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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5.6.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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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적 농업의 성숙

프롤레타리아로서의 농민

리처드 르원틴 |
자본주의적 농업의 성숙1)

리처드 르원틴2)
(번역: 류미경 (정책편집부장))

우리는 자본주의가 어떻게 산업 생산을 지배하게 되었는지, 또 어떻게 자본주의 생산관계가 개별 장인 생산자를 포섭했는지에 관한 고전적인 이야기를 익히 알고 있다. 우리는 자본주의적 방식이 다른 형태의 생산·교환 조직에 침투하여 결국 이를 변형시켰다는 점을 알고 있다. 종종 이러한 변화의 힘은 매우 강력하여, 적어도 유럽과 북미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일찍 시작되어 19세기 말에 끝났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이와 같은 현상의 동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복원하는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러한 현상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의료나 연예 등의 전문 분야와 같이 현재까지도 자신의 직업을 유지하고 있는 개별 장인들을 보면, 이행이 최근까지도 완료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분야들은 예외적인 것으로, 초기 자본주의적 관계의 화석인 셈이다. 왜냐하면 이 분야는 특별한 재능과 오랜 기간의 훈련을 통해 습득할 수 있는 기술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숙한 자본주의로의 이행이 주변적인 분야, 즉 핵심적인 필수품 생산을 제외한 분야에서는 예외가 된다는 관점은 완전히 틀렸다. 왜냐하면 기초적인 생필품을 생산하는 거대한 영역, 즉 농업분야에서 이행이 한창 진행 중이라는 점을 간과하기 때문이다.
농업에 자본이 침투하는 과정은 18-19세기의 직물로 대표되는 고전적인 산업 생산에서보다 훨씬 오랜 기간 동안, 그리고 다른 형태로 진행되어 왔다. 표면상으로는 농업이 자본에 저항해온 것처럼 보인다. 무엇보다도 미국의 개별 농기업의 수는 1930년대 670만 개에서 72%나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농업생산자의 수는 180만 명에 이른다. 이는 고작 6%의 농가가 농산물의 전체 가치의 60%를 책임지고 있지만, 모든 산출된 가치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는 10만여 개별 기업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제조업 분야에서는, 4대 기업이 생산의 40%를 책임지고 있으며, 섬유와 같은 차별화된 분야에서는 4대 기업이 15% 이상의 가치를 생산한다.
또한 토지를 직접 소유하고 있는 농장주가 임대하는 농지의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소규모 생산자는 소유주이면서 동시에 소작인이기도 한데, 이들이 경작하고 있는 농지는 [전체 농지의] 55% 정도를 차지한다. 결국 기업농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전통적인 인식이지만, 20세기 초반부터 부재지주인 경영자에 의해 경작되는 농지의 비중은 1%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므로 농업의 자본주의적 이행에 대한 증거를 고전적인 산업모델에서 발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꽉 짜여진 계획에 따라 철저한 감시감독을 받으며 업무를 수행하는 임금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는 매우 소수의 농장주에 의해 생산력이 점차 집중하는 현상을 발견할 수는 없다. 물론 농사에서 공장과 유사한 노동과정의 예를 발견할 수 있기는 하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과일과 야채를 수확하는 시기에 나타난다. 그리고 이것이 '공장과 같은 형태의 농사'라는 자본주의적 이행의 증거로 지적되기도 한다. 그러나 대다수 농기업은 많은 노동력을 고용하지 않고, 주로 한두 명의 노동자를 일 년 중 특별한 시기에만 고용한다.
