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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0.12.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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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일본매각 임박!

이종회 | 사무처장, 투자협정/WTO반대국민행동 집행위원장
세계화협정의 재등장

달을 걸러 터져나오는 금융사고, 마치 시기만이 문제일 것으로 예측되는 또다른 경제위기, 지속되는 국회에서의 정치파행…. 도대체 해법이 보이지 않는 국내문제를 내팽개치고, 김대중대통령은 또다시 '아세안+3'회담에 참석하고 있다. 그가 그렇게도 신경쓰는 언론의 공공연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외국으로 나도는 까닭은 무엇인가?

우선 김대중정부는 '퇴학당할 위기에 놓인 IMF 모범생'이라는 비아냥처럼 초기 IMF를 등에 업은 강력한 구조조정이 한계에 봉착해있다. 그렇다면, IMF와 같은 또다른 국제적 권위를 빌어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구조조정을 마무리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아시아지역 무역의 80%에 달한다는 한·중·일 동북아 3국이 주도해서 아시아지역의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여,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EU에 대항하는 블록을 구축하려 한다는 아세안+3와 관련한 외신들이 그것이다.

다른 하나는 북미간의 관계정상화라는 걸림돌이 있지만, 현 정권이 사활을 걸고 지속시켜야 할 것으로 판단하는 남북경협의 재정적 난관을 풀기 위한 것이다. 경협은 남북관계의 핵심적 관건이기에, 북한으로의 자본진출을 위한 초기재정 마련을 위해, 일본이 요구하는 새로운 경제관계로 재편해 들어가는 것이다.
어느 한가지를 단정적으로 짚기는 곤란하다할 지라도 적어도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며, 그 결과는 우루과이라운드 때처럼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따른 협정으로 한국경제를 재규정해 들어올 것이다. 그러한 재규정의 시작은 한일투자협정이다.


대일무역적자의 확대

이제 한일투자협정은 한두번의 실무협상을 거치면 타결될 단계에 와 있는 듯하다. 일본 외무성 담당자는 "내년 1월에서 6월까지의 통상국회에서 비준을 받기 위한 절차를 받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비록 그 내용이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언론에서 흘러나온 것만으로도 한일투자협정이 체결될 경우 발생할 파괴력과 한국경제에 대한 상당한 타격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현재 양국의 수출입구조는 섬유, 의류부문에서 한국이 우위이고, 화학, 금속, 일반기계, 전기기계, 기타 제조업품분야는 일본측이 수출초과인 상황이다. 이 시점에서 한일투자협정이 체결될 경우 한국의 대일무역적자는 연간 약 61억달러 늘어나고, 한국은 GDP의 0.07%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관세를 철폐하게 되면 일본의 무역흑자는 34.5% 확대될 것이며, 어느 경우나 한국의 산업구조는 일본에 수직계열화될 것이다.

그렇지만 수출과 현지조달비율의 요구, 수출입 액수의 균형요구, 현지고용, 기술이전 등의 요구, 외자비율규제 등과 같은 이행의무조항을 금지함으로써 국내 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려는 정책은 근본적으로 부정된다는 점에서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한국농업처럼 한국경제는 무너져내릴 것이다.
그리고 투자와 직접 관계되는 장벽은 아니지만 한일투자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협상을 계기로, 일본은 일본자본의 한국투자환경 조성을 위하여 한국의 대일 문화규제를 다루고 있다. 한일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일본의 연구당사자인 일본 무역진흥회 아시아경제연구소의 보고자료는 이렇게 밝히고 있다. '대일문화규제는 영화, 음악CD 등의 상품무역뿐만 아니라, 일본의 기업인이 한국에 대하여 갖는 이미지를 나쁘게 하는 것으로, 투자를 비롯한 한일간의 비즈니스 전반에 걸쳐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

