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1.3.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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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푸드운동을 아십니까?

김종덕 | 경남대사회학과 교수
<b>슬로우푸드 운동의 시작</b>

슬로우푸드(slow food)란 패스트푸드(fast food)의 반대를 말한다. 슬로우푸드 운동은 맥도날드 햄버거로 대표되는 패스트푸드에 대한 반대에서 비롯되었다. 이 운동의 시작은 1986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패스트푸드의 대명사인 맥도널드가 이탈리아 로마에 진출하자 현재 슬로우푸드 운동 회장인 카를로스와 그의 친구들이 맛을 표준화하고 전통음식을 소멸시키는 패스트푸드의 진출에 대항하여 식사, 미각의 즐거움, 전통음식의 보존 등의 기치를 내걸고 이 운동을 시작했다. 1986년에 이탈리아의 bra 지방에서 시작된 운동이 현재 40여 개국 7만명의 유료회원을 가진 세계적 운동으로 발전되었다. 슬로우푸드 운동본부는 이탈리아 bra에 있으며, 홈페이지 주소는 http://www.slowfood.com이다.

필자는 우리나라에서 첫번째로 국제 슬로우푸드 운동에 회원으로 가입했고, 그 덕분에 작년 10월에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열린 제1회 슬로우푸드 시상대회(slow food award)에 심사위원으로 초청받았다. 그 행사에 참석하여 세계 각국에서 온 슬로우푸드 운동가들을 만났고, 슬로우푸드 운동의 실체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그러면서 슬로우푸드 운동이야말로 속도와 합리성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에 대항할 수 있는 사회운동의 하나라는 것을 느꼈다. 여기서는 슬로우푸드 운동의 이념과 활동 그리고 이러한 운동이 우리에게 주는 의의를 살펴보고자 한다.


<b>슬로우푸드 운동의 이념</b>

이탈리아의 지방에서 시작된 슬로우푸드 운동이 전 세계 40여 개 국가로 확산된 데에는 이 운동이 지향하는 이념이 작용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 운동이 지향하는 이념은 선언문, 지침, 슬로우푸드 시상대회 등에서 볼 수 있다. 다음의 슬로우푸드 선언문은 1989년 11월 9일 프랑스 파리의 코믹오페라에서 채택된 것으로 이 운동이 지향하는 바를 잘 보여준다.

"산업문명의 이름 하에 전개된 우리 세기는 처음으로 기계의 발명이 이루어졌고, 이후 기계를 생활모델로 삼고 있다. 우리는 속도의 노예가 되었으며, 우리의 습관을 망가뜨리며, 우리 가정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우리로 하여금 패스트푸드를 먹도록 하는 빠른 생활 즉 음흉한 바이러스가 우리 모두를 굴복시키고 있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이름에 상응하기 위해서 사람은 종이 소멸되는 위험에 처하기 전에 속도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보편적인 어리석음인 빠른 생활에 반대하는 유일한 방법은 물질적 만족을 고정시키는 것이다. 이미 확인된 감각적 즐거움과 느리며 오래가는 기쁨을 적절하게 누리는 것은 효율성에 대한 흥분에 의해 잘못 이끌린 군중에게서 우리가 감염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방어는 슬로우푸드 식탁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우리는 지역요리의 맛과 향을 다시 발견하고, 품위를 낮추는 패스트푸드를 추방해야 한다. 생산성 향상의 이름으로, 빠른 생활이 우리의 존재방식을 변화시키고, 우리의 환경과 경관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므로 지금 유일하면서도 진정한, 진취적인 해답은 슬로우푸드이다.

진정한 문화는 미각을 낮추기보다는 미각을 발전시켜야 한다. 이렇게 하는데는 경험, 지식, 프로젝트의 국제적인 교환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슬로우푸드는 보다 나은 미래를 보장한다. 슬로우푸드는 그것의 상징인 작은 달팽이와 함께 이 운동이 국제 운동으로 나아가는데 도울 능력을 갖춘 다수의 지지자를 필요로 한다."

