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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4.7-8.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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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기업도시 건설 비판

이규철 | 노동차장
지난 6월 15일 전경련은 정·재계 관련 인사들을 모아놓고 '기업도시 건설을 위한 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전경련은 기업도시에 관한 구체적인 구상안을 제출했고 이에 화답하며 여러 지자체에서 기업도시 유치를 위한 계획안을 내놓았다. 정부와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관계자들도 참석하여 '기업도시'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업도시 구상안이 도대체 무엇인가? 무엇이길래 정부와 정당, 지자체들이 적극적으로 화답을 하며 공동의 행보를 만들어가는 것인가?


기업도시 구상안-재벌 놀이터 만들기
기업도시란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말한다. 즉 현존하는 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와 세금, 노동관련 법규정을 완화, 혹은 철폐하여 완전히 자유로운 기업 활동이 보장되는 도시가 바로 기업도시다. 전경련은 기업도시구상의 배경을 다음의 두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1>기업도시건설은 한국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하여 일자리 창출과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의 견인차가 될 것이다.
2>주요 산업의 클러스터를 조성하여 현재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미래 핵심역량 강화를 예비한다.
여기서 일단 우리는 전경련이 현 경제상황을 바라보는 아주 익숙한 시각을 발견할 수 있다. 즉 현재의 경기침체는 기업들의 투자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며 이는 한국의 기업 환경이 투자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 이후에 살펴보겠지만 전경련은 기업도시 구상안을 통해 기업활동에 장애가 되는 요소들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이런 요소들이 현재 투자의 부족을 초래했다고 주장한다.
}}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경제위기가 단순히 기업들의 투자부족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점은 이미 여러 분석을 통해 밝혀지고 있다{{) 사회진보연대 6월호 '집중분석' 한국 경제의 불안정성은 제거될 수 있는가
}}. 즉 현재 한국 경제의 위기는 구조적 위기에 처한 세계자본주의의 현 상황에 원인이 있으며 '지나치게' 세계경제의 금융화 흐름에 편입된 한국 자본주의는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우리의 분석이다.
그럼에도 전경련은 오직 부적합한 한국의 기업 환경만이 문제라며 이에 대한 개선책으로 기업도시를 내놓은 것이다. 그리고 그 구체적인 내용은 기업도시를 철저히 기업들만을 위한 놀이터로 만들겠다는 것에 다름아니다.
전경련의 기업도시 구상은 기존의 산업단지, 혹은 산업 집적화 단지와는 개념이 약간 다르다. 기존의 산업단지는 그저 동종산업, 혹은 유관산업을 집중적으로 배치함으로서 산업집중의 시너지효과를 누리는 것이 주목적이었다면 기업도시는 그보다 더욱 확장된 도시 개념을 기반으로 한다. 이를테면 집적산업단지와 함께 해당 산업 종사자의 주거시설 및 각종 부대시설을 함께 건설하는 것인데 중요한 것은 기업도시 내에서는 현재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산업, 교육, 의료, 레저, 노동 등의 제반 규제를 완화, 혹은 철폐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기업은 규제에서 완전히 해방된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전경련의 구상이다.


기업도시 구상, 무엇을 담고 있나?

