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7.7-8.76호

우리 사회 진보운동의 현실과 미래의 희망에 대해서 함께 고민합시다

박래군 사회운동포럼 집행위원장 인터뷰

박래군 | 사회운동포럼집행위원장
사회운동 한국에서 사회운동포럼과 같이 다양한 사회운동, 대중운동, 풀뿌리운동 단체들이 모여서 운동의 전망과 미래를 모색하기 위해 포럼을 연다는 것 자체가 매우 생소한 일인 듯합니다. 사회운동포럼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준비과정은 어떠했는지, 그리고 사회운동포럼의 주요한 문제의식은 무엇인지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박래군 개인적으로 지난해 평택미군기지 확장저지 투쟁과 한․미 FTA 저지투쟁 과정에서 여러 곳에서 진단하던 운동의 위기에 대해 심각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런 고민이 무언가, 나만 느끼는 건가, 같이 느낀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등등에 대해서 정말 많은 사람들과 만나서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았습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한․미 FTA 저지투쟁을 준비하면서 관성적이고 일회적인 대중 집회만으로는 안 된다, 운동의 고립상황, 그리고 활력이 없는 운동의 모습을 극복할 대안에 대해서 구체적인 고민을 정리하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고민의 결과로 나온 것이 ‘진보운동의 새로운 기획’이라는 제안이었습니다. 제가 속한 <인권운동사랑방>에서 내부 토론을 거치고 <참세상>에 올 1월말에 3회에 걸쳐서 연재를 했지요. 그런데 우연히도 비슷한 시기에 <사회진보연대>도 운동의 위기를 극복할 대안으로 사회운동포럼을 고민했고, 그것을 몇몇 단위들에 제안했습니다. 그래서 여러 번 논의를 거듭한 끝에 저의 제안과 사회운동포럼을 결합해서 진보운동의 대안을 모색하는 포럼으로 만들자고 생각하게 되었죠.
개인적으로 저는 사회운동포럼이라는 명칭을 바꾸고 싶어 했지만, 안 됐어요. 사회운동포럼이라고 하니까 자꾸 ‘한국사회포럼’의 대항포럼으로 인식하는 거죠. 나아가서 <한국진보연대(준)>의 대항블록을 만드는 것으로 인식하는 거란 말이죠. 저는 진보운동의 한 진영이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에 대해서 비판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럴 때 스스로의 전망을 좁은 틀 안에 가두어두는 문제가 가장 크게 걸렸습니다. 세계는 21세기이고, 세상은 그만큼 변했고, 우리 사회 구성원들은 진보하였습니다. 그런 대중들과 함께 호흡해야 하는데, 아직도 20세기적인 사상과 이론, 방법, 그리고 조직관으로 접근하다 보니, 울림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올바른 관점을 견지하려는 태도와 정파적인 시각은 구분되어야 하는 거죠. 그런데 보니까 우리 진보운동이 대중들을 만날 태세가 아직 안 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보운동 주체들 간의 대화를 통해서 서로의 고민을 확인하고, 장점을 배우고, 자신을 성찰하는 계기로 이번 포럼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진보운동 진영이 지금까지 진행해온 다양한 논의와 실험을 점검하고, 그 성과들을 모아내는 것만으로도 진보운동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있고, 진보운동의 위기는 진보운동에 몸담고 있는 활동가들의 노력에 의해서 극복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파적인 시각을 넘어서 구체적인 우리 현실 위에 튼튼히 서는 진보운동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포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사회운동 사회운동포럼에 참여하고 있는 단위나,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해주시지요.

