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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1.4.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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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용역노동자의 법적 지위에 관한 토론회

이병희 | 회원, 파견철폐공대위 법률지원팀
<b>파견용역노동자들에 대한 법적 보호는</b>

근로자파견법의 제정 이후 아웃소싱이니 외주화니 하며 불법파견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3월 8일 광화문 한글회관에서는 민주노총과 파견철폐공대위 주최로 <파견용역노동자의 법적 지위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다. 80여명이 자리를 가득 채우고 4시간에 걸쳐 진행된 이 날 토론회는 파견·용역노동자들이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사회적으로 고발하기 위해서 준비된 것이다. 즉, 불안한 고용상황으로 인해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그리고 정규직과의 극심한 차별을 받고 있지만 최소한 법에 보장된 권리마저도 해석상 그리고 집행상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들을 알려내기 위한 것이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40여명을 비롯한 민주노총 서울본부와 노무사들의 많은 관심속에 토론회는 시작되었다.


<b>사용사업주도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책임을 져야</b>

첫 발제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의 김선수 변호사였다. "파견법상 사용사업주의 노조법 상 책임"라는 제목으로 단체법상 사용자의 개념을 근로계약의 상대방 뿐 아니라 이를 확대하여 실질적 지배력 내지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까지도 포함시켜야 하며, 파견법상의 사용사업주도 부당노동행위에 대하여 책임을 지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실제 파견·용역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면 사용업체의 지시에 의해 노조파괴가 자행되는데 지금까지 노동위원회에서는 사용사업주는 근로계약의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결정함으로써 이런 노동권 침해를 정당화하고 조장해 왔던 것이다.

두번째 발제자인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최홍엽 교수는 "위법한 근로자공급사업의 법적 규율"이라는 주제로 최근 만연해 있는 불법파견에 대해서 다루었다. 우선 도급과 파견의 구별기준과 이에 대한 노동부의 행정해석을 소개하고 이의 문제점을 지적하였고, 법상 근거가 없는 불법파견의 경우에는 사용업체와 파견·용역노동자 간에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불법파견사업장의 실태를 보면 사용업체와의 바로 고용관계를 인정할 만한 충분한 정황들이 많은데 채용과정에도 사용업체가 면접을 하는 식으로 개입을 하고, 교체도 징계도 사용업체가 사실상 좌우하는 것은 용역업체가 몫인 고용의 영역에까지 침범한 것이기 때문에 이런 관계라면 당연히 직접적 근로관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 발제자인 노무법인 참터의 고경섭 노무사는 실제 노동위원회 사건을 맡으면서 수집한 사례들과 노동위원회나 노동부 결정의 문제점을 중심으로 다루었다.


<b.정규직 노동조건을 완화하여 비정규직과의 차별을 철폐해야??</b>

토론자로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과 경총, 그리고 파견·용역사업장인 인사이트코리아 노조와 전국시설관리노조가 참여했다. 섭외가 되었던 환경노동위원회 국회의원은 국회 본회의 관계로, 노동부는 다른 일정을 이유로 토론회 직전에야 불참을 통보해 왔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연대를 강조했고 이를 위한 총연맹 차원의 계획을 언급했다. 다만 한국노총의 경우는 파견법의 폐지가 아니라 개선이라는 자신의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혔다.
경총은 오히려 파견대상업무의 확대와 파견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늘릴 것을 주장했다.

그리고 불법파견이 만연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정규직에 대한 보호가 너무 지나쳐 기업주들이 파견을 선호하게 된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이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완화시켜 비정규직과의 차별을 철폐해야 한다는 것으로 현대판 노예노동인 비정규직의 문제를 정규직에게도 확대시키겠다는 것에 다름 아닌 것이다. 시설관리노조에서는 파견제 도입의 취지가 전문적인 업무를 전문업체에 맡겨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것인데 건물의 청소, 용역 등이 과연 전문업종이냐고 반문했고 또한 중간에 아무 하는 일 없는 파견업체가 끼는 것이 사회적 비용을 오히려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다. SK 불법파견업체인 인사이트코리아 노조는 조합 설립 후 사용업체 관리직의 와해공작에 의해 30명이 넘던 조합원이 하루 아침에 4명으로 줄어들었던 과정이나 불법파견 판정이 나자 계약해지를 한 사실을 고발했다.


<b>노동자는 회사의 구성원입니까, 노예입니까?</b>

플로어에서의 질문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많이 참석한만큼 주로 경총과 한국노총에 대한 것이었다. 첫 질문자인 김재운 삼창플라자시설관리노조 위원장은 경총에게 "근로자를 생각할 때 하나의 구성원으로서의 동반자로서 보는지 아니면 자본가들이 내 돈으로 부리는 노예처럼 생각하는지 알고 싶다"고 질문하여 경총 관계자를 당혹스럽게 했다. 삼창플라자 시설관리노동자의 경우는 작년 10월부터 4달이 넘도록 파업과 건물1층 로비점거를 해 왔다. 일 시킬 때는 사용업체가 사장으로 군림하면서,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자 자신은 무관한 자라며 이에 응하기는커녕 용역깡패를 동원하여 농성장을 침탈하고, 공권력을 동원하여 조합원들을 직장 밖으로 내몰았던 것에 대한 울분을 표현한 것이다.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의 허은영씨는 경총의 단체협약체결지침 중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구나 비정규직 근로조건 개선문제에는 정규직 근로자의 고용유연성을 전제로 하여 대응한다"라는 내용과 "보험모집인, 학습지교사 등 특수업무종사자나 파견근로자의 단체교섭요구에는 응하지 않도록 한다"라는 내용을 비판했다.

한국노총에 대해서는 주로 복수노조 유예에 대한 해명이 요구되었다. 인사이트코리아 노조 왕종현 사무장은 복수노조유예는 기존 정규직 노조가 있는 현실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원천봉쇄하는 것 아니냐고 항의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은 이는 전임자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된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볼 때 전임자가 없어지면 한국노동운동이 위기에 빠진다, 사용자측이 너무 완강한 상황에서 선택한 것이 복수노조유예였다고 밝혔다. 그 대신에 신규노조의 경우는 지금까지 전임자임금지급이 안되었지만 그 부분을 풀면서 5년 동안 받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유리한 측면도 있다고 변명했다.


<b>토론회 이후</b>

이번 토론회는 민주노총 법규국, 파견철폐공대위 법률지원팀, 노무법인 참터, 민변 노동위원회,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법률센터에 의해 기획, 준비되었다. 실제 비정규직 조직화와 투쟁에 가장 밀접한 법률적 지원을 고민했던 단위들이다.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이런 주체들이 계속적으로 네트워크를 가지고 개별적 사업장에 대한 지원을 넘어 여러 정책사업들을 고민하자는 것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그리고 이번 토론회를 평가하면서 기존의 법학계 논의를 정리하거나 사례수집을 하는 것을 넘어, 실제 비정규직 또는 미조직 활동가들이 조직화 과정에서 부딪히는 법적인 문제들과 이에 대한 대응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공유하며 이후 사업을 준비 중에 있다.
주제어
노동
태그
최저임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