전경련의 기업도시 구상은 그렇다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 지난 6월 15일 전경련이 내놓은 기업도시 구상안의 주된 내용은 다음의 8가지로 요약된다.
1>기업이 개발단계부터 주도적으로 참여해 산업시설과 정주시설을 연계해 건설하도록 '기업도시 특구'를 지정하고 특히 기업도시 내에 민간 시행자에게도 토지 수용권을 허용할 것
2>기업도시의 건설지원방안으로 기업이 조성된 토지의 처분 가격과 방법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허용할 것, 주택공급방식 역시 시행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토록 위임할 것
3>교육서비스를 위해 자립형 사립고, 특수목적고 설립조건을 완화하고 기업도시내 외국인 대학설립을 허용하고 영리법인도 대학을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 덧붙여, 등록금 자율화와 기여입학제도를 허용할 것
4>의료, 문화, 레저 서비스 확보를 위해서는 영리법인도 종합병원개설을 허용하고 원활한 병원유지를 위해 법인세를 인하할 것
5>문화, 레저 시설 건설에 제약을 주는 도시공원법, 군사시설 보호법 등 체육시설 관련 규제조항을 완화하고 이들 시설에 기업명칭제 도입, 골프장 설립 및 부대시설 규제를 완화할 것, 특히 골프장 설립허가를 자유롭게 내주고 세금도 감면할 것
6>기반시설에 대한 지원과 조세 및 부담금을 감면할 것. 개발지역 내는 시행자 부담을 원칙으로 하고 밖은 지자체와 정부 부담으로 하되 입지 지역의 낙후정도에 따라 부담을 차등 적용할 것, 덧붙여 경제자유구역 개발업자와 같은 수준의 조세 및 부담금 감면 혜택을 부여할 것.
7>기업 도시 투자에 대한 출자총액제한을 폐지할 것.
8>파견근로 제한 폐지, 정리해고조건 완화, 파업시 대체근로 허용, 노조측 부당노동행위 벌칙제정 등 노동유연성 강화를 위한 규제 철폐

위의 내용을 대충만 훑어봐도 우리는 전경련의 속내를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전경련은 기업도시 안에 자신들의 모든 이해가 어떠한 장애물도 없이 완벽하게 관철되는 공간, 철저하게 신자유주의가 관철되는 공간, 역으로 반민중성의 극치를 달리는 공간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어떻게 문제가 되는지 살펴보자.

1> 기업도시 개발대상 토지에 대한 토지수용권
토지 수용권이란 정부나 지자체, 공공기관 등에서 공적 개발을 추진할 때 민간 토지를 일방적으로 매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매입가격은 거의 표준지 공시지가의 수준으로 매입하며 이는 시가의 절반 수준에도 못미치는 경우가 많다. 전경련은 바로 이러한 토지수용권을 기업도시 개발에 참가하는 민간 업자에게 부여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들이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기업도시 개발의 공익성이다. 그러나 기업도시 개발의 공익성은 그 어디에서도 검증된 적이 없다. 또 사업의 구체적 내용을 본다 하더라도 사실 공익성보다는 개발 참가기업의 이익이 월등히 클 것으로 예상되는 바, 이들의 공익성과 토지 수용권 부여 주장은 사실상 토지를 헐값에 매입하고자 하는 저의를 드러낼 뿐이다.
현실적으로 기업-특히 재벌-에 토지 수용권을 부여할 경우 해당 기업은 개발 이후 토지의 민간 분양을 통해 엄청난 차익을 누릴 수 있게 된다. 더구나 전경련의 주장에는 개발 이후 주택과 공장부지. 각종 시설, 토지의 분배까지 민간 자율-시행업자-로 맡길 것을 요구하고 있어 토지수용권 요구 주장은 더욱더 많은 의심을 사고 있다. 결국 기업도시 개발에 참가하는 기업은 최소한 땅장사만으로도 엄청난 폭리를 누릴 수 있으며 사실 전경련에서 주장하는 인센티브는 바로 여기서부터-생산적인(?) 기업활동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출발한다. 정부 역시 이들의 토지수용권 요구에 보조를 맞춰주고 있는데 현재 건설경기의 경착륙 조짐을 기업도시 건설로 인한 부동산 경기 활성화-사실 활성화가 아니라 거의 투기에 가까운-로 막아보겠다고 하고 있는 형편이다.

