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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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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연장 동의안을 저지하자

권형은 |
파병연장 동의안을 저지하자

뻔한 수순, 파병연장동의안

12월 7일 상임위에 상정되었던 파병연장 동의안이 통과되었다. 이라크 파병규모 3위에 빛나는 한국군의 병력규모는 3600여명, 이들은 올 12월 31일부로 법적 주둔시한이 정해져 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파병 때와 마찬가지로 또 한 번 소리 소문 없이 연장동의안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그간 정치권과 언론은 온통 소위 4대 개혁입법을 둘러싼 여야다툼으로 도배가 되었고, 연장동의안은 주요 민생현안과 더불어 일말의 논의조차 진행되지 않았다. 자이툰 부대 파병 당시, 추가파병은 '신중하게, 충분한 고려와 국민적 합의를 통해서 결정되어야' 한다던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은 영국 방문 시, '파병연장은 통과될 것'이라는 BBC와의 인터뷰 발언을 통해서도 공수표임이 확인되었다.

결국 3600여명의 젊은 목숨들은 여전히 사지에 머무르게 될 것인가? 사실 이미 뻔한 수순이었다. 작년 3월 20일, 이라크전이 발발하고 바로 그 다음날 정부는 임시국무회의서 한국군 파병동의안을 의결하였다. 당시 정부는 이라크 평화재건 사업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파병 반대 여론을 무마시키려 하였으나, 서희 · 제마 부대 파병 이후 전투병 파병은 뻔하게 예상되던 바였다. 아니나 다를까 2003년 5월 1일, 부시 대통령의 종전 선언에도 불구하고 국지전 양상 확대라는 사실상의 점령 실패가 확인되면서 미국의 추가파병 요청이 제기되었다. 그리고 '지역 담당 독립부대'인 전투부대 자이툰이 이라크 북부 아르빌에 주둔한다. 이라크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아르빌의 광활한 사막 한 가운데 3중 보호막을 쳐 놓고, 쿠르드 민병대의 보호를 받으며 태권도 보급, 의료봉사, 차량 수리, 문맹퇴치라는(!) 평화재건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자이툰의 역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미국 대선 직후, '팔루자 대 공습' 이나 모술 등지에서 미 · 영 연합군의 공격을 가능하게 하는 후비대 역할로서 전쟁의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더군다나 애초 자이툰 부대와 관련된 수송임무 약속을 파기한 미군 덕에 10월 11일, 불법 파병된 공군 제 58 항공 수송단 다이만 부대의 활동까지 이야기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쿠웨이트 알리 알-살렘 미군 공군기지에 주둔하며 아르빌을 왕래하는 다이만 부대는 "필요하면 다국적군의 수송작전에도 투입될 것"이라는 말 한마디에 채 1개월도 지나지 않아 이라크 주둔 미군의 병력과 장비 수송 지원임무에 투입되었다.

미국의 이라크 총선 전략, 잠재된 혼란

제 2의 베트남전으로 불리며 끝 갈데 모르는 이 장기전에서 여러 나라들이 속속들이 파병을 철회하거나 병력을 감축시키고 있다. 하지만 내년 1월 30일 이라크 총선을 앞두고 저항세력 일대 소탕을 벌이고 있는 미국은 신규병력 1500명을 추가파병하고 주둔기간을 연장하여 전후 최대 15만 명을 이라크에 주둔시켜 총선을 대비한 치안확보에 힘쓸 계획이다.
수만의 이라크 민중들이 다치거나 죽었고 이라크 전 이후로 11월 현재, 미군 사망자는 1천 251명에 달한다. 미국 내에서는 모병을 위해 26억 달러를 뿌려가며 고등학교 앞에서 진을 쳤으나 지원 미달사태가 빚어졌다. 이라크 전범재판에 증인으로 서기 위해 한국에온 이라크인들은 미군의 언론통제로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대선 직후 이어진 팔루자 공격 3주 동안 이라크 인 4천여 명 이상이 확실히(!) 죽었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더불어 이라크를 시아 · 수니 · 쿠르드를 구분하여 갈등을 조장하는 미국의 3분할 정책도 이 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전쟁 이전 "친구들 사이에서도 시아인지 수니인지 모르고 관심도 없었고 … 결혼도 한다. 전쟁 이후 부각되었다. 미국의 의도적 분열정책이며 효과적인 이라크 통제 · 지배 전략이다"라고 종교/민족 갈등을 설명하는 이 증인들의 말은 제 2의 팔루자라 불리며 지난 11월 말부터 대규모 공습에 들어간 이라크 북부지역 모술의 상황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 바이다. 미국은 쿠르드족으로 구성된 이라크 방위군 4개 대대를 모술로 이동시켜 저항세력의 주축으로 파악되는 수니파와의 종족갈등을 부추겼으며, 저항세력은 모술에 위치한 자체군대 약 7만 5천명의 페슈메르가('결사대')와 민병대 포함 13만 명으로 추산되는 병력을 가진 쿠르드계 정당인 쿠르드애국동맹(PUK) 본부 건물을 습격하였다. 더불어 대규모의 시설과 비용, 시간을 들여 훈련시킨 경찰병력 4000여명은 저항세력이 모술을 점령한 48시간만에 3200여명이 줄행랑을 쳤다.
수니 · 시아 · 기독교 · 공산당 · 이라크 투르크멘 전선 등의 다양한 단체 미군의 팔루자 공격 시 선거 보이콧을 선언했으며, 수니파는 점령군 하에서의 총선을 기본적으로 반대하고 있고, 시아파(이라크인 60%)는 총선참여를 거부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미군점령을 원하지 않고 있다. 또한 총선 준비마저 엉망이어서 일반 민중들은 후보, 정당, 선거일정 등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 무자헤딘의 공격으로 선거당일 투표소에 가는 것조차 두려워해야 하는 상황은 미국과 점령군이 밀어붙이는 총선이 그 이후에도 상당한 여파를 남기리라는 것을 말해준다.

