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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2.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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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골격계 투쟁의 전진을 위한 모색

노동강도 강화 저지투쟁을 위한 전국수련회 참관기

호성희 | 편집실장
1월 17일,18일 이틀 동안 대전 유성에서는 노동자 건강권 쟁취를 위한 노동보건연대회의 주최로 전국수련회가 열렸다. 이번 겨울 수련회는 2002년 대우조선 노동조합의 선도적인 투쟁으로 사회화된 근골격계 직업병 투쟁을 총화하고, 2003년의 투쟁이 집단 산재요양 투쟁을 넘어 현장에서의 노동강도 강화 저지 "투쟁"으로 자리매김 되도록, 현장 투쟁의 지침과 공동투쟁을 기획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수련회는 4개의 강연과 2가지 주제의 토론, 조별토론과 종합토론으로 준비되었다.

먼저 각 강의의 핵심내용만 살펴보자.

1강에서는 연말부터 방영된 근로복지공단의 (근로자의 올바른 작업자세가 산업재해를 예방한다는 내용의) 공익광고의 배경이 되는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의 개정 골자와 평가, 그에 대한 활용방안을 다루었다.
개정법(02년 12월 30일 개정안 공포, 03년 7월 1일부터 시행)은 근골격계 직업병의 원인이 되는 신체부담 작업에 대한 사업주의 예방 의무를 법률화하였다는 점에서 일정한 진전이다. 그러나 시행규칙에서 의무불이행에 대해 행정형벌을 부과하던 것을 앞으로는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함으로써 그 법률적 강제를 약화하였다. 또한 개정 이전에는 진동작업에 대한 규정과 컴퓨터 작업에 관한 규정 외에는 없었는데, 건설작업 등에서 빈발된 진동장해와 1980년대부터 보고된 VDT증후군 등으로 인해 법규정에 편입되었다. 올해 2월쯤 입법예고 될 것으로 보이는 '보건에 관한 규칙 개정 전망'의 경우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보건규칙이 명시화되고 근골격계 질환의 범위가 구체화되는 등 법 체계상으로 일견 진전된 모습을 띠고 있으나, 그러한 정의를 통해 오히려 근골격계 직업병 발생원인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에 입법예고 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요컨대 정의를 확대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일정한 한계를 가지는 개정안이지만, 이 역시 대우조선노조의 투쟁을 통해 근골격계 직업병이 법률상으로 인정된 것인 만큼 십분 활용할 필요가 있는데, 일테면 단체협약을 통해 '유해요인조사 및 개선', '유해요인조사 방법'. '작업관리' 등에 노동조합의 개입과 합의를 규정함으로써 현장통제력을 노동조합이 강화해나가야 할 것이다.

2강 2002년도 근골격계 투쟁 사업장 요구안 평가에서는 노동조합에서 근골격계 직업병 대책 마련에 대해 요구한 내용을 5가지로 나누어서 살펴보았다. 첫째, 근골격계 직업병 조사를 통하여 치료가 필요할 경우 의학적 관리 방안(사업장 내 치료 및 재활/공상처리/산재요양 등). 둘째, 개별 작업환경 개선 요구안(중량물/반복작업/자세/기타 공정개선안). 셋째, 집단적 작업환경 개선 요구안(인력/노동시간 및 휴식시간/작업조직/임금체계/고용형태/신공정 및 자동화/물량 등). 넷째, 근골격계 작업병 근절을 위한 대책 기구 및 조직 요구안 내용. 마지막으로, 기타 교육시간이나 상근역량의 문제, 비용, 산보위 운영이나 복지적 내용의 문제에 대한 요구안.
요구안을 평가하면서 대우조선의 집단요양투쟁이 이제는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2003년 투쟁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 투쟁의 목표를 분명히 세울 것을 제안하고 있다.
집단요양투쟁은 개별 조합원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연대하고 회사와 정부의 탄압에 맞서 대항하는 투쟁,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동강도가 강화되었다는 주관적인 인식을 직업병의 집단적인 발생으로부터 확인하고 객관화시키는 투쟁이다. 이로부터 근골격계 직업병을 근절하기 위하여 근본적인 원인인 노동강도강화를 저지시키는 투쟁으로 나아갈 필요성이 나온다. 이를 위해 첫째, 산재요양으로 인한 인원손실은 기본적으로 요양 조합원 수만큼 작업량을 감축하는 것, 인력 결손시 비정규직으로 충원되지 않도록 초반부터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작업량을 평가하는 것부터 새로운 공정의 도입, 인력감축 등 집단적 작업환경에 대한 평가제도를 단협안으로 확보하고 이를 통해 집단적 작업환경 개선을 쟁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제 2003년 근골격계직업병 투쟁은 개별사업장 투쟁을 넘어 지역별로 묶이는 한편, 지역별 투쟁을 통해 전국적 투쟁으로 확대돼야 한다.

