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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5.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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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FTA + WTO = FTAA!

최전승민 | 국제연대정책정보센터
1994년 1월 1일, 멕시코와 캐나다의 경제를 미국에 편입시키고 초국적 기업들에게 절대적 '자유'를 보장하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발효되자마자, 미국은 쿠바를 제외한 미주대륙 전체 34개국 정상들을 마이애미에 불러모았다. 멕시코에서는 가난한 원주민과 농민들로 구성된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이 NAFTA에 반대하며 무장봉기를 일으키고 이 소식을 접한 전세계 활동가들이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전면적으로 저항할 것이라는 결의의 마음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바로 이 때, 34개국 정상들은 3개국이 시작한 NAFTA를 중·남아메리카와 카리브해까지 확대하기 위한 미주자유무역지대(FTAA)를 형성하기로 합의하였다. 그들은 2005년까지 전대륙에서 제품과 서비스 거래를 위한 자유시장을 형성하기로 하였다. 그 후 이들은 투자, 관세 및 경쟁에 대한 정책들을 통일할 것을 결의하면서 WTO의 사업분야와 거의 동일한 9개 부문에 대한 초안 작성을 시작하였다. 1998년 칠레 산티아고에서 개최된 제2차 정상회담을 거쳐, 올해 4월 20일에서 22일까지 캐나다 퀘백에 모여 제3차 정상회담을 개최하면서 초안을 검토하고 완성본 작성에 본격적으로 착수하였다. 그리고 4월 23일, 회의가 끝나면서 34개국 정상들은 아래와 같은 선언문을 발표하였다.


"우리는 2015년까지 극빈 생활자의 숫자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것을 포함한 국가간 발전목표들의 달성을 위해 더 한층 노력하기로 다짐한다. 경제발전과 지역의 번영, 그리고 삶의 질 개선에 있어서 에너지의 중요성이 기본토대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인식하면서, 우리는 한편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의 원칙을 장려하면서 재생가능한 에너지의 창의적인 개발·활용과 규제장치의 강화를 추구해나가도록 한다. 경제개발과 사회발전, 환경보존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관점에서 각국 정부는 천연자원을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환경보호를 강화한다. 책임의 공유 원칙과 포괄적이고 균형적인 접근방식, 그리고 다자간 협력의 토대 위에서 마약퇴치 전략의 충실한 이행에 대한 우리의 다짐을 새로이 천명한다. 마약 원료의 불법재배를 근절시키기 위한 대안 프로그램의 효과적인 지원을 돕고 이 프로그램에 따라 생산되는 물품의 시장접근을 촉진하는데 노력한다. 미주인권위원회와 미주인권법원을 포함, 미주지역내의 인권보호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도록 지원한다." (미주정상회담 선언문 요지, 한겨레신문 4월 23일자)


위 내용은 정말 그럴싸하다. 혹자는 빈곤, 질병과 환경파괴로 시달리고 있는 우리의 지구를 구해주기 위한 구세주의 목소리가 아닌가 싶기도 할 것이다. 아니면 미주지역 34개국 정상들이 모여 회의를 하는 동안 철조망에 매달려 시위를 하고 있던 3만여 명의 요구를 들어주려는가, 지난 몇 년간 진행되어온 세계화 반대 시위에 압력을 받은 건가, 이제서야 국가 지도자들이 정신을 차렸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정상들은 시위대의 '압력'을 전혀 받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상들이 모여 협상하고 있는 미주지역자유무역지대(FTAA)의 구체적 내용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위의 감동적인 내용은 사실상 거짓말이라는 것을 밝혀내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설령 퀘백에 모인 정상들이 진심으로 극빈자 수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결의하더라도 위의 거창한 계획은 실현 불가능하다라는 주장이 무리가 아닌 것이다.


<b>FTAA, NAFTA라는 악몽의 반복</b>

7년 전 1994년에 발효되어 미국, 캐나다, 멕시코 민중들의 삶을 파괴한 NAFTA의 악몽에서 깨어나기도 전에 이제 NAFTA보다 더욱 화려한 초국적 자본의 향연이 FTAA라는 이름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FTAA가 이대로 체결되면 2005년에 세계에서 가장 큰 자유무역지대가 탄생한다. 이 거대한 자유무역지대는 8억 인구를 포괄하게 되며 이 지역 국내총생산의 총합이 11조 달러에 이르게 된다.