농업의 자본주의적 이행 과정을 분석하면서, 우리는 농작(farming)와 농업-식량 체계(agri-food system)을 구분해야 한다. 농작은 흙, 노동, 기계를 사용하여 종자, 물, 비료, 농약과 같은 투입물(inputs)을 밀, 감자와 같은 1차 생산물로 만들어내고, 농장에서 가축을 사육하는 물리적인 과정이다. 농작에서 고전적인 자본주의적 이행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농업생산의 재정적·물리적 특성에서 발생한다. 첫째, 농지는 가치를 떨어뜨릴 수 없고 농지 부동산 시장이 빈약하고 따라서 농지에 대한 투자가 유동성이 낮기 때문에, 농지 소유는 자본이 보기에 매력적이지 않다. 두 번째로 대형 농장의 노동 과정은 넓은 공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통제가 어렵다. 셋째, 이미 중간 규모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 이상으로 '규모의 경제'가 달성되기 힘들다. 넷째, 날씨, 새로운 질병, 해충 등 외적인 자연적 현상으로부터 오는 위험을 통제하기 힘들다. 마지막으로, 자본 재생산의 순환이 1년을 단위로 하는 식물의 성장주기, 동물의 고정된 재생산주기와 연계되어 있어서 이를 단축시킬 수 없다. 이러한 제약의 중요한 예외를 가축 사육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재생산주기를 단축시키는데 상당한 성공을 이루어낸 경우가 있다. 그리고 이는 앞으로 보게 될 자본주의적 농작의 발전으로 귀결된다. 이러한 모든 이유로 잘 통제되는 대규모 노동력을 고용하고 있는 대형 기업이 농장을 통째로 소유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반면 농업-식량 시스템은 단순히 농작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여기에는 농장 경영을 비롯하여 투입물의 생산, 운송, 판매와 농산물의 운송, 가공, 판매 모두가 포함된다. 농작이 전체 농업생산 고리에서 물리적으로 중요한 과정이긴 하지만, 오히려 투입물의 공급과 생산물을 소비 상품으로 변형시키는 과정이 농업 경제를 지배하게 되었다. 농작 자체는 현재 농업-식량 시스템 부가가치의 10%를 차지할 뿐이다. 25%는 투입물 거래에서, 나머지 65%는 농산물을 소비 상품으로 바꾸는 운송, 가공, 판매에서 얻어진다. 20세기 초반, 농장에서의 부가가치는 전체의 40% 정도였고, 대부분의 투입물은 종자, 역축(役畜, draught animal), 사료, 거름, 가족의 노동력 등의 형태로 대부분 농장에서 직접 생산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투입물의 대부분은 화학 종자, 트랙터, 정제/합성 화학 비료, 기계, 노동력 대체품 등의 형태로 구입된다. 그러므로 산업자본은 투입물의 생산과 생산물의 가공을 통해서 농업분야에서 이윤을 획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여타의 산업의 과정과 마찬가지로, 농기계, 농화학 제품, 종자를 생산하고, 밀가루를 슈퍼마켓 계산대에 놓인 아침식사용 시리얼 한 상자로 바꾸어내는 것은 전적으로 자본에 의해, 그리고 자본의 요구에 의해 통제된다. 그러나 자본의 입장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석유를 감자칩으로 바꾸는 과정이 필수적인 것이지만, 농작이 200만 소(小)생산자들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이들이 소유한 생산수단은 토지와 같이 소유권을 집중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아무리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생산자라고 하더라도 대부분 잉여농산물은 자본으로 전환하지 않고 소비한다. 농업은 여타의 자본주의 생산과는 달리, 생산의 필수적인 과정이 수많은 독립적인 소생산자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실을 잣고, 천을 짜고, 봉제를 하는 과정은 소수 기업에 의해 이루어지지만, 염색과 가공하지 않은 천을 다듬는 일은 불가피하게 수십 만의 외부 가내생산자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이다. 가내생산자들은 재료를 집으로 가져가 가공한 후 다시 공장에 판매한다.