3강에서는 근골격계 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위험요인들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한 인간공학 평가방법을 소개하고, 인간공학 평가에만 의존할 경우의 한계와 위험을 경고한다.
인간공학적 위험요인으로는 작업의 반복성, 과도한 힘의 사용, 신체 접촉에 의한 압력, 작업자세, 저온, 진동 등인데, 이것이 인간공학적 평가 대상이 된다. "작업을 인간에 맞추는" 개념이 사고방식의 기초가 되는 인간공학은 두 가지 중요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일과 활동을 수행하는 효능과 효율을 향상시키려는 것으로, 사용편의성의 증대, 오류감소, 생산성 향상이고, 둘째는 바람직한 인간 가치를 향상시키고자 하는 것으로, 안전성 개선, 피로와 스트레스 감소, 쾌적감 증가, 작업만족도 증대, 생활 질 개선 등을 들 수 있다. 만약 첫번째 목적을 향해 사업장에서의 인간공학적 프로그램이 흘러간다면 오히려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동강도 강화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공학적 평가를 통해 개별적 작업환경 개선 요구안을 만들때는 반드시 다음의 세가지 원칙을 확인해야 한다.
첫째, 인간공학적 위험요인은 근골격계 직업병의 직접적인 원인일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다. 사실 대부분의 경우에 있어 작업대 및 공구의 개선보다는 노동시간 단축, 인력의 확충이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훨씬 간단한 작업환경 개선이다.
둘째, 인간공학적 개선 요구가 집단적 작업환경을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될 소지를 남겨선 안 된다. 가장 좋은 예는 자동화 도입인데, 자동화 도입시 인력감축이나 작업밀도의 증가가 병행되지 않을 것을 전제해야 한다.
셋째, 사업장의 인간공학적 개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는 단순참여를 넘어선 주도적 위치에 있어야 한다. 이것이 견지되어야 위의 두 가지 원칙도 지켜질 수 있기 때문이다.

4강은 작업현장에서 발생하는 노동재해의 세 가지 요인(개인적 요인, 개별 작업환경 요인, 집단 작업환경 요인) 중에서, 노동강도의 객관적 계량화를 간접적으로 반영하는 지표가 될 수 있는 집단적 작업환경을 평가하는 방법에 대해서 다루었다. 집단적 작업환경은 개별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규정하는 해당 사업장의 보편적인 노동환경을 의미하는 데, 이를 범주화하자면 작업시간, 인력, 고용형태, 임금체계, 신공정 및 신기술, 작업조직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여섯 가지 범주를 주요분석도구로 설정하는 것은 일정 시점에서 개별 노동자에게 부과되는 절대적인 물리적 하중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라는 시간적 경과를 통하여 개별 노동자에게 반영된 노동강도 강화 경향과 그 상대적 크기를 평가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평가 방법은 자료수집, 설문지 분석, 면접조사 방법이 있다.

이어지는 토론들을 통해서는 현장과 조합에서 근골격계 직업병 투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의 쟁점, 혹은 준비하는 단위에서의 현실적인 어려움, 또한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에 대한 질의와 토론이 이어졌다.
첫 번째 토론 제안자인 김현수(노동보건연대회의 사무국장)는, 작업환경 평가는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일체의 작업환경에 대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을 적용하여 조사하고 이를 통하여 핵심적인 위해요인을 규명하는 과정이며, 그 목적은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위해요인을 조사하여 이를 제거할 수 있는 예방 수단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업환경 평가에서 현장 투쟁, 교육 선전, 노동자 주도의 3원칙이 철저하게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제 투쟁을 준비하는 단위들의 경우는 조직화의 어려움을 호소하였는데, 이에 대해 김현수 사무국장은 인간공학적 평가와 같은 전문가 주도적 평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현장에 대한 조직·교육을 병행하며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활동가들의 간략한 설문조사로도 충분하다면서, 현장에서 쉽게 쓸 수 있는 근골격계 직업병 관련 단축 설문지도 제시하였다.
집단요양 투쟁을 벌인 사업장에서 부딪치는 중요한 쟁점들로는 첫째, 요양의 승인여부, 둘째, 노동부의 특별 안전 진단 및 예방 점검 요구, 셋째, 요양 후 복귀한 조합원에 대한 탄압 및 차별, 넷째, 임시직이나 비정규직 고용, 다섯째, 노동강도 완화 등을 들 수 있다. 이는 현재 투쟁을 벌이고 있는 사업장 모두가 겪는 어려움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완화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교육선전을 충실히 하고, 특히 사업의 진행경과를 조합원들과 함께 충분히 공유하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집단요양투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요양인원을 대신한 인원 확충시 비정규직 고용이나 하청의 문제였는데, 집단요양투쟁 출발부터 이를 막아내지 못한다면, 오히려 이 투쟁이 크게 후퇴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두 번째 토론 제안자인 강동진(노동보건연대회의 집행위원장, 민의련 대표)은 2003년 투쟁이 지난 해 투쟁의 강화·발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직업병 인정 투쟁을 넘어 선 노동강도 완화 투쟁으로 그 투쟁의 목표를 분명히 할 것, 사업장 및 지역 투쟁을 벗어나서 전국적 전계급적 투쟁으로 발전시킬 것이 과제로 설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를 위해 '노동강도 강화저지 투쟁 전국회의(가칭)'을 제안하였다. 조직의 정치적 목표는 노동강도 강화 저지로 분명히 하고, 참여 주체는 투쟁을 준비해온 사업장의 노동조합과 관심이 있는 현장 조직 및 노동사회단체가 포괄되는 조직 등으로 하며, 전국회의 참여의 책임 및 권한에 관해서는 대표자 회의를 통해 투쟁 방향 및 집행 기조에 대해 논의하고 합의된 내용에 대해 공동 실천하는 것 등이 제기되었다. 이 토론은 이후 조별 토론 및 공동토론에서 진행되었다.

