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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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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차, 졸속 해외매각인가 아니면 공기업화인가

김성구 | 정책위원장, 한신대 경제학부 교수
해외매각 논리, 결국 국민을 기만한 것

포드의 일방적인 대우차 인수협상 포기로 인해, 해외매각으로 가닥을 잡았던 정부의 대우차 해법이 위기에 부딪히게 되었다. 해외매각을 유일한 대안으로 추진하던 정부로서는 커다란 충격이자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GM과 현대에 대해 우선협상을 진행시키거나 그게 여의치 않으면 국제 재입찰을 통해서 한달(!) 안에 새로운 인수자를 선정하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상황은 이미 세 달 전과는 크게 달라졌다. GM만이 유일하게 가능한 인수자로 고려되는 상황에서 해외매각의 조건은 크게 악화될 전망이다. 정상적인 상식을 갖고 있다면 이런 상황에서 해외매각은 재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외국자본의 대변자로 자처하고 나선 우리의 정부는, 물론 정상적인 상식을 갖고 있지 못하다.
급기야 '선인수-후정산'의 방식으로 경영권을 먼저 넘겨주겠다는 정부의 발상은, 이제 매각조건은 더 이상 매각시의 고려사항이 되지 못할 거라고 공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도 세 달 전에는 해외매각만이 대우차의 경영과 고용을 안정시키고 국민부담을 줄일 것이라고 선전하면서 고용안정과 기술발전, 부품산업의 육성 등 해외매각의 경제적 효과들을 점잖게 가르치려 했던 정부였다.

그러나 이제는 앞뒤 가리지 않고 무조건 '외국자본에 매각하기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발가벗고 나서는 것이다. 말하자면, 정부는 세 달 전의 설교가 사실은 해외매각을 하기 위한 기만적 선전이었음을 이제 스스로 폭로하고 있는 셈이다.


해외매각론의 위기, 위기, 위기

이러한 상황은 분명 해외매각론의 위기를 말해 주는 것이다. 외국자본에 대우차를 매각하면 경영과 고용, 기술발전 등에 어떤 효과를 가져올 것인가라는 중차대한 문제에 대해, 포드의 일방적인 인수포기 결정은 일종의 상징적인 해답을 주고 있다. 이는 해외매각이 앞으로 가져올 폐해들의 시작이자 그 서곡일 따름이다.
정부는 이런 위기를 맞아 해외매각의 문제들을 진정으로 반성하기보다는, 오히려 이 위기를 기화로 졸속적인 해외매각조차 불가피하다고 강변하는 뻔뻔스러움을 보여준다. 포드의 결정에 대해 주식투매로 대응하는 금융투기자들과, 이에 기초하여 구조조정의 가속화를 선동하는 제도언론 그리고 시민단체들을 포함하는 관변의 경제학자들. 이들도 정부 못지 않게 졸속적인 해외매각을 강력하게 추진하도록 주문하고 있다. 그 논거는 주지하다시피, 대우차의 해외매각 지연으로 인한 구조조정의 차질과 국내외 금융자본의 한국경제에 대한 신뢰저하 등이, 그렇지 않아도 고유가 등으로 어려워진 한국경제를 제2의 경제위기로 내몰 거라는 자랑스런(!) 우려이다.

포드의 인수포기 결정으로 위기와 낭패에 직면한 것은 정부와 제도언론 그리고 관변경제학자들만이 아니다. 노동조합으로서는, 정부의 해외매각정책을 어떻게 할 수 없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수용하면서 그래도 포드는 다른 외국자본보다 고용안정과 기술투자, 부품산업 육성 등의 조건에서 차선의 대안일 수 있다고 주장하던 세력들. 즉, 유리한 매각조건의 관철에 목을 매어온 노동조합 내의 실용주의적 경향들은 보다 큰 충격에 휩싸였을 것이다. 이들은 그래도 자신들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므로 정부와 제도언론의 선동을 따라 무조건적인 해외매각을 외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다름아니라 해외매각론은 더 이상 노동조합의 대우차해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정부와 언론은 해외매각론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이 위기를 졸속적인 해외매각이라는 뻔뻔스러움과 기만으로 돌파할 수 있지만,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은 이 위기를 교훈 삼아 해외매각론을 최종적으로 기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대우차 공기업화, 유일하게 올바른 해법

해외매각이 노동조합의 대안일 수 없다는 것은 단지 상황변화의 산물이 아니다. 포드의 인수포기 결정이라는 새로운 상황변화에 의해 그것이 진실임이 명확하게 드러났을 뿐이다. 우리는 상황변화 전에 이미 기회가 닿는 대로, 대우차의 해외매각이 대우차 노동자들의 대안도 될 수 없고 한국 국민의 대안도 아니라는 점을 주장해 왔다.

해외매각은 대우차만이 아니라 현대를 포함하여 완성자동차와 자동차부품산업의 위기와 붕괴로 이어지거나 초국적 자동차제조업체의 하청생산기지로의 재편을 가져올 것이며, 이로 인해 완성차와 부품산업의 노동자들은 심각한 고용불안정을 겪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해외매각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우리 국민은 외국인투자를 위해 10조원에 이르는 대우차의 부실을 떠안아야 한다. 이런 것이 우리가 해외매각을 반대해온 이유이다. 더군다나 이제 정부에 의해 졸속적인 헐값매각이 현실로 나타난다면 이상의 폐해는 배가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은 대우차의 공기업화가 대우 노동자들만이 아니라 한국 국민에게도 유일하게 올바른 해법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공기업화는 혹시라도 현재의 해외매각의 불리함을 우회하기 위한 편법으로서, 향후 적절한 시점에 민영화나 해외매각을 기도하는, 이른바 한시적 공기업화의 주장으로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의 공기업화란 재벌의 소유기업을 사회화시키고 그 사회화된 기업을 노동자들의 민주적인 통제에 귀속시켜 생산과 고용, 투자를 노동자들이 실제적으로 통제하는 것을 지향한다. 공기업화 대안은 주식시장의 금융투기가들의 사보타지와 언론의 온갖 흑색선동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한 정책이다.

문제는 그 정책을 위한 대중들의 동력을 어떻게 동원하는가 하는 것인데, 그런 동력은 어느 경우에도 어느 날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은 아니고 투쟁을 통해 형성되는 것이다. 해외매각론이 위기에 처한 작금의 상황은 그러한 투쟁이 강화될 수 있는 비옥한 공간을 조성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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