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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1.3.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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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노조와 단결권 쟁취투쟁의 두 가지 의미

홍석만 | 편집실장
<b>복수노조 5년 유예</b>

2001년 2월 9일, 또 하나의 노사정위원회의 '합의'가 성사되었다. 내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던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시한을 5년 더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노사정위에 참가하여 이번 결정을 내린 한국노총은 "미흡하지만 고뇌에 찬 결단"이라며 전임자임금을 지급받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노총은 1999년 이후 전임자임금지급을 위해 전경련과 민주당사를 점거농성했던 적이 있을 정도로 전임자임금에 목을 매어왔다. 민주노총의 경우 복수노조 유예에 대한 반대성명은 내고 있지만, 서울지역본부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투쟁을 벌이지 않고 있다.

이번 복수노조와 전임자임금지급금지의 5년간 동시유예에 대한 합의는,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 국회통과가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비록 이번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는다손치더라도 2001년 전기간을 통해서 국회통과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이번 합의가 IMF 구제금융신청 이후 진행된 노동권에 대한 대공세의 맥락 위에 있기 때문이며, 복수노조 유예를 시발로 해서 근로기준법의 개악을 통해 상시적 구조조정의 제도화를 이루어나가려는 자본과 정권의 의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복수노조 5년 유예는 물론이고 노동법 개악에 대응하기 위한 노동진영의 전반적인 계획과 현장 동력은 부족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대우차 노동자들에 대한 초유의 정리해고 사태, 그리고 이들 노동조합에 대한 폭력진압이 말해주듯이 자본과 정권은 강력한 정부를 표방하며 노동자에 대한 공세를 더욱 폭력적으로 진행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노동자 투쟁을 무력화시키고 상시적 구조조정의 제도화를 위한 수순을 진행시키고자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법 개악에 대한 대응 특히, 1997년 이후 첫 격돌이라고 할 수 있는 복수노조쟁취 투쟁은 단순한 노동법 개악투쟁의 의미를 넘어서게 될 것이다. 또한, 복수노조 쟁취 즉, 단결권 쟁취투쟁은 정세적으로 볼 때, 구조조정 반대투쟁 전선을 확대시키고 심화시켜 나갈 수 있는 유효한 '무기'라는 점에서 또 다른 정세적 의미를 지닌다.


<b>구조조정의 안착화와 제도화</b>

1998년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제가 도입되면서 정규직 노동자들은 끊임없이 실업자와 비정규노동자로 전락하게 되었다. 비정규직 노동자 또한 해고되거나 더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서 살아가게 되었고, 이 탄탄한 법적인 구속력은 금융과 공공, 기업구조조정 등 4대 구조조정의 서슬퍼런 칼날마저 제도화시켜낸다. 1998년만 해도 4만2천여명의 금융노동자들이 정리해고되었으며, 공기업의 사유화와 해외매각 정책이 힘있게 추진되었다. 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제 등 1998년의 상흔은 3년도 채 되지 않아서 60%에 육박하는 비정규노동자들, 100만을 이미 넘어버린 실업자들, 하루하루 불안에 떨며 살아야 하는 정규직 노동자들을 양산해냈다.

그러나, 자본과 정권의 공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00년 들어 롯데호텔, 사회보험노조를 폭력으로 진압한 정권은 하반기 금융, 공공부문의 노동자들의 투쟁 역시 별 무리없게 마무리지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또한, 조직화와 투쟁에서 불붙은 듯 싸움을 일궈나갔지만 자본의 공세를 막아내기에 역부족이었다. 비록 정리해고에 맞선 대우차 노동조합의 투쟁이 노동자 투쟁의 의지를 다시 확인시켜 주는 계기가 되었지만, 대우차 노조와 함께 구조조정 반대투쟁의 전국적 동력을 형성해 나가는 데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렇듯 자본과 정권의 구조조정 공세는 3년을 이어오면서 구조조정을 일상화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완비를 감행하는 데까지 나아가고 있다. 앞으로 진행될 노동법 개정의 폭과 깊이는 1997년 노동법 개정의 수준과 맞먹는 본질적이고 광범위한 것이 될 전망이다. 현재 공론화되고 있는 쟁점만 보아도 노동시간·임금체계·고용·모성보호 등 근로기준법 전반이 언급되고 있다.

