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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5.35호

최초의 지역일반노조 설립 4년, 부산지역 일반노조를 만나다

지역일반노조2

사회진보연대 |
장소 ; 부산지역 일반노조 사무실
일시 ; 4월 19일 오전 11시
참가 ; 부산지역일반노조 공동위원장 이국석, 이봉주. 부산지역본부장 정의헌. 사회진보연대 2인
진행 ; 이상민 (노동국장)
정리 ; 송강현주 (노동차장)

2003년 '현장통신'은 '노동운동의 새로운 주체형성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기획되고 있습니다. 이는 노동운동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 기존의 노동운동으로 포괄되지 못했던 비정규, 여성, 일반노조, 지역운동, 이주노동운동 등이 노동운동의 주체로 서 나가야 한다는 문제의식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그 네 번째(지역일반노조는 2번째)로 산별로의 전환 논의가 한창이던 99년, 최초로 지역일반노조를 제안하고 건설하였던 부산지역 일반노조를 찾았습니다.


Q. 먼저 처음으로 지역일반노조를 제기한 만큼 설립시기와 배경이 궁금해지는데요 간략히 설명해주십시오

부산지역 일반노조는 2000년 4월 1일 출범했습니다. 출범 전까지 약 22명이 9개월 정도 추진위와 준비위 활동을 했습니다. 구성했던 사람들을 살펴보면 업종지역노조를 하려고 했던 분도 있고, 다른 노동단체 활동을 하신 분도 있습니다. 일반노조 형태는 업종의 구분 없이 누구나 가입하는 형태지만 처음에는 그런 형태를 생각하지 못했고 업종별 지역노조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업종구분이 없는 형태의 노조를 한번 만들어보자는 얘기가 나오면서 추진위를 구성하고 일반 노조에 대해서 공부도 하고 토론도 하면서 그 가능성을 살펴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조직확대 가능성 등에 의심이 있기도 했습니다. 잘못하면 노동단체 하나 더 만드는 거 아니냐 생각도 있었지만, 지금은 다 아실 정도로 노조 운영이 잘되고 있습니다. 다 아는 얘기 아닙니까? (웃음)

Q. 부산지역 일반노조가 설립되기 전에 지역일반노조 움직임은 어떤 것들이 있었습니까?

지역일반노조가 설립되기 전 움직임이라면 추진위와 준비위 시절 이야기일 듯 합니다.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에서 처음 이 문제의식을 제기했습니다. 아시겠지만 98년 IMF 이후 노동운동이 많이 어려워졌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99년 1월 민주노총 대표자 수련회가 있었습니다. 당시는 산별노조 건설과 관련된 논의가 본격화되던 때였습니다. 수련회 토론 주제 중 하나인 ‘산별노조 건설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에 대해서 우리 사무실에서 일하는 동지들이 중심이 되어 의견을 모아 대표자회의에 제안 토론을 했습니다. 그리고 ‘산별노조가 아니라 전국 단일노조다’라는, 당시로서는 다소 엉뚱한 이야기를 제기한 거죠. 토론 과정에 논란이 많았습니다. 기본적으로 산별노조 얘기가 많이 되어왔고 산별노조 외에는 고민해본 적이 없는 상태에서 산별이 아니라고 하니까 그럼 전국단일노조가 뭐냐 라고. 전혀 감도 안 잡히고 이런 상황이었죠. 결과적으로 문제의식이 촉발되었습니다. 지금은 노동자들의 힘을 산별로 쪼개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모아서, 전체노동자의 힘을 하나로 집중시켜서 조직과 투쟁을 해 내가는 것만이 현 노동운동의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논란 이후 단체 현장 활동가들이 그 제안에 대해 토론을 하기 시작했고, 그 해 메이데이 때 지역에서 산별노조 건설방향에 대해 토론회를 진행했습니다. 지금 정세로 볼 때 산별노조로 가는 흐름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일반노조의 관점에서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동의되었습니다. 그럼 논의로만 끝낼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실제로 준비를 해보기를 결의하고 그 해 9월에 추진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추진위는 99년 12월까지 활동을 하고 2000년 1월에 준비위로 전환하게 됩니다.
추진위, 준비위 활동 당시는 우리가 일반노조를 제안하기는 했지만 전례가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외국 사례 등 우리의 문제의식이 일반성이 있는가에 대해 공부를 해야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런저런 노조들이 눈에 띄고 자료도 같이 봤습니다. 다음엔 지역 선전에 들어갔습니다. 공단, 전철 등지에서 선전활동을 하고, 내부에서는 필요한 부서를 나누고 부서별로 노조가 만들어졌을 때 해야 될 일들에 대해서 부서 관련 공부도 했구요. 이런 다양한 활동을 했습니다.
드디어 2000년 4월 1일. 50명 정도가 모여서 발족을 했습니다. 발족시기에 도움을 받았던 곳은 지금은 평등노조로 되어 있는 서울의 여성노조였습니다. 주로 사례교육을 받았습니다. 먼저 합법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 공식적으로 노조로 등록을 하고 필증을 받아내는 것을 추진했습니다. 그리고 필증을 받은 이후 조직사업을 시작했죠.

