정규투쟁, 이주노동자투쟁, 빈민투쟁, 장애투쟁 등 스스로의 투쟁이 전체 민중운동의 과제가 되도록 하는 것을 불안정노동 철폐 공동투쟁으로 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보편성 획득은 결국 전체 민중운동이 반신자유주의 전선을 구축하는 과정과 함께 갈 수밖에 없다. 즉, 민중운동이 부문별 폐쇄성과 자기방어적인 대중운동의 틀을 벗어나 공통의 적에 대한 전선으로 결집하도록 쇄신을 촉구하는 선두에 불안정노동 철폐투쟁이 자리잡아야 하며 그 과정이 불안정노동층의 연대를 촉진시키는 것으로 되어야 한다. 이번 한마당은 이런 내용을 함께 결의하는 계기가 되어야한다.

민주노조운동의 관성

정규-비정규, 남성-여성, 내국인-외국인 등으로 노동을 분할하는 자본의 전략에 맞서는 불안정노동 철폐투쟁은 구조조정과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노동운동 전체의 투쟁이 되어야함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민주노조운동은 이를 자기과제로 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조운동을 대표하고 있는 민주노총의 경우 일례로 비정규직 철폐투쟁을 중심사업으로 설정하기는 하였지만, 여전히 정규직 노동자의 무관심과 '주5일제'에 무게중심을 둠으로 인해 비정규직 철폐투쟁은 일부 부서의 사업 범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비정규직 철폐를 계속 이야기해왔는데, 불안정노동 철폐를 말하면 조합원들이 혼란해한다."거나 "불안정노동 철폐는 일부 단체들의 주장아니냐"는 식의 반응도 상반기 공동투쟁의 제안과정이나 하반기 민중복지한마당의 준비과정에서 심심찮게 들었던 얘기이다. 그 결과 상반기에는 '비정규직 철폐, 불안정노동 철폐'를 동시에 걸고 순회투쟁을 진행했고 이번에는 '민중복지 쟁취, 불안정노동 철폐'를 나란히 걸게된 것이다. 여전히 민주노총은 연대한마당 사업을 사회보장의 영역으로 사고하고 있으며 불안정노동 철폐투쟁을 소수자 투쟁으로만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정은 물론 불안정노동 철폐의 문제의식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활동가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역사적으로 자본의 구조조정 공세와 노동의 불안정화에 맞서는 노동운동의 대응이 적절하지 못한 결과일 것이다. 조직된 노동자라 할지라도 불안정노동층과 스스로의 이해관계를 다르게 생각하거나 노동대중 내의 분할과 위계를 받아들이게 된 것이고 그 속에서 여성노동자와 비정규직노동자는 이미 노동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노동운동 내에서 밀려나 있는 현실을 민주노조운동이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 대한 타개는 두가지 방향에서 동시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우선 민주노조운동에 이러한 문제의식을 계속 제기하는 것이다. 이는 민주노총 내외부에서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현재 지역차원에서 형성되고 있는 불안정노동 철폐투쟁 주체들이 민주노총 지역본부나 단위사업장 등과의 공동사업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강제해 들어가야 하는 부분이며, 이를 통해 실제로 아래로부터 바꿔나가는 과정을 만드는 것이다. 또한 상층차원에서도 이번 '연대한마당'과 같은 사업을 통하여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불안정노동 철폐, 반신자유주의 전선에 복무하는 민주노조운동을 지향하자.

불안정노동 철폐투쟁을 전체 민중운동의 과제로

민중운동 전체적으로 반신자유주의 투쟁전선을 구축하는 노력은 자기방어적이고 수세적인 대중운동이 공동의 투쟁전선에 나서게 만드는 과정이며 계급적 연대를 실현해나가는 과정이다. 따라서 이러한 노력은 대중조직과 대중운동에 기존의 관성을 타파할 것을 요구할 수밖에 없고 그것은 불안정노동 철폐투쟁에 머뭇거리던 민중운동에 이를 받아 안게 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노동운동을 비롯하여 민중운동 전체가 불안정노동 철폐투쟁을 반신자유주의 투쟁전선의 핵심과제로 세워야 하는 것이다. 내년도에 다시 한마당을 제안하고 진행할 수 있다면 바로 이러한 과제가 조금이라도 실현되는 조건에 기반해서일 것이다. 변하지 않은 기조와 변하지 않은 참가단체들이 모이는 한마당이 아니라 투쟁의 성과를 바탕으로 확장되는 한마당을 만들도록 하자. PSSP
주제어
노동 민중생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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