박래군 포럼에 참가하는 단위는 매우 다양합니다. 단체만이 아니라 개인으로도 참여하고 있지요. 그러니까 우리 진보운동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다 열려 있는 것이죠. 아쉽다면 <한국진보연대> 소속 단체들의 활동가들이 거의 참여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같이 논의하고 대화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 다른 포럼과는 달리 포럼을 준비하는 과정이 더 소중합니다. 한 번의 토론으로 우리의 문제의식을 나눌 수는 없으니까요.
참으로 다양한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공동의제인 열쇠말로 뽑은 것만 봐도 알 수 있지요. ‘지역운동’, ‘사회공공성’, ‘노동운동과 사회운동’, ‘새로운 사회운동 활동양식’이 열쇠말의 의제들입니다. 진보운동을 관통하는 공통적인 의제로 생각되는 것을 집행위원회에서 가려 뽑은 의제들입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해온 연대의 주된 방식은 사안별 연대였습니다. 구체적인 투쟁방식과 일정에 대한 협의가 거의 다였던 거죠. 그러다 보니까 운동하는 주체들 간에 이런 의제들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더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합의는 없다가 눈앞에 닥친 사안을 어떻게 해결할까만 주고받은 겁니다. 그러니 연대를 하면 할수록 힘이 붙는 게 아니라 하면 할수록 활동가들을 비롯해 운동 주체들이 지쳐갑니다. 이번 포럼 준비과정에서는 운동 간의 대화를 통해서 현실도 진단하고, 운동의 전망, 대안도 같이 만들어갑니다. 의제별로 기획단이 구성되어 있는데, 각 기획단에서 포럼 전까지 보통 3회 이상의 사전 워크숍 같은 것이 준비됩니다. 그것은 열쇠말만이 아니라 사회운동전략과제워크숍들도 그렇습니다. 이렇게 운동 일선에서 뛰고 있는 현장 활동가들이 자신들의 운동에 대한 고민과 전망을 내놓고 전면적으로 토론하고, 준비하는 포럼은 일찍이 없었던 것이죠.

사회운동 사회운동포럼은 현재 한국사회의 상황을 진단하고, 이후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운동 진영의 고민을 담은 장일 텐데요, 사회운동포럼을 준비하는 단위는 87년 이후 한국사회의 변화 과정이나 그를 바탕으로 한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습니까? 그리고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운동 진영이 모색하고자 하는 방향과 과제는 무엇입니까?

박래군 앞서도 말했지만, 워낙 다양한 입장의 운동주체들이 모이다가 보니까 일치된 인식이라는 것을 찾기는 그리 쉽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대강 1987년 이후 우리 사회가 야만적인 신자유주의 세계화 체제에 포섭되어 보편적인 권리조차도 부정되는 위기의 상황에 처했다는 점에 대해서, 그리고 이런 상황에 대해 진보운동이 희망을 주는 담론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 공동의 인식과 공동의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다들 투쟁하랴, 회의하랴, 조직하고 교육하랴 바쁜 활동가들이 이렇게 모여서 장시간 준비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런 인식에 기초해서 단순하게 대정권 투쟁이 아니라 야만적인 자본주의 질서를 전복하고, 새로운 사회에 대한 전망과 대안을 고민하겠다는 겁니다. 이번 포럼만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질 수는 없겠지요. 우선은 운동 간의 소통이 필요하고, 올해는 거기에 초점을 맞추어서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사회운동포럼은 집행위원장인 제가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포럼에 의의를 두고 참가하는 모든 이들이 주체적으로 만들어간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운동 사회운동포럼이 남기고자 하는 성과나 한국의 운동사회에 남기고자 하는 효과는 무엇입니까?

