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5.3-4.53호

갈월동에서

편집실 |
명동. 길을 걸었다. 높아져만 가는 건물은 위압적으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그리고 그 곳에 들어선다는 최고급 명품관은 30-40년 동안 양말, 악세사리, 신발 등을 팔던 사람들의 삶의 터전을 짓밟고 있다. 명품관에 어울리는 거리조성을 위해 인도에 대리석을 깔겠다고 한다. 그래서 명품관에 어울리지 않는 노점상은 철거되어야 한다. 용역깡패의 주먹에, 전경의 방패에 짓눌린 사람들의 절규가 귀에 박힌다. '우리는 쓰레기인간인가!' 갑자기 현기증이 온다. 구획된 도시, 신문화공간속에 부재와 결핍으로 몸서리치는 분노는 멈추지 않는다. 서울역. 새 단장을 한 서울역은 봄꽃 기차여행으로 설레는 사람들로 붐빈다. 명동의 건물들처럼 하늘로 치솟아 있지만, 반대로 자꾸 땅으로 지하로 떨어지는 사람들이 있다. 살아 있는 목숨이지만 폐품 치우는 손수레에 실려 '쓰레기 취급'받았던 노숙인은 끝내 죽음을 맞았다. 봄이 왔지만 국가, 복지, 문화의 부재 속에 온전한 인간이 되지 못한 이들에게 여전히 봄은 겨울이다. 하지만 배제된 공간에서 다시 한번 봉기를 꿈꾼다.
이라크에도 봄은 왔을 것이다. 힘겹게 삶을 이어갈 이라크 민중들과 함께 3.20 반전행동에 나서는 것으로 봄을 시작해보자. 커버스토리에서 정영섭은 반전평화운동을 넓고 깊게 뿌리 내리기 위해 3.20 국제 반전행동을 계기로 한 걸음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세초점에서는 김준우가 북한 핵 보유 선언에 대한 분석을 통해 한반도 위기에 대한 원인이 어디에서 있는지 밝히고 있다. 특집은 지난 1월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열린 5차 세계사회포럼을 다루고 있다. 전소희는 지난 5년동안 급속히 발전한 세계사회포럼이 변화의 기로에 서있으며, 진정 '운동'에 복무하고 있는지 묻고 있다. 최예륜은 뜨거운 브라질 거리에서 발견한 대안세계화 운동의 씨앗들을 소개하고 있으며, 류미경은 여러 부문, 지역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회운동들이 세계사회포럼이라는 공간에서 어떻게 공동의 인식을 확장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또한 사회진보의 시선에서 보여주는 평택대책위, 저작권법, 노숙인, 목적별 신분등록제등의 다양한 대안적 운동에 대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례적으로 3.4월호 합본호가 나오게 되었다. 최근 월간 사회진보연대의 발간이 불안정했는데 새롭게 거듭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독자들에게는 무척이나 죄송스럽지만 혁신을 위한 준비기간을 갖고 변화된 모습의 5월호로 만나고자 한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조언과 질책 바란다. 5월 유채꽃과 함께 독자들을 찾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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