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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금융화를 저지하자

정지영 | 정책부장
기금관리기본법 개정과 국민연금 기금 활용 주장

지난 7월 18일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지난 임시국회에서 아쉬운 것 중 하나가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을 처리 못한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8월중에 통과시키기 위해 당력을 집중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금관리기본법은 국민연금기금을 비롯한 여타 기금들의 운용에 관련한 법이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기금의 주식투자 제한을 철폐하는 것에 있다. 현재 한국에서 운용 중인 연기금의 규모는 57개, 190조원 정도이다. 이 중에서 국민연금기금의 규모가 120조원 정도라고 했을 때,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을 통해 한국 경제에 의미 있는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은 국민연금기금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을 통해 노리고자 하는 바는 국민연금 기금의 활용이다.
국민연금의 기금은 현재 규모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2035년이면 경상가격으로 1,715조{{) 2000년 불변가격 기준으로 하면 2030년 645조에 달한다. 이 수치는 현행 제도에서, 즉 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60%를 유지했을 때의 계산이다. 만약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국민연금 개정안이 통과되어 단계적으로 보험료율을 15.90%, 소득대체율을 50%까지 낮추게 되면, 수치는 더욱 커져, 2054년 경상가격으로 5,820조가 쌓이게 된다.
}}에 달하게 된다. 이 천문학적 규모의 기금을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이 일정 액수를 넘어 규모를 획득하게 되면서부터, 정부는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국민연금을 증시 안정화 대책으로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 해왔다. 지금까지는 기금관리기본법에 막혀{{) 현행 기금관리기본법에 규정은 다음과 같다:【 기금관리기본법의 주식투자 금지조항 】 제3조(기금관리·운용의 원칙) ③공공기금의 기금관리주체는 당해 기금으로 주식과 부동산을 매입할 수 없다. 다만, 당해 기금의 설치목적과 공익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공공기금의 기금운용계획에 반영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이 조항에 따라 현재 국민연금은 기금의 약 9.05% 정도를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정부는 2003년 이 조항을 삭제하는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현재 열린우리당이 주장하는 개정안의 내용도 이 조항을 삭제하는 것이다.
}}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규모 자체를 크게 늘리지는 못했고, 단지 이미 책정되어있던 주식시장 투자운용금액을 조기 집행하도록 하는 등의 방식이 취해졌다. 하지만 정부나 자본의 입장에서 보면, 100조가 넘는 거대한 자금이 주식시장에 투자되었을 때 가져올 효과는 매우 매력적인 것이다.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의 말은 빌리자면, "연기금의 주식투자 활성화는 경제 살리기의 출발점"이라고까지 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주식시장에 들어오는 자금원이 커졌다는 것에서만 의미를 찾는 것이 아니다. 더욱 적극적으로 남한 경제의 금융세계화를 한층 심화시킬 수 있는 출발점이라는 의미를 포함한다.


국민연금 주식투자 확대의 의미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확대는 무엇보다 국민연금 기금의 효율적이고, 수익률 있는 운용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다. 일단 적립되고 있는 기금이 있다는 현실에서 보자면, 이 기금은 대부분 자본시장에서 운용될 수밖에 없다.{{) 혹자들은 재정을 적립해서 사회적 투자를 할 수도 있지 않냐고 반문한다. 그러나 오늘날 금융화·세계화 국면에서 노동자들의 저축으로 형성된 거대한 자본의 집합은 사회적 가치에 기반을 둔 게임규칙이 아니라 금융시장의 게임규칙을 따라 움직인다. 시장은 그들의 안마당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대한 금융자본의 집합을 만들어낸다는 생각 자체가 공격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 윤여협, [남한 연금제도 개혁 비판], 월간사회진보연대 통권 30호, 2002년 11월
}} 현재 국민연금 기금이 가장 많이 투자하고 있는 것도 (자본시장의 일부인)채권이다. 신자유주의 지배계급의 입장에서는 채권이냐 주식이냐를 가르고, 채권만 허용하는 기준이라는 것 자체가 불필요한 일이다. 현재 기금운용에서 가로막혀있는 분야가 주식시장이기 때문에 주식시장 투자 확대가 논란이 되는 것일 뿐이다. 사실 소위 전문가들은 계속해서 국민연금 기금의 투자 다변화(해외투자, 벤처투자 등의 대체 투자)를 역설하고 있다. 결국 국민연금을 수익률을 높이며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금융 전문가들이 채권, 주식, 해외투자, 벤처 투자, 부동산, 공기업 민영화 프로젝트 등과 같이 수익률에 따라 자율적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투자할 수 있게 하자는 말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국민연금 주식투자 확대는 국민연금 기금을 본격적으로 자본시장에서, 금융 전문가들을 통해 '굴리기'위한 출발점일 뿐이다.