이 선언문에서는 현대문명을 속도전쟁으로 보고, 패스트푸드도 속도전쟁의 산물로 보고 있다. 생산성 향상이라는 이름하에 진행되는 속도에 대한 강조가 우리의 존재방식을 변화시키고, 환경과 경관을 위협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안을 추구해야 하며, 그 대안을 슬로우푸드에서 찾고 있다.
슬로우푸드 운동의 지침도 슬로우푸드 운동이 추구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그 지침은 다음과 같다.
(1) 소멸위기에 처한 전통적인 음식, 음식재료, 포도주(wine) 등을 지킨다.
(2) 품질좋은 재료의 제공을 통해 소생산자를 보호한다. (3) 어린아이들 및 소비자들에게 미각(taste)을 교육한다. 이 지침을 보더라도 이 운동이 단순히 패스트푸드에 대한 반대에 그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슬로우푸드 운동은 전통적인 음식을 유지, 보존하는 것에 국한하지 않고, 미래에 대비하여 적극적으로 소생산자를 보호하고, 아이들과 소비자들을 교육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슬로우푸드의 이념은 작년에 처음 이탈리아의 볼로냐에서 열린 슬로우푸드 시상대회(slowfood award)에 잘 나타나 있다. 이 대회는 전세계에서 동물 및 채소, 농산물, 지식, 맛에 관한 유산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사람들을 찾아내고, 지원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즉 슬로우푸드 이념을 실천하는 사람을 발굴하여 그들의 공적을 평가하고 이를 전세계에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개최되었다.

전세계의 수십개 국가에서 위촉된 600여명의 심사위원들 슬로우푸드 시상대회에 후보자를 추천하고 또한 예비심사를 거쳐 본선에 오른 후보들에 대해 결선투표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1회 대회인 작년의 경우 13명의 후보가 본선에 올랐고, 82개국가에서 참석한 480명의 심사위원들이 투표로 최종수상자 5명을 선정했다. 수상자들의 면모와 이들의 공적을 보면 슬로우푸드 운동이 지향하는 바를 알 수 있다. 모리타니아의 Nancy Jones는 낙타사육과 우유공급으로 유목민의 생활에 기여한 공적으로 수상했고, 터키의 Veli Gulas는 전통적인 꿀벌의 보존과 꿀 추출방법을 고안하여 상을 받았다.

스페인의 Jesus Garzon Heyde는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가축의 계절이동법을 되살려 스페인의 자연경관을 보존한 공로로 수상했고, 러시아의 Maria Mikhailovna Girenko는 평생에 걸친 식물보존 노력이 인정받아 상을 받았다. 멕시코의 Raul Manuel Antonio는 멕시코 숲 지역에서 전통적인 바닐라 작물을 보존한 노력이 인정받아 상을 받았다. 이들 수상자의 업적에도 나타나있듯이 슬로우푸드 운동은 전통적인 영농과 생활방식의 보존, 식물과 작물의 보존 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이념은 최근 들어 전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유기농업이나 환경농업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b>슬로우푸드 운동의 주요활동</b>

슬로우푸드 운동은 본부와 개별국가에 있는 지부단위로 활동을 전개한다. 이탈리아 bra에 있는 슬로우푸드 운동본부는 위에서 소개한 슬로우푸드 시상대회 이외에도 그 철학과 이념을 확산시키기 위해 다음과 같은 각종 행사와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주요행사
▶ 포도주 컨벤션
포도주에 대한 공부와 시음을 위해 마련되었다. 이 행사에는 원탁회의, organoleptic analysis을 위한 모임, 생산지역과 포도주 저장고 방문 등이 포함되어 있다.

▶ Excellentia
저녁식사 후 전세계에서 만들어진 포두주를 마시는 3일간의 행사이다. 1991년 첫 행사가 치루어진 후 1993년, 1995년에 이어졌다.