농장 생산자들은 역사적으로 농업의 자본주의적 발전의 과정에서 두 가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첫째, 농장주는 농작에 관한 물리적 과정에 대해 선택권을 갖는다. 여기에는 어떤 작물·가축을 재배하고 사육할 것인지, 그 양은 얼마로 할지, 어떤 투입물을 사용할지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선택은 물론 항상 해당 지역의 기후와 토양의 조건과 농산물 시장의 특성에 의해 좌우된다. 두 번째, 농장주는 전통적으로 투입물 판매자들과 경쟁 관계에 놓였다. 왜냐하면 농장주들이 종자, 농기계, 비료 등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산업자본은 농장주들이 자신의 상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해야 하는 문제에 놓이게 된다. 이들은 자신들이 최대의 이익을 낳을 수 있도록 투입물을 일괄 구입하도록 하고, 농산물 가격이 구매자들의 요구에 적합하도록 맞춰야 한다. 구매자들이 가격을 결정하는 중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생산에 어떤 위험요소가 남아있든지 간에, 선택권은 여전히 농장주들에게 있다. 농장주들이 자신이 관여하고 있는 생산과정의 본질과 속도에 대한 결정권과 농산물 시장 판매력을 잃어감에 따라, 그들은 생산자와 고립되어 규정되는 고리 속에서 작동하는 위치에 놓이게 된다. 즉, 농장주들은 점차 프롤레타리아화 하는 것이다. 농민들이 토지와 건물의 법적 소유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 다시 말해 생산수단의 일부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별로 중요치 않다. 이러한 생산수단을 경제적으로 다르게 이용할 방도는 없다. 프롤레타리아화의 핵심은 노동과정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고 그 노동에서 소외되는 것이다.
농업에서 이러한 이행은 어떻게 일어났는가? 수확 기계의 발명과 2차 세계대전 종전의 시기인 첫 번째 단계에서는 유용성, 비용, 기계화를 통한 노동력의 통제와 같은 문제들이 농업혁신과 관련된 것처럼 언급되었다. 농장주들은 트랙터의 도입을 막을 수 없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비료, 살충제, 노동절감형 제초제 등의 정제-합성 화학 약품들이 주되게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런 상품 형태의 투입물도 효용이 크고 노동 절감의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거부되지 못했다. 특히 제초제로 인해 경작용 기계에 대한 요구가 줄어들었다. 살충제는 성공적인 수확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였고, 분사형 호르몬제를 통해 과일이 익는 시기를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항생제로 동물들의 질병을 예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상품과 농장에서 자체 생산된 투입물 간의 경쟁은 전혀 없었다.
자본주의적 투입물의 역할이 점차 늘어간다는 사실은 생산과정의 중심적인 형태를 파악함으로써 분석할 수 있다. 이러한 투입물은 현실에서 생물을 생산하기 위해 사용된다. 기계화 및 화학제품의 사용은 생산되는 생물의 특성과 밀접한 관련 속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생산의 다른 영역과는 달리, 농업에서 생물은 모든 투입물 사이의 연계 속에 위치하며 모든 생산물 변형의 기초적인 자원이다. 그러나 생물은 죽기 마련이고, 따라서 그 생산물은 재생산되어야 한다. 즉, 농산물의 모든 사이클은 농작의 과정을 통해 가치가 부가되는 종자 혹은 씨가축에서 출발한다. 그러므로 종자(혹은 씨가축)는 농작에 투입되는 중심적인 투입물이다. 이러한 종자 생물의 생물학적 특성을 통제하는 것은 전체 농산물 생산 과정을 통제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이다. 이는 다른 투입물에 대한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 있어서 종자 생산자가 유일한 위치를 차지하도록 한다. 예를 들어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질소비료 가격이 급격하게 떨어짐으로써 농민들이 이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질소 비료는 매우 유용하게 되었다. 이것은 교·잡종 옥수수와 같은 식물의 번식에 필수적인 것이었는데, 농산물 생산에 대량의 질소 비료를 사용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토마토 수확의 성공적인 기계화는 식물 육종가(育種家)와 기계 설계자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가능했다. 육종가들은 가지가 축 늘어지고 꽃과 열매가 자라는 기간 내내 흠이 나기 쉬운 토마토의 특성을 완전히 바꾸어 짧고, 단단하며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생겨 모든 과실이 거의 동시에 익는 토마토로 만들었다.