따라서 일본의 대한국 투자를 더욱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조속히 철폐되어야 한다.' 문화·예술인의 반대도 무릅쓰고, 지난 6월 27일 기습적으로 3차 일본대중문화개방 조치는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한편, 일본의 신사회당조차도 한일투자협정의 체결로 인해 약육강식의 자본간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게다가, 일본기업이 일본 국내보다 유리한 조건을 이유로 한국에 진출하는 것은 일본조차도 경제의 공동화, 지역사회의 쇠퇴, 고용의 상실과 불안정화를 촉진할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우리가 지금 예상할 수 있는 것보다 현실적 파괴력은 더욱 크고 총체적일 것이다. '북미자유무역협정은 멕시코 민중에게는 사망통지서와 같다'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체결되던 1994년 1월 1일 봉기를 일으킨 사파티스타의 예측은 틀리지 않아, 60%에 가까운 멕시코 인구의 절반 이상이 빈곤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이렇듯 노동자 민중을 생존의 나락으로 내모는 투자협정이라 할 지라도, 일단 타결이 되면 그 파기는 원천적으로 봉쇄된다. 분쟁처리는 <합동위원회>를 설치하되 국제적인 조약기준에 따라 제3국을 포함하며 '협정의 유효기간은 10년으로 하고, 폐지하고자 하는 경우는 1년전에 상대방에 통지하도록 한다'는 조항이 그 역할을 할 것이다.


현지고용의 의무도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핵심적인 문제는 노동문제이다. 일본 통산성은 '1980년대에 대거 한국에 진출한 일본기업이 과격한 노동운동에 직면하여 상당수의 기업이 할 수 없이 철수하였기 때문에, 일본기업 중에는 아직도 투자에 관한 신중한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정부가 노사관계와 쟁의에 개입하여 노동운동을 봉쇄하고자 하는 '노동문제의 해결에 진지하게 대응'하는 진지조항이 한단계 진전하고 있다. 2000년 11월 1일자 일본 아사히신문은, 한국정부가 대통령이 임명하는 투자옴부즈맨에, 개별노사문제 해결을 지원하는 기능을 강화한다는 새로운 근본대책을 내놓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즉 일본기업이 투자의욕을 잃지 않기 위하여, 약 1년전에 발족한 전문가로 구성된 투자옴부즈맨조직이 개별기업에서 노사분쟁이 발생하였을 경우 조정위원회의 중간에 서서 공평한 조정이 이루어지도록 서포트기능을 강화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러한 반노동자적 조항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행의무조항으로 현지고용을 요구하지 못함으로서 노동의 불안정성은 강화될 것이고, 이는 노동자의 쟁의에 대한 자본측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1998년 한 해에만 미달러화 기준으로 기업의 노동비용감소가 46%에 이른다는 통계와 같이, 구조조정의 효과가 노동자에게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일투자협정의 진지조항이 노동자 민중에게 미칠 효과는 엄청나다.
그리고 '협정체결 전(前)의 투자도 대상으로 한다'는 조항으로 인해, 벌써부터 한국오므론과 같이 협정타결을 감지한, 한국에 진출해 있는 일본기업의 노동탄압이 가중되고 있다.


이들은 공공부문에 대한 '내국인대우'를 요구한다

지금 한일양국간에 가장 쟁점이 되는 것이 '투자예외조항 리스트작성'작업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게 작성된 예외조항 리스트는 경제정세의 변화에 따라 양국이 협의하여 항목을 추가하는 것이 불가능하도록 했기 때문에, 그 파괴력은 최소한 10년은 보장될 것이다. 이 부분에서 외국인기업을 내국인기업과 차별할 수 없다는 내국인대우조항을 살펴보자. 일본 외무성 당국자는 '전기', '통신', '운송', '방송' 등과 같은 공공부문과 관련하여 투자룰에 대해 상대가 인정할 수 있는 프로세스, 즉 일정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이야기된다. 이것은, 외국인투자에 열려있지 않은 부문을 개방하라는 이 내용은 협상 중이므로 원칙적으로 공개할 수 없으나, 일본 사회운동의 공개요구에 직면하여 서면으로는 제출할 수는 없지만 말로는 얘기할 수 있다고 언급한 데서 나온 내용이다.

