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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0.5.5호

전쟁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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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역시 좋은 방향으로 진행해 가지 않는 것인가?
이라크 침공의 승리감에 들떠 있는 미국의 지도부는 4월 14일 잇달아 시리아에 대한 경고를 쏟아 놓았다. 대통령 부시는 "우리는 시리아에 화학무기가 있다고 믿는다... 상황에 따라 다른 대응이 필요하다"라고 말했고, 파웰 국무장관은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도피처를 시리아가 제공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상황이 진행됨에 따라 외교적, 경제적 또는 다른 성격의 가능한 조처들을 검토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술 더 떠서 강경 매파의 대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지난 12-15개월 동안 우리는 시리아에서 화학무기 실험이 있었음을 알고 있으며, 또 시리아인들과 다른 이들이 국경을 통과해 이라크로 들어가도록 시리아가 허용했다는 정보를 가지고 있는데, 이들이 가지고 있는 선전문에는 미국인과 연합군을 살해하면 포상을 받을 것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또 우리는 시리아가 몇몇 이라크인들을 받아들이거나 머물도록 하거나 통과해서 다른 나라로 가도록 허용했다는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강경한 태도로 말했다.
이라크 다음 미국의 목표는 어디일 것인가를 놓고 많은 예측이 있었는데, 이제 그 목표가 시리아로 좁혀지고 있는 것일까? 시리아에 대해 미국이 퍼붓는 비난은 이라크 전쟁을 개시할 당시 내세운 두 가지 명분을 그대로 옮겨놓고 있다. 하나는 테러리스트와의 연계이고, 두 번째는 대량살상무기다. 아랍권의 대표적 반미국가인 시리아는 이라크 전쟁 기간 동안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반대했을 뿐 아니라, 시리아 국경을 봉쇄하지 않고 이라크 전쟁에 참여하려는 아랍 자원병들이 이라크에 들어가도록 허용했으며 바그다드 함락시 도피한 이라크의 핵심 인물들이 국경 내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거대한 '테러조직'인 이라크와의 연계--더 이상 알카에다는 문제가 아니다--를 증명해 주는 '불량국가'이자 테러지원국의 징표 아닌가. 그리고 미국이 아직 이라크에서 찾아내지 못한 대량살상무기가 시리아에 있다는 정보가 있으니 어찌 이 위험한 불량국가를 눈앞에 두고 정의의 전쟁을 중단할 수 있겠는가.
미국의 눈엣가시인 이란도 문제겠지만, 시리아의 경우 이라크 전쟁을 쉽게 연장할 수 있는 구실을 찾을 수 있는 대상인 데다가 중동에서 영향력도 크고 군사적 역량도 이라크보다 훨씬 약하다는 계산이 선다면, 그리고 방향을 동쪽으로 돌리기보다 서쪽으로 돌리는 편이 팔레스타인,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리비아로 이어질 중동의 평정에 훨씬 유리한 전략이라고 판단한다면, 전선이 곧 시리아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현재 미국의 강경 세계질서 구상을 주도하는 핵심 브레인으로 알려진 대표적 매파 월포비츠 국방부 부장관은 이란혁명 직후인 1980년대부터 이란보다 이라크가 잠재적으로 미국에 훨씬 더 위험한 적이 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역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이라크의 아랍권에 대한 파급력이 더 크다는 견해일 것이며, 이 때문에 이라크로부터 시작된 연계고리를 끊어나가는 방향도 동쪽보다는 서쪽으로 진행되는 것이 그의 구상에도 맞는 일일 것이다.
지금 미국이 벌이고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인가? 지금까지의 미국의 세계전략과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 것인가? 이라크 전쟁을 설명하기 위해 흔히 거론되는 논리 중 하나는 이라크 전쟁의 배경이 석유자원이라는 것이다. 50년 후로 예견되는 자국 내 매장 석유자원의 고갈에 대비해 미국이 중동의 석유자원을 독점하기 위해 벌이는 전쟁이 이번 사태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일견 타당한 면이 없지는 않지만, 석유자원은 사태의 시작이 아니라 오히려 사태의 결론에 따라 얻어지는 부산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라크 전쟁을 주도한 미국의 매파의 구상은 그보다 훨씬 더 심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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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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