다음은 아르빌이다.

하지만 이 전쟁과 점령으로 인한 혼란은 계속해서 정당화의 구실을 만들고 있다.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가졌을 것이라는 의혹은 의혹일 뿐이었고 또 다른 명분이었던 사담 후세인은 이미 축출되었지만 "이라크 전의 타당성 여부를 논란으로 삼기보다는 향후 이라크의 사회적 안정, 자유와 민주주의 구축 등을 위한 효과적 해법에 치중해야 한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대량살상무기와 테러 지원이라는 명분에서 민주주의와 사회 안정에 이르기까지 어떤 명분이든지 갖다 붙이면 다 말이 된다. 종전 선언 이후 이라크가 심각한 위기 상황에 치달았다는 사실을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회적 안정과 민주주의 구축이란 저항세력 소탕을 위한 계속적인 전쟁, 친미정권의 수립을 위한 총선에 다름 아니다. 결국 노무현 대통령이 생각할 수 있는 효과적 해법이란 그것을 위한 '전쟁의 지속', 즉 파병군을 계속 유지하는 것과 위기상황에서 한국군이 참전하는 것이다.
자이툰 부대가 주둔한 북부 아르빌은 쿠르드족의 집단 거주지역으로서 인근 모술 지역의 참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모술 지역 치안을 담당하던 경찰서장이 저항세력의 공격 직후, 아르빌로 도망쳤다가 미군에 의해서 잡힌 것만 보아도 두 도시간의 접근성은 한 눈에 드러나며 이는 저항세력의 이동경로를 추측할 수 있게 해준다. 이미 아르빌은 안전한 지역이 아니다. 주변 열강에 의해 억압받던 쿠르드족은 이라크를 연방으로 재구성하여 중앙정부로부터 광범위한 자치권을 확보하는 것을 핵심요구로 하고 있으나 미국은 시아파 지도자 알-시스타니의 요구로 총선 이후 제정될 헌법에 대한 쿠르드족의 거부권을 박탈시켰다. 더불어 과거 정권에 의한 아랍화 정책(특히 아랍인 이주정책)으로 쿠르드 자치지역 안에서의 갈등양상 까지 예상되는 바이다. 이것이 정부가 말하는 "안전한 지역"이라면 위험천만한 반어가 아닐 수 없다. 누가 노무현 대통령의 인간적 고뇌까지 받아 안으려 하는가! 파병 연장안을 "독자적 결정"이라며 되려 자랑스러운 어투로 이야기하는 대통령에게 인간적 고뇌 운운하는 것은 엄청난 사상자와 앞으로 일어날 참사에 대한 모독일 뿐이다.

반전평화운동, 파병연장동의안 저지투쟁에 나서자!
얼마 전 방한한 미국의 반전 활동가는 열화우라늄탄의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참전 군인들의 조사, 통계 리포트를 발표했고 베트남 참전 군인들의 고엽제 후유증은 참전 군인들의 비극을 대변한다. 셀 수도 없이 많은 이 전쟁의 피해는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인 이라크 민중들은 물론이요, 전쟁 범죄국 정권의 강요된 선택에 가담할 수밖에 없는 가난한 국민들에게까지 확대된다. 이 비참함을 중단시켜내기 위해 남한 민중들은 전 세계 민중들과 함께 전쟁종식과 파병반대 운동을 벌여왔다. 하지만 지난 8월, 자이툰 부대 본진 파병으로 반전운동은 한 번의 고비를 맞이했다. 그렇지만 반전투쟁이 끝나거나, 사라진 것은 아니다. 비록 대규모 거리 집회는 잦아들었지만 이라크 철군, 파병반대 단식에서부터 자유로운 상상력의 평화유랑단 활동, '풀뿌리 운동'을 표방한 '부시 · 블레어 · 노무현 전범민중재판운동'까지 민중들 삶의 곳곳에서 '철군'과 '전쟁종식' 요구가 보이고 있다.
이러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권은 파병군을 철군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연장동의안을 통과시키려하고 있다. 민중의 삶 곳곳에서 보이는 '전쟁반대', '파병군 철군'의 요구는 더 크고, 강한 목소리와 투쟁으로 모아져야한다. 수많은 민중의 반대와 저항에도 불구하고 본회의에 상정될 파병연장 동의안을 막아내기 위해 싸우자. 이라크 민중을 고통에 몰아넣고 남한 민중을 전범으로 만들어놓고도 뻔뻔스럽게 '한-미 동맹'과 '평화재건'을 입에 담는 노무현 정권을 심판하자. 민중들이 노무현 정권에 대한 심판의 의지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노무현 정권은 자신들이 한 짓을 언제까지나 자랑스럽게 떠들고 다닐 것이다. 노무현 정권의 거짓말을 폭로하고, 파병연장 동의안을 막아내는 것, 노무현을 전쟁범죄자로 심판하는 것, 바로 지금 우리가 전쟁을 끝장내고, 파병군을 철군시키기 위해 해야할 절박한 투쟁이다.
주제어
평화
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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