Q. 활동방향까지 듣긴 했지만, 일반노조가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지역일반노조에 대해서 지역공동체 노동자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왜 지역을 강조하는가? 그건 현재 운동의 수준과 관련이 있습니다. 계급적 대중운동의 내용들을 지역이 중심이 되어서 풀어냄을 통해서 얻어지는 전국성과 전체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일반노조는 각 지역의 자율성을 가지고 특수한 조건에 따른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기업과 업종을 뛰어 넘어서 활동하는 노동조합이니 자연스럽게 지역 공동체적인 것으로 발전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올해로 지역일반노조 활동이 4년 차를 맞으면서 토론도, 평가도 많이 되고 있습니다. 일반노조의 장점은 영세규모에 있더라도 의지만 있으면 개인 혼자라도 가입할 수 있고 업종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가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노조가 아닌 노동조합은 할 수 없는 규모의 투쟁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1년 내내 교섭투쟁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일년 내내 바쁘고 항상 동력이 있습니다. 이번 주만 해도 몇 개의 교섭이 있는데, 기업별 노조 경우 1년에 임단협 한번 치루면 그 다음에 일상활동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서 일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합니다. 한 기업으로 봤을 때는 몇 명밖에 안되지만 몇 군데가 모이면 100명도 되고 50명도 되니까 개별사용자에게는 엄청 부담이 되는 조직이 됩니다. 그래서 타결이 가능해집니다. 앞으로는 지역일반노조답게 사업계획을 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임단협과 현장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투쟁만 한다면 굳이 일반노조란 틀을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중소영세기업을 포괄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일반노조가 존재하는 의의가 있지만, 거기에만 머물러서는 안되겠죠.
조합원들이 현장의 문제를 뛰어넘어서 제도의 문제, 정치의 문제가 사회의 모든 것과 연관있다는 것을 인식하도록 교육을 해나갈 것입니다. 제도 개선 투쟁, 정치투쟁에 대해서도 사업장의 임단협 못지 않게 힘을 발휘하고 현장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기업별 노조의 경우 우물안 개구리처럼 안에만 있었는데 일반노조는 노동자가 함께 어떻게 투쟁해야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고 사람을 변화시킨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전국에서 최초로 건설된 지역일반노조인 만큼 건설할 당시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지역일반노조를 건설하는데 있어 어떤 어려움들이 존재하였습니까? 그리고 당시 산별 vs 일반노조의 논쟁이 있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당시의 쟁점을 설명해 주십시오