게다가 실업의 일상화와 불안정노동의 양산 속에서 4대 사회보험의 개편문제도 함께 논의되고 있어, 이는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제도화할 수 있는 노동관계법령의 총체적 정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정부와 자본은 일정하게 '안착화'된 구조조정 국면을 활용하여 구조조정의 최종적 귀결점이자, 그 추진력이기도 한 노동시장 유연화, 노동시장 구조조정을 위한 법·제도적 정비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b>노동분할전략을 극복해야</b>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은 당연하게도 노동자계급의 투쟁을 촉발시켜나갔다. 1998년 후반기 그리고 1999년과 2000년으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투쟁의 고리들은 바로 생존권 쟁취에 대한 절박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리고 이 과정은 '경제위기'와 '구조조정', 경쟁과 효율의 논리 속에 은폐되고 훼손되었던 노동자·민중 투쟁의 당위성을 확연히 드러내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개별기업 차원에서 진행되는 투쟁의 격렬함과 선도적 투쟁만으로 현실을 돌파할 수 없다는 사실 역시 확연해졌다. 즉, 각 단위의 신자유주의 반대·구조조정 저지·생존권 쟁취 투쟁은 전계급적·전국적 전선으로 확장되지 못한 채 파편화되고, 고립된 채 진행되었던 것이다. 이것은 구조조정 일정의 분산, 순차적 구조조정 등을 통해 자본은 구조조정에 따른 노동자의 저항을 여하히 무력화시켜 왔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보면, 현재까지 노동진영은 구조조정에 대한 대응을 적절히 펼쳐오지 못했다.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자본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규직-비정규직, 남성-여성, 원청-하청노동자 등 노동자들의 연대를 가로막고 노동자들의 이해를 서로 분열시켜 왔던 점을 주목할 수 있다. 이는 경제위기를 볼모로 한 자본의 공세가 관철되면서 이에 대한 노동진영의 대응이 양보교섭을 통해 사실상 구조조정을 용인하게 되었던 점에서 기인한다. 결국 정규직, 비정규직을 망라한 수 천명의 정리해고 통지서를 받고는 누구를 남기고 누구를 짜를 것인가 하는 문제로만 접근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비정규직, 여성, 하청 노동자들에게로 구조조정의 피해가 집중되었다.

이에 따라 2000년 들어 비정규직과 여성노동자들의 조직화와 이들의 투쟁이 눈에 띄게 증가하게 되었다. 학습지교사 노조, 보험설계사 노조, 골프장캐디 노조, 한국통신 계약직, 이랜드 노동조합 등 지지부진한 구조조정 대응과정에서 이들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투쟁은 그나마 흔들리던 구조조정 반대투쟁의 전선을 일정하게 상승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건설을 둘러싸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은 그대로 반복되었다. 비정규직과의 공동투쟁을 거부한 한국통신 노동자들의 예가 그랬고, 심지어는 서울도시개발공사의 경우처럼 비정규직들이 독자적으로 노조를 만들려하자 정규직 노조가 일부러 규약개정을 하고 비정규직들까지 가입대상에 넣어 이들의 단결을 가로막았던 경우도 있었다.

결국, 이런 양상들로 인해 노동진영의 구조조정 분쇄와 정리해고 반대투쟁의 전선들은 지속적으로 교란되어 왔으며, 이 과정에서 노동진영이 지속적인 양보교섭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조건들이 창출된 것이다.


<b>단결권 쟁취 투쟁의 의미</b>

그렇다면 우리는 자본의 노동분할전략을 극복하고 노동자 단결을 기초로 하여 구조조정 반대투쟁의 전선을 확대심화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인가? 여기에서 다시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에 대한 지지엄호와 단결권 완전쟁취 투쟁이 갖는 의미가 부각된다.

첫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그리고 이에 대한 연대투쟁을 통해 현재 형성되어 있는 구조조정 분쇄와 정리해고 반대투쟁의 전선의 수위를 상승시킬 수 있다. 그동안 단위사업장 수준에서 정리해고 반대는 그 초점이 주로 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권 보호에 맞추어져 있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사실상 분할되어 있는 상황에서 자본은 노-노간의 틈을 비집고 들어오면서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를 사업장별로 관철시켜 나갔다. 또한, 이 과정에서 또한 노-노갈등은 더욱 첨예화되고, 정리해고의 문제를 노동진영이 어떤 방식으로 수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되돌아오게 되었다. 따라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화와 이들의 투쟁은 정리해고 반대전선에서 형성되어 있는 쟁점 자체를 변화시켜 나가게 될 것이다.

전국적인 수준에서 구조조정 반대투쟁 역시 단위사업장의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까지의 대응은 주로 대공장의 선도적 투쟁에 의해 전국적인 수준의 구조조정 반대투쟁전선이 형성되어 왔다. 물론, 대공장의 경우 산업적, 정세적 의미가 적다고 할 수 없으나, 상대적으로 양보교섭의 조건들이 팽배해 있고 그에 따라 투쟁과정에서의 동요 또한 적지 않았다. 따라서 전국적인 수준에서 정리해고 반대투쟁의 전열과 쟁점을 다시 형성하고 적극적으로 투쟁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화가 선행되어야 하며, 이것이 단결권의 완전쟁취로 모아져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노동법 개악저지 투쟁의 주체로서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의 정세적 의미가 부각된다. 복수노조 쟁취 투쟁 즉, 단결권 완전쟁취 투쟁은 그 자체로 노동법 개악저지 투쟁의 주요한 고리를 형성한다. 뿐만 아니라 노동법 개악저지 투쟁의 동력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화와 맞물려 있다는 사실이다.
비정규직이 52%를 넘어서는 현재에 있어서는 복수노조 쟁취는 각별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 최저임금에 달하는 노동조건과 정규직과의 차별대우 등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최근 들어 자생적으로 노동조합을 설립하였다. 그 중 대부분의 경우가 설립신고증을 받는 과정부터 벽에 부딪혀 왔으며 그 중 반 이상이 복수노조 문제로 인한 갈등을 겪어왔다. 기존에 정규직 중심의 노동조합이 이미 설립되어 있고 그 노조가 규약으로 가입대상 정규직으로 한정시키지 않은 경우(대개 규약에 가입대상을 따로 정하고 있지 않고 있다)에 비정규직이 독자노조를 설립하고자 하면 행정당국은 조직대상이 중복되어 복수노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설립신고증을 반려해 왔던 것이다.