생산 과정에서 종자가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므로, 종자회사는 잠재적으로 농업에서의 소득의 큰 부분을 차지할 만큼 매우 강력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는 데에는 제약이 있다. 농장주가 좋은 변종의 씨앗을 심었을 때, 여기서 자라는 식물은 그 변종의 씨앗을 낳게 된다. 종자회사는 농장주에게 공짜의 상품, 씨앗 안에 들어있는 유전 정보를 제공하는 셈이 되고, 농장주는 경작을 통해 변종 종자를 반복해서 재생산할 수 있다. 따라서 농장주가 다음 해 수확을 위한 종자를 재생산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역사적 해답은 동계번식체(同系繁殖體: 근친교배에 의하여 생긴 개체-역자)-교·잡종(交雜種) 교배법이다. 동계번식체-교·잡종으로 번갈아 교배함으로써 교·잡종 식물을 자라게 하되 재생산되지 않는 종자를 판매하는 것이다. 두 번째 세대의 식물은 진정한 교·잡종이 아니어서 수확량이 줄고 변이하기 쉬우므로, 농장주는 매년 새로운 종자를 종자회사로부터 구입할 수밖에 없다. 변종 옥수수 종자를 판매한 종자회사가 막대한 이득을 얻게 됨에 따라, 이러한 방법은 토마토나 닭과 같은 다른 생물로 확산되었다. 게다가 델칼브, 펑크, 노스럽-킹과 같은 주요한 상업성 종자 및 닭 재배사들은 비록 곧바로 매각, 재조정되긴 했지만, 시바-게이지, 몬산토, 다우와 같은 제약회사 또는 화학제품 회사에 통합되었다. 가장 큰 교·잡종 종자 회사인 파이오니어 하이브리드만은 1997년까지 완고하게 독립적으로 남아있었고, 주식의 20%와 이사회의 두 석은 듀퐁사에 양도되었다.
일반적으로, 상업적 종자회사가 동계번식체-교·잡종 교배 방식으로 종자를 통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첫째, 이 방식은 콩, 밀 혹은 대형 동물과 같은 많은 주요 작물에는 경제적으로 유용하지 않았다. 둘째, 동계번식체-교·잡종 교배법이 총수확량을 증가시키는데 성공했을지라도, 많은 중요한 일정한 특징, 예를 들어 특정한 질병 혹은 제초제에 대한 저항력, 혹은 평지의 기름 함유율의 증가 등으로 인해 교·잡종이 더 효력을 나타내지 못했다. 따라서 다른 방식의 교배법을 도입해야 했다. 셋째, 어떠한 특징이 작물재배학적으로 중요한 종에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경작중인 종과 교배할 수 없는 다른 생물 안에 존재하는 경우가 있다. 가장 유명한 예는 옥수수를 콩의 뿌리를 질소-고정 박테리아에 적합하도록 만듦으로써 가능하게 했듯이, 대기로부터 질소를 고정시키는 것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질소 비료 시장을 축소시켰지만, 질소의 공급을 종자 회사의 손에 의해 이루어지도록 했다.
종자회사와, 이들의 파트너 혹은 소유주가 되는 화학제품회사에 이익이 되는 작물재배학상 종에 가져올 수 있는 변화의 한계는 농업에 자본이 침투하는 것이 1970년대에 명백한 한계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 연료비용의 극적인 변화와 이주 노동력의 공급을 통해 농업에서의 지지부진한 노동 조직 과정이 종식됨으로써, 농업생산에 있어 획기적인 형태의 기계화는 종결되었다. 비료와 농약의 오염효과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 확산되고, 농장 노동자들을 유독성 있는 살충제와 제초제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직업안전위생관리국(OSHA)의 규제가 발전함에 따라, 화학제품의 사용에 따른 급격한 변화는 제어되었고, 전통적인 투입물의 사용이 꾸준히 증가했다. 게다가, 이러한 비료와 농약은 매우 높은 비율로 사용되고 있었고, 농민들이 경제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 비율보다 훨씬 높았다. 예를 들면 1975년 이후에는 비료사용량이 전혀 증가하지 않았고, 1980년쯤 도입되기 시작한 합성비료 역시 사용량이 증가하지 않았다.
