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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2.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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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노동자네트워크'는 왜 결성되었는가

성희영 | 정보통신노동자네트워크
정보통신의 높은 부가가치 창출에 힘입어 점차로 정보통신업종이 외형적으로는 성장하고 있다. 동시에 20세기말 IMF와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정부는, 벤처기업만이 한국사회의 기업문화를 새롭게 창출할 것이며 거품경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선전하면서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것은 정보통신업종이 벤처기업이라는 테두리에서 확장해 가는 데 기여했다. 그와 동시에, 벤처의 성장은 노동자의 삶의 문제는 외면한 채 외형적 모습만을 가꾸기 위해 노동자를 또 다른 도구로 전락시켰다. 그로 인해 정보통신업종의 노동환경 문제, 노동권의 문제는 철저히 외면되었다.

첨단지식산업의 노동자로 은폐되어 있는 정보통신노동자의 피폐화 된 삶의 문제는 최초의 노동조합을 결성함으로써 현실의 문제로 가시화되었다. 그 선봉에 멀티데이타시스템 노동조합이 있다. 이곳은 현재 점거농성으로 투쟁하고 있다.
벤처라는 허구적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벤처에서는 노동조합이 있을 수 없다고 하는 수많은 여론을 뒤로한 채, 그 곳 역시 노동자가 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스스로 조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확인시켰다.
한 때 벤처기업의 주식이 상장되고 주가가 상승하면서, 많은 노동자들이 스톡옵션에 목메어 박봉도, 야근도 마다하지 않는 현실이 있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1주일에 3-4일은 밤새 일하고 찬 바닥에서 새우잠을 자며 다시 아침에 일어나 또 일을 해도 어려운 삶만이 돌아오는 생활이 존재했다.

하지만 벤처의 거품이 서서히 빠지고 있는 지금은 스톡옵션의 환상에 스스로 목을 메고 있는 노동자보다,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찾아가고 있는 주체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특히 뻔뻔한 벤처기업의 사장이 어떤 거리낌도 없이 노동자들의 과잉노동을 당연하게 이야기하는 것에 분노하며, 잔업수당과 기본급이 인상되지 않는 것에 분노하는 노동자를 부추기고 있을 뿐이다. 이 분노는 당연히 노동조합의 건설로 이어지고 있다.
'정보통신노동자네트워크'와 함께 하고 있는 멀티데이타시스템 노조는 이러한 분노와 사측의 기만적인 행태에 저항해 현재 무기한 점거농성에 돌입한 상태다.

"젊은 놈들은 하루에 한 두시간만 자도 괜찮은데 너희들은 하루에 5-6시간씩 자면서 무슨 큰 일을 하겠냐"고 말하는 사측에 맞서 2000년 2월 노조를 결성했다. 노조를 건설하고 바로 단협을 체결한 후 즉시, 사측은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해 머리를 짜내기 시작했다. 멀티데이타시스템 노조의 집행부가 대부분 병역특례자인 것을 빌미로, 지난해 11월말 병역특례업체를 포기하겠다는 서류를 병무청에 제출하고 병무청으로부터 병역특례업체 취소가 결정되자마자 병역특례자들을 부당해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측은 부당해고가 아니라며 한편으로는 "노조때문에 회사를 경영할 수 없어 병역특례업체 취소신청했다"고 드러내고 말한다. 이러한 사측에, 멀티데이타시스템 노조에서는 법적대응과 무기한 점거농성 투쟁으로 맞서고 있다. 2000년 12월 결성된 '정보통신노동자네트워크'는 이러한 정보통신노동자의 자생적 투쟁에 연대해 싸우고 있다.

