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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7.11-12.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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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 노점상의 죽음, 하지만 노점상은 다시 거리로 나선다

조승화 | 회원·전국노점상총연합회 선전국장
붕어빵 노점상의 죽음

고생시켜서 미안하다라는 말을 아내에게 남기고 고양시에서 붕어빵 노점상인 이근재(48)동지가 목숨을 끊었다. 그는 IMF 외환위기 직전까지 가구 만드는 회사의 노동자였는데, 회사가 부도난 이후 그는 아내와 함께 고양시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붕어빵을 팔기 시작했다. 그리고 10년이 넘도록 그 자리에서 노점을 하여 자녀를 키우고 생계를 꾸려 왔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고양시는 노점상의 생계를 철저히 무시한 채 싹쓸이 노점단속을 강행하여 왔다. 이로 인해 이근재 동지의 노점도 장사를 접어야 하는 날이 많았다. 그리고 이근재 동지가 목숨을 끊기 전날인 10월 11일에도 고양시는 대대적인 노점단속을 진행하였다. 이날 시가 고용한 용역을 포함한 300여명의 노점 단속반이 고양시 화정역과 주엽역 주변을 단속하였고 이근재씨와 그의 아내도 주엽역에서 단속에 항의하였다. 노점단속은 매우 폭력적으로 진행되었고 이로 인해 많은 노점상들이 다쳤으며 주엽역에서만 노점마차 3대가 박살나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날 노점단속반과의 몸싸움으로 지친 아내에게 “고생시켜 미안하다.”, “나라도 나가서 노가다라도 해야 겠다.”는 말을 남기고 다음날 새벽에 집을 나선 이근재 동지는 싸늘한 시신이 되어 돌아왔다.
그에게 죽음을 강요 한 것은 스스로 먹고 살고자 하는 이들을 불법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조직폭력배들을 노점단속반으로 고용해 폭력노점단속을 진행한 고양시였다. 고양시는 명품도시를 만들겠다며 올 초부터 대대적인 노점단속을 진행 해 왔었는데, 이를 위해 올해 만 총 31억 원의 예산을 투여하고 있다. 노점단속을 위해 31억원이라는 어마한 예산을 통과 시킨 시의회의 회의록을 보면, 노점단속에 항의하는 노점상을 세균으로 비교하고 이 세균을 없애려면 확실히 없애야하기에 추가예산을 필요하다고 기록되어 있다. 시의원을 비롯한 정책 가들에게 있어 노점상이라는 존재는 세균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 현 실정이다. 이런 시의 태도는 노점단속현장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 4월에는 1,000여 명의 용역깡패를 투입하여 새벽에 기습적으로 (노점자리에 방치된 마차가 아닌 보관소에 보관된)노점마차 30여대를 훔치다시피 들고 가기도 하였다. 계속되는 노점단속으로 인해 장사를 접어야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며 이에 항의라도 하면 공무집행방해와 여러 가지 죄목으로 수배까지 받아야 했다. 이렇듯 고양시는 먹고 살기위해 선택한 노점을 단지 거리환경미화를 위한 척결대상으로 여기고 그들의 생계에 대해서는 아무런 고려도 없이 폭력 단속을 강행하였고 이는 결국 한 노점상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이에 항의하며 전국노점상총연합과 여러 사회운동단체는 <이근재열사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고양시와 고양시장에게 이근재 동지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묻고 사죄를 요구하며 계속적으로 투쟁을 전개 해 왔다. 이 투쟁과정에서 경찰의 과도한 진압으로 50여명의 노점상들이 부상입고 14명이 연행되었으며 5명에게 체포영장이 떨어지기도 하였다. 노점상의 격한 분노로 인해 강하게 진행된 투쟁으로 고양시는 싹쓸이 노점단속을 철회하고 생계형 노점을 보장하겠다는 발표를 하였으며 시와 노점상이 협의체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노점상의 문제를 해결하자는 입장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근재 동지가 목숨을 끊은 지 29일이 지나서야 동지의 장례를 치룰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협의체 구성을 이야기했던 고양시는 이근재 동지의 장례를 마친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용역을 투입하여 노점단속을 진행하고 있다. 이 노점단속과정에 항의하며 또다시 한 노점상이 자신의 동맥을 끊어 자살을 시도하였지만 급히 병원에 실려가 치료를 받았으며, 한 장애인 노점상은 자신의 온몸에 신나를 부으며 항의하기도 하였다.