1994년에 처음 모인 34개국 정상들이 발표한 'FTAA의 목표와 원칙'에는 다음이 포함되어 있다 - 미주지역의 경제 통합, 자본시장 통합 추진, WTO와의 일관성 유지, 무역에 대한 장벽과 비관세 장벽 제거, 농산물 수출에 대한 지원금 철폐, 해외투자에 대한 장벽 제거, 투자자와 투자 보호를 위한 법적조치 마련과 서비스 포함에 대한 협상 진행 등.
이것만을 보아도 NAFTA의 지역적 확대인 FTAA는 내용에 있어서 근본적으로 NAFTA와 달리질 것이 전혀 없으며, WTO를 그대로 답습할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간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FTAA의 기본적 취지와 목표는 빈곤을 줄이거나 환경파괴를 막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미국 중심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구현하고 초국적 기업들이 최대한 많은 이윤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은 너무나 자명하다. 지난 몇 년간 진행되어 온 격렬한 세계화 반대 운동에 밀려 정부들이 한 발 양보를 하여 FTAA에 '사회적 조항'을 넣는다고 하더라도 (사실 이에 대해 초국적 기업들이 반대하고 있어 사회적 조항이 포함될 지의 여부도 미지수이다), 결국 FTAA는 NAFTA가 가져온 파괴를 극대화하고 확장시켜낼 것이다. NAFTA의 악몽이 어떻게 반복될 것인지를 자세하게 살펴보자.


<b>● 노동권은 파괴되고 빈곤은 확산된다</b>

노동권 보호 장치가 전혀 없는 NAFTA는 미국, 캐나다와 멕시코 노동자들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박탈하였다. 미국의 초국적 기업들은 저임금 노동을 찾아 제3세계로 이동하면서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노동조합을 말살시켰다. 지난 5년간 미국에서의 공장 폐쇄 400건 중 90%가 노조와의 협상을 도중에 결렬시키고 불법으로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저항하면 공장을 폐쇄하고 멕시코로 간다'라는 협박은 기업주들이 가장 애용하는 협상카드이다.

NAFTA 체결 후 미국에서는 거의 40만 명의 노동자가 해고되었으며, 남아있는 노동자들은 예전에 비해 약 77%의 임금을 받고 있다. 멕시코에서는 NAFTA 체결 이후 100만명이 추가로 극빈층이 되었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대에 위치한 초착취지대(EPZs)의 여성노동자들은 환풍이 제대로 안되는 공장 내에서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수행하고 있으며, 매달 임신테스트까지 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착취당하고 있다. 단체행동을 하거나 노동조합을 결성하려는 모든 노력은 제지당한다. NAFTA의 이러한 해악은 FTAA로 더욱 확장되어, 이제 멕시코뿐만 아니라 아이티, 과테말라 등 대규모 저임금 노동력이 산재되어 있는 중·남아메리카까지 초국적 자본의 노동착취가 강화될 것이다.


<b>● 설 자리 없는 농민, 남아나지 않는 환경</b>

미국-멕시코 국경지역에 집중된 초국적 기업들의 공장과 사업장들로 인해, 이 지역은 막대한 환경오염에 시달리게 되었으며 오염과 화학물질의 방출은 이 지역 주민들에 대한 간염과 장애아 출산을 증가시켰다. 또한 세계은행과 IMF가 강제한 구조조정과 자유무역협정을 통한 수출 중심의 개발 모델로의 전환은 생태계와 함께 호흡해온 전통농업을 뿌리뽑았고, 초국적 기업들은 주변 생태계와 조화를 이룰 수 없는 농산물을 대량 재배하여 생태계 파괴를 더욱 가속화시켰다. 오랜 경제위기를 겪은 남반구 국가들은 외화벌이를 위해 벌목하고, 대량 양식산업을 개발하고 천연자원을 수출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NAFTA가 체결된 후 15개 미국 벌목회사들이 멕시코에 사업을 시작하여 천연자원이 가장 풍부한 지역 중 하나인 게레로에서는 지난 8년간 40%의 숲이 없어졌다. 그리고 투자자가 국가를 고소할 수 있게끔 해주는 NAFTA의 조항으로 메탈클라드와 에틸사와 같은 미국 기업들은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환경파괴를 저지르고도 오히려 이를 저지하려는 국가들을 고소하여 엄청난 액수의 손해배상을 얻어냈다. 특허권을 얻은 유전자조작 씨앗을 사용하라며 강요하는 것도, 현재 인간을 포함한 생태계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원칙에 기반한 이러한 개발은 생태계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에서 살고 있는 농민들과 원주민들이 내쫓거나 초국적 기업에 종속시켜 버린다.