어려운 것은 처음에도 말했듯이 조직확대의 가능성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사업장 기반이 취약했습니다. 그리고 일반노조 운동을 결의한 활동가가 22명이나 모이긴 했지만 각각은 현장에서 조직을 취하고 있고, 경우에 따라 지역별 노동조합을 맡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노조를 출범시키고 하나의 조직으로 만들어질 수 있을까란 걱정이 있었습니다. 당시 생각할 수 있는 조직가능성이란 지역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는 축구팀, 산악회 등과 교류를 넓혀내는 것, 지역선전전을 통해서 알려내는 것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환경미화, 비정규직/정규직 전환 문제 등 투쟁이 조직되면서, 그 투쟁 자체가 홍보되고 가능성이 보여 조직이 확대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조직 확대와 관련해서 여전히 어려운 점은 가입한 사람 중 절반이 다시 나간다는 것입니다. 문이 절반 열려있는 조직이죠. 기업별 노조는 깨져서 없어지는 방식이지 조합원이 탈퇴해서 없어지지는 않잖아요. 실제로 3년간에 부산지역 일반노조에 가입했던 노동자가 최소한 2~3000명은 될 겁니다. 지역노조는 1000명이 들어오면 500명 나간다고 생각하면되요. 이는 사측의 대응과 관련이 큽니다. 단순하지만 절박한 요구를 가지고 노동조합에 들어왔는데 사측에서 먼저 그 요구를 들어줘버리면 노조의 동인이 끝나버리는 겁니다. 단순하고 절박한 요구에 기초해서 투쟁을 하면서 노동조합 일반과 노동자의 삶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을 교육을 받을 시간을 갖기 전에 사측에서 손을 써버리니까 유지가 안되는 거죠.
지역에서 제기된 문제는 산별 논의가 한창인데 지금 일반노조 형태를 거론하는 것이 맞는가 라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우려했던 내용들은 일반노조가 생기고 나서 사라졌습니다. 조합원들이 과거에는 조직될 수 없었던 내용에 직접 참여하고 이것이 조직의 힘으로 나타나니, 우려했던 사람들도 지금은 그런 얘기를 하지 않습니다.
또 다른 어려움은 복수노조 문제입니다. 한국노총, 민주노총이 이에 해당됩니다. 한국노총 사업장의 경우는 현장의 노동자들이 고통 속에서 힘들게 노조를 만들고 회사측에 교섭을 요청하면 이미 노조가 있는 거죠. 관리자 한두사람 가지고 지역 직종노조 이런 걸로 아무도 모르게 등록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민주노총의 경우도 예전에는 특히 비정규직에 대한 문제의식 자체가 없고 현실에서 문제가 안되니까 비정규직 노동자는 규약의 범위 등 많은 부분에서 배제되어 있었습니다. 지금은 비정규직의 요구가 커지면서 비정규직이 투쟁하기 시작하는데도 제도적 정비가 안되어 있는 경우가 많죠. 기존의 노조가 새롭게 노조를 결의하는 사람들을 책임지지 못하고 일반노조 가입도 복수노조 문제로 못하게 되니 어정쩡한 방식으로 사실상 노조 운동을 막는 작용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일은 손이 참 많이 갑니다. 일반노조가 지역차원에서는 안정성을 가지고 있지만 사업장 하나하나를 보면 매우 불안정합니다. 구체적 공장 하나하나, 조합원 한명한명은 굉장히 일손이 많이 갑니다. 결국 상근자 문제고 재정의 문제죠. 처음 2년간은 상근자들 임금조차 없었습니다. 처음부터 조합원이 500명 될 때까지는 임금이 없다는 것을 기본적으로 약속하고 출발했습니다. 지금은 정상적인 노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만, 다른 지역들도 출발하면서 비슷한 어려움을 갖고 있을 거라고 봅니다.

Q. 부산지역 노동운동을 간단히 진단해 주십시오. 그런 측면에서 부산지역일반노조의 출범 의의를 말씀해주신다면?

우선 요즘 전국적으로 살펴보면 정치적 입장이나 노선의 갈등으로 노동운동 현장이 매우 어렵습니다. 울산본부의 경우도 그렇고... 초기에 부산일반노조를 추진했던 사람들은 다양했습니다. 하지만 생각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절박한 위기에 처해있는 비정규직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이 정세에서 바꿔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 동의와 합의를 했습니다. 지금까지도 내부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물론 토론이 있고 서로 다른 경향의 모습은 가지고 있지만, 비정규 영세 노동 대중을 노동운동의 주체로 세우는 활동을 힘 모아 해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 불신이 없습니다. 활동가 차원의 얘기지만, 이것이 제일 크게 얘기하고 싶은 점입니다.
그리고 일반노조는 업종구분이 없고 어떤 사업장에서 무슨 일이 있건 ‘노동자는 하나다’ 란 기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내 사업장에서 임단협 풀리면 다 해결된 것이 아니라 모든 사업장 일이 풀려야 문제가 해결된 것이라는 기조가 있기 때문에, 전체가 같이 맞추어 싸우고 마무리도 함께 하는 훈련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이게 전체적으로 확산된다면 굉장한 힘을 갖게 될 거라고 봅니다.

