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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5.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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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공대사건에 대한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 인터뷰

이은숙 |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 사무국장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미교협, NAKASEC)는 지난 1994년 이민자들의 권리를 옹호하려는 목적으로, 로스앤젤레스 민족학교, 시카고 한인교육문화마당집, 뉴욕 청년학교 등 미국 전역의 도시에 위치한 코리안 아메리칸 커뮤니티 등이 함께 설립한 협의체다. 현재 미교협은 지역 가입단체들 및 다른 소수 민족 단체들과 함께 미국 이민자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사회운동: 버지니아 공대 사건에 대해 언론, 정치권, 미국인들 등 미국 현지 분위기는 어떠합니까?

이은숙: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총기 사건으로 미국 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또한 학내에서 발생한 사건이라 점에서 충격이 더욱 큽니다. 사건 발생 직후 주요 언론에서 "살인자 조승희 씨는 한국인", "가해자는 한국에서 이민 온 대학생" 등 출신 국가를 강조하는 보도를 많이 하여 우려스러웠으나 많은 커뮤니티들에서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여 점차 출신 국가를 강조하는 보도는 자제 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 후 미국 사회에서는 총기 규제에 대한 논의가 많이 되었으나, 전면적인 총기 구입 및 소유 금지 보다는 총기 구입 시 구입자의 정신적 상황 및 과거 범죄 기록 조사 강화에 초점이 맞추어 지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다양한 추모 행사 및 집회가 열렸고 현재 버지니아 공대가 다시 학교를 개방하여 점차 충격과 아픔을 극복하려는 모습들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회운동: 한국정부의 주미대사를 비롯하여 청와대, 한국 언론 등에서는 한국이 미국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대응이 많았습니다. 이러한 대응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은숙: 한국정부의 상식 밖의 사과와 대응에 대해 많은 재미동포들과 미국 사회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입니다. 가해자 조승희 씨가 어릴 때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온 청년이지만 미국에서 교육 받고 성장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인종 및 출신 국가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데도 상식을 넘어서는 한국정부의 사과와 대응은 이해하기 힘듭니다. 심지어 일부 동포들은 한국정부의 그런 반응이 피해의식 때문 아니냐는 이야기 까지 합니다.

사회운동: 이번 사건에 대한 재미동포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그리고 동포 단체에서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습니까?

이은숙: 재미동포들 역시 충격과 슬픔 속에서 전국 곳곳에서 추모 예배, 추모 집회를 가졌습니다. 한편으로 사건과 관련하여 다양한 반응이 있습니다. 언론에서 가해자 조승희 씨를 한국인으로 보도 하는 것과, 또한 TV에서 조승희 씨 영상이 자주 나오는 것을 보며 미국사회의 고질적인 인종혐오 및 차별 문제로 재미동포들이 피해를 받지는 않을까하는 걱정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9·11 이후 남아시안계 미국인, 그리고 이슬람 중동계 이민자들이 많은 차별과 혐오 범죄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에 이런 걱정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현실적인 걱정으로 재미동포 사회가 집단적인 차원에서 사죄해야 한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시각도 존재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원칙적으로 인종 및 출신 국가와 상관없는 미국의 전통적인 총기 문화로 인한 사건이고, 가해자의 정신적인 문제에 대한 배경과 미리 정신 상담 및 치료로 예방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명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번 사건 후 최근 재미동포들에 대한 혐오 범죄에 대한 여러 소문이 나돌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예방 및 대응에 대해 커뮤니티들의 논의가 진행 되고 있습니다.

사회운동: 이 사건은 일반적으로 이민자들이나 동포들이 미국 사회에서 겪는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듯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문제들이 있는지 자세히 말씀해 주십시오.

