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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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3.10.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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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유연화 가속화 시도를 막아내자 _ 노사관계개혁방안과 노사관계선진화방안을 비판한다

특집팀 |
최근 노무현정권은 민주노총에 적대적인 태도로 일관하면서, 노동운동에 대한 자신의 본심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정부는 6월28일 철도파업과 화물연대 2차 파업에 대하여 아무런 조건없이 노동자들이 복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대화는 커녕, 수많은 노동자들을 파면과 해임, 구속으로 탄압하고 있다. 이러한 물리적 탄압은 노무현정권이 등장하고 노동유연화를 촉진하고 전투적 노동운동을 거세하여 협조주의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에서 나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탄압은 지속적인 대기업노조운동에 대한 도덕성과 정당성을 문제 삼으면서 진행해왔던 이데올로기 공격과 맥락을 함께하고 있다.


노무현 정권, 노동악법추진의 끝은 어디인가

노무현 정권은 한편으로는 7월 고용허가제입법화와 8월 주5일제를 빙자한 근로가준법(이하 근기법) 개악을 완수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운동에 대한 악선동을 퍼붓고 있다. 화물연대의 정당한 요구를 불법으로 매도하더니 이제는 국가위기관리특별법, 업무복귀명령제, 비상시금융기관안전대책 등 셀 수 없는 노동악법 관련된 법안들을 하루가 멀다 하고 발표하고 있고, 이어 공무원노조법, 국민연금법 등을 줄줄이 개악하려 하고 있다. 8월 산자부에서는 사용자들의 정당한 경영권행사와 노동유연화를 쉽게 구현할 수 있는 초법적 권한을 사용자에게 부여할 수 있는 ‘사용자 대항권강화 12개 개혁과제’에 이르기까지 노동법개악과 노동자통제를 위한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급기야 노동부는 지난 9월 4일, 파업최소화■노동시장유연성제고■근로계층간 격차완화를 목표로 한다는 ‘노사관계개혁방향’과 이를 법제도적으로 뒷받침할 ‘노사관계선진화방안’ 등 일명 노사관계 로드맵(이정표)을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한 노사관계로드맵은 최근 주5일제를 빙자한 근기법개악의 연장선상에서 나오는 것으로 노동유연화를 확대하고 노동조합의 활동을 극히 제한하는 요소들로 가득 차 있다. 이는 또한 지난 5월 화물연대의 1차 파업시 정부가 화물연대를 겨냥하여 위기에 신속하게 대응한다는 명목으로 '국가위기관리를 위한 특별법'제정을 고려하겠다고 하던 것과 연이어서 발표된 업무복귀명령제와 그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노동자통제 법안과 끊임없이 진행되는 노동법개악과정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번에 발표된 노사관계로드맵은 노사정위원회에서 검토된 뒤 올 하반기나 내년 초에 상정되어 노무현 정권이 추진하는 ‘사회통합적 노사관계’의 근간이 될 수 있는 법■제도로 정비될 것이라는 점에서 노동운동의 긴급한 대응을 요한다.


자유로운 해고, 파업 억압과 노조 무력화까지 노린 노동운동에 대한 전면적 공세

1) 방대하고 강도 높은 노동권침해
노동부에서 발표한 노사관계로드맵은 노사관계 개혁의 3대 목표와 9개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노동부의 용역연구위원회인 노사관계제도선진화연구위원회에서 발표한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방안은 노사관계부문을 집단적노사관계부문과 개별근로관계법으로 나누어 보고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개정방향이 노동자의 노동3권 인을 심히 제약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특히 변경해지제도 도입(사용자가 임금삭감 등 근로조건의변경안을 제시했을 때 근로자가 이를 거부하면 일방적으로 근로계약 해지를 근로자에게 통보할 수 있는 제도)■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벌칙 삭제■정리해고 완화■합법파업시 직장폐쇄를 정당화하는 것은 불안정노동을 대규모로 확산하며,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도를 법적으로 보장한 것에 다름 아니다. 또 올해 두산중공업 배달호 동지의 분신 사망을 낳은 손배가압류문제에 대해 정부가 청구권을 보장하고 민형사상책임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오히려 노조탄압을 정당화하는 부분이다.

