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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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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이윤경 |
어린이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이윤경 전국보육노동조합(준)


지난 11월 14일 광화문에서 전국보육노동조합 준비위(이하 보육노조(준)) 출범식이 있었다.
당일 행사에는 전국에서 올라온 70여명의 보육교사들이 출범식에 참여하였다. 드디어 놀이방과 어린이집에 근무하는 보육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기로 한 것이다.
아직 조합에 직접 가입한 수는 많지 않지만 보육노조(준)가 조직대상으로 보는 보육노동자는 8만여명 정도로, 여기에는 놀이방과 어린이집에 근무하는 보육교사, 취사원, 사무직원, 특수교사, 간호사 등과 보육정보센터직원 등 영유아보육법 상에 명시된 보육관련업무를 보는 모든 기관에 근무하는 노동자를 모두 포괄한다. 특히 이직이 많은 보육노동자들의 특성을 감안하여 휴직, 실직 상태에 있는 보육노동자도 가입대상에 포괄하고자 한다.

1. 그 동안의 논의과정

보육노동조합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많은 논의들이 진행되었다.

80년대부터 빈민·공단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탁아 운동단체인 지역사회탁아소연합회는 1987년 보육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제대로 된 보육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보육교사가 보육운동의 주체로 서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보육교사 대중조직인 한국보육교사회로 전환, 활동을 전개하였다.
그러나 소규모 시설(5인미만 사업장이 절반을 넘는다)로 흩어져 있는 보육교사를 조직하는 일은 쉽지 않았고 특히 보육현장에서 벌어지는 보육노동자들의 노동조건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시민단체로서의 보육교사회가 가지는 한계가 분명했다.
특히 91년 영유아보육법 제정이후 하루에도 수십 개 씩 어린이집과 놀이방이 만들어지고 그 속에서 근무하는 보육교사의 수도 늘어가면서 기존의 보육활동가 중심으로 정책과 교육활동을 전개해 온 한국보육교사회의 활동이 보다 대중적으로 전개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와 함께 헌신과 봉사라는 이데올로기에 갇혀 기꺼이 낮은 보수로 일해 왔던 보육교사들도 서서히 전문 직업인으로서 자신의 위치를 자각하기 시작하였다.

2002년 보육정보센터 홈페이지 게시판을 중심으로 국공립어린이집 보육교사 인건비 책정에 대한 논란이 진행되면서 한국보육교사회는 보육교사 토론회를 긴급하게 조직하였다. 토론회 당일 120여명의 서울지역 국공립보육교사들이 모여 보육교사의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였다.
한국보육교사회는 현장 보육교사들의 자발적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보육의 질은 보육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 <보육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라는 슬로건을 걸고 보육예산 확대를 위한 거리 캠페인, 서명작업 등을 전개하였다.

그러나 저 출산 문제와 맞물려 보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확대되었으나 보육교사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다양한 활동들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고 보육교사 문제는 정책의 가장 후순위에서 늘 맴돌고 있었다.
정부는 다양한 보육정책을 발표하면서 '보육교사의 처우개선'을 강조하였지만 실질적인 예산확보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어떤 구체적 방안도 제시하지 못하였다.
이에 한국보육교사회는 보육운동의 확대와 보육교사문제에 대한 실질적 해결을 모색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기로 하고 조직위원회를 구성하여 2년에 걸친 논의를 진행하였다.
그리고 논의의 결과물로 전국보육노동조합의 건설이라는 자기과제를 도출해내게 된 것이다.

2. 보육현실

현재(2004년 6월 30일 현재) 전국적으로 25,319개의 어린이집과 놀이방이 운영중이고 90만명의 아이들이 보육서비스를 받고 있다. 또한 근무자 수는 8만여명에 이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설이 영세하고 정부지원 시설의 비율이 매우 낮아(국공립어린이집 5.3% / 법인포함 정부지원시설 15%) 저소득층이 주로 이용하는 보육시설의 특성상 부모가 내는 보육료만으로 운영되는 민간개인시설에서 근무하는 보육교사의 경우에는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와 하루평균 10시간이상의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다.(초임기준 월 60만원/2001년12월 조사) 정부지원시설에 근무하는 보육교사는 상대적으로 보수수준이 높다고는 하지만 10년차 보육교사의 연봉이 고작 1천8백5십여만원에 불과(실수령액은 1천7백만원)하다.