이후 투쟁사업장들이 모인 조별토론에서는 현재 투쟁경과와 상황이 공유되고, 투쟁 경험을 통한 단위들간 제언들이 주되게 이루어졌다. 이 조별토론에는 한라공조, 두원정공, 대한이연, 풀무원, 오픈에스이, 대전 충북지회, 삼호중공업, 영창, 금호타이어, 광주실천연대가 참여하였다. (각 단위 투쟁현황은 표를 참조-수련회 자료집 표22) 노동조합의 경우 아프면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현장을 만들기 위해서, 혹은 아픈 사람들 제대로 쉬게 하기 위해서 시작한 경우가 많았다. 산재요양처리가 손쉬운 사업장 같은 경우도 노동자들이 질병을 오래 앓다 보니, 그렇게 아픈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병이 몸 속에 배어 있는 상태로 지내다가, 교육을 통해 "이게 진짜 아픈 것이다"를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임단협으로 국한되지 않는 일상적 현장투쟁의 하나로서 고민하는 단위들도 있었다. 실제로 이 투쟁을 진행했던 사업장들은 그 주된 성과 중 하나로, 눈에 보이게 드러나진 않지만 조합원들의 신뢰가 커져 간다는 점을 들기도 했다. 이어지는 토론에서는 그동안의 투쟁을 한층 발전시키기 위한 공동투쟁 단위의 필요성과 주체들 간에 확인되어야 할 목적 등이 논의되었다. 예를 들어 14명의 집단요양 투쟁을 준비 중인 오픈에세이 노조는 2002년 건설된 신생노조에다 조합원의 대부분이 장애인이고, 조합원 절반 이상이 실지로 요양을 들어가야 하는 상태이다. 이처럼 작은 중소사업장에서 특히 연대투쟁이 절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근골격계 질환이 노동자들에게 심각한 것만큼 자본의 대응도 매우 민감하다. 산안법 개정은 지난 투쟁의 성과이기도 하지만, 이 투쟁이 더이상 사회화되는 것을 막거나 제한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현장조사를 마친 풀무원의 경우는 회사가 분사로 으름짱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아예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도다. 공동투쟁의 필요성을 각 사업장 별로 확인하고, 이후 그 목적과 운영방식을 고민할 것을 제안하는 것으로 토론은 끝이 났다. 다음날 전체 토론에서도 공동투쟁기구의 필요성을 재차 확인하고, 2월말 그 구성을 위한 모임을 약속하고 끝이 났다.

근골격계 직업병 투쟁은 신자유주의 정책이 초래한 노동의 불안정화가 노동자의 건강권을 얼마나 침해하고 있는가를 노동자 스스로 체득한 투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그러나 실제 집단요양투쟁을 진행하고 있는 단위에서 쟁점이 되는 비정규직 충원 문제를 요양문제와 맞바꾸어버린다면, 이러한 투쟁은 일보전진이 아닌, 일보후퇴가 될 것이다. 투쟁의 시작부터 현장에서 교육-선전-토론의 원칙과 사회적연대를 확장하기 위한 노력은 2003년 투쟁을 발전시키는 기본 전제가 될 것이다.
주제어
노동 보건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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