계약직의 경우는 계약갱신의 거부, 파견·용역직의 경우는 계약해지라는 손쉬운 수단으로 회사가 이들을 사실상 해고할 수 있기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하루빨리 노동조합을 설립하여 노조법 상의 보호를 받는 것이 관건이다. 그러나 많은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경우 구청이 설립증 교부를 지연 또는 반려하고 그 사이 회사의 노조와해공작 때문에 좌초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미 기존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대다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화에 있어서 복수노조 문제는 현실적, 직접적 이해가 걸려 있다.

또한, 이미 조직된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투쟁을 통해 이들의 투쟁이 복수노조 쟁취를 넘어서 단결권의 완전쟁취를 위한 선도적 투쟁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불 때,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경우 대부분 사측이 교섭을 거부하는 형태가 비일비재하였다. 즉, 노동조합을 조직했다고 하더라도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경우 저절로 단체교섭권이 확보되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는 복수노조 관련한 논의에서 설혹 복수노조가 허용된다 하더라도, 창구단일화를 통해 무력화시켜 나가겠다는 자본의 의도와 이미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현재 비정규직의 단결권 쟁취투쟁이 갖는 또 하나의 의미는 이러한 창구단일화 논리에 맞서 노동조합의 실질적인 노동 3권 확보를 위한 선도적 투쟁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b>전선의 확대심화, 단결권 완전쟁취 투쟁으로</b>

그동안 구조조정 분쇄투쟁과 정리해고 반대투쟁은 그 자체로 노동자가 하나되는 과정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자본의 집요하고도 치밀한 공세는 노동자들의 분열을 조장하고 자본의 위기를 노동자 내부의 위기로 전화시켜 내고 있다. 또한, 현재의 국면은 구조조정의 제도화와 노동조건의 전반적인 개악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크다 할 것이다.

여기서 노동자 단결권의 완전쟁취 투쟁은 이러한 노-노간의 분열을 조장하고 있는 자본의 전략에 맞서는 유효한 무기로서 등장하고 있다. 또한, 구조조정 반대전선을 확대심화시켜 나가고, 형성되어 있는 쟁점들을 아래로 끌어내리기 위해서조차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화와 이들의 투쟁은 더없이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련의 노동법 개악의 격돌지점으로 형성되고 있는 복수노조 쟁취투쟁을 통해, 노동법 개악에 대한 노동진영의 주도력을 다시 회복할 수 있는 조건들을 창출하고 있다.

따라서 단결권의 완전쟁취와 이를 통해 형성된 노동법 개악저지 전선을 통해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반대전선을 확대심화함으로써, 정규직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실천적으로 연대하고 신뢰할 수 있는 투쟁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투쟁을 통해 구조조정 분쇄와 정리해고 철폐 투쟁의 전선들은 다시 확대 심화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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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매점 노동조합

철도역과 국철에서 간이매점과 자판기 관리 등의 업무를 하고 있는 홍익매점 노동자들은 회사가 이들을 개인사업자로 하여 도급으로 전환하려고 하자 올초 노동조합을 준비하게 되었다. 이미 설립되어 있는 홍익회 노조는 지금까지 이런 홍익매점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서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회사와의 단체교섭시 협상용카드로서 매점 노동자들을 조직하겠다고 회사를 협박하며 이들의 가입신청서를 받고, 타결 후에는 신청서를 반려하는 일을 두 번이나 저지른 곳이었다. 그러나 매점노동자들이 노조설립신고서를 제출하자 강서구청은 기존 홍익회노조와 가입대상이 중복된다는 이유로 반려처분을 했다.

한국통신계약직 노동조합

전화 가설, 114, ADSL 등의 일을 하는 한국통신 계약직 노동자들의 경우 2000년 초에 노동조합을 결성했으나 정규직노조가 규약상 가입대상에 계약직도 포함하고 있어 설립신고증을 받지 못하였다. 정규직 노조는 계약직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도 아니었고 이들이 조직화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해 규약개정을 미루었고 결국 2000년 10월이 되어서야 비로소 신고증을 교부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전까지 조합임을 인정받지 못해 부당노동행위와 대량해고에 맞서 강력한 대응을 해내기 어려웠고, 결국 지금 어려운 상황에서 투쟁하고 있다. 회사측은 계약직을 줄이지 않으면 정규직이라도 줄여야 한다고 하여 이 두 조직을 이간질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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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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