2>교육 서비스 완전 자율화
기업도시 구상은 단순한 산업적 부분뿐만 아니라 도시의 제반 부대시설에 관한 내용까지를 모두 담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교육에 관한 내용인데 전경련은 거의 완전한 교육규제의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자립형 사립고, 특수목적고 설립조건 완화, 외국인 대학설립 허용, 영리법인 대학 설립 허용, 덧붙여 등록금 자율화와 기여입학제도까지 허용하라는 것이 전경련의 주장이다. 이는 사실상 한국의 교육제도를 완전히 무시, 혹은 파괴하는 것으로서 지금껏 재벌이 교육과 관련해 주장해왔던 내용들을 총망라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마디로 '재벌교육제도'를 기업도시 내에서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교육제도 하에서 안정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는 학생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인지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기업도시가 건설되고 그 기업에서 일을 하게될 노동자들이 천문학적으로 뛰어오를 교육비를 감당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기업도시 내 교육제도는 오히려 기업도시 외부의 일부 부유층 자녀들을 위한 것이 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할 것이다. 기업도시 내의 학생들은 기업도시 외부의 일반 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기업도시 외부의 학생들이 기업도시 안으로 밀려드는 기형적인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이렇게 된다면 이는 기업도시 건설을 주장하는 전경련의 애초 취지에도 맞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경련이 노리는 것은 오히려 이런 식의 이율배반적 상황일 수도 있다는 가정도 가능해진다. 경쟁과 효율성만이 지배하는 신자유주의적 교육제도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시작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3>기업도시 구상안에 담겨있는 의료, 문화, 레저 서비스에 관한 내용 역시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의료서비스의 경우 영리법인의 종합병원 개설 및 법인세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종합병원 '사업'을 통해 폭리를 취하겠다는 것에 다름아니다. 종합병원 사업을 일반 영리법인에게 맡길 경우 기업도시 내 서민들은 병원 문턱에도 못가보고 쫓겨나게 될 것이며 결국 기업도시 밖의 종합병원 문을 두드려야 할 것이다. 또 문화, 레저와 관련하여 이들이 강조하는 것은 우습게도 골프장이다. 하고 많은 레저시설 중에 유독 골프장에 관해서 강한 욕심을 부리는 걸 보면 한심하기까지 하다. 이쯤되면 기업도시구상은 '재벌 놀이터'구상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4>기업도시 구상에는 세제감면 및 정부 지원에 관한 내용이 아주 자세하게 담겨있다.
이들의 기본구상은 개발지역은 시행자가 재정을 책임지지만 개발지역 외부, 즉 배후지 및 사회간접자본 투자는 전액을 정부와 지자체에서 책임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돈 되는 건 자신들이 하고 돈 안되는 것은 정부와 지자체, 다시 말해 세금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주장이다. 많으면 수십조에 달할 수 있는 국민의 세금을 오로지 기업도시의 편의를 위해서만 쏟아부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개발 시행자 및 기업도시 입주기업들에게 법인세, 지방세, 소득세, 취득세, 재산세 등의 수없이 많은 세금을 감면할 것을 전경련은 요구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세금을 감면받으면 사실상 한국의 재벌들은 세금없는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 세금은 기업도시 개발에 마구 쏟아붓고는 정작 자신들은 엄청난 폭리만을 챙겨가겠다는 재벌의 더러운 욕심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러면서도 전경련은 이를 두고 '인센티브'라는 말로 당당하게 거의 협박에 가까운 주장을 하고 있다.

