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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3.9.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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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그들을 죽음으로 내모는가? 빈곤, 그 절망의 늪

송강현주 | 노동차장
하루 평균 36명, 시간당 1.5명

2002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의 수치다. 그리고 2003년 상반기 그 수는 2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한다. 우리가 이 수치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것은 자살자의 수가 98년 이후로 1만명을 넘은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그 대다수가 카드빚이나 생활고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견디지 못애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인천 부평 30대 주부의 세 자녀 동반 자살(7.17), 전북 완주군 승용차안에서 숨진채 발견된 일가족 4명(7.30), 울산 남편의 주식 실패, 생활고 비관 30대 여성의 남매 살해 후 투신자살(7.31)’ 등 최근 뉴스기사를 끊이지 않고 채워나간 일련의 끔찍한 죽음들은 경제난으로 인한 생활고가 우리 사회의 빈곤층을 얼마나 옥죄고 있는지 처절하게 보여주고 있다.

죽느냐 사느냐! 생존을 넘나드는 빈곤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회적 타살’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이것은 생활고에 시달리던 서민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가족들을 살해하는 ‘생계형 자살’을 두고, 아무런 사회적 지원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사회적 타살이라 이름 붙여진 것이다. 빈곤계층의 자살사건은 IMF 구조조정 이후 급증한 실업과 비정규직화로 인한 신빈곤층(일을 해도 가난한 사람-working poor)양산과 이들에 대한 사회안전망 사각지대 발생으로 인한 명백한 ‘사회적’ ‘타살’이다. 대다수의 빈민층은 노동시장에 진입하기도 힘들지만, 설사 들어간다 해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에는(자신의 생계를 책임지기에도) 턱없이 모자라는 임금을 받는다. 2003년 9월부터 2004년 8월까지 적용될 법정최저임금은 월 56만7천2백60원으로 29세 독신남성의 최저생계비에도 턱없이 모자라는 액수이다.

‘국민이면 누구나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는 문제의식으로 이를 보장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이하 기초법)이다. 기초법이 2000년 10월 1일부터 시행되어 3년이 지났음에도 보장수준은 더욱더 열악해지고 빈곤층 해소에도 거의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수급자가 되기 위한 조건 자체가 말그대로 비상식적이며, 2003년에는 수급권 인원도 5만명이나 축소되었다. 수급자 선정의 기준이 되는 최저생계비를 책정하는 방식의 문제와 이에 따라 1,2인 가구 최저생계비가 낮게 책정되어 있다는 것을 제외하더라도 그나마 명시한 최저생계비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다. 800만 빈곤 규모 중 134만명밖에 보장하지 못하는 기초법이 실제 4인 가구 수급자에게 지급하는 평균금액은 (4인가구 최저생계비로 측정된)102만원에 훨씬 못미치는 35만원 선이다. 1인당 고작 평균 9만원의 생계급여를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기초법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탈락자 ‘차상위 계층’에 대해서는 지원이 없다. 현재 기초생활보장제도에 의한 급여지급 대상자는 4인가족 기준 월 소득이 102만원 이하인 자이므로 그 120% 수준에 해당하는 122만 4천원까지의 소득자는 ‘차상위계층’으로 분류됨에도 불구하고 정부로부터의 실질적인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한다. 수급자의 선정기준의 문제로 실제 빈곤선 이하이지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까지 합치면 약 320만명의 저소득 계층이 존재하며 이들은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와 같은 생활을 하면서도 정부에 의해 방치되고 있다.

'긴급구호대책', 무엇이 긴급한가?

지난 8월 4일 빈곤문제와 생계형 자살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자 보건복지부 장관은 ‘긴급구호대책’을 발표했다.
긴급 대책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번째는 특별홍보 및 일제신청조사기간을 설정․운영하겠다는 것이다. 8월 11일부터 기초생활보장제도 홍보 및 신청 접수 기간을 갖는다. 기존의 당사자 신청주의에 머무르지 않고 민간사회복지사 및 이웃등의 신고로 적극적으로 찾아서 조사․보호하며 단전, 단수 및 의료보험 체납자에 대해서도 긴급 보호 조치를 통하여 지원 보호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복지부가 본인 신청의 원칙을 확대하는 듯말하는 이 내용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이미 규정되어 있는 내용이다. 1>생활이 어려운 저소득 가구의 가구원, 그 친족 및 기타 관계인이 해당 저소득 가구에 대한 급여를 신청하는 것이 원칙(법 제21조제1항)이며 2>사회복지전담공무원은 급여를 필요로 하는 자가 누락되지 않도록 관할지역내에 거주하는 수급권자(생활이 어려우나 급여신청을 하지 않았거나 신청서를 작성할 수 없는 자)에 대한 급여를 본인의 동의를 얻어 직권으로 신청(법 제21조제2항)하고 3>민간사회복지사 보호권한 의뢰를 통해 민간사회복지사가 신청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협력대상 공공기관은 본연의 업무 수행과정에서 보장기관과 협의된 기준에 해당되는 저소득가구 명단을 보장기관에 통보하도록 되어 있다. 이는 단전․단수가구 뿐 아니라 보건소, 교육기관, 고용안정센터, 국민연금 공단 등이 협의된 기준의 명단을 보장기관에 통보하도록 되어 있으며, 통보된 명단에 대해서는 보장기관이 실태를 조사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당연히 본인의 신청없이도 조사(지역사회 자원활용을 통한 민관연계보호체계 운영방안)하도록 되어 있다.
두 번째는 긴급생계급여이다. 기초법 수급자 신청접수 직후라도 생활상 빈곤이 심각하다고 판단될 경우 최저생계비 중 식료품비에 해당하는 금액(1인가구 145천원, 4인 가구415천원)을 1개월간 지원긴급급여 한다는 것이다. 필요시 1개월을 추가할 수 있다. 그러나 긴급생계급여의 경우 지급대상이 주소득원의 사망, 질병 또는 행방불명 등으로 갑자기 생계유지가 어려운 경우, 부 또는 모의 가출 등으로 갑자기 생계유지가 어려운 경우, 갑자기 재산․소득상의 손실이 발생하여 생계유지가 어려운 경우, 기타 거주지 외의 지역에서 거주하고 있으나 소득이 없어 생계유지가 어려운 경우 등으로 제한(법 제27조제2항, 시행규칙 제41조)되어 있다. 그리고 긴급급여가 ‘적극’ 시행되더라도 수급자로 편입되지 않는다면 최대 2개월만 지급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민간단체를 통한 차상위계층에 대한 보호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내용은 차상위계층에 대한 보호와 예산 등 보호할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므로 민간단체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자체 계획을 통하여 차상위계층에 대한 보호조치를 취한다고 한다. 그나마의 보호를 위한 재정 마련도 민간으로 떠넘기겠다는 것이다.