▶ The Pleasure Game
1년에 두 번 열리는 행사로, 상표를 숨긴 외국 및 이태리 포도주의 시음대회. 여기에는 5,000명 정도가 참석한다.

▶ Taste Week
젊은이들이 고급요리에 익숙하도록 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1주간의 행사기간에 60개 이상의 최상급 이탈리아 식당들이 싼 가격에 26세트의 메뉴를 제공했다.

▶ Friendship Tables
아마존 인디언을 위한 병원에 간이식당의 설치, 사라예보에 학교의 재건, 1997년 지진으로 크게 피해를 입은 Umbarian 우유공장의 재건축 등과 같은 자선 활동에 재정을 지원한다.

▶ 시음 워크숍
슬로우푸드의 행사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행사이다. 이 흥미진지한 교육은 물질문화를 게임으로 바꾸어 놓았다. 가이드 안내에 따른 포도주 시음을 통해 참석자들은 생산기술을 알고, 음식과 포도주의 역사와 organoleptic qualities을 발견하고, 새로운 조합을 시험한다.

▶ 시음 Hall
첫 행사는 전세계 고품질의 음식과 포도주 소규모박람회의 일환으로 1996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렸고, 소수 참여자에게만 공개되었다. 슬로우푸드가 일반인에게 공개한 1998년의 행사에는 12만 명의 방문객을 기록했고, 33,000명이 참가한 가운데 304 시음 워크숍이 열렸으며, 20개국을 대표한 354명의 식품예술가 등이 참가하여 성황을 이루었다.

■ 장기 프로젝트
▶ The Ark of Taste
이 프로젝트는 1996년 Torino에서 열린 제1회 Hall of Taste에서 시작되었다. 1년후 Serralunga d'Alba에서 이 프로젝트의 선언문이 만들어졌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산업표준화, hyper-hygienist legislation, 현대 소매체계의 지배, 세계 식량의 95%가 30개 작물 미만에 의해 공급되고 있는 modernity로부터 소규모 고품질 식량생산을 구하고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생물학적 다양성을 약화시키는 정책으로부터 소규모 고품질 식량생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나아가 기록은 없으나 풍부한, 그리고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유산인 복잡한 농민 및 장인들의 기술, 오랜 전통의 competences와 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잊혀진 맛과 그들의 특수함과 organoleptic excellence이 고립적인 상황과 어려운 조건(경사면, 관개의 부족)때문에 위협에 처한 cured meats, cheeses, cereals, vegetables, local breeds 등의 세계를 찾아내고, 목록을 만들고, 점검하고, 이를 널리 알리는데 힘쓰고 있다. 슬로우푸드 운동은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소규모 고품질 농업생산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 Slow Food Praesidia
이 프로젝트는 고품질 공예품의 경제적 상업적 미래를 구축하고, 토양침식으로부터 토지를 보존하고, 구 전문직의 부활과 새 전문직을 발전시켜 새로운 직업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taste의 발전을 점검하고, 고품질 생산물에 대한 보호가 환경에 대한 보호이기도한 생산의 장소에서 옛 거래의 활성화와, 관광과 교육을 촉진시켜 새로운 직업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 미각 교육
슬로우푸드는 교사들에게 재교육 및 훈련과정을 제공하여 지식과 경험을 이용 가능하게 하고, 학술대회(1997년 5월 5-7일 학술대회), 그리고 학교에 미각의 이용에 관한 강의와 workshop 등을 조직하고 있다. 1997년 7월 7일 교육부 시행 교사훈련코스가 이탈리아 12개 도시에서 개설되었고, 교재는 슬로우푸드 출판부가 발간한 Dire, fare e gustare을 이용했다.

▶ Anti-transgenic vines 운동
EC(Europe Commission)가 포도종자에 유전자조작식품 허용여부에 대한 토의를 하게 되자, 슬로우푸드 운동이 유전자조작식품을 허용하지 못하도록 벌인 청원운동이다. EC 회장 Romano Prodi에게 품질, 다양성, 안전의 원칙하에 유럽농업의 재구조화에 대한 논의를 요구하였다. "우리는 유전자 조작 포도와 포도주에 대해 아니오라고 말해야 한다."

