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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6.4.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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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에 맞서 민중은 승리할 것이다

정영섭 | 노동국장, 반전팀
이라크 민중의 고통만 가중시키는 전쟁과 점령

2006년 3월 20일, 소위 ‘대량살상무기 보유, 9.11테러세력과의 연계’ 등을 명분으로 내세워 부시가 이라크 전쟁을 시작한지 벌써 3년이 되었다. 그동안 이라크 민중들은 10만 명이 넘게 사망했고 물, 에너지, 의료, 교육 등 기본적인 필수서비스가 갈수록 악화되는 고통 속에 생존하고 있다. 침략 명분이 거짓으로 드러난 이후에 미국이 내세운 ‘민주주의와 재건’은 이미 공문구가 되었다. 2003년 개전 이후 미국은 184억 원의 재건기금 대부분을 저항세력을 진압하는 데 사용했을 뿐 이라크 민중을 위한 사회 재건에는 별다른 투자를 하지 않았다. 따라서 민중의 생활 상태는 침공 이전보다 현저하게 나빠졌다. 예컨대 전기와 석유 생산의 감소로 전기 공급은 하루 6시간 이하로 이뤄지고 있고, 지난 12월 15일 총선 이후 유가는 최소 5배 이상 올랐다. 가스요금, 대중교통 요금 역시 엄청나게 인상되었다. 이는 이라크 전역에서 소요사태를 발생시켰고 미국 주도의 점령에 대한 불만과 분노를 더욱 키우는 요소가 되었다.
미국의 군사적 점령에 더해 IMF도 이라크를 점령하려 하고 있다. 유가가 급상승한 원인은 IMF가 지난 12월에 6억8천5백만 달러를 대출해주는 조건으로 강요한 협정 때문에 이라크 정부가 석유 생산물에 대한 정부보조금을 삭감한 데 있다. IMF는 임금통제와 석유산업 사유화도 요구하고 있다. 미국 재무장관은 가증스럽게도 IMF와의 협정이 이라크 경제안정의 토대가 되고 개방과 번영의 초석이 될 것이라며 파괴적인 IMF의 조치를 옹호했다. 그러나 IMF와 UN개발프로그램이 이라크 정부와 함께 작업해 지난 1월에 발표한 연구에 의하면, 이라크 인구의 5분의 1이 하루 1달러로 살아가는 빈곤선 이하의 삶을 살고 있다. 전쟁과 점령은 식량, 생필품, 에너지, 공적 서비스, 치안 등 인간생활의 모든 기본조건을 파괴한 것이다. 이라크에서 군사적 점령과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민중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


점령 치하 민주주의의 불가능성

민중이 중심이 되어 스스로를 통치하는 민주주의는 전쟁과 점령이 지속되는 한 실현 불가능하다. 이라크 민중은 이라크 정부나 정치세력들이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총선 이후 80여일이 지났지만 정치적 힘겨루기로 인해 의회도 아직 개원하지 않아서 정부 구성 자체가 난항을 겪고 있다. 과반수에서 10석 모자란 의석을 차지한 시아파 계열의 ‘통일이라크연맹’(UIA)은 자파리 현 총리를 새 총리로 내정하였지만 쿠르드 출신인 탈라바니 대통령은 최대 석유지대인 키르쿠크를 쿠르드 자치지역으로 포함시키는 국민투표를 2007년에 실시해야 한다며 자파리 총리 임명을 반대하고 있다. 또한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이라크 내 사원에 대한 무장공격으로 인해 각 종교분파들은 치안과 군대를 관장하는 내무부와 국방부를 서로 차지하려 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정치세력들의 갈등의 이면에는 미국이 있다. 미국은 이란과 시아파가 가깝다고 못마땅해 해왔고 연정을 위한 정치협상에 있어서도 칼릴자드 미 대사를 내세워 친미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근래에 벌어지고 있는 참혹한 유혈사태의 근본원인 역시 미국의 점령정책이다. 미국은 점령 초기부터 이라크를 종파 사회로 재단하고 종파 및 종족을 분할통치하는 정책을 강제하여 이라크의 전통적인 공존과 조화를 파괴했고 갈등을 끊임없이 조장해왔다. 또한 친미적인 해외 망명인사들을 앞세워 점령행정처, 과도통치위원회, 임시정부로 이어져 오는 동안 정치적인 공작을 진행했다. 미국은 점령정책이 초래한 갈등과 반목을 도리어 자신들의 주둔과 개입을 정당화하는 구실로 삼아 온 것이다.
따라서 이라크 민중이 스스로의 힘으로 사회를 재건하고 민주적 자치를 실현하는 데 있어 최대의 걸림돌은 바로 미국을 비롯한 점령세력이다. 점령 하에서 민주주의란 없으며 미국이 이라크를 떠나고 모든 점령군이 철수하는 것이 해결의 출발점이다.


