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5.6.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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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_여성운동_호성희.hwp

1·2·3운동에서 '독신세'까지

정부의 출산장려정책의 진실

호성희 |
얼마전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와 한국모자보건학회가 "여성이 결혼 후 1년 내에 임신하여 첫 아이를 출산하고, 두 명의 자녀를 30살이 되기 전에 낳아 건강하게 기르자"는 '1·2·3운동'을 제안하는 선전물을 만들어 한차례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또한 한국모자보건학회는 세미나를 개최해 최근 30살이 넘은 고령(?)의 산모가 아이를 낳을 경우 건강상의 위험이 높다며, 의학적 '경고'로 이 운동의 취지를 설명했다. 올해 서른 대에 들어선 나로선 '죽어도 못하는 운동'이라며 실소하고 넘어가면 될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소로 끝나지 않는 불편함이 있다.
이런 흐름은 정부가 추진하는 출산장려정책의 '진실'의 자장 내에 있는 것이고, 가족의 가치와 출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실제로 누구를 공격하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단면이다. 이를 더 잘 드러내주는 것이 지난 5월초 LG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저출산 시대의 경제 트렌드와 극복방안」이란 연구보고서이다.

<b>노무현 정부, 여성의 출산파업에 대체인력을 투입하라!</b>

(소리내어 긴급하게 읽어주실 것을 부탁드리며)
4월 18일 노무현 대통령은 보건복지부 업무보고 때 "국적과 관련된 이민정책도 신중히 검토, 저출산과 고령화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이에 즉각 국무조정실은 "현재의 저출산은 여성의 사회활동 증가, 경제적 사정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결혼기피나 기혼자들도 아이를 낳지 않는 쪽으로 사회풍조 자체가 바뀐 측면도 있다"며 "출산장려나 보육정책으로는 한계가 있어 선진국처럼 이민을 받아들이는 방안도 합리적일 수 있다"고 저출산대책을 발표했다. 그리고 5월 3일에는 동남아인 유입안, 재중·재러 동포 유입안, 통일 후 북한인구 유입안으로 세 가지 구체적인 이민방안을 제시하고 내년에는 공청회를 거쳐 최종방침을 정할 계획이다.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노동력 부족, 소비주체의 감소, 고령화로 인한 사회적 부담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로선 여성들이 왜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가는 이 문제를 푸는 중요한 질문이 아니다. 즉 정부가 내세우는 '직장과 가사의 양립 지원'이라는 여성정책에서의 출산장려정책은 여성들의 권리 증진과는 무관하다. 따라서 현재 부실하기 그지없는 지원책 역시 언제든지 철회될 수 있으며, 오히려 정부의 출산장려 의지에도 불구하고 출산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여성을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정부의 이주노동정책이 이주노동자의 노동권과 단결권을 인정하지 않는 저임금 노동력 활용에만 맞추어져 있듯이, 여성인력활용방안 역시 여성노동자의 노동권 확장이 아닌 불안정노동층 형성의 지렛대로서만 의미가 있는 것이다.

<b>LG경제연구원, 기업은 손배가압류로 대응하라!</b>

(너무 막 나가는 비유라고 이 글을 읽으면서 불편해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사회적인 출산 강요 흐름에서 독신 여성이 느끼는 압박을 없는 글재주로 표현하는 것이라 생각해주시길 바라면서~!)
정부가 가족단위의 이민정책 허용을 발표한 직후에 바로 이 「저출산 시대의 경제 트랜드와 극복방안」이란 LG경제연구소의 보고서가 발표됐다. 이 장문의 논문 앞부분에서 '독일의 경우 이민노동력의 유입정책을 활용하여 인구감소 시기를 늦추었지만 이민인구가 전체인구의 8%를 넘는 실정, 결국 이민인구가 전체인구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해도 좋다는 각오가 없는 한 이민유지 정책은 임시처방'이라며 마치 정부정책에 태클을 거는 듯 했다.(그러나 여성 이민자의 제한적 수용은 필요하다고 나온다.)
논문에서 한국의 인구증가율은 단계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2021년부터는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며 현재의 출산율 하락 원인은 1980년대까지 계속되었던 인구억제정책의 후유증 때문이기도 하지만, 1990년대 이후의 출산율 하락 원인은 결혼한 가정의 출산율 하락보다도 결혼 연령 연장에 가장 큰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따라서 저출산 해결의 단기적 대책으로 결혼 촉진, 기생독신자 문제 해결이 보다 우선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배우자나 자녀가 없는 모든 독신노동자에게 독신비용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독신세'를 매길 것을 제안했다. 논문은 정부가 여성을 생각해주는 척 시행하는 '직장과 가사의 양립 지원정책'의 진실을 노골적이고 솔직하게 드러낸다. 부모와 동거하고 있는 미혼 상태에 있는 젊은 층(20-34세)은 부모소득에 의존하는 기생독신자이며, 한국의 경우 이들은 1995년 428만 명(36.3%)에서 꾸준히 증가하여 2000년 451만 명(40.4%)에 이른다며 근로여부와 상관없이 20-34세 독신 모두를 기생충이라 비유한다.
그러나 이는 독신여성에 대한 적나라한 공격이다. 왜냐하면 보고서가 미혼여성은 미혼남성 19.9%의 두 배 이상인 41.5%가 부정적 혼인관을 가지고 있으며, 과거보다 풍요로운 환경에 익숙한 한국 여성들이 보다 좋은 조건의 결혼상대를 기다리고, 과거에 비해 가정 형성과정에서 생기는 일시적인 고통을 참지 못하고 고생을 기피하려 하기 때문에 독신자비율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지적하기 때문이다. 남성은 군대도 가야하고 안정된 일자리 부족으로 경제적 기반 구축에 과거보다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므로, 앞으로 결혼하는 남녀의 연령차가 커져야 가임여성의 미혼율을 하락시킬 수 있다는 세세한 지적까지 아끼지 않고 있다. 이렇게 독신여성에 대한 공격과 기생독신자의 문제해결이 단기적 우선과제로 제기되는 이유는 아직까지 한국은 20대 가임 여성 비율이 높기 때문이란다. 정말 급하긴 급할 것 같다.

