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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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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 50년, 한미동맹 현대화

류주형 | 정책부장

1953년 10월 1일 한미양국은 공산진영의 군사적 도전을 억제하고 동북아지역의 안정을 유지한다는 공동의 목표 아래,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였다. 북한에 소련과 중국 군대가 주둔하지 않음에도 북한이 남한을 군사적으로 ‘해방’하려는 목표를 포기한 적이 없다는 것이 오랫동안 미군 주둔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된 논리였다. 이는 미국이 태평양전쟁에서 승리해서 남한이 일본의 식민지배로부터 ‘해방’되고, 중국과 소련이 개입된 한국전쟁에서 미국의 도움으로 ‘자유한국’을 방어했다는 ‘역사적 경험’에서 기인한다. 따라서 한미동맹이란 결국 냉전 하 남북대치 상황에서 미국의 역할, 특히 주한미군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군사적 역할에 대한 매우 특수한 의존과 종속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방어와 억지’라는 소극적 개념에서 출발한 한미 군사동맹은 점차 그 호전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예컨대 미국은 1957년부터 한반도에 핵무기를 반입, 배치했고 1974년부터는 ‘작전계획 5027’을 수립하면서 주한미군 작전개념을 사실상 북침 시나리오에 다름 아닌 ‘전진적 방어전략’으로 대체했다. 탈냉전 이후에도 미국은 역내의 안정성을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동북아 주둔 미군을 철수하지 않았고, 오히려 ‘중국위협론’과 ‘북핵’을 빌미로 한미일 삼국의 군사력을 꾸준히 증강시켜왔다. 특히 21세기에 전개될 미래전에 대비, 장기적으로 추진되어온 미국의 신군사전략과 ‘대테러 전쟁 전략’에 따라 한미양국은 최근 ‘동맹의 현대화’를 약속한 상태다.
SOFA개폐와 전시작전권반환 문제 등 ‘호혜평등한 한미관계’ 구축이라는 최소한의 요구마저 묵살한 채, 한반도 위기 국면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 분명한 한미동맹의 현대화 - 그 파장과 의미에 대해 새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다.


세계화와 국익을 보호하기 위한 미국의 대외■안보전략
클린턴 행정부 말기에 접어들면서 미국은 세계화 시대 군사적 개입에서 견지해야 할 원칙을 확립하기 위해서 무엇이 국익인지를 정의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따라 1990년대 말 세계화 시대의 국가안보를 재정의하기 위해 다수의 위원회들이 구성되었다. 이중 영향력 있는 하원의원들과 유명한 경제학자들(예컨대 폴 크루그먼) 그리고 콘돌리자 라이스가 포함되어 있는 ‘미국국익위원회’는 ‘중대한 이익, 중요한 이익, 절 중요하거나 부차적인 이익’ 등으로 미국의 국익의 위계를 확립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콘돌리자 라이스는 미국 대통령 선거 기간 중 클린턴 행정부의 대외정책을 비난하면서 미국의 권력 행사가 ‘인류전체의 이익’이나 ‘가상적인 국제공동체’와 같은 애매모호한 표현이 아닌, ‘국익의 확고한 지반’에 근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미국이 유일 초강대국이라는 구실 아래 세계에 개입할 수 있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는 의미다.
또 미국은 자신이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주체이고 세계화의 주요 수혜국이기 때문에 세계화의 옹호가 미국의 중대한 이익이 되어야 하며, 그것을 옹호하기 위해 미군이 우선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세계화의 옹호란 ‘상업 및 금융 네트워크, 수송과 에너지, 환경 등 세계의 주요 체계들의 안정과 원활한 작동의 유지’를 의미한다. 즉 세계화에 따라 국가안보 개념은 ‘자국 영토의 불가침권’이라는 전통적 접근으로부터 ‘세계체계들의 생존가능성(원활한 작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발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 보고서의 내용은 미국의 지도자들이 워싱턴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담(1999)에서 채택하도록 만든 계획과 동일한 것이다. 미국은 그 중에서도 신자유주의적 질서를 수용하지 않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익과 금융자본가들의 이익에 대해 제기하는 위협을 인지하고 잠재적 요인들에 투쟁하기 위한 수단을 개발하는데 주력했다.
