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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4.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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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의 보육정책 비판

박지영 | 회원, 전국보육노조 인천지부 사무국장
“그러게 왜 그런 일(보육)을 하래?”

2003년 어느 날 보육관련 워크샵이 끝나고 난 후, 여성가족부 보육담당 공무원에게 보육교사의 열악한 처우를 이야기하던 중 들은 이야기이다. 사실 이 말 한마디면 ‘보육'이라는 노동이 어떻게 평가받고 있는지, 또한 현재 보육노동자의 지위는 어떠한지에 대해 충분히 설명될 것이다. 여성가족부에서 나오는 보육 현황과 문제점에 늘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것이 ’보육교사의 처우개선‘이지만, 이 말은 마치 들러리처럼 한 켠에 있을 뿐, 실내용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뿐만 아니라 2월 16일 보육의 중장기정책방안을 발표하는 공청회에서 제출된 여성가족부의 <새싹플랜-중장기 보육계획(2006~2010)>(이하 ’플랜‘)을 보면, 오히려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보육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박탈하는 내용들이 많아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끼게 한다. 이 글에서는 보육정책 중 보육노동자와 관련이 깊은 부분을 중심으로 문제점을 적고, 현재 보육노조에서 논의되는 투쟁방향에 대하여 소개한다.


정부 보육정책 문제점


1. 지원형태를 아동 수대로 --> 보육노동자 임금삭감, 고용불안

현재는 보육교사에 대한 인건비가 따로 지원되고, 시설에서의 각종 교재교구비 등도 지원 되고 있다. 그런데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이른바 ‘기본보조금 제도’는 한 반에 모든 아동이 정원대로 채워졌다는 전제 하에 부모가 내는 보육료로 충당되지 않는 나머지 운영비를 아동수대로 지원해 주겠다는 것이다. 한 반의 정원 수에 맞는 아이가 있을 때는 부모보육료와 기본보조금을 합하여 한 반을 운영하는 비용이 맞아떨어지게 된다. 그러나 아이가 한 명 줄면, 어린이집 입장에서는 기본보조금이 줄기 때문에 그 반을 운영할 수입이 그만큼 줄어드는 셈이다. 그러나 아이가 준다고 보일러 온도를 1도 낮출 수도 없고, 전기 불을 하나 끌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여 줄일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인건비다. 아이들이 들고 나갈 때마다 보육교사에 대한 임금삭감, 임금체불이 극심해지는 것이다. 또한 여성가족부에서 기본보조금을 산출하는 과정에서 인건비 기준을 5호봉으로 잡고 계산하였다. 어떤 어린이집에 교사가 7호봉이든 10호봉이든 상관 않고 5호봉 기준으로 기본보조금을 주고, 5호봉을 초과하는 인건비 부족분에 대해서는 시설마다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5호봉 이상의 교사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정부에서 5호봉 기준으로 지원금을 주었으니, 5호봉만큼만 받으라고 하든지 아니면 나가라고 한다. 여성가족부가 나서서 여성노동자가 대부분인 보육노동자의 임금삭감, 고용불안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2. 보육의 시장화

여성가족부는 ‘플랜’에서 공공성을 포기하고, 시장화하려는 의도를 뚜렷이 드러냈다. 현재 신자유주의 하에서 자본의 이윤을 ?는 어느 곳이든 노동자 민중은 신음하게 된다. 특히 보육은 필수적 공공부문의 영역이므로 시장화의 결과는 더욱 재앙적일 수밖에 없다.
현재 보육료는 상한선이 있어서 국공립시설이든 민간시설이든 상한선 이상으로 보육료를 받을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러나 여성가족부는 ‘플랜’에서 가격규제 예외시설 허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시설에 예외적으로 가격규제를 풀게 되었을 때, 96%에 달하는 민간보육시설의 원장들은 예외시설의 폭을 넓히기 위해, 또 너도나도 예외시설로 들어가기 위해 혈안이 될 것이다. 보육시설이 시장화 되는 과정에서 보육노동자의 노동권은 설자리가 없어진다.
또한 ‘플랜’에서는 국공립 수를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밝히고 있다. 여성가족부에서는 국공립 보육시설이 현저하게 늘어나는 것처럼 선전하고 이를 보육 공공성 확대라고 포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2001년부터 2005년 사이 민간어린이집이 4,586개가 늘어날 때, 국공립어린이집은 46개가 늘어났을 뿐이다. 국공립 수가 늘어나더라도 민간어린이집은 10배 이상 늘어나고 있어서 국공립 시설의 수를 몇 개 늘리겠다는 것은 생색내기일 뿐이다. 진정 보육의 공공성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현재 4%에 머물고 있는 국공립시설 비율을 50%이상 늘려야 한다.