투입물 판매자와 생산물 구입자가 농업에서의 소득 중 자신들이 차지하는 비중을 1) 작물재배학상 종의 생물학적 특성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거나, 2) 생물학적 체계를 자신이 소유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상태로 유지하는 것을 통해 늘릴 수 있다. 또한, 투입물과 경작 이후의 생산 분야(구매, 가공, 유통)의 통합력이 높아져 통제력을 집중할 수 있을 때 이 소득의 비중은 더욱 커진다. [이제] 생명공학(biotechnology)으로 넘어가자.

생명공학과 소유(property)의 통제

생명공학의 상업적 이용의 목표는 농산물에 대한 자본 통제력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생명공학 혁신은 세 가지 기준을 만족시켜야 한다. 첫째, 개발 시간과 비용은 연구에 대한 자본투자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서 비(非)콩류 식물에도 질소 고정을 도입하는 것은 아그리세투스(Agricetus), 아그리제네티카(Agrigenetica), 바이오테크니카(Biotechnica)를 비롯한 여러 생명공학 관련 기업들이 10여 년 동안 7천5백만 달러를 들여 연구를 진행한 후, 성공할 가능성이 있었고 만약 성공한다면 거대한 이익을 남길 것이 확실했지만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둘째, 정치적으로 영향력 있는 보건 및 환경 관련 단체들이 개발에 도전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모든 생명공학상의 혁신은 환경, 보건에 대한 위험으로 인해 도전을 받아왔다. 그리고 이는 생명공학 프로젝트를 중단하도록 만들었다. 생명공학이 도입되는 원동력은 비료와 농약의 사용에 대한 저항이 투입물 생산자들이 얻는 농업 소득의 비중을 늘리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 번째, 생명기술에 의한 생산물의 소유권과 통제는 농장주가 아니라 이를 상업적으로 생산하는 기업이 보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명공학상의 혁신으로 얻어진 새로운 변종에 대해 소유권을 유지하려는 기업의 요구는 모순을 낳는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농장주는 새로운 변종 종자를 구입할 때 종자에 들어있는 좋은 유전학적 정보를 공짜로 얻게 되고, 육종가는 그 소유권을 잃게 된다. 동계번식체-교·잡종 교배법을 통한 재산권 보호는 몇몇 생물과 몇몇 작물재배학적 특성에 국한된다. 그리고 동계번식체-교·잡종 교배법이 적용되지 못하는 경우 생명공학이 도입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육종가들은 중요한 유전정보를 빼앗기고 난 후 어떻게 이익을 얻게 되는가? 법적·생물학적 무기의 결합이 답이 된다. 식물변종보호법을 통해 육종가들은 법적인 권리를 얻게 되었고, 표준 DNA 지문의 사용으로 농산물 자원을 모호하지 않게 정의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농장주가 생명기술자로부터 종자를 구입하기를 원한다면 수확으로 얻어진 종자의 다음세대에 대한 재산권을 모두 종자 생산자에게 양도한다는 계약서에 서명을 해야 한다. 농장주는 수확을 통해 얻어진 종자를 다른 농장주에게 판매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자신의 농장에서 이 종자를 심어 다음 해에 수확할 수도 없게 된다. 몬산토의 라운드업 레디 콩 종자 혹은 저지방 감자칩을 만들 수 있도록 개발된 감자 종자를 구입한 농장주들은 이러한 변종을 계속 생산하고 싶다면, 다음 영농철에 몬산토를 찾아가 재계약을 해야 한다. (몬산토는 라운드업이라는, 콩마저도 죽이는 효능 좋은 제초제를 생산한다. '라운드업 레디'라는 콩은 유전자 조작으로 생산되는데, 라운드업을 아무리 많이 뿌려도 죽지 않고, 밭에 영향을 주지도 않고 잘 자란다.) 이와 같은 계약은 몬산토의 곡물을 규정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있다. 식물 한 그루, 혹은 종자 하나에 대해서도 적용될 수 있는데, 조작된 변종의 DNA는 유전자 조작에 의해 특징적인 배열을 갖는데, 이는 다른 변종에 비교할 때 독특하다. 종자생산 기업의 생명공학 실험실에서는 이렇게 분류된 유전자 배열을 분석하는 것을 가리켜 "게놈 통제"라고 한다. 지금까지 이러한 분석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한 상당한 양의 실험이 진행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자를 훔치거나 다시 심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몬산토는 다음과 같은 협박성·회유성 광고를 농민들을 대상으로 하여 한 잡지에 전면으로 실었다.