이와 함께 미국의 군사전략 역시 개편되기 시작했다. 1997년 미 의회의 국방패널(NDP)은 ‘2개의 주요 전구전쟁 승리전략’의 전제라고 할 수 있는 ‘주요 전구전쟁’ 개념이 냉전상황에 근거한 것이며 발생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에 자원을 투입함으로써 2010-2020년까지 필요한 미국의 장기적인 안보발전에 제약요인이 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국방전환」(Transforming Defense). 이러한 비판의 핵심은 ‘2개의 주요 전구전쟁 승리전략’이 상정하는 전쟁이 광범위하게 분산된 전력배치와 재래전의 성격을 띠고 있어 미래전 대비가 소홀하다는 점이다. 또한 현실적인 중국의 위협 부상, ‘불량국가’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비가 미흡하다는 점도 비판의 핵심 가운데 하나였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군 투입능력의 향상, 첩보■정찰■감시 능력의 중요성, 군사기술혁신(RMA)을 최대한 활용하는 무기체계의 현대화를 강조하고 있다. 「국방전환」은 장래에 개연성이 높은 ‘비대칭적 위협’을 포함한 분쟁의 모든 국면에서 군사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대안으로 ①미국 본토의 방위, ②동맹강화와 통합전력의 확립, ③군투입능력의 개발, ④대량살상무기의 확산 방지, ⑤우주와 사이버공간의 활용과 통제 등 다섯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9■11테러를 거치며 분명하게 드러난 부시 행정부의 새로운 안보 전략은 자신들의 사활적인 이익인 ‘자유시장-자유무역’을 보호하고 증진시키기 위해 이러한 이익을 침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사전에 적극적으로 제거하겠다는 ‘선제공격 독트린’을 핵심으로 한다. 미국은 이러한 전략에 발 맞추어 미군의 체계에 대한 적극적인 재편을 시도하고 있다. 정보수집 및 정찰능력, 첨단 통신, 컴퓨터, 정보처리 기술, 정밀유도무기 등이 중시되고, 기존의 중무장한 지상군은 가벼운 군사장비로 과거보다 빠른 속도로 이동하면서 정밀타격으로 속전속결 전투를 벌일 수 있도록 재편된다. 한편 과거 해외주둔이 위험한 지역에 대규모로 거주하는 형태였다면, 이제는 기동력 있는 군대들이 보다 광범위한 지역에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동북아 주둔 미군의 개편
탈냉전 시기 미국은 「동아시아 전략구상(EASI)」(1990.4)을 통해 극동러시아와 북한이라는 두 개의 ‘냉전형 위협’이 남아 있음을 지적하고, 미국의 이익을 ‘지역의 안정 유지’로 정의하였다. 이때 미군주둔의 유지는 ‘역내 미국의 경제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토대를 제공한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이 지역에 대한 미국의 이익이 증대했다는 인식을 보여주었다. 동시에 이는 전방전개 미군에 대해 한국, 일본, 필리핀으로부터 상당규모의 미 지상군과 일부 공군병력을 3단계에 걸쳐 감축함으로써 냉전 해소에 따른 국방비의 ‘적절한 조정’ 요구를 충족시켰다. 클린턴 행정부는 1995년「접촉과 확대의 국가안보전략(A National Security Strategy of Engagement and Enlargement)을 통해 미국이 세계의 여러 문제에 개입하고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세계적으로 확대할 것임을 천명했다. 비슷한 시기 미국은 「동아시아 전략보고」- 일명 「나이(Nye) 보고서」를 통해 특히 1970년대 말부터 지속적인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해온 중국에 ‘접촉’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동북아시아에 대한 미국 전략의 분기점을 형성한다.
그런데 부시정권 이후 미국의 동북아 정책에서 중국위협론이 부상하면서 ‘동아시아 중시정책으로의 전환’과 ‘동아시아 주둔 미군 전력의 재조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가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2002년 7월 발표된 「미중안보 검토보고서」(U.S.-China Security Review)는 부시행정부의 중국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부시행정부는 중국의 해상수송로 위협가능성에 대처하기 위해 공군력과 해군력을 전진배치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이미 괌 기지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군사적 조치들은 중국이 2020년을 목표로 남중국 해역에 항공모함을 배치할 계획을 세운 것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동북아에 집중된 미군 전력을 동남아로까지 확산하고 ▴괌을 아시아 중추기지로 활용하여 전술핵 사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며 ▴오키나와와 필리핀 베트남에 중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근거지 증설 등을 시도하고 있다.