참고로 다음은 이번에 발표된 방안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노조전임자의 임금지급 규제 △무노동무임금 원칙 정착 △불법파업에 대한 손배가압류 청구권 보장 △교원노조수준의 공무원노조법을 금년도 입법추진 △쟁의 행위 찬반투표제를 도입 △직장폐쇄요건과 대체근로제를 완화 △불법/합법 파업시에도 직장폐쇄 합법화 △공익사업장 파업시 외부 대체인력 투입 △유니온숍 제도폐지 또는 개정 △노조재정의 투명성 강구 △생산과 주요업무시설점거, 사업장출입저지, 비조합원드의 조업방해, 폭력과 파괴 및 협박에 대하여 사전 경고하고 신속한 경찰력 투입을 통한 불법상태 예방 및 제거 △근로시간제도의 탄력성을 제고하여 재량근로시간제 적용확대 △성과주의 임금체계와 임금피크제 등의 확산강구 △노동위원회 조정대상을 노사간 분쟁이 되는 모든 사항으로 확대 △도산절차 진행 중 정리해고 완화 방안 강구 △부당한 해고시 금전보상 제도 도입 △부당해고에 대한 직접처벌제도 폐지 △도산절차가 개시된 경우 고용승계원칙 예외 △경영상해고 통보는 60일 상한으로 해고규모 따라 차등설정 △변경해지제도 도입

2) 직권중재폐지 대신 긴급복귀명령제도 신설
이것의 핵심적인 내용은 필수공익사업 개념 및 직권중재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공익사업 파업 시 최소업무를 유지토록 하고 미이행시 긴급복귀 명령제도를 신설한다는 것이다. 이 방안 적용 분야는 최근 몇 년간 파업을 주도한 국가기간산업과 병원, 금융, 운송분야에 집중되어 있다. 또 병원의 수술 응급치료, 운송사업의 관제안전, 전기■가스■수도 등의 중앙통제, 은행의 주전산실에 관련된 업무 등에서는 단체행동권을 제약한다는 것이다. 긴급명령복귀제도란 당사자 신청 없이도 노동위원회가 직권으로 특별조정 개시하고, 파업개시 7일전에 파업예고의무를 부과하며, 파업시 대체근로를 허용하며, 쟁위행위 금지기간을 현행 30일에서 60일로 연장한다는 내용으로 노동자의 파업권을 심각히 제한할 것이다.

3) 근로계층간 격차해소방안으로 둔갑한 파견법 확대적용과 퇴직연금제
정부는 고용상 차별해소 및 비정규직 남용을 규제한다면서 이를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동시에 추진한다는 모순된 주장을 하고 있다. 비정규직 보호법안의 내용은 지난 5월 노사정위원회 비정규특위 공익위원회에서 제출된 것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가장 절실한 기간제 노동의 사유규제, 파견법 폐지,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노동자성 인정 등 핵심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모두 비켜가 버렸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런데 이번에 제출된 안에서는 오히려 파견근로자 파견대상업무를 대폭 확대하는 안(일명 네거티브 리스트 방식: 전화교환원, 사서, 비서 등 26개 직종으로 제한해 온 파견근로 허용 업종에 대한 규제를 푸는 대신 제한 업종을 따로 만드는 것)을 채택, 비정규직을 오히려 양산하게 될 것이다. 또 노후소득보장강화를 위한 퇴직연금제를 도입한다하지만, 이미 정부에서 추진중인 퇴직연금제는 보험료를 더 내고 연금은 덜 받는 것으로 개편안을 잠정 확정하고, 10월 중 국회에 제출하기로 되어있어 오히려 연금개악안을 부추길 위험까지 존재한다.