또 2001년도 한국보육교사회에 조사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월차휴가는 20%만이, 연차휴가는 41.4%만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차휴가의 경우에는 대부분 여름, 겨울에 시설에서 정해주는 정기휴가 기간에 사용하고 있었고 연간 평균휴가일수는 10.8일이었다. 장시간 근무에 따른 초과근무수당을 받고 있는 비율은 17%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무엇보다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정원초과와 식사준비, 청소, 설거지 등 잡무부담은 보육교사가 실제 아동보육을 원활하게 수행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한다.
또, 횡령, 부실운영 등 시설비리가 발생할 경우 내부고발자로서의 책임을 부여받는데 비해 양심에 따른 고발은 보육교사를 해고 또는 해고의 위협에 시달리게 한다.
잘 조직된 시설운영자들의 연합체인 한국보육시설연합회에 의해 시설장간의 네트워크가 강고한 반면 보육교사는 개별화되어 있어 일단 찍히면 재취업이 매우 어렵다.

보육교사들의 열악한 환경은 결국 보육아동에게 제공되는 보육서비스의 질 하락을 가져올 수밖에 없고, 무엇보다 상시적인 고용불안과 저임금 구조에서는 경험과 전문성이 중요한 보육업무를 장기적으로 수행하기 어렵게 한다.
결국 보육교사의 노동조건 개선은 보육교사 개인의 노동자로서의 권리쟁취를 넘어 보육아동의 권리를 찾는 기초가 되는 것이다.

최근 창원에 있는 한 민간시설에서 37명 정원에 70여명의 아동을 받아 보육하면서 부실한 급간식을 제공한 문제로 부모와 보육교사들의 항의를 받은 사건이 있었다. 이 일을 제기한 보육교사들은 처음에는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시청에 관련 민원을 제기하였으나 형식적 감사와 일부 행정조치만으로 문제해결이 되지 않아 부모들과 함께 기자회견 등 활동을 전개하였다. 물론 근무 중인 모든 보육교사는 즉시 해고되었다. 거기다가 (전)시설연합회 회장 등의 협박까지 받고 있다. 아이를 돌보는 사람으로서 양심에 따라 행동한 결과가 해고로 나타나는 현실에서 누가 소신있게 아이들을 돌볼 수 있겠는가?
(해고된 보육교사들은 모두 현재 보육노조(준)에 조합원 가입을 한 상황이다.)

3.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

보육노조의 활동목표를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 네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인권보육의 실현
둘째, 보육노동자 노동조건 개선
셋째, 보육의 공공성 쟁취
넷째, 보육현장 개혁


보육교사는 아이를 돌보는 사람으로서 아이들의 권리를 대변할 사회적 책임을 가진다.
영유아는 성인의 도움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하며 특히 이 시기의 경험과 교육에 따라 그 아동의 인성과 지능이 결정되기 때문에 하루 종일 영유아를 돌보는 보육교사의 책임은 막중하다. 따라서 보육노조는 아동의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자랄 권리를 위해 싸우고 보육교사들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아동의 인권을 존중하는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노동조건 개선 투쟁의 방향으로는 우선 근로기준법의 적용과 준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실 원장들조차 근로기준법을 들이댄다면 모든 어린이집이 위법을 하고 있다고 스스로 말할 정도이다. 체불임금, 휴가사용등 기본적인 근로조건에 대한 문제이외에도 최근 들어 더욱 빈번하게 나타나는 단기계약으로 인한 고용불안문제에 대한 대처가 필요하다.

아동양육이 더 이상 개별가정만의 책임이 아니라는 점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공공성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비용, 관리, 인프라 구축 등 국가가 책임지는 부분을 좀더 확대하고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전체 인가된 보육시설의 50%가 공립시설이고(근무자들은 모두 국가공무원) 나머지 50%도 사회복지법인시설이며 보육교사의 관리, 재교육 등에 대해 정부가 책임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공공성 정도가 매우 미약하다.

시설비리문제는 앞으로 보육노조의 가장 쟁점사안이 될 것 같다. 보육교사들이 양심에 따라 행동하고 그런 행동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일이 보육노조의 주요 과제가 될 것이다. 또한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보육현장의 분위기를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만들기 위해 보육교사와 부모가 참여하는 시설운영위원회의 설치와 보육교사를 보육활동에 대한 주체로 세우는 일도 노조의 주요활동목표이다.

4. 마치며

현재 보육노조의 가장 큰 과제는 보육노동자에게 보육노조의 존재를 알리는 일이다. 현재 보육교사들이 많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와 유아교육잡지 등을 통해 홍보를 하고 있고 앞으로 보수교육 등 보육노동자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공간을 찾아다니며 보육노조를 알리는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또 보육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인식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물론 법, 제도 개선 투쟁도 병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아직은 소수지만, 처음 가는 낯선 길이지만
< 꿈을 희망으로, 희망을 비젼으로, 비젼을 현실로 > 만들기 위한 실천은 시작되었다.
아이들에겐 행복하게 자랄 권리를!
보육노동자에겐 행복하게 일할 권리를! 위해 PS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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