농장주가 몬산토의 생명공학 종자를 모아두거나 다시 심게 되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잘못된 것임을 깨달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종자를 얻을 때 계약서에 서명을 하지 않더라도(다시 말해, 이웃에서 종자를 훔치거나 다시 심더라도) 그는 곧 해적질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나아가 종자 해적질은 농장주에게 현금 결산 및 법적 비용 등으로 에이커당 수백 달러 정도의 비용을 치르게 한다. 또한 몇 년 동안 경작과 사업 내역에 관한 시찰을 받도록 한다.

그러나 지적재산권에 관한 이야기는 한 장이 더 남아있다. 동계번식체-교·잡종 교배법은 고작 몇몇 생물체에만 적용될 수 있다. 그리고 계약 시스템은 이를 유효하게 하도록 하기 위해서 협박, 감시, 소송 등을 필요로 한다. 생명공학을 도입함으로써 종자에 대한 소유권과 관련한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1998년 3월 3일, 종자가 땅에 뿌려져 곡물이 한번 자라고 나면 다시는 발아하지 못하도록 하는 유전자 조작에 대해 특허가 부여되었다고 발표되었다. 이로써 20세기 초 동계번식체-교·잡종 교배법이 발명되었을 때 종자생산 자본가들에게 발생한 문제가 모든 곡물에 대해 한방에 해결된 것이다. 발명한 이가 지적하듯, 이 생명공학 기술은 어떤 곡물에 대해서도 적용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으나, 상업적으로 이용되기 전 약간의 보완이 필요하다. 누가 이 특허권의 발명자이자 소유자인가? 바로 면화와 콩 종자의 주도적인 생산자이자, 미국 농업성의 연구기관인 델타 앤 파인 랜드사이다. 아직까지 이러한 기술의 개발이 농민과 소비자에게 이익이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다. 국가가 공공의 이익을 해치면서 사적인 재산권을 보호하는 뻔뻔한 사례이다.
종자개발자의 재산권을 강화하는 계약이 사용되는 것을 보고 우리는 유전공학의 한계를 예측할 수 있다. 몬산토 사는 효소에서 유전자변형 박테리아를 사용하여, 젖소가 우유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물질대사를 촉진하는 성장호르몬(BST)을 상업적으로 개발했다. 그러나 보통의 소는 스스로 성장호르몬을 생산해낸다. 그리고 소의 몸 속에서 단백질 생산을 조절하는 DNA가 그 양을 증가시키도록 변형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상업적인 BGH(상장호르몬)을 구입하고 투여하는 것은 불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첫째, 젖소집단(dairy herd)은 항상 중소기업에 의해 자체 재생산되며, 대규모 종자회사에 상응하는 대규모의 상업적 젖소 육종가(dairy herd breeder)는 없다. 둘째, 강제조치가 이루어지기 매우 힘들다. 몬산토의 판매대리인이 어떤 농토 혹은 곡물저장소에서 감자 혹은 종자를 가져오기는 매우 쉽다. "게놈 통제"에 필요한 혈액 혹은 세포 표본을 농민이 소유한 젖소에서 채취하는 것은 상당히 주제 넘은 일이다. 게다가 젖소는 한꺼번에 재생산되는 것이 아니고 세대를 거쳐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몇 해가 지나지 않고서 어느 소가 원래 구입한 것인지 아니면 그 자손인지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생산계약, 생명공학, 그리고 농업 통제