Q. 현재까지 전국에 많은 일반노조가 존재하고 지역일반노조마다 나름의 특성이 있겠지만 지역일반노조가 지역마다 건설되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현재까지 지역일반노조운동을 평가해 주신다면? 그리고 지역일반노조가 이렇게 활성화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4년 정도가 지났으니 기간 많은 지역일반노조들의 운동을 평가해주십시오

IMF 이후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이 파괴되고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대공장은 황폐해질 수 밖에 없고 기업별 노조로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들이 연출됩니다. 저희 일반노조는 비정규 영세사업 노동자들의 상담이 들어오면 상담 역할도 하고 법적 문제도 도와주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러면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단체협약 체결하고 현장의 근로조건을 바꾸고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거죠. 대게 우리가 선전물을 나눠줘도 당장에는 필요가 없으니까 명함 한 장 주머니에 넣어 있다가 언젠가 자신에게 문제가 생기면 ‘지역일반노조가 있었지’ 생각이 나서 찾아오곤 합니다. 이런 식으로 확장이 되고 있죠.
전국적으로는 부산 지역에서 일반노조가 생기고 성과가 있으니 많이 생기는 듯합니다. 부산과 유사하게 발전가능성을 열어둔 것 같습니다. 작년, 재작년 한 2차례 정도 전국적으로 모여서 토론을 진행했는데 이 운동이 각 지역만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공유되었고 전국적으로 같이 할 수 있는 사안, 예를 들어 비리문제의 경우 부산에는 정화조 문제가 있고 전국적인 일반노조는 다 그런 문제가 있기 때문에 같이 연대해서 풀어나가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이 강화되는 것으로 장기적 전망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Q. 처음에 제기했던 전국단일노조 문제의식은 유지가 되고 있는 건가요?

작년에 한번 논의를 가졌습니다. 아직 구체화하진 않았지만 고민은 계속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입장은 전국으로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비정규직, 한두 명이 일하는 영세 사업장의 노동자들과 함께 가는 노조가 필요합니다. 지금까지의 노조들은 물론 고민은 했겠지만 이들을 담아낼 그릇을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그 그릇을 만들어낸 것이 바로 지역일반노조입니다. 지금은 밑바닥에서 뿌리를 내리는 중이지만, 어느 정도 활성화가 되면 전국적 단일노조로 갈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될 것입니다.

Q. 말씀을 들어보면 비정규 영세노동자들을 포괄하지 못하는 기업별 노조에 대한 한계를 인식하고 지역일반노조를 고민하게 되신 건데요. 2003년 민주노총의 계획을 보면 향후 5년 간의 중심 조직전략을 중소․영세․비정규․여성노동자에 두고 비정규직 '전략사업조직화'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제라도 이런 계획들이 제출되는 것은 주목할 만 하다고 보는데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일단은 비정규직 영세 노동자들을 담을 그릇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대기업 기업별 노조가 실리주의에 의해 그들을 받아주지 못했기 때문에 비정규직이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상급단체에서 그릇을 만들어줬으면 여기까지 안 왔을 수도 있었을 테죠. 투쟁이 활발해지고 비정규직 노조가 만들어지고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어 가는 상황에서 이제야 상급단체에서 같이 힘을 발휘하기 위해 활동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연맹이나 본부에서 사업으로 비정규직 영세사업장 조직화 문제를 다루고 투쟁하는 것은 물론 의미 있고 강화돼야 하지만, 그것을 사업으로 하는 것과 근본대상이 비정규직 영세사업장들인 일반노조의 존재와 활동 의의는 차원이 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Q. 지역일반노조는 사업장이 분산되어 있고 조합원이 내부적으로 이질성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부산지역 일반노조에서는 노조의 일상활동(예를 들어 교육) 교섭형태, 연대활동(민주노총, 사회단체와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나가고 있습니까? 그리고 부산지역 일반노조의 경우, ‘특성 협의회’라는 것이 있던데 특성협의회는 무엇이며, 어떤 활동을 하는 곳입니까?