연금기금과 같이 소액의 갹출금이 모여서 일정한 규모를 가지게 된 기금(국민연금 기금은 이미 충분히 큰 규모다)의 특성 중 하나는 그 기금 자체가 비은행 금융기관의 지위를 획득하며, 유동성 원칙과 수익 극대화의 원칙을 따라 자신의 기금을 더욱 키우기 위한 자체증식을 도모한다는 점이다. 더불어 그 자체가 극심한 '투기 금융'의 주력부대가 된다. 더욱 다양한 포트폴리오 전략을 수립하고, 투자 대상을 다변화하는 것은 금융기관이 수익률을 올리는 데 필수적인 조건이다. 이는 국민연금 기금이라고 다르지 않은 것이다. 이번 하반기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국민연금법 개정안 중에는 보험료를 올리고, 급여를 낮추는 것뿐만 아니라, 기금운용위원회 구성원을 금융 전문가들로 채우는 방안도 포함되어 있다. 국민연금 기금의 주식투자 확대와 더불어 금융 전문가들로 하여금 운용을 전담하게 하는 구상이야말로 국민연금을 비롯한 각종 기금(이후에 도입될 퇴직연금의 기금도 포함하여)의 금융화를 촉진할 신호탄이다.
그렇지만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확대를 비롯한 자본시장에서의 전문적인 운용이 국민연금의 재정안정화에 '크게' 기여할 것 같지는 않다.{{) 심지어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주식투자 확대를 통해 부담해야 할 리스크(위험)는 굉장히 큰 반면, 주식투자 확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연금재정 안정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들이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고, 다만 "현재 재경부 등이 추진하는 대로 급격히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일 뿐이다.
}} 이것은 지배계급과 주식투자 확대를 주장하는 사람들 모두 인정하는 바이다. 그래서 그들은 보험료를 올리고, 급여를 깎는 국민연금 '개혁'은 지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험료 인상과 급여 삭감에 따라 앞으로 천문학적인 기금은 쌓이고 주식시장을 비롯한 자본시장에서 활약하는 국민연금 기금은 더욱 커질 것이다. 하지만 노동자·민중에게 돌아오는 것이 '국민연금 재정이 안정되어 노후소득을 안정적으로 보장해줄 수 있다'는 안심이 아니다. 그럼에도 국민연금 주식투자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면, 신자유주의 지배계급이 노리는 것은 단순히 국민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겠다는 것만은 아니다.


자본시장 발전, 기관투자가 육성, 기업지배구조 개선
며칠 전 인터네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누가 한국을 소유하고 있는가?'라는 칼럼에서 한국이 외환위기 이후 이뤄왔던 국수주의에 대한 세계화의 승리가 정부의 우둔한 정책 때문에 무로 돌아갈 수 있다는 내용을 다뤘다. 내용인즉슨, '외국인들이 한국의 주식시장에 상당부분(시가총액의 약 44%)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 한국인들은 국채, 주택, 미국채권 등에 투자를 선호한다. 이것은 기관투자가들의 주식투자를 법률로 제한하는 것에 기인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하려는 외국인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에 와있다고 지적한다. 결국 기관투자가들의 자유로운 투자를 보장하고, '주주 자본주의'의 기반을 닦아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한 투자 활동을 늘리는 것이 한국 경제를 보존하며, 세계화에 발맞추어 나가는 것이라는 충고가 주된 내용이다. 실제 이런 주장은 국민연금 주식투자 확대를 '경제 살리기의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다는 신자유주의 지배세력의 구상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열린우리당의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을 통한 연기금의 주식투자 활성화 방안에 대해 한나라당은 반대의 입장을 표명했다. 연기금 내에 주식투자에 대한 이해나 전문성이 높은 인력풀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증시 상황이 좋지 않을 때마다 연기금이 부양책으로 동원된다면 부실을 막기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의 계획이 단순히 증시가 좋지 않을 때 기금을 동원하겠다는 수준을 뛰어넘어, 한국 경제 전반의 체질을 변화시킬 출발점으로 보고있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의 입장이 열린우리당의 계획의 핵심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 한나라당도 기금의 주식시장 투자 자체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국민들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국민연금의 주식투자의 필요성에 대해 국민들의 동의를 얻는 과정을 밟아야한다는 것뿐이다.