동시에 미일 양국은 중국 위협론을 빌미로 군사동맹을 재정비, 강화하는 작업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양국은 군사협력을 보다 조직화하고 그에 대한 일본의 책임과 부담을 분명히 하기 위하여 1978년 합의한 ‘미일방위협력지침’을 1995년 이후 재검토하기 시작하여 1997년 새로운 지침을 완성했다. 연달아 1998년에는 새로운 미일군사협력강화의지를 현실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주변사태법안’으로 불리는 일련의 법안들이 의회에 상정됐다. 또 일본은 2001년 ‘반테러특별조치법’, 2003년 ‘유사법제안’을 각각 통과시킴으로써 동맹국인 미국의 대테러전쟁에 대한 강력한 지원을 표명했다. 이는 아태 지역과 기타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미일간의 항구적 동맹을 지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미국은 대테러전쟁을 빌미로 ‘보통국가’가 되기 위한 일본의 노력을 공식적으로 조장한 것이다.
또 미국이 MD 체계를 신속히 추진해야 하는 근거로 제시하는 이른바 ‘북한 위협론’은 한반도 위기와 직결되고 있다. 최근 부시정부의 일부 인사들은 북한의 위협이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동아시아 지역의 안정 유지를 위해 미사일방어망 구축은 계속될 것이라고 ‘솔직히’ 시인하고 있다. 하지만 MD 추진이 안착될 때까지, 북한과의 긴장관계를 의도적으로 조성할 개연성은 매우 높다. 또한 미국은 MD 관련 무기구입을 일본, 한국, 대만 정부에 종용함으로써, 미국을 정점으로 하는 기존의 한미일 삼각동맹을 공고화하고 있다.


노무현 정권의 등장과 한미동맹의 현대화
따라서 주한미군의 재배치를 비롯한 한미동맹의 재조정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 2002년 12월 미국에서 개최된 한미안보연례협의회에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한국의 이준 국방장관에게 미군의 구조개편작업이 본격화되면 주한미군의 규모가 축소될 것이라고 통보했다. 동시에 미국의 전략가들은 ‘세계 전역에 보다 신속하고 가깝게 군사력을 전개(배치)하기 위한 미국의 군사능력 개선은 한반도 방위에 더 적은 미국 군사력만이 요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면서 남한 방위에서 한국군이 미군의 역할을 대체,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지난 몇 년간 ‘한미동맹’의 응축된 문제점들이 우연한 계기를 통해 연이어 불거졌다는 것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 및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의 불평등성이라는 내적 모순은 ‘촛불시위’에서도 볼 수 있듯이 광범위한 반미시위를 낳았다. 또 성범죄와 미군기지 등 대규모■장기 주둔이 필연적으로 야기하는 제반 문제들이 곳곳에서 터져나오면서 문제는 심각성을 더해갔다. 그러자 미국의 보수적 싱크탱크들은 한국인들의 반미감정이 주한미군의 주둔을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우려하면서, 이 경우 미군의 전방 주둔을 비롯한 동맹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협박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보고서들은 ①북한위협에 대한 남한의 안보우려 급감, ②경제성장과 민주화로 인한 남한의 민족적 자존심 강화, ②냉전의 해소 - 특히 냉전과 한국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 - 가 현재 반미의식의 원천이라고 분석하면서 남한 내에서의 ‘반미감정’을 순치하기 위해 동맹관계를 재확립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이러한 지형은 미국과 남한의 보수세력에게 위기이자 기회였다. 미국은 이미 예정되어 있던 주한미군 감축안을 안보논리로 활용하여 ▴남한의 대북제재 동참 ▴방위비 분담 증액 ▴MD 참여 등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었다. 동시에 ‘동맹’에 대한 다각도의 검증작업도 이루어졌다. 물론 이러한 것들은 ‘외교게임’의 논리라기보다는 경제위기와 햇볕정책의 위기라는 객관적 제약 속에서 노무현 신정부가 취할 수 있는 정책선택지가 협소했기 때문에 비롯된 결과다. 2차례에 걸친 파병 요청과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는 그 단적인 사례일 것이다. 결국 방미 과정에서 분단의 안정화를 통해 동북아중심국가로 웅비한다는 구상을 내포한 노무현 신정부의 평화번영 정책은 ‘북핵’이라는 위험 요소를 제거한다는 공동 목표 속에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에 동참했다.