그렇습니다. 사업장의 이질성이 존재하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비슷한 사업장, 예를 들어 환경미화 34개 업체를 하나로 묶어내는 특성 협의회를 만들었습니다. 비슷한 직종들을 묶어 모임을 갖고 회의를 하게 하면서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일반노조의 정신을 가지고 연대하는 기풍을 만들어가려는 거죠. 작년에 신설했지만 바쁜 일정으로 집행부에서 챙기지를 못했습니다. 작년 연말 평가를 통해 특성협의회가 살아 움직일 수 있게 만들기 위해 집행부에서 교육을 진행하고 큰 틀에서 연대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지금 일반노조에는 36개의 사업장이 존재합니다. 조직체계로 보면 총회-집행위원회-운영위원회-전체현장위원회가 존재하구요. 조직의 확대․강화 측면에서 보면 업종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토론을 하고 결론을 내는 것이 전체 사업장 내용과 특성을 공유하는데는 도움이 되겠죠. 하지만 예를 들어, 제조업에서 환경미화의 조직특성을 파악하고 조직확대 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래서 각 특성별로 모여서 해당 당사자들이 현장의 특성과 확대 가능성을 파악하고, 이를 통해 조직을 확대할 수 있습니다. 투쟁의 경우도 일반노조가 전체 투쟁기조를 잡고 지침을 내려보내면 토론 내용이 다시 총화되지만, 세부적 현안 문제까지 일반노조가 이런 방식으로 전체적 지침을 만드는 것은 어렵습니다. 많은 현안문제도 특성별 모임에서 토론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부산에 환경미화 관련 업체는 36개인데 조직된 것은 6곳입니다. 케이블도 조직력으로 확보하고 있는 것은 전체 중 30~40% 정도입니다. 정화조도 34개 업체 중 6개가 조직되어 있습니다. 환경미화의 경우 과거에는 임금인상, 근로조건 개선 문제를 회사에만 요구하면 됐지만. 4년 차가 되면서 구청에서 용역을 어떻게 주는지에 대한 자료와 회사의 자료를 모으게 된 지금은 회사하고만 싸울 수 없습니다. 임금도 구청에서 예산을 집행하게 만들고 부정을 없애는 것이 문제죠. 34개 업체 중 6개 조직으로는 구청의 예산을 확보하고 비리를 막는 제도를 개선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죠. 결국 그 힘은 34개를 거의 다 조직화했을 때 갖게 되는 것입니다. 정화조도, 케이블도 마찬가진데요. 도급 상황을 벗어나 직접고용으로 가는 힘을 얻으려면 정화조, 케이블 전체노동자를 조직해야 합니다. 노동공급권을 쥐게 돼야 우리가 일손을 놓게 되면 전체 케이블 사업이 손을 놓게 되는 거니까요.
제조업의 경우도 요즘은 하청에 재하청, 다층화되고 있어서 하청업체 하나 조직해서 파업을 하면 원청업체에서 바로 외주 줘버리고 한동안 기계를 안돌립니다. 이게 바로 부딪치는 문제입니다. 결국 하청들을 전부 조직화해야 하청이 전부다 손놓으면 원청이 하청 하나 밉다고 끊어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고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하겠죠. 이런 문제들을 각각 어떻게 조직해 나갈 것인가는 특성별에서 가장 잘 알고 있고 이것이 특성별 모임을 하는 이유입니다.

