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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7-8.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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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구조조정, 그 이후 ②] 에너지 산업 구조개편 정책을 전면 폐기하라

배경석 | 가스노조 기획국장
에너지는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에너지를 어떻게 이용하느냐는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하느냐하는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간단하게 에너지 이용의 역사를 살펴보면 인류는 불을 발견한 이래 수 만년 동안 나무에 의존하여 살아왔다. 인류가 본격적으로 화석연료인 석탄을 사용하게 된 때는 산업혁명 이후로 3, 4백년에 불과하다. 석탄에서 석유로 본격적인 전환은 길게 잡아 150여년이고 짧게 잡을 때는 100여년의 역사에 불과하다. 그러나 화석연료를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게 됨에 따라 지구온난화와 화석연료의 고갈, 그로 인한 생태계의 파괴 등의 위협이 뒤따랐고, 이에 따라 화석연료에서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그러나 재생 가능한 에너지는 아직 미래 에너지로 인식되고 있으며, 상당기간 우리는 여전히 화석연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우리가 사용하는 주에너지원인 화석연료 수급시스템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우리 삶의 질은 결정될 것이다.


에너지 산업에 있어서 핵심은 수급의 안정과 보편적 서비스의 제공이다.
이렇듯 현대사회를 움직이는 원동력인 화석에너지는 필요한 곳에 필요한 량이 분포되어 있지 않다. 석유의 경우 대부분이 중동지역과 구러시아 지역에 집중되어 있어 자원의 지역적 편중이 심한 편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석유 생산이 전무한 형편이며, 수입량의 78% 정도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동의 불안한 정치정세와 지역적 편중현상을 고려할 때 공급원의 지역적 다변화는 에너지 수급의 핵심적인 요소 중의 하나이다.
세계 각국에서는 에너지의 자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에너지 개발에 대해 막대한 지원과 투자를 하고 있으며, 수급의 안정을 위하여 인접국가와 에너지 안보 협력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에너지 공급을 해외에 의존해야하는 국가에서는 해외 에너지 개발의 필요성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미국이 에너지 확보를 위해 이라크에서 벌이는 추악한 전쟁의 예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중국이 에너지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고, 같은 에너지 수입국인 일본이 에너지 수급안정을 위해 기울이고 있는 노력은 에너지원의 확보와 수급의 안정이 국가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잘 대변해 주고 있다.
에너지는 식량과 더불어 생활의 필수품이다. 프랑스에서는 국민들이 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을 국민 기본권의 하나로 규정하고 국가가 보편적 서비스로 이용할 수 있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소득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국민들은 필요한 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하고, 국가는 국민들에게 적절하게 공급을 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에너지 산업에 있어서 정부의 정책적 목표는 공급의 안정성과 에너지 도입원의 다변화 등 수급안정과 모든 국민들이 공평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보편적 서비스 제공에 맞춰져야 한다.

효율성을 구실로 자행되는 산업구조개편은 산업의 공공성 자체를 허물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에너지 산업 현실을 보면 이러한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역부족이다. YS정부 시절 무차별한 시장개방으로 금융정책의 자주성을 상실한 이래 IMF를 거치면서 에너지 분야 등에 대한 개방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신자유주의적 정책기조에 따라 국가적 차원의 에너지관리 정책을 포기한지는 오래전의 일이며,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해야할 에너지 산업은 민영화를 통해 자본의 이윤창출 수단으로 전락하였다.
발전과 전력노동자들의 간고한 투쟁으로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송배전 부문 분할이 중단되기는 했지만, 이미 전력산업은 자본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였다. 지난 2001년 안양부천 열병합 발전소 민영화로 안양부천지역의 열 공급 요금이 대폭 인상되었다. 단순히 민영화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자본은 높은 이윤보장을 요구하였고 정부는 그 부담을 국민들에게 전가시키는 방식으로 자본의 이윤을 보장하여 주었다. 당연히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뒤따랐고 이 반발을 무마하기 위하여 정부는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인상된 열 요금의 일부를 보전해 주고 있다. 이러한 예는 얼마든지 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에서도 민영화된 전기회사가 수입을 늘리기 위해 발전소 건설을 축소하고 전기공급을 의도적으로 줄임으로써 만성적인 전력공급 부족과 높은 전기요금에 시달리게 되었고, 브라질과 인도 그리고 아르헨티나에서도 민영화와 구조개편으로 요금인상과 수급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가스 산업의 경우 구조개편의 부작용이 전력산업보다 훨씬 더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이 국내에 있어 수급조절의 능력이 있는 전력과 달리 가스는 전량 해외에서 수입하는 특성으로 인해 수급의 균형은 훨씬 더 중요하다. 또한 도입계약의 경직성과 수송수단의 제한, 저장시설의 한계 등으로 국내의 수요패턴을 만족시키기가 어려운 여건에 있다. 또 도시가스 보급률이 60%를 조금 넘는 상황이므로 천연가스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중소도시에 대한 지속적인 배관건설 투자는 불가피하다.
에너지를 수입하고 있는 국가적 특성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의 첫 번째 과제는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세계 에너지 시장은 오일 메이저에 의해 과점되어 있어, 에너지 수입 경쟁은 경쟁을 통한 산업의 효율성 향상이라는 효과보다는 해외 오일 메이저들의 활동무대를 넓히고 에너지 수입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만들고 있다. 또 국내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에 더없이 좋은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이는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을 해치는 행위이고, 이로 인해 수요와 공급을 일치시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과 비용을 들여야 한다. 수익성이 없는 중소규모 도시에 대한 배관망 사업을 추진하지 않음으로써 보편적 서비스 제공의무를 포기하는 것도 문제다. 여기에다 경쟁 가능한 연료가격체계 구축을 위하여 발전용 천연가스와 산업용 천연가스에 대한 공급가격인하로 인한 손실을 가정용 수요에 전가시킴으로써 국민들의 생활수준 저하가 불가피하다.