노점상으로 살아가기

자신의 주변에 자주 가는 노점이 있다면 한번 물어보라. 이렇게 길거리로 나와 장사하게 되기까지, 그리고 노점상으로서 살아온 삶에 대해. 다들 구구절절한 사연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누가 봐도 거리에서 매연 맡으며 차별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생계를 위해 거리로 나온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노점상은 먹고 살기위해 다시 거리로 나와 야 한다. 이근재동지가 IMF 외환위기 직전 해고를 당해 노점을 시작하였듯이 실직 당하고 공식 노동을 할 수 없어서, 사업이 망하여서, 마땅히 다른 기술이 없어서, 학력이 낮아서, 나이가 많아서, 장애가 있어서. 이처럼 노점을 시작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모두들 빈곤한 현실에서 최후의 방책으로 노점을 선택하게 된다. 하지만 노점을 하다보면 폭력과 인권침해에 노출되고 거리에서 장사한다는 이유만으로 무시당하기 일쑤다.
특히 노점상을 힘들게 하는 것은 현 정권이나 지자체가 노점상에게 불법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노점상들의 생존 자체를 무시한 채 노점상 척결만을 고수하는 것이다. 조직폭력배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덩치 큰 노점단속반들이 나타나면 노점상과 한바탕 싸움이 시작된다. 누가 자신의 생계터전이 한순간에 빼앗기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용역깡패 수십에서 수백 명이 폭력을 휘두르며 진행하는 단속에 노점상은 항의도 해보지만 속수무책으로 당 할 수밖에 없다. 팔려고 내 놓은 노점물건을 몇 번이나 단속반에게 빼앗기기도 하고 노점마차를 빼앗겨 구청에 가서 벌금을 내고 찾아오기를 몇 번하고 나면 노점상은 독기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그것도 모자라 지자체에서 부과하는 벌금과 과태료로 수 십 만원을 몇 달에 한번 씩 내고 나면 노점상은 자신의 생계수단인 마차를 지키기 위해 더욱 독한 맘을 먹어야 한다. 하지만 이 작은 노점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자식들을 키워 왔기에 노점상은 다시 거리로 나와 마차를 펼쳐야 한다.