만약 생명공학과 지적재산권 보호 계약체계의 유일한 효과가 농업에 필요한 공산품 투입물의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라면, 혁명적이라 할 만한 것이 없다. 농민들은 오랜 기간동안 공산품 투입물을 구입해왔다. 농업에서 발생한 중요한 구조적 변화는 농산품 구매자들이 전체 생산 과정을 통제하는 방식의 농업생산의 수직적 통합으로부터 일어났다. 이러한 수직적 통합은 1) 투입물과 생산품 간의 기술적 연계, 2) 한 기업이 생산품의 독점적 구매자이자 중요한 투입물의 공급자라는 이중적 역할을 맡는 것, 3) 투입물 및 생산물과 농민을 연결시키는 계약 메커니즘을 통해 형성되었다. 이러한 계약은 생명공학에 선행한다. 농산품 구매자가 시장 유통 역시 담당하게 되면 수직적 통합이 가능해진다. 계약 농업은 통조림용 야채생산 분야에서 일반적이다. 오하이오 주에 있는 토마토 통조림공장은 종자와 비료를 공급하기도 하고, 숙성한 토마토를 채집하기도 한다. 농민들은 토지와 노동력을 제공한다. 그러나 이러한 체계는 통조림 제조에 관한 계약이 처음 이루어진 이후 계속 진화해왔다. 생명공학의 주요 역할은 투입물과 생산품의 물질적 연계 속에 있다. 생산 시스템의 효과적인 통합을 보증하기 위해서, 성장하고 있는 생물은 여타의 투입물과 한묶음을 이루기에, 그리고 농업 과정에 사용되는 기술에 적합하도록, 최종생산물이 시장에서 유통되는데 필요한 품질을 갖추도록 설계된다. 이러한 몇 가지 목표는 전통적인 재배방식으로 달성될 수 있지만, 특정한 질병에 대한 저항 혹은 생물 조합에 필요한 질적인 변화와 같은 몇몇 자질은 생명공학적인 조작을 통해서 가장 잘 만들어질 수 있다. 더불어 다양한 복제와 세포배양 기술은 투입되는 생물이 원하는 유전적 자질을 갖춘 채 배가하는 것을 가능하도록 했다.
계약 농업의 본질의 한 예는 이러한 계약 시스템의 보루인 브로일러(고기용 닭) 생산에서 드러난다. 슈퍼마켓과 패스트푸드점에 닭고기를 주로 공급하는 업체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타이슨 팜(Tyson Farms)이다. 타이슨의 닭고기들은 타이슨 "농장"에서 생산되지 않고, 소농들에 의해 생산된다. 이들은 100에이커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으며, 연평균 25만 마리의 닭을 생산하며, 총소득은 6만5천 달러, 실질소득은 1만2천 달러정도이다.
이러한 생산은 타이슨 사(혹은 유사한 다른 지역 기업)와의 4년 계약 하에서 이루어진다. 타이슨사는 병아리, 사료, 혹은 수의학 서비스를 독점적으로 공급한다. 오직 이 회사만이 공급할 병아리의 유형과 숫자, 빈도를 결정할 수 있다. 이후 타이슨 사는 7주 후 직접 결정한 날짜와 시간에 맞추어 성숙한 닭을 고른다. 닭의 무게를 잴 저울과 이들을 운반할 트럭 역시 타이슨사가 공급한다. 투입물 및 사육에 대한 세부적인 통제는 전적으로 타이슨 사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생산자(농민)는 타이슨 사가 공급하거나 보증하지 않는 사료, 의약품, 제초제, 살충제, 쥐약, 기타 어떤 품목도 사용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 게다가, 농민은 타이슨 사의 "브로일러 사육 지침"을 준수하며, 이를 지키지 않으면 타이슨 사가 정하는 "브로일러 관리 및 기술 자문"의 감독에 따라 "집중 관리"를 받게 된다.