<b>LG경제연구원이 솔직하게 정부 입장을 대변하다 - "출산과 육아는 여성의 최우선 의무이다!"</b>

그렇다면, 출산율 저하의 두 번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결혼한 가정의 소(小)자녀'는 무엇 때문인가? 보고서에 따르면, 그것은 우리나라에서 손쉽게 중절수술이 가능하기 때문이며 따라서 정부가 불법낙태를 엄격히 규제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결혼한 여성은 애를 낳지 않는 것보다 '많이' 낳지 않는 것이 문제이며, 현재의 인구수준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출산율 2.08을 달성하기 위해선 3명 이상을 출산하는 가정이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다(정부가 셋째 아이부터 지원한다는 것은 결국 다산으로 인구증가율에 크게 기여했을 때에나 지원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여성이 출산기계인가?!
또한 여성들의 고학력과 사회경제적 참여의 확대는 단기적으로 저출산의 원인이 되므로, 현재 시점에선 여성을 노동력으로 활용하는 정책보다 아이를 낳도록 유도하는 정책에 강조점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여성 의무 고용과 같은 여성의 사회진출 여건의 개선은 육아에 대한 인프라가 확충되어 출산 의욕이 회복된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저출산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 된다. 왜냐하면 한국의 저출산율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음에도 나타났으므로 사회진출 여건이 개선되었을 경우, 1.0 이하의 세계 유례가 없는 출산율 쇼크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논문은 출산과 육아의 비용 지원을 거듭 강조하는데, 그래야만 여성이 출산과 양육 의무를 수행하면서도 저임금 불안정 노동층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u>"출산은 여성으로서의 사회적인 책임이자 사회진출의 전제 조건이라는 인식이 정착되도록 주력"(논문 51페이지, 22번째 줄 밑줄 쫘악~!) </u>

<b>노동권-여성권 쟁취를 위한 총단결, 총투쟁을! </b>

한국에서 여성운동은 대중운동으로서 크게 성장하지 못했지만, '페미니즘'은 유행어가 되었으며 21세기는 '여성 상위 시대'라 불리고 있다. 여성부의 존재와 여성의 정계진출 증가는 마치 그것을 증명하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정부가 추진하는 여성정책은 세세한 것 하나 하나 이슈화되고 사회적 관심을 받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여성정책은 외견 상 여성의 현실과 요구를 수용하고 단계적으로 확대시키는 듯한 양상으로 나타나지만, 실내용은 여성에 대한 동원과 이중적 착취를 강화하는 것이며 신자유주의 위기관리 정책의 일환이다(그러니 남성부 없다고 남녀차별 운운하는 남성들, 너무 부러워 마시오). 특히 현재의 출산장려정책은 과거 70-80년대 출산억제정책의 동전의 양면으로, 여성들에게는 똑같이 억압적인 조치들이다.
정말로 출산과 양육이 사회적이고 공동체적인 책무라면 우리는 이렇게 질문할 수 있다. 왜 아이가 공동체에서 키워지도록 사회적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는가. 왜 내가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으면 그것으로 비난받고 아이가 차별 받고 있는가. 왜 여성에게 스스로 부양할 수 있는 경제적 권리가 주어지지 않는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러한 책무는 가족에게 전담되었고, 출산과 양육은 가족 내에서 여성의 의무로 전가되었다. 그리하여 여성들이 그것을 자의든, 타의든 그것을 거부하였을 때에야 사회적 문제가 된다. 그리고 현재의 가족가치와 출산의 중요성에 대한 강조는 다시 여성들을 압박함으로써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여성운동과 노동자운동 공히 이러한 '반격'에 정면돌파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럴싸한 비유 아닌가? 소위 여성들의 출산파업에 정부가 대체인력 투입을 기업이 손배가압류를! 그렇다면 우리는 노동권-여성권 쟁취를 위한 총단결, 총투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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