슬로우푸드 운동의 기본구조인 지부도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 국가에 하나의 지부만 있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국가에 여러 지부가 설치되어 있다. 슬로우푸드 운동에서 각 지부는 역사, 문화, 음식의 측면에서 동질적인 지역의 목소리를 나타낸다. 모든 지부들은 지식, 미각, 즐거움을 위한 느린, 초대륙적, 하이퍼칼로리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지부 목표 중 일부를 소개하면, "즐거움을 누린다. 즐거움 속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

지역의 전통 및 고품질의 상품을 장려한다. 슬로우 철학을 널리 전파한다. 다른 지부를 방문하는 여행프로그램을 조직한다" 등이다. 지부에서 벌이는 행사는 매우 다양하다. 이 중 일부를 보면, 포도농장 방문 및 시음, 특정나라의 음식으로 된 저녁식사, 토론회, 칼로리 저녁식사, 시음 및 시식회, 생산자들과의 대화, 술과 음식 궁합찾기, 다양한 주제에 대한 간담회(음식구성의 역사, 식사습관, 요리의 역사적 발전 등), 특별 저녁식사(크리스마스 디너, 발렌타인 디너), 음악을 곁들인 식사, 와인 양조장 그룹투어 및 시음, 슬로우생활 심포지엄 및 식사, 다른 지부의 방문여행; 상호이해의 증진, 가정음식 및 과일경연대회, 시음 Workshops, 초청특강 등이다. 이러한 활동을 볼 때 각국 지부가 지역사정에 맞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전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b>슬로우푸드 운동의 의의</b>

앞에서 보았듯이 슬로우푸드 운동은 단순하게 패스트푸드에 대한 반대를 넘어서 이른 바 슬로우 이념이나 철학을 실천하고자 하는 운동이다. 이 운동은 우리의 현실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의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하나는 슬로우푸드 운동이 지금 전세계에서 추진되고 가속화되고 있는 신자유주의를 저지하는 운동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쪽으로는 세계화, 다른 한쪽으로는 신자유주의의 기치를 내걸고 있는 전지구적 자본주의는 자본축적의 속도를 더욱 높이려는 시도에 다름 아니다. 신자유주의는 기존 자본주의의 속도를 넘어서 터보 자본주의를 지향한다. 그리고 합리성과 경쟁력 제고라는 이름하에 이른바 공공부문(교육, 복지)을 축소하고, 모든 것을 시장논리에 맡기고자 한다. 신자유주의는 노동자의 권리를 유보하거나 빼앗고, 자본에게 더 많은 자유를 부여한다.

주지하다시피 이러한 신자유주의는 여러 가지 폐단을 가져오고 있다. 그것은 지구환경의 위기를 가속화하고, 수많은 노동자들을 실업자로 만들어 거리로 내몰고 있다. 공교육을 약화시키고, 노동자들의 복지수준을 크게 낮춘다. 신자유주의가 계속해서 추진될 때 부익부빈익빈 현상은 가속화되고, 그 종착점은 사회적 파국이 될 것이다. 따라서 신자유주의를 저지하는 운동이 요구되는데 슬로우푸드 운동은 그 이념이나 실제 활동에서 신자유주의의 반대운동과 함께 연대할 수 있는 운동이다.