멀티데이타시스템 뿐만이 아니라, 한국노총 정보통신연맹 소속인 디지털밸리 노동조합 또한 사측의 부당해고와 노조탄압에 맞서 싸우고 있다. 회사의 전횡에 대한 저항으로 10월 노조를 설립하자 그것을 이유로 위원장과 조합원 일부를 해고시키고, 나머지 조합원도 정직, 계약해지하여 21명의 조합원 중 현재 단 한사람도 회사에 남아있지 않은 상태에 몰려있다.
멀티데이타시스템과 디지털밸리의 경우만 보더라도 벤처자본이 외쳐되던 수평적 관계는, 노동자가 자신의 입장과 권리를 말하기 시작하는 그 이전에도 이미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얼마전 한 벤처사장은 한겨레 신문을 통해 "벤처에 노조라뇨? 노조의 목표는 고용의 안정과 복지향상 등인데, 그런 것을 원한다면 벤처가 아닌 데로 가야 합니다. 벤처는 직장의 안정성보다는 함께 노력해 목표를 이루고, 성과를 함께 나눈다는 게 기본 이념입니다.”라는 말로 자신들의 경영마인드를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는 경영에 실질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게 하고 노동자의 해고에도 아무런 책임도 지려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벤처자본은 마치 민주적인 경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떠들어대면서, 그 이면에서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건설하고 경영에 참여하는 것을 간섭이라는 이유로 서슴없이 조합원을 해고하고 노조를 탄압하고 있는 것이 벤처기업 노동자들의 현실이다. 그렇기에 벤처자본의 탄압으로 노조를 건설한다는 것 자체가 힘들고 노조를 건설했다해도 계속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정보통신노동자네트워크는 이러한 정보통신노동자의 현실에 적절한 투쟁과 노동자들의 단결을 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아직은 멀티데이타시스템 노동조합과 6개 사업장의 노동자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이번 멀티 투쟁을 통해 더 많은 정보통신노동자들을 조직하려고 준비 중이다.

정부와 자본은 벤처가 경제위기의 돌파구로 기업의 새로운 전형인 양 이야기하지만, 정보통신 노동자들은, '벤처에서 노동조합건설이 있을 수 없다'는 이데올로기를 깨고 노동자 스스로가 주체로 나서고 있다. 이것을 강화 확대하도록 다양한 조건을 만들어 가고자 하는 것이 현재 '정보통신노동자네트워크'의 과제이다.
그것을 위해 현재 『(가칭)정보통신노동자 고용안정쟁취와 노동조합 사수를 위한 비상대책위』를 결성하여 더욱 광범위한 투쟁을 조직하고자 한다.

우리는 이미 멀티나 디지털밸리의 투쟁과정에서 노사가 대등한 관계로 될 수 없다는 것을 경험했다. 동반자적 관계는 이미 벤처 자본가들의 이데올로기로 전유되고 있을 뿐, 정보통신 노동자에게는 공허한 얘기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현실에 기반하여 투쟁을 조직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고 시급한 과제이다.
게다가 정현준과 진승현게이트의 정경유착이 시장경제와 지식산업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벤처에서 행해지고 있는 것은 정보통신노동자의 투쟁을 더욱 촉발시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서만이 그 부패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다.


<b>'정보통신노동자네트워크' 결성의 의의</b>

이제 정보통신업종에서 노동조합건설이 출발하고 있다. 이 과정에 '정보통신노동자네트워크'는 정보통신노동자의 권리를 자발적 투쟁으로 조직화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
둘째는, 모든 산업전반에 비정규직이 늘어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보통신 업종에서도 비정규직이 늘어날 것이다. 이 비정규직 투쟁과 맞물려, 정보통신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을 조직화하고자 한다.
셋째, 병역특례노동자들의 권리찾기 투쟁을 조직하여 미조직되어 있는 노동자의 조직화를 확대해 가도록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보통신회사가 가장 넓게 분포되어 있는 테헤란밸리와 디지털산업단지로 변화하고 있는 구로공단의 실사작업과 선전, 그리고 노동자들의 상담실 마련 등이 진행되도록 힘을 모으고 있다. 이것은 조사연구와 더불어 싸우고 있는 현실 투쟁속에서 만들어 갈 것이다.


<b>'정보통신노동자네트워크'의 과제</b>

무노조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도록 호도되고 있는 자본의 이데올로기를 돌파해나가야 한다. 그것은 당연히 벤처자본의 이데올로기를 깨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하며, 이를 돌파할 힘은 현재 투쟁하고 있는 사업장에 대한 연대투쟁과 전체 민주노조운동과의 결합과 결속력 속에서 가능하다.
이러한 의의를 주체적으로 담아나가는 것만이 정보통신노동자가 투쟁으로 자신을 재조직화할 수 있는 길이며 노동자로서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갈 수 있는 희망이다.
주제어
노동
태그
아펙 APEC 자유무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