이와 함께 일련의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협의’를 통해 꾸준히 추진된 한미동맹의 현대화란 크게 '선제타격능력의 강화'와 이를 뒷받침하는 '요새화'라는 두 가지 방향으로 정리할 수 있다. 즉 기존의 군사력을 기동화, 첨단화, 경량화하고 이를 위해 미군기지를 핵심(Hub) 기지 중심으로 재편하며, MD 체제를 구축하여 보다 공세적인 군사행동으로 인해 되돌아 올 피해를 막겠다는 것이다. 국방부가 2004년 요구한 예산안의 상당부분이 MD체제의 도입을 위한 무기도입과 한국군의 기동화, 첨단화를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도 이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일부의 ‘우려’와는 달리 주한미군의 재배치를 포함한 주한미군 및 한국군의 전력 개편은 군사력의 약화가 아니라 '강화'이며 그것도 더욱 패권적이고 군사주의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게다가 노무현 정부의 ‘자주국방 비전’은 한반도에서의 남한군의 역할 증대를 넘어 미국의 더욱 확장된 동맹체계로의 철저한 편입을 전제로 하고 있어, 역내에서의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의 확대와 지역 불안정성의 심화로 귀결될 가능성을 내포한 것이기도 하다. 또 미2사단의 후방배치는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의 조건을 마련하는 것으로까지 보는 것도 가능하다. 즉각적인 선제공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전술적인 선택의 폭을 넓히고 이를 통해 북한에 대한 군사적인 압박을 강화하는 효과적인 수단임은 분명하다.
결과적으로 현재까지 4차례에 걸쳐 진행된 협의에서 한미양국은 ▴한미 연합전력 강화를 명분으로 주한미군 전력증강에 향후 3년 간 110억 달러를 투입하기로 하고 ▴한국군 역할 증대에 따른 신무기체계도입을 위해 국방비를 증액하고 ▴용산 미군기지 대체부지 선정 및 이주 비용을 한국정부가 부담한다는 것에 합의하였다.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이 남한의 국방비 증액으로 연결되는 것은 물론이다. 반면 4차 회의가 진행된 현재까지 전시작전반환권 문제논의가 유보된 것을 비롯, 한미동맹 관련 주요 협의 사항이 되어야 할 한미상호방위조약과 SOFA 개폐 논의는 아예 상정되지도 않았다.


평화운동의 미래
현재 많은 전략가들은 동북아 역내에서 미군이 사라진다면 아태 전략 구조에 주요한 공백이 생기고, 이 공백은 심각한 군비 경쟁, 한반도 통제와 해양■항공로 통제를 둘러싼 경쟁, 심지어 핵무기 경쟁을 촉발할 것이라고 말한다. 주한미군 주둔을 뒷받침하는 논거는 북한이 재래식 전력을 유지할 능력이 소진되자 전략적 중점을 핵과 미사일 쪽으로 이동시켰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를 빌미로 미국 본토를 위한 미사일방어체계와 함께 한국과 일본에 배치된 미군도 전역 미사일방어능력을 향상시키고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다음과 같은 맥락에서 비현실적이다.
첫째, 지난 50년 간 한미일 삼각동맹을 주축으로 하는 미국의 동북아 전략은 이미 역내에서 과도한 힘의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승리하는 핵전쟁’이라는 신화 속에서 추진되고 있는 MD 계획과 북한에 대한 ‘선제핵공격 옵션’은 분명 ‘과잉억지’와 ‘긴장고조’ 상태를 뜻한다. 따라서 미군의 동북아 주둔이 안정을 창출한다는 현실주의적 ‘세력균형론’과 힘의 압도적인 우위를 바탕으로 대결구도를 창출함으로써 적을 굴복시켜 평화를 달성한다는 군사적 사고를 지양해나가는 것이 필수적이다.
둘째, 주한미군 문제를 포함한 미국의 대한반도 군사정책은 북한과의 협상대상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되어 있다. 그만큼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에서 미군사력의 존재는 미국과 한국의 자세를 유연성 없이 만드는 토대로 작용한다. 첨단전쟁능력을 보유하고 있거나 또는 첨단전쟁능력을 끌어들일 전진기지로서 주한미군의 존재는 한편으로 북한에 대해서는 언제라도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게 하며, 따라서 유일한 생존전략으로서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대한 ‘유혹’을 조장한다.
셋째, 주한미군의 존재가 남한 군사당국으로 하여금 그릇된 안보의식을 제공함으로써 남북 당사자들에 의한 한반도 군비통제 및 군축을 통한 평화체제 구축 노력을 둔감하게 만든다. 남한군이 북한군에 비해 전력상 열세에 놓여있기 때문에 주한미군에 의존해야 한다는 논리는 이미 허구임이 밝혀졌다. 일례로 현재 남한의 국방비는 북한의 국내총생산을 능가할 정도이며 전력 측면에서도 남한은 80년대를 경과하며 북에 비해 압도적인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미군의 군사력 증강과 동아시아로의 영향력 확대, 그리고 이에 따른 남한의 국방비 증가와 전력 강화를 반대하는 평화군축운동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이라크 파병반대를 주축으로 하는 반전-반미운동의 흐름과 더불어 중장기적으로 평화군축운동을 활성화하는 것만이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진정한 평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PS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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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평화 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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