3. 비정규직여성노동자 양산

여성가족부는 ‘플랜’에서 다양한 보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여러 제도를 제시하고 있다. 다양한 보육서비스는 국가의 의무와 역할이면서 동시에 노동자들이 보육에 대한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그러나 여성가족부는 이러한 조건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비정규직을 늘리려 하고 있다.
‘가정보육교사제’는 보육교사 자격소지자가 자신의 집에서 3인 이내의 아이를 돌보는 제도다. 현재 존재하는 민간어린이집에 대한 관리, 감독도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가정 내 존재하는 이 제도는 어떤 식으로 관리될 것인지, 이 보육교사의 지위는 사용자인지, 정부직접고용노동자인지, 특수고용노동자인지 모호하다.
또, ‘아이돌보미사업’은 건강가정지원센터를 통해 신청하는 가정에 돌보미를 파견하는 사업이다. 이 돌보미는 심지어는 자격요건도 없는데, 돌보미라는 이름이 내포하듯 이들은 정식으로 노동하는 사람으로 대우받기도 힘들며, 이들에 대한 낮은 처우와 대우로 인해 시설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노동조건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중고령육아도우미’는 올해 시범사업을 거쳐 2007년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일정한 교육을 받은 중고령자 육아도우미를 시간제 보육시설에 지원하겠다는 제도인데, 아이돌보미와 동일하게 도우미라는 허울을 씌우고 저임금이 강요될 것이다. 시간제노동자에게 아르바이트라는 명목으로 실제는 정규직노동자만큼 일하지만, 저임금이 강요되는 현실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야말로 ‘중고령육아도우미’는 일자리창출사업으로 인한 비정규직 양산의 전형적인 예이다.

4. 근로기준법을 비껴가려는 여성가족부


여성가족부는 2006년 보육시설 종사자 인건비 지급 기준에서 한 달에 몇 시간의 초과근로를 하든, 월 4만원 정액으로 초과근무수당을 주라고 지침을 내렸다. 염연히 초과근로수당이라는 것은 법정노동시간을 초과한 시간에 따라 주어져야 한다. 그럼에도 여성가족부는 보육교사들의 대가 없는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며 여성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박탈하고 있다.
또한 보육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임면, 징계 및 퇴직요구 등 불이익 조치에 대해 보육정책위원회라는 곳에서 재심을 하겠다고 한다. 현재 인천시 보육정책위원회 구성을 보면 학자 2, 보육관련 공무원 3, 보육교사교육원 원장 1, 보육시설 시설장 3, 시의원 1, 학부모 2에 보육교사는 2명만이 참석하고 있다. 인천시보육정책위원회에서 보육교사가 제시한 의견이 반영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엄연히 노동자의 권리 침해와 부당한 대우에 대하여 구제해야 할 노동위원회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왜 여성가족부는 노동위원회가 아니라 보육정책위원회를 제시하고 있는가?
게다가 보육교사 최저임금 위반사례에 대한 지도와 감독 또한 보육행정시스템을 활용하겠다고 한다. 왜 최저임금 위반사례에 대하여 징계되는 절차는 이미 존재하고 있는데 왜 굳이 여성가족부는 보육행정시스템을 제시하는가?
일반 보육교사 중에는 어린이집 원장이 ‘근로기준법은 지키면 좋다는 권고사항이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건 아니다’라는 말을 믿고 하루 11시간 12시간씩 초과근로수당도 없이 일하는 이들도 흔하다. 심지어는 법정노동시간이 12시간이라고 알고 있는 보육노동자들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가족부는 오히려 근로기준법을 비껴가면서 마치 보육현장은 근로기준법과 관련이 없고, 보육교사들은 노동자가 아니라는 의식을 강화시키고 있다.

이런 열악한 상황과 산재한 문제점 속에서 보육교사들과 함께 어떤 부분부터 싸워나가야 할 지 고민이 많이 된다. 올해 전국보육노동조합은 (1) 보육노동자 임금 월 145만원, 연봉 1700만원 보장! (2) 포괄임금제 도입 저지, 하루 8시간노동 쟁취! (3)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세 가지의 요구안을 가지고 투쟁을 준비 중이다.


보육노동자의 요구

보육노동자임금 월 145만원, 연봉 1700만원 보장!