정부는 현재의 구조개편 정책을 전면 철회하고, 가스 산업의 공공성을 확대하기 위해 노동조합의 제안을 수용하여야 한다.
이렇듯이 천연가스 산업의 구조개편은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것이 명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은 에너지 산업이 갖고 있는 안정적인 수익구조와 성장성에 매력을 느끼고 있으며 사유화를 통해 공공성을 훼손시키면서까지 자신의 이익을 관철시키려고 하고 있다. 정부도 자본의 이해관계를 대변하여 에너지 산업의 사유화를 끊임없이 추진하여 왔다. 특히 정부는 이를 규제완화라는 그럴듯한 포장으로 국민들을 호도하면서, 가스 산업의 구조개편과 민영화에 반대하는 산업노동자들을 이기적인 집단으로 매도해 왔다.
에너지 산업은 단순히 하나의 상품으로 취급되어서는 안된다. 국민생활과 산업생산의 기본 인프라로 인식되어야 한다. 정부의 에너지 산업구조개편 정책은 우리나라의 에너지산업 특성을 무시하고 수립한 정책이며, 공공성을 말살하는 정책이다. 또한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책이다. 따라서 정부는 에너지산업 구조개편 정책을 추진하게 된 배경을 투명하게 밝혀야 하며, 현재의 구조개편 정책을 전면적으로 철회하여야 한다. 에너지산업의 공공성을 유지하고, 보편적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다음과 같이 전환되어야 한다.
첫째는 오일 메이저들의 에너지 시장 과점화에 맞서 국내에서는 천연가스 도입주체를 단일화해야 한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천연가스는 전량을 해외에서 수입해야하는 자원이다. 따라서 도입권의 분산은 과도한 도입경쟁으로 이어져 도입협상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 이러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도입주체를 단일화하야 한다. 이렇게 될 경우 수급을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주체가 형성되며 자연스럽게 수급안정을 도모할 수 있게 된다.
두 번째는 천연가스 생산·공급 설비를 통합운영 하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천연가스 배관망이 전국적으로 하나의 망으로 연결되어 있고, 인수기지 역시 전국 공급을 위해 분산되어 건설되어 있다. 따라서 설비의 중복투자 방지와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천연가스 생산·공급 설비를 통합 운영하여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여야 한다.
세 번째로는 동북아 에너지 네트워크를 건설해야 한다. 에너지 산업의 핵심은 수급안정이고 이는 한 국가가 고립적으로 운영하여서는 결코 달성하기 어렵다. 따라서 동북아 지역의 에너지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에너지 수급안정을 꾀해야 한다.
네 번째로는 에너지 정책을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수립하고 집행할 수 있는 전문에너지 기구의 설립이다. 현재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정부부처는 산업자원부로서 담당자의 잦은 교체로 정보의 비대칭성, 전문적인 지식의 부족이 심각한 수준이다. 그러다보니 에너지를 단순히 하나의 상품으로 인식하여 구조개편과 민영화를 별다른 고민이나 검토 없이 진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에너지 산업의 특성을 이해하고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가 에너지위원회'의 설립이 절실하다.
마지막으로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립적인 에너지 수급 시스템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재생 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 등을 통해 에너지 자립기반을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에 시간이 필요한점을 감안할 때 중단기적으로는 해외 에너지 개발을 전담할 거대 에너지 기업의 설립이 절실하다. 현재와 같이 에너지원별로 분산적인 에너지 수급정책으로는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가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으며, 이를 통합하고 집중할 수 있는 에너지 기업의 설립이 필요한 것이다. PS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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