위의 내용을 살펴보면 긴급 대책이란 것이 최소한의 예산확보나 제도 정비조차 없이 기존의 기초생활보장제도를 ‘홍보’하고 ‘제대로 하겠다’는 것에 불과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야말로 전혀 ‘긴급하지 않은 대책’이다. 이는 실내용은 없이 현시기 터져나오는 민중들의 불만을 무마하고자하는 미봉책 이상이 될 수 없으며, 진정 무엇이 긴급한 상황인지를 이해하지 못한 것임에 틀림없다.

참여복지, 빈민 문제 해결을 위한 최소한의 의지조차 있는가?

심지어 긴급구호대책이 발표된지 얼마 지나지 않은 8월 18일 기획 예산처 예산 심사 과정에서 차상위계층에 대한 의로비 및 교육비 지원 예산 2천 340억원이 전액 미반영되었다고 밝혀졌다. 이에 항의하며 8월 25일 기초법 연석회의 민주노총 전실연 등 여러 운동진영의 공동주최로 ‘차상위 빈곤 계층 예산 삭감 규탄’ 집회가 기획예산처 앞에서 진행되었다. 기획예산처가 삭감하려는 예산내역은 다음과 같다. 희귀난치성․만성질환자 100,000명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 급여 124,025백만원, 차상위계층(신규) 204,000명을 대상으로하는 교육급여 111,886백만원(구체적인 내용-입학금, 수업료 92,590백만원, 교과서대 10,354백만원, 부교재비 2,667백만원, 학용품비 6,275백만원) 기획예산처는 예산지원의 근거가 없어서 예산을 배정하지 못한다고 한다.

노무현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참여복지란 이름의 복지정책을 주창해 오고 있다. 그리고 참여복지를 실현하기 위한 계획으로서 1) 기초생활보장 사각지대 해소 및 차상위계층 보호 확대 2) 저소득층 탈빈곤 정책 추진 3) 사회복지인프라 구축을 제시했다
‘빈곤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소득은 물론 주거와 의료, 교육 등 생활전반에 걸쳐 사회 구성원의 기본적인 수준의 생활을 영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의 ‘탈빈곤 정책’은 최저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는 기초법 수급자들을 기존의 수준에서 관리하는 것에 불과하다. 사각지대로 인식되고 있는 차상위계층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고는 있으나 이 역시 앞서 살펴보았듯 약간의 생색내기 지원의 형태를 띄고 있다. 빈곤층을 최소한의 비용으로 효율적으로 관리하려고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 대비 사회복지 예산 비율은 9.77%로 OECD 소속 30개국 가운데 29위를 기록하고 있다. 2003년 사회복지예산을 살펴보면 2002년 사회복지예산보다 7.8% 의 소폭증가에 그치고 있으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예산은 3.5% 증가에 그치고 있다. 내년 사회복지부문 예산 신청내역을 보면, 기초생활보장급여 1조9천억원(3천억원 증액), 장애인․노인․아동 등 사회취약계층의 복지확충 빛 보육사업 확대 6천억원(3천억원 증액) 등으로 되어 있다. 물론 이는 기획예산처 예산편성과정과 국회심의를 거치면서 적지않게 깍이게 된다. 특히 자주국방과 국민소득 2만불 시대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에서 드러나듯 국방비가 크게 증가하고 제반의 예산이 증가하지 않을 것이다. 차상위계층에 대한 부분급여 지원 무산 관측이 나온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라는 것이다.

민중들의 기본생활권 쟁취를 위하여

참여정부․참여복지 시대가 열렸지만, 빈곤의 삶은 더욱 척박해지고 있다. 문제는 필요한 예산 및 인프라 확보에 있어 여전히 민간에 떠넘기려는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 그리고 기초법 수급자 선정의 엄격한(비상식적인) 기준에서 비롯된다.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인간 이하의 고통스러운 삶을 유지해야하는 것인가! 정책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인프라를 확보하고 비상식적인 선정 및 급여기준을 바꾸지 않는 한 현재의 생계비관형 자살 등 빈곤으로 인한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빈곤계층을 관리하겠다는 태도를 버리고 해결의지를 가지고 실효성 있는 종합적 빈곤대책 마련과 예산확보를 서둘러야 한다.
이와 더불어 빈곤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구조화되어 있는 노동시장의 저임금, 고용불안의 문제를 해결해야만 할 것이다. ‘기본생활권’은 생존권의 의미를 넘어서 보다 인간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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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민 민중생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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