<b> ●훼손되는 건강권, 질병이 확산된다</b>

FTAA의 중요한 내용 중 하나는 초국적 기업들의 지적재산권 보호의 강화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초국적 제약사들은 '브랜드'의 명목으로 의약품을 값비싸게 팔 수 있게 된다. 전세계 AIDS에 감염된 사람 중 95%가 가난하기 때문에 의약품을 살 수가 없다. 전세계적으로 3천만 명이 AIDS로 죽어가고 있다. 브라질은 자국 내 AIDS에 감염된 모든 이들에게 값싼 의약품을 보장하여 몇 년 사이에 AIDS로 인한 사망을 반으로 줄였고, AIDS 해결의 '모범'이 되었다. 브라질이 특허권을 이용한 횡포에 다른 제3세계 국가들의 대응을 촉구하자 미국은 지난 WTO 회의에서 브라질의 정책을 공식적으로 비난하였다. FTAA 체결로 미국 회사들이 지적재산권이라는 무기를 보다 광범위하게 사용하면서, 빈민층 사이에 AIDS와 결핵 등의 전염병이 급속하게 퍼질 것으로 예상된다.


<b> ●사회의 기본 서비스가 사기업 손아귀로</b>

'WTO와의 일관성 유지'라는 FTAA의 원칙과 목표 아래, FTAA가 현재 진행중인 WTO의 서비스협정인 서비스 교역에 관한 일반협정(GATS)도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비스 교역'의 자유화는 사회의 기본 서비스인 교육, 보건, 에너지와 수자원 등을 민영화하여 해외투자자들에게 개방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진행되고 있는 공기업 민영화에서도 볼 수 있듯이, 민영화는 노동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정리해고를 단행할 뿐만 아니라 신자유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기본 서비스 사용비용을 급등하게 할 것이다. 볼리비아가 수자원을 민영화한 결과, 수도세가 200% 급등하였으며, 이에 항의하는 시위대 6명이 숨지는 결과를 낳았다.


<b>● 확산하는 미국의 군사주의</b>

FTAA를 체결하는 데에 있어서 미국의 주된 목표는 서반구에서의 경제적 정치적 헤게모니의 강화이다. 미국 조지아에 있는 군사학교인 미주대륙학교(SOA)의 공식 출판물에는 '미국 외교정책의 주요한 목표는 자유시장의 원칙에 따른 경제적 발전'이라고 명시되어 있으며, SOA의 전략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의 위협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준비하는 것'이라 한다. SOA 출신 군인들은 1994년 사파티스타의 봉기를 진압하는 데에, 볼리비아 코차밤바에서의 수자원 민영화 반대 시위진압, 그리고 최근 콜롬비아에서의 농민 학살과 파업 진압에 투입되었다.

미국은 플랜 콜롬비아라는 명칭 하, 코카인의 원료인 코카농장을 파괴하고 게릴라들을 진압하는 목적으로 콜롬비아 정부에게 13억 달러를 지원하였다. 하지만 플랜 콜롬비아의 진실은 콜롬비아의 자원(특히 원유)에 대한 미국의 안정적 접근을 확보하고 아메리카 대륙에서의 지정학적 입지를 확보하여 FTAA을 보다 수월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미국에 있어서 콜롬비아는 태평양과 대서양 항로를 모두 가지고 있는 '자연적 무역지대'이다. 또한 저임금 노동력이 집중되어 있는 곳으로 미국 기업에게 더없이 좋은 조건이다. 콜롬비아 정부는 이러한 플랜 콜롬비아를 위해 3,000명을 학살하고, 200만 명의 주민들을 쫓아냈으며 심지어 FTAA 가입을 위해 헌법까지 고치고 있는 상황이다. US 상원위원 코르벨은 2000년 4월 10일 워싱턴 포스트지에 베네주엘라 원유에 대한 미국의 이해관계는 잔혹한 플랜 콜롬비아를 정당화시킨다고 밝힌 바 있다.