박래군 저는 그랬습니다. 먼저 깃발을 세우고 모이라고 할 것이 아니라 깃발을 같이 만들자고요. 천 쪼가리를 꿰매서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퀼트와 같이 깃발을 만들어보자는 거지요. 어떤 쪼가리는 너무 적고, 어떤 쪼가리는 너무 크지만, 어떤 쪼가리라도 없으면 구멍이 뚫려서 결국은 전체 작품이 완성될 수 없는 그런 이치처럼 말이죠. 지금은 작아서 눈에 잘 안 띄는 운동이라도 그 나중은 모르는 거죠. 그럴 가능성이 있는 운동들이 얼마나 많아요. 한편에서는 사회운동포럼의 분명한 기치를 내걸어야 한다는 입장도 강하게 주장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신자유주의를 넘는 대안세계화’를 주제로 운동을 점검하고, 방향을 제시하자고 했지요. 저는 그런 활동가들에게 나중에 결론적으로 우리가 만드는 깃발이 그렇게 되도록 하자,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지는 깃발이라야 한다고 설득했습니다. 그리고 만나서 보니까 다 달라요. 운동 간에 쓰는 개념이나 용어도 다르고, 설명하는 방식도 다르고, 그러니까 고민하는 방향도 다르고, 그 다르다는 점으로 구별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단점들을 보완하는 그런 수평적 관계맺기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큰 조직 중심, 지침이나 방침에 동원되는 운동을 넘어서 작은 조직들이나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주체가 되어 참여하는 운동, 그러므로 운동이 활력이 넘치고, 역동성을 갖춘 운동의 가능성을 찾아보자는 거지요. 개인적으로는 아예 한 걸음 더 나가서 민중운동진영, 시민운동진영과는 질적으로 구분되는 제3그룹을 만드는 밑거름이 되었으면 하지만, 그것이 한 번의 포럼으로 이루려는 것은 욕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1990년대 이후 자생적으로 성장한 보편가치를 추구하는 운동들이 이전의 운동의 성과를 흡수해서 더 풍부하게 진보운동을 성숙시키는 그런 운동이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포럼의 전체적인 문제의식은 포럼 첫머리에 있는 사회운동대토론회와 마지막인 사회운동총회로 수렴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토론회에서는 우리사회 진보운동 내의 다양한 지향과 이념, 쟁점들을 탁자 위에 다 내놓고 점검해 보고자 합니다. 그래서 우리 운동이 어느 지점까지 와 있는지, 우리가 합의를 이루고, 연대를 발전시키려면 무엇인 필요한지를 고민하자는 거지요. 그리고 포럼의 전 과정을 거쳐서 논의되는 과제들을 선언문으로 담아내려고 생각합니다. 선언문에는 포럼의 취지와 기조, 운동의 과제와 계획들이 담기게 됩니다. 짧은 선언문, 그리고 풍부한 해설자료를 만드는데, 그게 만만치 않은 작업이죠.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으므로 우리가 합의하는 것은 합의하는 대로, 그렇지 못한 것은 그렇지 못한 대로 선언문에 담아내려고 합니다. 활동가들이나 대중들에게 우리 이런 고민을 진정성을 담아서 전달할 방법이 걱정됩니다. 워낙 많은 내용들이 각각의 기획단에서 논의되고 있으니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포럼이 끝난 뒤에 지역들을 돌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포럼의 성과들을 지역에 전하고, 사회변혁을 위한 진보운동의 네트워크를 위한 단초를 만들어보려는 거지요. 지역의 활동가들과 만나고 싶어서입니다.

사회운동 마지막으로, 사회운동포럼에 아직 참가를 결정하지 못한 분들이나 단위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해주시지요.

박래군 우리는 성급하게 가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대선이나 포럼 이후에 대해서는 상정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물론 이런 논의들을 모두 배제하자는 것은 아니죠. 논의가 되고, 합의가 되는 만큼 우리는 구체적인 행동과제들도 연대를 통해 같이 공동 대응할 수 있습니다. 논의만 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포럼은 앞에 ‘소통/연대/변혁’을 붙였습니다. 우선은 소통을 중점적으로 고민하겠지만, 연대의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소통과 연대는 변혁을 지향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할 겁니다. 우리 사회는 급변하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논의하면서도 주한미군의 영구주둔을 위한 포석들이 두어지고 있습니다. 한․미 FTA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의 광풍은 벌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일방적인 무더기 계약해지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인간으로 생존할 수 있느냐, 노예로 살아야 하느냐는 기로에 서 있습니다. 변혁의 전망을 만들어내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저는 특히나 소수자 단체들에서 이번 사회운동포럼을 적극적으로 사고해 주셨으면 합니다. 소수자의 관점과 지향이 운동 내에 녹아들도록 해야 하는데, 사회운동이 아직은 소수자 운동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습니다. 소수자들의 관점에서 자본주의를 재구성할 수 있어야 사회운동은 진보운동 본연의 꼴을 갖출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이 장을 활용해 달라고 특별히 주문 드립니다.
그리고 바빠서, 역량이 없어서 등등의 이유로 기획단에는 참여하지 못하는 단체나 활동가들, 관심 있는 개인들은 포럼 사무국으로 연락을 하면 메일로 포럼 준비과정에 대한 소식을 접할 수 있게 됩니다. 포럼 당일에는 와서 꼭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장담하건대 생각이 다를 수는 있어도 우리 사회 진보운동의 현실과 활동가들의 고민을 충분히 접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주제별 워크숍을 만들겠다고 신청하는 단위들이 있습니다. 문은 열려 있습니다. 우리 사회 진보운동의 현실과 미래의 희망에 대해서 함께 고민합시다. 우리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되는 분들은 이런 기회를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주제어
노동 여성 민중생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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