이라크 수렁에 빠져 무덤으로 향하는 부시

<타임>지는 최근 부시의 레임덕이 시작되었다고 보도했다. 이와 더불어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부시 지지율은 바닥을 치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22일 시아파 성지인 아스카리야 사원 폭파사건 이후 1000여명이 사망한 것에서도 보이는 이라크 내전 위기와 지금까지 2300명이 넘는 미군 전사자 증가로 인해 이라크전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은 최악의 상황이다. 의 3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부시 지지도는 37%에 그쳤고, 미 국민 70%가 이라크전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월 13일 방송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부시 지지도는 36%였고 테러와의 전쟁 지지율도 43%로 하락했다. 방송 여론조사에서는 지지도가 34%였다. 다급해진 부시가 이라크 관련 연설만 세 차례 하기로 하고 첫 연설에서 “테러분자들이 내전위기로 몰아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올해 연말까지 이라크 대부분의 치안을 이라크에 넘기겠다”고 했지만 떠나간 민심이 돌아올 리 없으며, 이라크에 대해 없던 통제력이 생길 리도 없다. 더욱이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대통령 불신임 결의안을 제출할 예정이고 공화당원들도 등을 돌리고 있다. 네오콘의 핵심이자 ‘악의 축’ 연두교서를 작성했고, ‘제1의 전쟁광’이라는 리처드 펄 전 국방정책자문위원장도 이라크 전쟁의 결과가 잘못됐다고 인정하고 있다. 여기에 아부그라이브 수용소의 끔찍한 포로 학대 사진이 지난 2월에 추가로 폭로되고 영국 군인들의 이라크 청소년 집단구타 비디오가 공개되었으며 관타나모 수용소 등 미군이 해외에서 운영하는 수용소의 인권유린에 대한 비난이 높아지는 등 세계 여론의 분노가 비등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의 1월 무역적자는 685억 달러로 사상 최대에 이르렀고 이라크 전쟁으로 인한 군비증가가 재정적자를 증가시킴에 따라, 국가부채가 법정한도인 ‘8조 1800억 달러’를 초과하는 채무불이행 사태에 이를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저돌적으로 이라크를 침공하고 승리를 선언했지만 부시 행정부는 지난 3년 동안 이라크라는 수렁에 빠져 있었으며 어떠한 전망도 보여주지 못한 채 이라크 사회를 파괴하고 세계를 위협했을 뿐이다. 미국의 전쟁과 점령은 이라크를 엄청난 갈등과 분열로 몰아넣었고 이는 부시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와 이라크에 대한 완전한 통제력 상실로 이어졌으며 ‘제2의 베트남’, ‘부시의 무덤’이 되고 있다. 그런데도 부시 행정부는 최근 핵개발을 빌미로 이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군사적 개입을 추진하면서 또 다른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라크 전쟁과 같은 재앙이 다시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확전에 반대하고 미국의 일방적 군사주의를 해체해 나가야 한다.

자이툰 부대는 도대체 왜 이라크에 있나?

작년 말 또다시 자이툰 부대 파병 재연장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자이툰은 스스로 재앙의 구렁텅이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 자이툰 부대는 아르빌 지역의 유엔이라크지원단(UNAMI) 사무소와 유엔 요원들에 대한 경호임무를 맡기로 했으며 아르빌에 있는 미 국무부 산하 국제개발처(USAID) 사무소도 4월에 자이툰 부대 안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이러한 계획은 소위 ‘평화와 재건’이라는 자이툰 부대의 파견 명분에도 어긋나는 위법적인 임무일 뿐 아니라 실제로 전투활동을 포함하게 되어 자이툰 부대를 극히 위험한 상황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 UN역시 이라크에서는 점령세력과 동일시되고 있고 미국 정부기관은 저항세력의 핵심 타깃이기 때문이다.
자이툰 부대 초대 사단장이 미국 공로훈장을 받고, 한국군 장성이 이라크 다국적군 사령부 민군작전처장으로 파견되는 등 이미 미군과 자이툰 부대는 한 몸이 되어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는 4월 말부터 12월까지 단계적으로 1,000명을 줄인다고 하지만 철수 일정은 밝히지도 않으면서 미군과의 운명공동체를 자임하며 장기주둔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라크가 부시의 수렁이자 무덤이 되고 있듯이 자이툰 파병은 노무현의 수렁이 될 것이다. 한미 전쟁동맹 강화, 전략적 유연성 합의, 한미 FTA 추진, 평택 미군기지 확장 등 부시 행정부와 스스로를 일체화시켜 온 노무현 정부가 부시의 몰락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갈수록 불안정해지는 이라크 정세, 자이툰 부대를 둘러싼 위험 증가는 민중을 배반한 노무현에게 화살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3월 19일 국제공동반전행동