닭 사육 농민은 더 이상 원료를 구입해서 이를 자신의 노동을 통해 변형시키고 이를 시장에 판매하는 독립된 장인이 아니다. 계약 농민은 아무것도 구입하지 않으며, 아무것도 판매하지 않는다. 심지어 원료를 상품으로 변형시키는 과정에서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도 못한다. 농민은 약간의 생산수단, 즉 토지와 건물을 소유하고 있지만, 노동과정, 혹은 소외된 생산에 대해 아무런 통제력도 발휘하지 못한다. 농민은 17~18세기의 자본주의 생산의 첫 단계에 특징적으로 나타난 전형적인 생산노동자가 된다. 농민이 얻은 것은 조립라인의 기계공만큼의 소득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독립적인 생산자이자 시장판매자였던 농민이 아무런 선택권 없는 프롤레타리아로 그 지위가 변경된 것은 전국소농위원회(National Commission on Small Farm)가 1998년 발간한 다음의 보고서에 담긴 권고사항에 반영되어 있다.

의회는 농업공정거래법(Agricultural Fair Practice Act)을 개정하여 농업성이 행정적 구속력과 민사제재 권한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또한, 사육자들이 차별과 보복에 대한 두려움 없이 조합을 결성하고 단체협상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생명공학상의 조작과 계약 농업의 조합은 제3세계 경제에 재앙적인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제3세계로부터 수입해오는 생산품은 독특한 특질을 지닌 원료, 예를 들면 커피, 향신료, 식물성 알코올, 식용유 등이다. 게다가 이러한 원료들은 낮은 기술 수준과 많은 노동의 투입을 통해 생산된다. 또한 정치·경제적으로 불안정한 나라들에서 생산된다. 그 결과로, 말하자면, 필리핀에서 수입해오는 야자기름의 가격과 입수가능성은 불안정하다. 이와 같은 특징 때문에, 국내 품종을 유전자 조작함으로써 특수한 작물들을 만들어 수입품을 대체하게 된다.
칼젠사는 비누, 샴푸, 화장품, 식품 등을 만드는데 쓰이는 수입 야자기름을 대체할 고-라우릭 산-캐놀라(high lauric acid canola) 품종을 만들었다. 이러한 특수 캐놀라 품종은 농촌인구들이 경제적으로 많은 부분 의존하고 있는 필리핀의 생산품을 대체하며 [미국] 중서부에서 계약을 맺고 생산된다. 그리고 생합성을 통해 카페인이 성공적으로 콩에 이식되었다. 만약 [식물성] 기름 유전자와 커피향을 이식하는데 성공한다면 중남미와 아프리카는 커피분말용 콩을 판매할 시장을 잃게 될 것이다.
농업이 자본주의 확산의 고전적인 형태를 따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공업생산과는 달리, 농업이 자본에 포섭되는 첫 단계는 투입물 산업과 생산물 유통의 활성화이다. 이들은 소규모 기업농들에게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팔고 그들이 생산한 것을 사들임으로서 농업의 잉여를 전유한다. 이는 전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작동시키는 전유의 가능성이 침투하면서 일어난다. 농업생산과 연계된 중심적인 원료, 즉 자본주의화에 가장 저항하는 생명체에 집중하면서 생명공학은 자본 진출의 두 단계를 완수하게 된다. 첫 번째는 야생이었던 많은 생물을 포함하여 투입물 생산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농민의 프롤레타리아화를 동반하여 수직적 통합을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미래의 자본주의적 농업은 바로 이 두 번째 단계인데, 왜냐하면 농업생산의 물리적 특성이 불가피하게 토지와 연계되어 생산과정에서 독특한 조직형태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1) "The Maturing of capitalist agriculture: Farmer as proletarian", Monthly Review, Jul./Aug. Academic Research Library pg. 72 본문으로

2) 리처드 르원틴은 하버드 대 비교동물학 박물관 내 알렉산더 아가시좌 (Alexander Agassiz Chair)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Biology as Ideology, The Genetic Basis of Evolutionary Change, Not in Our Genes(공저), The Dialectical Biologist(공저)가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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