Q. 연대활동과 일상활동에 대해서도 간단히 말씀해 주시겠어요?

지역 민주노총 본부와 관계의 경우 사업 지침이나 사회적 연대문제에 대해 지역노조답게, 특히 우리가 이번 본부장을 배출한 노동조합이기도 해서, 어떤 노동조합보다 본부 사업을 받으려는 노력을 합니다. 집회나 기획 행사에 가장 많이 동원되는 곳이 바로 일반노조입니다. 그러다 보니 지역본부에서도 집회에 일반노조가 얼마나 참석할 지부터 체크하고, 일반노조의 집회기획을 고려하면서 일정을 잡기도 하구요.
그리고 부산에도 몇몇 대기업 노조들이 있습니다. 모순적인 것이 있는데, 대기업 노조에서 영세한 사업장들을 지원해 줘야 하는데 오히려 대기업이 영세노조로부터 지원을 받는 형태가 발생하더라구요. 이런 소리 들으면 기분 나쁘겠지만 현실이 그렇습니다. 우리는 소속 36개 업체에서 1명씩 가도 36명인데 대기업도 1명씩 오더라구요. 그렇다보니 사실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Q. 일반 노조의 경우, 외국의 사례에서 보면 노동조합의 활력을 일상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내부 기반-사업장의 분산성, 이질성, 소속감 등-이 취약했기 때문에 일반노조 형태의 노조형태가 오래 가지 못했던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반노조의 취약점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이며 그에 비추어 보아서 일반노조운동의 전망에 대하여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맞습니다. 사업장이 영세하다보니 분산되어 있고 이질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소속감의 문제는 초반부터 많이 느꼈기 때문에 사업장이 아니라 일반노조 소속이란 것을 이걸 굉장히 강조합니다. 조합원들을 하나로 묶는 과정이 교육 등을 통해 진행되는데 일손이 많이 필요합니다. 각 분야 법, 조직, 교육 등 이 분야들이 전문적으로 완결된다면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라 봅니다. 반복되는 얘기지만 일반노조는 현장별로 분리시키면 조합원이 적고 영세합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일반노조 전체의 힘으로 투쟁하기 때문에 극복됩니다. 전체의 힘이 있기 때문에 사용자도 함부로 업신여기지 않고 교섭대상-교섭파트너로 인정하게 됩니다. 그런데 싸움이 붙으면 일반노조가 전체의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고 상대도 지기 싫어하기 때문에 끈질기게 오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스운 얘기하나 해보자면 작년에도 도원식품이 4개월 10일 파업투쟁을 이기고 현장으로 들어갔는데 어깨에 힘주고, 다른데 가서는 4개월 10일 파업했다 자랑도 하고 다녔습니다. 근데 케이블이 8개월 가량 투쟁했거든요. 그 후에는 ‘나 이제 어디 가서 말도 못하겠다’라고 하더군요. 싸움했다 하면 이렇게 장기화되는 거예요. 그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생계부담이 생깁니다. 노동조합 차원에서도 이걸 극복하기 위해서 도원식품 때는 그 사업장에 11명이어서 각 현장위원회나 특성별에서 만원씩만 내서 한명씩 책임을 졌습니다. 이렇게 해서라도 싸움을 끝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계속 이렇게 할 수는 없으니 장기적인 대책을 세우려고 준비 중입니다. 예를 들어 투쟁기금 등 기금 몇% 외에 희생자 구제기금을 별도로 모으고 있습니다. 지금은 1개월 이상 파업이 지속되는데는 생계비 대출이 50만원 정도 나가고 있어요. 조만간 소액은 대출이 아니라 그냥 지급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Q. 지금까지 많이 말씀해 주셨지만 부산지역 일반노조의 주요사업과 조직대상에 대해 빠진 부분이 있으면 더 말씀해 주시고, 현안 투쟁을 소개해주십시오.

지금까지는 집행부에 의지하는 현장위원회가 많았습니다. 투쟁을 기획할 때, 사업 요구안을 만들 때 교섭하는 내용도 집행부가 꼭 같이해야 하는 거죠. 현안문제는 지금까지 사용자랑 싸워서 진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문제가 조합원 스스로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식으로 단련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조합원 스스로가 요구안도 만들고 투쟁도 기획하고, 거기서 깨져보기도 해야 평가를 통해 어떻게 하면 이기고 진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올해는 물론 집행부가 전면에 나서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가급적이면 현장위원회가 중심이 되도록 할 예정입니다. 일반노조 사업은 있는데 현장위원회 사업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일반노조가 야유회, 산악회를 배치하지 안으면 현장은 1년 동안 자체적인 활동은 전혀 없다가 임단협할 때만 싸우게 됩니다. 현장위원회가 자체적인 내용을 가지도록 해야 합니다. 최대한의 실천지침으로 1인 1동아리 갖기 운동, 현장위원회 강화차원에서 월별 총회 등이 있습니다. 작년 10월 달부터 추진하고 있는데 무조건 현장위원회 총회 일정을 잡고 반드시 총회를 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럼 자연스럽게 노조의 활동내역과 현장의 애로 사항이 보고되고 현장 내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토론될 것입니다.
교육의 경우, 단체협약에서 월 2시간을 따냈습니다. 전임으로 나오지 못하는 사람의 경우 1주일에 1일 정도는 적어도 확보하고 있는데 이걸 썩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육을 노조에서 하면서 오라고 하면 못 오는 사람은 평생가도 교육 한번 못 받게 되는데 현장에서 확보한 단체협약을 그대로 적용해서 한달에 한번씩 총회할 때 교육은 교육대로 배치할 계획입니다. 직접 들어가서 하는 교육. 노동조합 중심으로 배치되던 사업을 현장 위원회 강화 쪽에 무게를 두면서 전체 일반노조 강화하는 형태로 집행부 중심에서 조합원 중심으로가 기조가 될 것입니다.