4) 실업자초기업노조가입과 복수노조 허용, 직권중재폐지 개선은 빛좋은 개살구
정부에서 노동권강화의 측면으로 말하는 ‘실업자의 초기업단위 노조가입 허용’ 문제는 1998년 노사정위원회에서 이미 합의했던 사항으로 정부에서 이행하면 그만인 것이지 정부에서 노동자들을 위하여 무슨 대단한 시혜를 베푸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복수노조 허용 문제 역시 지난 2001년 노조전임자 임금지급과 맞 바꿔치기 해 5년간 유예를 두게 했던 것이 정부 자신이다. 또 제3자개입 금지법 폐지는 이미 사문화되어 있는 법이다. 그 밖에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방안에는 손배가압류제도 개선, 조정전치주의 및 직권중재 폐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지만 긴급복귀명령제도 등의 가혹한 대체 입법을 강구하고 있어 노동자에게 더욱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노사관계 로드맵(이정표), 글로벌스탠다드와 노동유연화 강화

이번에 발표된 노사관계 개혁방향은 노사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소요비용의 최소화, 유연하고 안정된 노동시장의 구현, 근로계층간 격차완화를 제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노사관계를 제도화하는데 있다(글로벌 스탠다드). 이 3대 목표는 파업을 최소화하고, 노동유연화를 촉진하되, 비정규직보호법안을 만들어 비정규직을 강화한다는 것으로 달리 표현할 수 있을 듯하다. 이것이 다시 노사관계선진화방안으로 둔갑하여 제출되고 있는데, 이것은 이미 노무현 정권이 초기 누누이 강조하였던 사회통합적 노사관계구축을 위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정권은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이러한 노동유연화를 촉진하는 법을 제도화할 뿐만 아니라 노동운동과의 파트너쉽을 구축하기 위해 ‘합리적이고 건전한’(?) 노동운동 세력 형성을 위해 매진할 것이다. 최근 전투적 노동운동과 정규직노동운동에 대한 탄압과 노골적인 도덕적 공격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노무현정권의 유일한 잣대인 '글로벌 스탠다드'를 추진하는데 노동운동이 장애가 되지 않도록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이기 정부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노사관계로드맵이 노조세력의 확대나 파업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권익을 보호, 강화한다는 안을 담고 있고 노사평등 및 대등주의에 입각해 새 노사관계안을 내놓았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내용을 살펴보면 노사평등에 대한 안은 어디에도 찾아보기 힘들고, 오히려 자본측에 유리한 법안들 뿐이다. 노사관계로드맵이 발표되고 나서 대부분의 경제단체들-전경련, 상공회의소, 중기협중앙회-은 환영성명서를 냈고, 경총에서는 아직 이조차 미흡한 측면이 있다며 더욱 강력한 개정안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낸 바 있다. 이들 성명서에서는 한결같이 한국의 강성노동조합의 득세과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가장 큰 경제회복의 걸림돌이라며 정부를 칭송하는 성명서를 동시에 발표해 실소를 금치 않을 수 없었다.
특히 권기홍 노동부장관의 말을 인용하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의 걸림돌과 정규직■비정규직의 격차는 정규직노동자들의 경직된 고용안정에 있다고 보면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정규직들의 노동유연화가 시급하다’고 한다. 지난 9월22일 일본재무성의 환율시장 불개입으로 일어난 주가와 환율의 동시급락은 동아시아 금융혼란을 일으켰는데, 이에 대한 처방으로 미국의 다국적 금융회사인 JP모건은 바로 성명서를 내어 한국증시가 살려면 대외적으로는 이라크에 전투병을 파병하고, 대내적으로는 노동유연화를 강도 높게 추진하는 것이라 하여 노동유연화는 글로벌스탠다드로 가는 규준이며, 정권에서 보자면 더욱 사활이 걸린 문제라서 향후 지속적인 공격이 이루어질 것이다.