}} 그들 스스로가 말하듯이, 국민연금 주식투자 확대는 자본시장을 발전시키고, 기관투자가를 육성하는데 기반이 되며, 기업지배구조 개선 및 기업경영 감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사실 이런 역할들은 서로 맞물려있다.
금융세계화가 진전되면서 세계적인 영향력을 획득하며 부상한 집단 중 괄목할만한 것이 바로 기관투자가이다. 금융시장의 탈규제와 자유화, OECD와 세계은행 등이 추진한 연금개혁(공적연금 축소와 사적연금의 확대), 80년대이래 증가한 공공채무, 적대적 인수합병(M&A)의 증가와 같은 조건들이 기관투자가들의 부상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을 위탁받아 관리, 투자하는 기관투자가들에게 집중된 화폐자본의 양 또한 80년대 이래로 급격히 증가했으며, 이는 곧 기관투자가들의 수중에 엄청난 양의 자금이 집중되어있음을 말해준다. 이들은 보다 높은 투명성, 기업 성과의 국제적 비교 가능성,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며 전지구적 행동반경을 갖는 투자자들이다. 만약 자신들의 요구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시장에서는 언제든 철수할 수 있는 준비도 갖추고 있다. 자신의 것이 아니라 자신에 의해 관리되는 자본을 투하한 기업의 대주주로서 그들은 금융소유자의 이해를 크게 대변해야 할 압박에 놓인다. 그리고 이들은 이러한 압력을 경영진에게 행사한다(기업경영감시 활동).{{)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기업경영 감시활동을 벌이는 연금기금으로는 미국의 캘리포니아공무원퇴직연금(CalPERS)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1987년 이후 해마다 주가가 많이 떨어지고, 회계투명성이 낮은 기업 10개를 '집중감시 목록'에 올린 뒤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을 위임받아 경영개혁을 요구한다.
}} 이런 활동과정을 통해 추구되는 궁극적인 목표는 주주 이익의 극대화이고, 이는 곧 기업의 목표 자체가 주식가치를 극대화하는데 맞춰지게 됨을 의미한다. 사실 이 전반의 활동은 그저 주식시장, 자본시장에서 활약하는 금융자본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국민경제 전반으로 그리고 세계적으로 그 영향이 확대된다. 주식가치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기업의 활동이란 것 자체가 고용을 창출하는 신규투자, 생산 투자와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효율성 재고(구조조정, 다운사이징 등으로 나타난다), 금융적 팽창 과정이다. 산업자본의 논리 자체가 금융자본의 그것과 통합되며, 고용과 생산을 파괴하는 금융화는 가속화된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라 일컫는 과정의 중심부에 기관투자가의 역할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과정이 노동자·민중에게 미치는 파괴적인 효과도 익히 알고 있다.
역설적인 것은 이런 기관투자가들의 기반이 되는 것이 바로 노동자·민중의 소득(임금, 노후소득 등)이라는 점이다. 결국 가계의 저축, 임금의 일부가 적립된 노후보장 기금, 보험금이 활용되어 오늘날 가장 투기적인 기관투자가들의 권력을 강화시켜주고 있는 형국이다. 이 과정에서 연금기금의 역할은 막대한데, 실제 그 자체가 자본시장에서 막강한 기관투자가로 활동을 하기도 하고, 연금기금 일부를 또 뮤추얼 펀드와 같은 다른 기관투자가들에게 위탁함으로써 기관투자가 전체를 활성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확대를 통해 기관투자가 육성을 바라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기금의 주식투자 제한 조치와 같은 법률적인 제한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과정의 발달이 지체되고 있었던 점이 있다. 미국과 같이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의 활동이 활발한 곳에서 기관투자가들의 주식투자는 주식시장 전체의 50%를 차지하는 반면, 한국의 경우 시가총액의 15.9%(2002년 말)를 차지하고 있다. 투자가 제한되어 있다보니 주식시장 투자 자체가 큰 중요성을 갖지 못하고, 기관투자가들에게 기대하는 기업지배구조 개선, 기업경영 감시 활동, 자본시장 발전과 같은 역할은 미비하다. 따라서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을 통해 노리는 효과는 단지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금의 수익률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주식시장, 자본시장 전체 그리고 나아가 한국 경제 전반에 파급될 것이다.