전국보육노동조합에서 작년 말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시급한 과제를 물었더니 임금인상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비슷한 시기 국회 여성가족위원회가 연구용역하여 낸 결과보고서에서 보육교사의 이직이유 1위가 낮은 임금이었다. 실제 사회복지사, 유치원교사 등 비슷한 성격의 노동을 하고 있는 노동자에 비해 보육노동자의 임금이 가장 낮다.
여성노동자의 임금이 낮고, 특히 주로 여성들만 하는 업종인 청소, 간병, 보육 등을 하는 노동자의 임금은 턱없이 낮다. 왜 여성들은 유독 낮은 임금을 받고,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없고, 다른 사람에게 의지해야 하고, 스스로 자존감을 낮추어야 하는가? 그러나 보육노동자들이 다른 직종과 비교해서 임금이 낮기 때문에 임금을 인상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공세적으로 요구를 해보면 어떨까라는 개인적인 고민도 해 본다. 어쨌든 보육노동자들은 하루 8시간 이상의 노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동시에 일을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보육현장에서 일하며 받는 대가로 자신의 삶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다른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여성노동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자신이 생활할 수 있을 만큼의 임금이 필요하다. 보육노조의 임금인상투쟁이 보육노조의 울타리를 넘어 다른 여성노동자의 임금인상투쟁과 만나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노조 내에서 이러한 투쟁계획은 논의되지 못하다.
보육노조가 아직 노조 초기이다 보니 보육노동자의 조직화라는 과제 이상을 고민할 여력이 많지 않기 때문도 있지만, 저임금 여성노동자들이 대부분이 조직되어 있지 못한 것도 큰 이유이다. 또한 이미 조직되어 있는 여성노동자들의 경우에는 사측의 노조탄압에 대항하여 노조를 지키기에도 힘겨워 하고, 현재의 고용상태를 유지하는 것 또한 힘겨워 하는 상황이다. 한편으로 여전히도 임금인상투쟁은 처, 자식을 키우는 가장(=남성)이 해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 경제가 어려운데 일하는 것만도 감사해야 한다는 의식 또한 뿌리 깊은 것이 현실이다. 단지 임금을 올리는 문제가 아니라, 여성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는 과정이 이러한 의식들이 깨져나가는 과정이 될 수 있게 투쟁이 준비되고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하루 8시간 노동 쟁취!

현재 어린이집은 오전 7시 반부터 저녁 7시 반까지 운영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래서 진짜 꼬박 12시간을 일하는 교사도 있고, 한 반을 두 교사가 보육하는 경우에는 11시간씩 순차적으로 출퇴근하며 일하고, 야간보육(저녁 10시까지)을 하는 경우에는 야간보육교사가 있어서 10시간 정도 일하는 것이 보육현장의 현실이다. 워낙 장시간노동이 당연시 되어 왔기 때문에, 이것을 바꾸어야 한다는 생각도 못하고, 힘들면 그만 두는 것이 문제해결 방식이었다. 이런 장시간 노동은 노동조합 활동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일하고 지쳐서 다른 무엇도 생각할 여력이 없어진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보육노동자가 여성이기 때문에 장시간 노동 뒤에는 가사노동이 기다리고 있어서 노동조합활동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노동시간이 줄어든 그만큼 보육노동자들이 자신의 성장과 조직의 성장을 위해 시간을 쓸 것인지에 대하여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투쟁을 통하여 노동시간이 줄어든다면, 이미 그 보육노동자는 어제의 보육노동자는 아닐 것이다.

국공립시설 확충!

전국보육노동조합에서 올해 요구하고 있는 국공립시설 확충은 보육의 공공성을 획득하기 위한 기본적인 요구이다. 보육의 공공성이 갖춰지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국공립시설이 늘어나는 것과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보육노동자들을 정부가 직접 고용하고 책임져야 할 것이다. 보육노동자들의 정부 직접 고용이 어떠한 형태가 될 것인지는 보육노조의 논의과제다. 보육의 공공적인 성격상 정부 차원의 직접 고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정부가 보육프로그램을 통제한다면 보육과정에 대한 보육노동자의 자율성은 침해되기 때문에 논의가 필요하다. 올해는 여성가족부 등과 또 각 지자체와의 교섭을 시작하면서 보육노동자에 대한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고, 실질적으로 책임지도록 하는 투쟁을 해 나갈 계획이다. [전국보육노동조합 여성가족부 단체협약 요구안]은 논의 중이지만, 월 145만원 임금지급뿐만 아니라 보육노동자 노동조건 관련 노조와의 합의, 비정규직 채용 제한, 보육노동자 건강 실태조사 등이 포함될 것이다.
아직 보육노조 전체적으로 사회공공성투쟁을 다른 공공부문 노동자들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의식은 깊지 않지만, 광주전남과 인천의 경우에는 지자체를 상대로 한 공동투쟁을 논의하고 있다. 현재는 사회보험노조, 지하철노조, 상용직노조, 공공서비스노조, 문화예술노조 등과 함께 지자체를 상대로 하는 교섭안을 논의하며 지역적인 사회공공성투쟁의 맹아를 만들어가고 있다. 다른 노동자들과 사회공공성투쟁을 할 때, 보육공공성 투쟁이 강화되고, 또 다시 보육공공성의 강화가 곧 사회공공성투쟁의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

전국보육노동조합은 “행복하게 자랄 권리! 행복하게 일할 권리!”를 외치며 출범하였다. 그만큼 현재 보육노동자뿐만 아니라 수많은 여성노동자들이 행복하게 일할 권리는커녕 잘 먹으면서 일할 권리, 쉬면서 일할 권리, 다치지 않고 일할 권리도 없이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힘차게 싸우는 여성노동자들이 서로의 투쟁을 통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며 서로에게 힘이 되는 2006년이 되었으면 좋겠다. 투쟁!
주제어
노동 여성
태그
마르크스 임금이론 라피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