조직대상은 정화조, 환경, 케이블, 사회복지, 식품업체를 우선 순위로 두고 특성별 조직확대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환경, 정화조는 직영화 문제가 중요합니다. 장기적으로 용역이 아니라 구청이나 시가 직접 운영하는 시스템으로 가야한다는 것이죠. 작년부터 제기하고 있는데 직영화 투쟁으로 가기 위한 사업을 계속 추진하고 있습니다. 조합원들의 경우 ‘그래도 우리 회사 사장을 망하게 할 수 없는 거 아니냐’ 라고 말하고 비리문제를 극한상황까지 가져가려면 만류하는 경향이 있어서 지금은 장기적인 대책은 용역업체가 갈취하는 임금이 없어지고 직영화되어야만 한다는 것을 공유해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서 일차적으로 환경미화의 경우 다량쓰레기로 인한 저예산 비리를 차단하는 투쟁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임단협은 여전히 중요한 문제지만, 올해는 사회제도와 정치에 대해서 좀더 관심을 가지고 투쟁하려고 합니다.
일반노조의 사업장은 관공서를 끼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산 경우도 주로 그런 사업장이 비정규직입니다. 관공서가 앞장서서 비정규직을 만들어내고 있으니 대기업에서도 비정규직 용역을 줘서 사업을 하는 형태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관공서에서도 관련 사업을 대형화를 시킬 경우 돈이 절감됨에도 분산을 시켜서 예산을 낭비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환경미화의 경우도 하나의 사업을 하면 예산 낭비를 10%정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분산을 시켜서 노동조합 활동을 자제, 묵살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공개적으로는 그렇게 얘기하지는 않지만 그게 목적입니다. 제도문제를 보다보니 비리가 나오더라구요. 환경미화는 작년에 비리근절을 위해 종량제 전환 투쟁을 진행했습니다. (관공서에서 쓰레기가 적게 나오는 종량제 정책을 썼는데, 일부에서는 쓰레기 많이 나오는 정책을 써서 이분화를 시켜놨습니다. 쓰레기를 종량제 봉투에 담아서 낼 때는 쓰레기가 적게 나오고 분리수거가 되는 등 의식도 바뀌게되는데 다량쓰레기는 봉투에 담지 않고 마구잡이로 버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량쓰레기에 비리가 많습니다) 이 투쟁으로 올해 시범적으로 16개구 중 4개구가 종량제로 전환하고 7월 1일부터 종량제를 전면 실시키로 하는 등 제도를 변화시켰습니다. 앞으로 용역을 없애는 싸움을 전개해내는 것이 일반노조의 주요 사업목표입니다. 제도를 바꿔내고, 바꿔지면 다음단계는 직영으로 가야합니다.

Q. 그럼 환경미화, 정화조 분들은 거의 다 용역인가요?

그 외에도 거의 모든 사업장이 용역입니다. 그게 비정규직이죠. 요즘 복지문제도 이슈화를 시키려고 고발도 하고 여러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복지회관이 구청에서 예산이 나가는데도 실제로 거기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5~60만원 받고 일하고 있습니다. 복지회관의 노동자들은 대다수 대학을 나온 사람들인데, 복지법인에 가면 전부다 어린이들, 노인들, 아픈 사람들인데 복지회관 노동자들 마음이 돈보다도 인간을 먼저 사랑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도 결국 그 사업장안에서는 역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의 임금을 착취하고 있습니다. 관공서에서의 제도와 운영을 관리․감독하는 것 또한 일반노조가 해야할 일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일반노조가 있는 사업장들 대다수가 비리문제가 있으니까요.

Q. 많은 말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역일반 노조가 많이 확산되고 있다고 아까도 말했었는데 지금도 지역일반노조 건설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다.

네. 상당히 어렵습니다. 과정의 어려움은 견뎌내야 하는데, 부산지역 일반노조도 처음엔 2년 가까이 월급도 못 받고 살았습니다. 초기 시작은 언제나 희생이 필요하고, 중요한 것은 그 희생할 수 있는 마음을 영원히 가지고 있어달라는 것입니다. 견뎌내면서 해야하는 누군가가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하구요. 고생이 되더라도 더 힘을 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사회진보연대 동지들도 관심을 가져주셔서 고맙습니다) PS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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