국민연금 폐지 논란의 진실
얼마 전부터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던 '국민연금 8대 비밀'이라는 글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으며 급속히 퍼졌고, 심지어 국민연금을 폐지하라는 촛불시위까지 진행되었다. 국민연금 폐지를 주장하는 여론이 커지자 언론은 서로 앞다투어 국민연금을 집중분석하네, 대안을 모색하네 호들갑을 떨며, 소위 전문가들의 의견을 베껴내며 국민연금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에 여념이 없다. 정부와 국민연금관리공단도 국민연금에 대한 반감이 제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국민들의 오해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며, 이를 해명하고 몇몇 불합리한 조치들을 개선하겠다는 말로 국민연금 폐지 움직임을 달래보려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나 언론, 입법부의 이런 태도는 그들이 현재의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아니 오히려 인식함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 연금개혁은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실제 이번 국민연금 폐지 논란을 국민연금 제도와 원리에 대한 이해 부족, 과도하게 부풀려진 오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도 명백한 진실이 그 속에 있다. '국민연금반대운동본부'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사연들을 읽어본 적이 있는가? 물론 개중에 진실성이 없는 글들도 존재하지만, 대부분이 고의로 국민연금을 회피하려는 사람들은 아니다. 오히려 회사가 부도를 맞으면서 부도 전 몇 달씩 체납한 보험료를 고스란히 자신의 책임으로 떠맡은 사람들, 생계에 쪼들려 카드빚에 신용불량자로 내몰린 사람들, IMF 이후 실업-반실업 상태에서 국민연금 내기에 벅찬 사람들의 사연이 구구절절하다. 이런 사실이 보여주는 것은 명확하다. 자신의 노후를 위해서 각종 보험, 적금과 같은 재테크 사업은 고사하고 국민연금조차도 제대로 낼 수 없는 민중들의 삶, 그 자체다. 그 누가 노후를 안정적으로 보내고 싶지 않을까? 그럼에도 수 십 년 후의 노후를 위해 현재의 삶 자체 자체를 담보로 잡힐 수는 없는 노릇이다. 까마득해 보이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빈곤 속에서 혹은 죽음의 문턱에 매달려서 살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신자유주의 지배세력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작년부터 줄기차게 주장해 온 국민연금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 때는 기필코 밀어붙이겠다는 심산이다. 개정안은 보험료를 현행 소득의 9%(직장가입자의 경우)에서 15.90%까지 올리고, 급여는 소득대체율 60%에서 50%로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민연금을 납부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지는 사람은 더 많아질 테고, 노후에 보장받을 수 있는 연금조차 깎이게 된다. 그럼에도 정부와 신자유주의 지배세력은 계속해서 국민연금은 축소하고, 주식투자는 확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게다가 퇴직연금을 도입할 준비도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이런 조치들이 민중의 현재와 미래를 보장해줄 수 없음이 명백한데도 말이다. 신자유주의 지배세력이 논하는 연금개혁 논의에서 민중의 온전한 노후소득 보장은 이미 중요한 원칙이 아니다. 그들의 관심이란 적립된 그리고 적립될 기금을 활용하여 금융화를 촉진하는 것, 그에 따르는 위험과 노후보장에 대한 책임을 개인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국민연금 폐지 논란이 불거져 나온 지 두 달 여 시간이 흘렀다. 그 기간동안 각종 언론과 매체에서는 수도 없이 국민연금의 근본적인 개혁, 새판 짜기를 주장했다. 미봉책으로 넘길 문제가 아니라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미봉책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말에 동의한다. 하지만 근본적인 개혁의 방향이 국민연금의 보장 부분을 축소하고 사적 연금을 확대하는 것, 연금기금을 자본시장에서 활용하는 것을 골격으로 하는 것이라면 이 또한 해결책이 아니다. 이것은 민중의 노후를 안정적으로 보장하는 것과는 하등 상관이 없고, 오히려 현재의 빈곤을 노후까지 지속하는 악순환일 뿐이며, 그 책임을 개인에게 넘기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연금기금을 주식시장에서 활용하고 그를 통해 금융화를 촉진시키려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반대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정책과 구조조정 속에서 민중의 삶은 파탄과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빈곤이 심화되고, 불안정노동이 일반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중의 노후소득을 위한 저축까지 금융시장에 퍼다 부으며, 현재의 신자유주의를 더욱 촉진시키는 것에 노동자민중이 동의해야 하는가? 그래서 노동자들의 자금이 오히려 주식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정리해고, 인력감축, 비용절감, 노동강도 강화를 요구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상황을 인정해야 하는가? 그렇게 스스로의 목줄을 옥죄고도 노후의 빈곤을 감당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야 하는가? 현재의 삶도 빈곤하지 않고, 노후의 삶도 빈곤하지 않길 바라는 민중의 바램이 논의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국민연금을 둘러싼 논쟁이 국민연금의 주식시장 투자 확대를 저지하는 방향성을 포함해야 하고,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맞서는 싸움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너무나 분명할 따름이다. PS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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