세계 민중은 신자유주의 금융-군사세계화라는 21세기 제국주의에 맞서 대안적인 세계를 건설하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 각국의 노동자, 농민, 여성 사회운동은 무장한 세계화에 저항하며 국내, 국제적으로 반전운동과 대안세계화운동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같은 날 세계 곳곳에서 동시에 수백만 명이 거리로 나서는 반전시위는 이라크 개전일인 3월 20일에 맞춰 해마다 전개되어 올해 3년째를 맞이하였다. 지난 1월에 개최된 베네수엘라 세계사회포럼 국제반전총회에서 역시 이 시위가 호소되었으며 올해에는 세계적으로 3월 18일(토), 19일(일)에 집중되어 개최되었다. 이 국제 공동시위 웹사이트(www.march-in-march.org)에 따르면 50여개 국가에서 시위가 있었다. 한국에서도 “자이툰 부대 철수, 미국의 이라크 점령 중단, 한-미 전쟁동맹 반대, 이란에 대한 공격반대”를 주로 하여 3월 19일에 2,000여명이 행진하였고 3월 18일에는 광주, 대구, 진주에서도 집회가 있었다. 이라크를 둘러싼 정세가 긴급하게 전개되고 있고 더욱이 국내적으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 평택 미군기지 확장에 대한 반대투쟁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제국주의에 맞서는 국제 공동시위의 중요성은 두말할 것이 없다.
미국의 반전연합체 에 의하면 샌프란시스코에서는 25,000여명, 로스앤젤레스 20,000여명, 시카고 7,000여명, 뉴욕 2,000여명 등 미 전역 600개 지역에서 시위가 개최되어 수십만 명이 참가했다고 한다. 유럽에서도 런던, 로마, 이스탄불 등에서 대규모 시위가 있었고 남미, 아시아, 호주 등 모든 대륙에서 시위가 개최되었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시위 규모는 약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각 나라마다 사정은 다를 것인데, 이라크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단일 쟁점이 대중운동으로서 지속적인 동력을 유지, 확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을 것이다. 이는 이라크 전쟁 문제와 여타의 많은 반전평화 운동의 정세적 쟁점이나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운동과 결합되어야 함을 지시한다.


바그다드와 평택은 다르지 않다

특히 국내에서는 이라크 전쟁과 자이툰 부대 파병 문제와 더불어 한반도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미국과 한국 정부의 군사주의 강화 문제를 적극적으로 결합시켜야 할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우리는 미군의 점령과 파괴에 고통 받으면서 생존과 평화를 위해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이라크 민중과 평택 주민은 다르지 않다고 인식하고 이 두 투쟁을 효과적으로 연계시킬 수 있어야 한다.
지금 평택에서는 연일 미군기지 확장을 위한 국방부의 침탈 시도에 맞서는 주민들의 투쟁이 전개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주한 미군 재배치와 전략적 유연성을 통해 세계 어디로든 군사적 출동을 하고자 하는 미국의 계획을 파탄내고 한미 전쟁동맹에 파열구를 내는 저항이다. 또한 나아가 국제적인 반전평화 운동의 일부로서 전쟁과 미군기지에 반대하여 투쟁하는 세계 민중과 연대하는 계기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파병반대 국민행동’ 내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평택에서는 ‘올해에 농사지어’ 평화의 쌀을 이라크에도 보내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평택범대위와 파병반대 국민행동의 연대집회를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전쟁과 폭력의 야만, 부시와 노무현의 더러운 동맹을 단호히 규탄하고 이라크-평택 민중과 연대하여 힘차게 나아가자.


이라크 점령 중단하고 자이툰 부대 철수하라 !
한-미 전쟁동맹 해체하라 !
이라크를 민중에게, 평택을 주민에게 !
미군은 이라크-한반도를 떠나라 !
제국주의 분쇄하고 민중의 투쟁을 세계화하자 !
주제어
평화 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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