다른 하나는 슬로우푸드 운동이 우리 사회의 빨리빨리 문화를 완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빨리빨리를 선호한다. 이 중 일부를 보면, 청소년들의 빠른 음악과 빠른 춤의 선호, 패스트푸드의 확산, 고속도로에서의 과속주행, 빠른 컴퓨터의 경쟁적 구입, 템포가 빠른 헐리우드영화의 선호, 곳곳에 들어선 속성학원 등이 그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처럼 빠른 것을 선호하게 된 것은 한편으로는 단기간에 이루어낸 경제성장과 다른 한편으로는 속도를 강조하는 현대문명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농업중심의 사회에서 공업중심의 사회가 되는데 다른 나라들은 백년이 넘게 걸렸지만, 우리는 불과 40여년밖에 안 걸렸다. 우리나라는 빠른 경제성장에 주력했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해졌다. 여기에다가 속도와 효율성을 강조하는 현대문명이 빨리 빨리를 부추겼고 이를 일상화하는데 기여했다. 빨리빨리의 문화가 가져온 부작용도 적지 않다. 공사기간의 단축은 건물과 시설의 붕괴를 가져왔고, 과속은 세계 제1위의 교통사고율과 엄청난 인명피해를 가져왔다. 사용가능한 컴퓨터를 빠른 컴퓨터로 대체함으로써 자원을 낭비하고, 환경을 훼손하고 있다.

빨리빨리의 문화는 사람들간의 관계를 피상적이게 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인내심을 갖지 못하게 하며, 작은 일에도 빨리 흥분하게 한다. 근래에 우리 사회에 문제가 되는 이혼의 중대, 그 중에서도 신혼이혼의 중대도 젊은 세대의 빨리빨리 문화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 사회에 슬로우푸드 운동이 확산된다면, 빨리빨리의 문화가 완화될 것이며, 따라서 빨리빨리의 문화가 가져온 부작용과 폐단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b>슬로우푸드 운동의 문제점과 전망</b>

슬로우푸드 운동은 현대문명이 안고 있는 문제를 치유하는데 나름대로 의의를 가지고 있지만, 이 운동 자체도 몇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슬로우푸드 운동이 엘리트 운동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슬로우푸드 운동의 행사 중 일부 행사는 그 취향이나 성격상 일반인이 참여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패스트푸드와 차별화된 슬로우푸드가 너무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어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사람들의 경우 동참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슬로우푸드 운동이 지속되려면 청소년들의 호응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청소년들의 호응이 낮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의 경우 슬로우푸드보다는 패스트푸드에 더 익숙하고, 그들 자체가 활동적이기 때문에 슬로우 철학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생활화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셋째, 슬로우푸드 운동이 다른 운동과의 연대가 비교적 약하다는 점이다. 이탈리아에서 슬로우푸드 운동과 연대해있는 운동으로는 슬로우시티(slow city) 운동이 있지만, 노동운동이나 환경운동과의 연결은 약한 편이다.
슬로우푸드 운동이 갖는 이러한 문제점이 이 운동의 확산을 제한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슬로우푸드 운동의 회원규모나 회원이 점차 늘어나는 것을 볼 때 이 운동은 상당히 전망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더욱이 근래 들어 드러나고 있는 빨리빨리 문화의 부작용(예컨대 광우병 파동)은 슬로우푸드 운동이 확산되는데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슬로우푸드 운동이 이제 소개되고 있는 정도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많은 편이다. 필자가 이 운동에 관해 이야기를 할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운동에 참여할 의사를 표명한다. 필자의 홈페이지(http://www.kyungnam.ac.kr/jdk/)나 이메일에도 슬로우푸드 운동과 관련된 문의나 연락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동안 단기간에 걸쳐 급속도로 성장했고, 그에 따른 부작용이 적지 않기 때문에 이제 슬로우, 느림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우리 음식의 대부분이 슬로우푸드라는 점도 작용하는 듯하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에서 슬로우푸드 운동의 미래는 밝다고 하겠다. 필자와 주변의 몇몇 사람들이 슬로우푸드 한국지부를 만들고자 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그 작업의 일환으로 홈페이지( http://www.slowfoodkorea.com)도 구축 중이다. 우리나라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슬로우푸드 운동에 참여하고, 다른 나라와 달리 슬로우푸드 운동이 여타의 진보운동과 연대한다면, 우리사회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고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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