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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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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교육비평.hwp

로스쿨 그리고

김준우 |
로스쿨 그리고

편집부장 김준우

현재 로스쿨 도입을 둘러싼 백태만상

올 가을 사법개혁위원회를 통해서 로스쿨 도입이 확정된 이후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목소리들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사법개혁위원회를 통해서 합의된 로스쿨 안은 1200명을 뽑아서 1000명을 변호사로 합격시킨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개별 로스쿨당 적정 인원을 150-200정도로 잡고 8개학교 정도에서 10개학교 사이로 로스쿨이 설치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로스쿨은 현재 고등법원이 설치된 지역 4곳(부산,대구,대전,광주)에 하나씩 그리고 나머지 4곳 정도는 서울(수도권)에 설치되지 않겠는가라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인 모양이다. 전국의 대학에 90개 넘는 법학과가 설치된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10여개 정도의 학교를 제외하면 대부분 고사하지 않겠는가라 우려 속에서 우후죽순으로 로스쿨 유치 경쟁이며 외국 로스쿨 사례 분석이며 야단법석이다.
야단법석은 좋은데 대부분의 의견들은 각자의 협소한 이해관계에 따른 주장들로 채워져 있으니 실로 난감한 문제임은 틀림이 없다. ‘국립대에 로스쿨을 몰아넣는 것은 대학 서열화를 더욱 부추길 것이므로 사립대에 설치해야 한다’는 교수나 ‘인가주의가 아니라 일정한 요건만 되면 설립을 허용해야 한다는 준칙주의’를 주장하는 교수나 지방 분권과 대학 평준화를 기치로 지방 사립대에도 로스쿨을 설치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로스쿨을 파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아전인수격의 처방전이 춤을 추고 있다. 여기에 사법고시 준비생들도 가세하여 로스쿨 입학시험 형태를 현재의 1차 사법고시와 같은 방법으로 하자는 의견이 다수를 이루는 등 그야말로 점입가경이요 목불인견이다.

로스쿨의 도입 배경

기본적으로 미국식 형태를 기준으로 검토되고 있는 로스쿨은 학부과정을 마친 자가 법학전문대학원 (3년)과정을 이수한 이후에 소정의 시험을 통해서 ‘율사’가 될 수 있는 형태를 의미한다. 기존의 사법시험의 경우 학력제한이 없는 가운데(다만 2005년부터는 법학과목을 35학점 이상 이수한 자에게만 시험 자격이 주어진다고 한다.) 사법시험을 합격한 이들이 사법연수원을 거쳐서 비로소 변호사 자격증을 획득하는 것이지만 헌정 질서 이후 기실 법관 임용시험의 성격이 짙었다(자격시험이 아니라). 이러한 현재의 제도는 정상적인 법학교육과 무관하게 시험을 위한 ‘수험법학’과 사법연수원에서의 ‘실무과정 교육’이라는 일견 파행적인 형태를 낳은 것은 사실이다. 실제 현재의 시스템이 고시 낭인으로 상징되는 인적낭비가 심한 비효율적인 지적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런데 기실 현재의 도입되는 로스쿨의 배경이 사법개혁과 법학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기존의 문제제기만으로 인식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주지하다시피 IMF로 상징되는 경제위기 이후 남한의 교육체계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적합한 형태로 끊임없이 개조되어왔다. 이 가운데 금융-법률 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하는 것이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필연적인 요구 중 하나였던 것이다. 미국식 MBA와 로스쿨로 상징되는 금융-법률 전문가 양성구조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이었지만 부족한 인적-물적 인프라 탓에 이 땅에서 채택된 처방은 사법시험 합격자와 공인회계사 합격자수를 양적으로 늘리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97년까지 각각 400명과 450명에 불과했던(?) 사법시험과 공인회계사 합격자 수는 현재 점진적으로 증가하여 매년 1000명의 합격자를 배출하고 있는 것이다. 또 세무사도 매년 1000명씩 뽑는 등 금융법률 서비스 관련 직종의 소위 ‘사’가 양적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이후 각 대학에서 속속 (실체를 알 수 없는) MBA과정들과 로스쿨을 지향하는 대학들이 들어서기 시작하다니 2008년 로스쿨 도입이 확정된 것이다. 법률시장의 개방을 목전에 둔 상황도 이러한 제도변경에 한 몫을 했음은 물론이다. 법률시장 개방에 맞물려 이미 한국에서 미국 로스쿨 코스를 개설하고 있는 학교들도 개교한 상황이니 말이다.

로스쿨도입으로 (기대되는) 긍정적(?) 효과

물론 로스쿨 체제의 도입이 몇 가지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고시낭인이나 대학의 고시촌화 현상을 일정적도 막고 (일각에서는 로스쿨 낭인이 생길 뿐이라고 냉소하기도 한다.) 대학의 학부교육이 정상화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할 수 있다. 또한 변호사 자격을 지닌 이들이 많아짐으로서 법률서비스의 문턱이 보다 확대되어 국민들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을 수도 있다. 즉 지나치게 기형적이었던 법률가 양성 구조의 문제점들이 일정하게 교정되는 효과가 발생할 것이다. 즉 로스쿨 제도는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20대 젊은이가 법적인 판단을 내리는 불합리한(?) 상황을 피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또 대학에서 다양한 경험을 거친 학생이 로스쿨에서 실무적인 법학 전문 교육을 받는 형식이 가져올 선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비정상적인 한국형 로스쿨 . 로스쿨 도입의 문제점