이은숙: 너무나 많은 문제들이 있어 다 말하기는 힘들고, 일단 이민자들이 미국에 이민와 생활하면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언어적 문제입니다. 말을 못하기 때문에 생각도 못하는 바보로 취급 받는 것, 영어를 해도 발음이 이상해 놀림 받는 것, 언어가 자유스럽지 않아 미국사회의 여러 사회단체 활동 참여에 제약받는 것, 그리고 정부 정책 및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한 이민자의 요구를 제대로 알리지 못하는 것 등. 어떻게 보면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상황에 처해지고, 또 이 때문에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소극적인 생활을 하게 합니다.
얼굴 색깔이나, 피부 색깔에 대한 미국의 오래된 인종차별은 다 잘 아실 거 같구요. 일단 이민자로써 갖는 어려움 중의 하나로 이민자 신분에 따른 차별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미국사회는 미국 출생 시민권자, 이민 와서 영주권자로 살아가는 분들, 영주권을 받고 일정 기간 체류 및 시험을 통해 시민권자가 되는 분,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영주권 없이 살아가는 서류미비자분(소위 말하는 불법체류자), 그리고 유학이나 주재원으로 살아가시는 분 등 다양한 이민 신분의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시민권자와 영주권자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시민권자가 되면 참정권, 즉 투표 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영주권자는 시민권자와 똑같이 세금을 내고, 국가가 비상시 징병 할 수 도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사회복지 정책 축소 및 예산 삭감 등의 논의가 있을 때 마다 축소대상의 일순위가 영주권자이고, 또한 1990년 대 말 이민법 개정으로 사소한 경범죄를 저지를 영주권자는 즉각 본국으로 추방 될 수 도 있습니다.
서류미비자의 사회적·경제적 차별은 한국의 이주노동자 문제와 똑같으면 똑같지 더 좋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전체 재미동포 5명 중 1명이 서류미비자입니다. 서류미비자는 미국 경제가 필요로 하는 힘든 일은 다 하면서 최저 임금도 못 받고, 직장 의료보험 혜택도 못 받으며 고용주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해고당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또 최근에는 미국 내 여러 주에서 서류미비자는 운전도 못하게 운전면허증 발급을 중단하고, 심지어 월세 아파트에 살려고 해도 합법이민서류를 제출해야한다는 지역정부의 조례 등이 많이 상정되고 있습니다. 제일 안타까운 경우는 어릴 때 부모님과 함께 미국에 와서 생활하고 학교를 다니던 서류미비자 청소년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를 갈 때 영주권이 없어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상처를 받고 방황하는 경우입니다. 어떤 가족은 부모님이 자식들에게 미안하여 “영주권 신청 중에 있으니 조금만 있으면 나올 꺼다.” 하고 자녀들을 안심시키고 자녀들이 성장하고 고등학교 졸업할 때 “우리는 영주권이 없다. 서류미비자다.”라고 하며 자식들 앞에서 눈물을 흘려 그 날 밤 온 가족이 함께 울었다는 사연도 들었습니다.
최근 많은 이민자 커뮤니티가 이민정책을 바꾸기 위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단체는 세 지역의 가입단체(로스앤젤레스의 민족학교, 시카고의 한인교육문화마당집, 뉴욕의 청년학교) 및 여러 아시안-아메리칸 전국단체들을 설득하여 이번 5월 1일 노동절에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서 "함께 일구는 미국의 내일, 인도적 이민 개혁은 지금 당장" 이라는 주제로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미연방 국회의원 사무실을 방문하는 활동을 계획 중입니다. 전국 23개 주를 대표하여 500 여명의 아시안-아메리칸들이 참여 할 것이고, 이중 200여 명이 재미동포들입니다.

사회운동: 언론 인터뷰를 보면, 많은 동포들이 ‘model citizen'으로 살아온 조승희 씨 가족의 이야기에 대해 공감한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대개 그 결론은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대화를 나눠야 한다는 가족 중심적인 해결방식만을 이야기합니다. 이러한 대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은숙: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방법은 한 가지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정 및 커뮤니티의 역할이 있고, 사회제도 및 정책과 관련하여 정부의 역할도 있다고 생각 합니다. 한 예로 서류미비자 청소년들이 이민 신분 때문에 좌절하거나 방황하지 않도록 가정에서, 지역 커뮤니티 에서 관심을 쏟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청소년들에게 다른 긍정적인 자신감과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가정에서, 지역 커뮤니티에서 노력을 한다 해도 비인도적인 이민정책으로 인한 청소년들의 어려움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서류미비 청소년이 추방의 공포 속에서 살거나, 추방에 직면 한다고 했을 때 제도와 정책이 바뀔 수 있도록 커뮤니티의 목소리를 미국사회와 정부에 전달해야 하고, 또 이에 따라 정치인들 또한 책임 있는 자세로 정책과 제도를 바꾸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어린 나이에 이민 온 청년들이 정체성 갈등 및 문화·언어적 어려움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가정에서의 관심을 쏟고 이민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정부도 함께 노력해야합니다. 혹 방황하거나 좌절한 청소년이 마약 문화나 총기 문화를 접하지 않도록 총기 소유 금지 같은 사회적 제도가 필요한데 아직 미국사회는 갈 길이 먼 것 같습니다.

사회운동: 미국에서는 이번 사태를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개인’이 저지른 문제로 돌려 미국 사회의 문제점을 외면하고, 경찰력을 강화하고 총기 소유를 확대하는 식으로 치안을 강화해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은숙: 많은 여론과 커뮤니티에서 개인적인 접근과 사회적인 접근을 하고 있습니다. 사회적인 차원에서 미국의 총기 문화에 대해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지만 뿌리 깊은 미국의 총기 문화로 인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 보다는 총기 구입 규정 강화 같은 대책만 논의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반적으로 보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고 알려진 종교계에서도 총기 문화 규제에 대해 많은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사회운동: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 내에서 이주자들과 재미동포들이 어떤 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은숙: 이민자들이 잘 정착하고 일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언어 교육, 청소년 상담 및 교육 프로그램, 직업 훈련 프로그램 등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고, 또한 좀 더 나은 삶을 살고자 이주한 서류미비자들이 추방의 공포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의 한 일원으로 당당하게 살 수 있도록 이민 신분 합법화 및 여러 사회복지혜택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민자들도 미국 사회의 한 주체라는 점을 인식하여 미국의 의료보험, 주택지원, 노동자권익 등의 사회·정치적 사안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또 미국이 대외적으로 책임 있는 국가로 역할 할 수 있도록 평화운동 및 반핵운동에도 관심을 가져야합니다. 또한 이번 총기 사건을 계기로 경제적·언어적·문화적 어려움 때문에 미국 사회 밖에서 살고 있다고 느꼈던 많은 재미동포 및 소수민족들이 미국사회의 총기 문화가 얼마나 끔직한 비극을 불러오는지를 직접 목격하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민자 사회, 재미동포사회에서도 단지 이민자 커뮤니티, 소수민족 커뮤니티의 이해라는 좁은 시각에서 미국사회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미국사회 전반에 대해 폭넓은 인식을 확보하고 발언해야할 것입니다.

사회운동: 급하게 준비된 인터뷰임에도 불구하고 멀리서 응해주신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와 이은숙 씨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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