현 정권과 지자체의 기만적인 노점대책

이런 노점상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태도들은 항상 이중적이고 기만적이다. 현 사회 기득권자들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노점상을 옹호하며 함께 폭력적인 노점단속의 현실을 해결할 것처럼 달려들기도 하지만 곧바로 노점상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 일명 ‘싹쓸이 단속’을 강행하기도 한다.
특히 최근 대통령선거가 다가오면서 대선후보들은 노점상을 비롯한 서민들의 삶의 현장을 찾아가 손을 꼭 잡고는 노점상의 눈물, 서민들의 땀을 닦아 드리겠노라며 호언장담한다.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의 경우만 보더라도 자신의 노점 이력을 당당하게 얘기하며 “노점상을 위해 2년 정도는 단속을 하지 않겠다.”는 발언도 하고 노점상들을 찾아가 악수 하며 위로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명박 후보는 과거 서울시장을 하던 시기에 청계천복구공사를 명목으로 청계천노점상들의 생존권을 무참히 짓밟았다. 그리고는 노점상에 대한 대책으로 동대문운동장에 풍물시장을 만들었는데, 이 또한 처음에는 노점상들에게 “세계적인 풍물시장을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 했지만, 다시 이 대책은 노점상을 임시적으로 수용한 것이라고 말을 바꾸어 한순간에 노점상을 속이고 생존권을 무참히 짓밟아 버렸다.
또한 최근 서울시는 ‘노점시범거리’라는 것을 각 지자체마다 설치하여 노점을 합법화하겠다고 얘기하고 있다. 이 대책이 발표되자 언론에서는 노점생존권 문제의 실마리가 풀린 듯 보도 했지만 실상은 노점상을 기만하는 대책일 뿐이다. 특히 서울시는 서울 내에 노점상이 만여 명 있다고 얘기하면서 노점합법화는 천여 명만 해주겠다고 발표하였다. 즉 소수의 노점을 인정하는 대신 대부분의 노점을 척결하겠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노점상이 전반적 빈곤 문제와 관련하여 증감하고 있는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새롭게 발생하는 노점에 대해서도 단속하겠다는 비현실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정책에서는 어디에도 노점생존권 보장이라는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 좀 더 깨끗한 서울거리, 도시 환경미화라는 목적만이 존재한다. 서울시의 노점시범거리는 명목만이 노점합법화이고 실상은 도시환경미화를 위해 대부분의 노점상을 척결해 나가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이처럼 현 정권과 지자체는 노점상을 시민으로조차 여기지 않으며 그들의 생존자체를 무시한 채 국제행사니, 개발이니 혹은 노점상 대책이니 하며 변함없이 단속위주의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더욱 기만적인 것은 단속을 계속 진행하면서도 노점 생계대책인양 말뿐인 대책들을 내어 놓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노점상은 살기위해 거리로 나와야만 한다

노점상은 공식노동에서 배제된 서민들의 생계수단임이 분명하다. 이를 부인 할 사람이 있겠는가? 하지만 현행법은 노점상들의 존재 자체를 부인한다. 그리고 이 노점상을 시민의 구성원으로조차 인정하지 않으며 오직 단속의 대상으로만 여기며 (노점상들이 집회에서 외치듯이) 노점상들을 잡초처럼 거리에서 뽑으려하고 축구공인 냥 함부로 걷어차려고 한다.
하지만 노점상이 민중들의 생계수단인 동시에 민중들의 배를 든든하게 하며 여전히 정겨운 공간으로 존재하는 한, 정부와 지자체의 어떤 탄압에도 여전히 노점상은 존재 할 것이다. 그렇다면 노점상 문제의 해결은 노점상을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부정하는 것이 아닌 인정, 단속의 대상이 아닌 민중들의 생계수단으로서의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어떠한 노점정책도 그 사람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면 결국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져야 할 정책이 오히려 사람을 죽이는 꼴이 될 것이다. 또한 노점문제는 이 사회 전반적인 빈곤문제와 직결되는 문제로 단순한 노점대책 만으로 해결될 수 없고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에서부터 노점상문제의 실마리를 풀어 가야 할 것이다. 또한 이를 쟁취하기위해 노점상을 비롯한 도시빈민들의 더욱 강한 투쟁이 요구된다.
노점상이 원하는 세상은 마지막으로 선택한 노동현장인 거리에서 조차 쫓겨나지 않으며, 노점상이라고 차별받지 않는 세상이다. 노점상들은 단속에 맞서 하루하루 생계수단인 노점을 지켜나가면서 온 몸으로 가진 자들을 향한 투쟁을 배웠고, 노점상이 원하는 세상은 오직 투쟁을 통해 우리 스스로 얻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노점상들은 매우 거칠지만 나름대로의 항의 방식으로 지금까지 투쟁 해 왔고 이 투쟁을 통해 누구도 쉽게 노점상을 잡상인이라고 하지 못 할 정도로, 어느 정도의 노동자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노점상이 꿈꾸는 세상을 위한 투쟁은 아직도 멀었다. 멀고 힘든 길이지만 노점상들은 기필코 자신의 생존과 노동을 인정하는 세상을 만들 것이다.
주제어
빈민 민중생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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