위기 전가하고 희생 강요하는 노무현 정권의 대노동탄압

노무현 정권은 최근 경제위기의 주범을 남한의 ‘강력한’ 노동운동에 있다고 판단하고, 전투적인 노동운동의 무력화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노동조합의 파업에 대해 대규모 경찰을 투입하고 대량징계와 해고를 남발하고 업무 복귀율을 조작하거나 각종 도덕적 이데올로기를 동원하여 탄압을 일삼고 있다. 실제로 철도파업과 화물연대 파업이후 노동자들에게 가공할만한 탄압이 자행되고 있다. 올해 정권의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한 탄압을 수치로 보면 이전 정권에서의 사흘에 한 명(김영삼 정권)이나 이틀에 한 명(김대중 정권)에 이르는 구속건수보다 훨씬 높은 이틀에 한 명 꼴인 110건에 이르고 있다.
정권과 언론은 철도나 화물연대, 전교조 투쟁이 벌어질 때마다 한결같이 올해처럼 대규모적이며 정당성을 잃은 투쟁은 없었다며 경제위기의 원인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철도파업에는 시민불편과 물류수송문제, 파물연대파업 때문에 세계물류회사들이 중국상해로 물류기지를 옮긴다며 부산항이 바로 주저앉을 것처럼 호도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노동자들의 파업건수는 228건에서 239건으로, 파업참가자수는 79,913명에서 95,061명으로 작년에 비해서 조금 상승한 반면 조정신청건수는 683건에서 546건으로 오히려 줄어들고, 파업으로 인한 근로손실일수는 오히려 1,057,260일에서 602,774일으로 크게 줄어들어 노동자들의 쟁의행위가 실제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아님이 증명되고 있다. 그럼에도, 각종 여론호도와 물리적 탄압을 통해 전투적노동운동을 거세하고 순치된 노동운동세력을 형성시켜 글로벌스탠다드와 노동유연화를 강화하기 위한 작업들이 필요하다고 끊임없이 설파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에 와 있는 다국적 기업이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더 이상 운영을 할 수 없어서 공장철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등의 거짓정보를 흘리며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 얼마 전 한국네슬레가 노조의 파업으로 인하여 청주공장과 자본모두를 철수한다는 방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스위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네슬레는 한국에서 모든 자본을 철수할 계획이 없다고 전해지고 있다. 지난 김영삼 정권 시절 노동운동을 국가전복세력 규정하고 국가경쟁력강화를 앞세워 노동운동을 탄압했다면, 이제 노무현 정권은 노동운동을 경제위기 주범세력으로 규정하고 다시 국가경쟁력강화를 앞세워 탄압의 핏발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민중 재앙의 그림자, 노동 유연화 막아내자.

현재 한국사회는 절대적 빈곤층의 증대와 카드부채와 가계부채로 인한 삶의 파탄으로 인해 하루에 26명이 죽어나가는 ‘사회적 타살’이 진행중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내년 예산편성에서 올해보다 8%나 증가한 18조가 넘는 돈을 국방비에 쏟아 부을 예정이다. 반면 실제 빈곤층을 위한 예산증액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더불어 민중의 노후빈곤을 막고, 노후보장을 위해 쓰여져야 할 국민연금이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으로 경제부처가 국민연금을 좌지우지 할 수 있어 국민연금은 주식시장안정화대책이나 부동산투자에 쓰여질 가능성이 한결 높아지고 있다(국민연금의 투기자본화)
빈곤층에 대한 방치와 무기 구입비의 증대, 국민연금의 투기자본화가능성, WTO개방정책에서 보이는 것처럼 노무현정권은 한반도위기와 경제위기를 볼모로 노동자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 외자유치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라며, 이미 경제자유구역법을 제정한 것처럼, 정권은 노동조건의 글로벌스탠다드화를 계속해서 추진할 것이다. 따라서 작금의 노동관련 법■제도 개악 시도는 노무현 정권과 자본이 살아남기 위해 몸부리치는 여타 정책방향과의 연관성 속에 파악되어야 한다. 노동대중에 대한 공세와 노동운동에 대한 탄압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더욱 촉수를 예리하게 가다듬고 투쟁의 태세를 갖춰 나가야 할 것이다.
민주노총으로 대표되는 민주노조운동의 위기와 무력감을 선언으로만이 아닌 진실되고 실제적으로 대응하여 이 난국을 헤쳐 나가야 한다. 비정규직과의 연대투쟁, 현재 WTO수입개방 협상으로 인한 농민운동에 대한 절대지지, 한반도 전쟁위기와 이라크 점령을 부추기는 미국의 파병요청에 대한 반대를 현장으로부터 조직화하여 민주노조운동의 기풍을 바로 세워 현재의 무기력함을 떨쳐내고 노동자운동의 계급적 통일성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이것이 가능할 때만이 노동자운동의 재앙이 될 수 있는 정권의 끊임없는 노동유연화를 가속화하려하는 획책에 파열구를 낼 수 있을 것이다. PS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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