지난 9월 김대중 대통령의 일본 방한 당시 한국의 방송시장을 2004년까지 100% 개방하겠다는 발표를 한 바 있다. 우리는 이 사실을 상기하면서, 지금 공공부문의 민영화와 외국인 소유지분한도 철폐와 관련한 노동정국으로 되돌아오고자 한다.
지금 공공부문은 비효율의 온상이라는 비난과 함께 현 정권의 민영화공세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한때 전세계 초국적기업들 중에서 해외지사가 가장 많았던 대우와 국내 최대재벌 현대가 내려앉는 마당에, 민간기업이 효율적이라는 근거는 명분이 없다. 굳이 소재를 찾자면, 공기업민영화에 대한 언급이 IMF 구조조정협약 7차의향서부터, 그리고 IBRD차관 공여조건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 시점에서 공공부문 민영화의 가장 큰 동인은 투자협정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최근 정부가 입법예고한 전기통신사업법안에 느닷없이 한국통신의 외국인 주식소유한도를 33%에서 49%로 늘리겠다는 내용을 포함했던 것, 그리고 노동자들과 정보통신운동진영의 반대에 부딪혀 이를 철회하면서도 정부가 보유한 한국통신주식 59% 중 24.9%를 연내에 매각하고 나머지 34.1%를 2002년까지 매각해 완전 민영화한다는 정부의 계획이 변함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결국 일본정부가 요구하는 일정을 제시하려는 건 아닌가? 한일자유무역협정과 관련한 한국측 연구기관인 내외경제정책연구원의 '한일자유무역협정(FTA)의 경제적 효과와 정책방향'이라는 보고서는 '통신부문의 경우 아직도 우리나라는 기본통신망에 대한 경영권 및 지분제한 등 외국인 투자를 여전히 규제를 하고 있기 때문에 FTA(자유무역협정)의 체결에 따른 외국인의 투자유인은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전망됨'이라고 언급한다.

이 내용은 우리의 추측이 사실임을 의미하며, 동시에 일본의 요구를 정당화시켜주고 있다.
한전을 비롯한 가스 등 에너지부문과 철도의 민영화 역시 일본에서 요구하는 일정을 제시하기 위한 방편이다. 남북경협이 활성화될 때 북한에 모자라는 전력을 남한에서 공급할 수 있다는 방안이 나온지 오래고, 현대가 추진하는 개성공단의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설계가 이미 들어가 있는 상황이다. 지금 현실에서 전기를 포함한 에너지 효용성, 한일간의 해저터널이 뚫리고 남북철도가 연결되어 유럽까지 철로가 연결될 때의 경제성은 이미 정부에서 누차 강변해 온 것이라 새삼 거론할 필요가 없다. 또한 이를 일본정부가 요구하는 것은 - 물론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 당연지사이다. 정부는 기간산업이자 국민의 기본적 서비스를 담당하는 공공부문을 매각하는 대가로 무엇을 얻으려 하는가?

일본정부에 매달려 정보를 얻어야 하는 누추한 행각을 멈추기 위해서라도, 현실적으로는 무엇을 팔아넘기는지 분명히 하고 국민적 동의를 구하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지금이라도 협상내용을 공개하여야 한다.


결국 철밥통을 비난하며 노동자를 정리하고 민영화하려는 의도가 사실은 투자협정을 체결하기 위해서라면, 좀 더 적나라하게 표현하자면 한국의 국영기업을 일본에 매각하는 길을 터주고 인수기업의 노동비용을 줄이기 위해 구조조정을 시행하는 것이 아닌가? 이에 대한 정부의 대답이 궁색하면 할수록, 예고된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파업투쟁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연대투쟁, 그리고 전국민적 저항은 정당한 것이다. 그리고 이 저항은 반드시 투자협정 반대투쟁으로 이어져 확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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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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