5>마지막으로 전경련은 기업도시를 '노조 없는 도시'로 만들려 하고 있다.
파견근로 제한 폐지, 정리해고조건 완화, 파업시 대체근로 허용, 노조측 부당노동행위 벌칙제정,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불법 파업 엄정대처 보장 등 전경련은 마치 한풀이한다는 듯이 기업도시 내 노동관련 규제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만약-정말 만약에-전경련의 주장대로 기업도시 건설로 인해 우리나라의 취업자 수가 1~2%정도 늘어난다고 가정해보자. 그렇게 되었을 때 이 노동자들이 모두 위와 같은 노동조건에서 일하게 된다면 이는 사실 고용안정의 효과는 전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거의 대부분의 기업에서 파견이나 용역 형태로 노동자를 고용할 것이며 이는 기업도시 내에서 불안정노동의 완전한 일반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또한 노동쟁의의 거의 원천적 금지에 의해 파업은 고사하고 노조 결성조차 전혀 불가능해 진다. 지금 전경련은 무노조 기업의 신화를 무노조 도시로 확산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도시 건설 구상에 대한 정부 및 정치권의 반응
노무현 대통령은 기업도시 구상에 대해 수도권, 충청지역만 아니라면 얼마든지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노대통령은 기업도시가 지방경제활성화와 지역균형발전에 기여할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에 정부의 규제를 과감히 풀고, 적극적인 지원-형평성 문제가 있더라도-할 뜻을 밝히고 있다. 다만 환경, 노동, 인권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제한을 둘 입장임을 밝혔다. 노무현의 이런 언급은 비단 기업도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경제자유구역 지정, 한일 FTA 등과 연관시켜볼 때 이는 지역적으로 경제적 규제를 풀면서-신자유주의적 경제제도를 점점 확대하면서-궁극적으로 한반도 전체를 경제자유구역화하려는 시도 속에서 읽혀져야 한다. 물론 노무현이 기업도시와 관련, 환경, 노동, 인권 부문의 규제는 풀지 않겠다고 했으나 이는 사실 립서비스에 불과할 뿐이며 이후 기업도시 구상이 현실화단계에 이르면 그리 어렵지 않게 '없었던 말'이 되고 말 것이다.
정부 각 부처 역시 기업도시 구상에 적극 지원의사 표시로 화답하고 있다. 전경련의 기업도시 구상 발표 자리에 참석한 재경부 김광림 차관은 '9월 말부터 산업단지 특구, 교육특구, 레저특구 등이 시행될 예정'이라며 '정부에서는 기업도시 건설 지원방안도 함께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이 자리에서 논의되는 내용을 정부는 적극 반영해 지원방안을 마련할 것을 약속한다'며 강도 높은 지원 의지를 피력했다. 또 건설교통부는 이미 '기업도시 지원 실무위원회'를 지난 6월 25일 구성해 구체적 활동에 들어갔다.
여당의 입장 역시 정부와 별반 차이가 없다. 전경련 정책포럼 자리에서 열린 우리당의 홍재형 정책위 의장은 경제성장동력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전경련이 기업도시 건설로 투자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구상과 토론회를 여는 것은 매우 적절하다며 기업도시 계획이 잘 추진되도록 필요하다면 특별법 제정에 적극적 협조를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강봉균 열린우리당 의원도 특화된 인센티브없이는 기업도시 구상은 시작부터 죽을 것이라며 "지자체는 노사분규가 몇 년간 없도록 하겠다는 식의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은 이렇게 기업도시 구상에 대해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있으며 특별법 제정에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조만간에 기업도시에 대한 특별 법안이 입법화될 수도 있음을 내비치는 것이다.
기업도시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
기업도시 구상은 그 자체로도 엄청난 문제를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것은 기업도시를 통해 한국 전체를 경제자유구역으로 만들려 하고 있는 노무현 정권과 부르주아들의 전략이다. 이미 우리는 경제자유구역 입법저지투쟁에서 뼈아픈 실패를 경험했다. 다시 한번 이런 실패를 경험한다면 우리는 어쩌면 한국사회가 재벌과 투기자본의 천국이 되는 것을 넋 놓고 바라보아야만 할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이 도래하기 전에 기업도시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 아직 기업도시가 구상정도에 머무르고 있지만 정부와 여당 등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미 지배계급 내에서의 조율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가 대응할 준비를 갖추고 전열을 정비하기도 전에 모든 일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기에 지금부터 기업도시에 대한 대응 전략을 제 민중운동 차원에서 고민해야 할 것이며 이후 구체적인 실천으로서 기업도시 자체를 막아내야 할 것이다. 결코 한국사회를 가진 자들의 놀이터로 내줄 수는 없다. PSSP
주제어
노동
태그
농촌진흥청 공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