그렇다면 굳이 로스쿨 도입 그 자체를 놓고 반대할 일은 아닐지 모른다. 사실 교육(지식)에 대한 권리와 노동시장에서의 경제적 성취가 직결되는 대중교육의 모순이 로스쿨이라는 고리를 통해서 끊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면 말이다. 그러나 현재 추진되고 있는 한국형(?) 로스쿨이 분명 기형적인 형태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기실 로스쿨 도입은 첫 단추부터 기존의 변협과 대법원으로 상징되는 법률시장의 기득권자들의 반발로 인해 1200명을 선발해서 1000명을 뽑는 현행의 사법시험 제도와 비교해서 별반 다른 것이 거의 없는 제도변경으로 귀착되고 있는 듯하다. 단지 최초의 선발형태의 장벽이 약간 용이해진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즉 로스쿨 도입을 통해 양과 질에서 확대된 법률가 양성조차 간데없고 사법연수원에서 법률대학원으로 이름만 바꾼 허울 좋은 제도개혁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 로스쿨이 도입되면 교육비용으로 인한 진입장벽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도입된 치-의학전문대학원의 경우 소위 ‘전문직’을 중심한 전문대학원 체제 도입의 리트머스 시험지라고 할 수 있는데 2005년 신입생부터 유치한 각 치-의학전문대학원의 한 학기 등록금이 (드디어) 천만원을 호가하기 시작한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소위 전문대학원이 엄청난 교육비용의 장벽을 가지고 있어 기회의 불평등, 교육의 불평등을 가속화될 개연성은 상당히 크리라 짐작할 수 있다. 얼마 전 국회에서 노회찬의원이 최근 사법시험 합격자중에서 강남비율이 압도적임을 밝혀 현행 고시제도가 가지는 기회비용의 상관성을 밝힌 것처럼 교육비와 교육기회의 문제는 상당하다. 설사 장학제도나 학자금 융자를 통해서 개인적으로 문제가 해결(지연)된다고 하여도 법률가들이 고수익을 요구할 것이라는 것은 (의대를 보라!) 명약관화하다.
한 편 이번 로스쿨 제도의 도입 자체가 사개추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루어진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법개혁에 조금 관심이 있을지 모르나 (대학)교육의 문제와 연결되는 고민의 흔적은 찾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그저 하드웨어를 갖춘 몇 몇 학교를 기준으로 로스쿨을 설치한다면 대학서열화가 심화될 것은 뻔할 뻔자인데다가 현재 각종 고시를 중심으로 파행화되고 있는 대학수업과 위계화된 대학의 학과 서열의 문제를 지연시키는 문제다. 물론 현재 교육과 노동 시장이 긴밀히 연결된 구조와 심화된 구조적 (경제)위기에서 교육의 위기는 필연적이며 인문계에서의 고시와 자연게에서의 의대가 정점을 이루는 현상을 신자유주의 세력이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어차피 로스쿨 도입이 시간문제인 상황 그리고 로스쿨의 도입이 대학교육과 법률가 양성구조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다면 도입의 형태에 대한 보다 많은 토론과 목소리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이에 있어서 필요한 목소리들은 아마 a)로스쿨이 또 하나의 교육/기회의 불평등의 공간이 되지 않기 위해서 교육비용의 문제에 있어서 접근권을 낮추는 문제, b)로스쿨 입학 정원을 대폭 늘림으로서 국민이 수혜 받을 수 있는 법률서비스의 확대로 이어지게 하는 문제 c)로스쿨 설치 형태를 기존의 위계화된 대학 중심으로 함으로써 대학서열화가 가속화되는 악순환을 중단시키는 문제 d)미국식 글로벌 스탠다드한 로스쿨이 아니라 보다 사회의 전통과 역사에 걸맞는 형태이자 학문적 발전을 염두해둔 로스쿨 운용 방안 정도로 요악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로스쿨 도입의 방향타를 설정하는 문제가 공세적인 대학개혁 및 사법개혁의 안이라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음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로스쿨 도입은 신자유주의 사회재편과 연동된 대학과 교육의 재편이 노동시장의 유연화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교육의 적절한 재편과 합리화가 불가피하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경제적/사회적 비용마저 민중에게 전가한다는 점을 드러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또 법률-치의학 전문대학원 도입과 같은 전문대학원 체제가 대학 내부에서의 서열화, 위계화 문제를 지연시키는 것에 불과할 수 있으며 다른 한 편으로 지식의 권리를 획득하는데 있어서 또 하나의 장벽이 되는 문제가 된다는 점에서 재고의 여지가 필요하다. 특히 진보진영 내부에서도 각종 전문대학원의 설립을 인정하고 있는데 이는 학부교육의 상대적 정상화와 전문직 직종의 전문적 교육과정 확보라는 점에서 실익이 있을 수도 있으나 현재와 같이 노동시장과 교육의 연결구조가 점점더 강해지고 있는 면에서는 한계적일 수 밖에 없는 (나쁠 수 있는)방안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이것이 로스쿨 논의가 주는 가장 큰 교훈(역설)은 바로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PSSP
주제어
교육
태그
구정화 자화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