<b>● 이민자 차별 정책 강화와 인종차별주의의 부흥</b>

NAFTA에 의한 멕시코의 빈곤화와 대량실업은 미국으로의 (불법) 이민을 급증시켰다. 미국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1994년 이후 이민법을 꾸준히 개정했다. 국경지역에 군력을 강화하였고, 불법이민자들에 대한 사회복지를 거부할 수 있도록 했으며, 1996년에는 이민 절차는 더욱 까다로운 반면 추방은 더욱 쉽게 만들었다. 이러한 정책은 이민자들에 대한 불신을 강화하여 자국 노동자와 이주노동자 간의 연대를 깨고, 멕시코 현지에 저임금 노동력을 대량 보유함과 동시에 불법 이주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정당화는 이중적 정책이다. 최근 미국 내에서 극우주의와 인종차별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물론 오랜 역사를 지닌 인종차별주의 때문이기도 하지만, NAFTA를 근간으로 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의해 더욱 강화된 측면도 있다. FTAA 체결로 빈곤한 중·남아메리카 출신 이민자들이 급증하면서 미국의 이민자 탄압과 인종차별주의는 더욱 확산될 것이다.


<b>퀘백 - 세계화에 대한 또 한 번의 선전포고</b>

세계에서 가장 큰 무역지대의 탄생과 이로 인한 구체적 착취와 억압을 예고하는 FTAA에 맞서 올해 초부터 각 국, 각 도시에서 다양한 활동들이 진행되었다. 소규모 직접행동그룹들은 www.stopftaa.org와 www.a20.org 두 개의 사이트를 중심으로 조직화되었다. 전자에는 110개 지역이 등록이 되어있고, 후자의 경우 80여개 지역들이 등록되어 있다. 이들은 지역별로 행동들을 벌여내면서 인터넷을 통해 각종 정보자료와 투쟁속보들을 공유하고 있다. 아나키스트, 사회주의자, 생태주의자, 여성주의자 등 다양한 사상을 가진 다양한 세력들은 서로 각자의 행사를 준비·진행하면서 '세계화와 FTAA에 대한 전면적 반대'라는 하나의 구호 아래 모인 것이다.

직접행동 그룹들이 올해 초부터 자전거나 캐러밴으로 전 대륙을 순회하면서 FTAA에 대한 선전을 수행하였으며, 4월에 접어들자 본격적인 FTAA 반대 시위가 미주대륙 곳곳에서 일어났다. 4월 6일, 정상회담에 앞서 아르헨티나에서 개최된 장관급회담에 맞서 1만 여명이 시위를 벌이다가 수십명이 연행되었으며, 미국과 캐나다의 주요도시에서는 'FTAA 문안을 공개하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4월초부터 활동가들이 시위를 벌여왔다. 17일은 국제농민행동의 날로 지정되어, 국제 농민조직인 비아깜페시나(Via Campesina)가 WTO와 FTAA 반대 행동을 벌여냈다.

20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는 600여명의 활동가들이 FTAA 반대 투쟁을 벌였는데, 춤과 노래로 '예술적'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이들을 전투경찰이 구타하기 시작하여 또 수십명이 잡혀갔다. 활동가들은 정상회담이 시작한 20일부터 캐나다 퀘백으로 모여들기 시작하여, 21일에는 퀘백에서 3만 여명이 시위와 행진을 벌였다.

대규모 시위를 예상하였던 퀘백 시는 시애틀, 워싱턴과 민주당, 공화당 전당대회 즈음으로 일어난 시위 등 세계화 반대 운동 진압에 대한 노하우와 주요 활동가들에 대한 정보를 미국 정부로부터 넘겨받았으며, 시내 중심에 3미터 높이의 철조망을 세워 시위 금지구역으로 설정하였다. 그리고 이 구역 내에 있는 모든 호텔과 빈집을 정부에서 임대해버렸다. 하수구로 시위대가 침입할 수 있다는 불안에 하수구까지 봉쇄하였다. 그리고 600개 실이 있는 감옥 하나를 비우는 등, 시위대 연행을 위한 사전준비를 완벽하게 하였다. 그리고 시위가 본격적으로 시작한 20일부터 6,700명의 병력을 퀘백 시에 투입하였다.

신문, 뉴스와 인터넷을 통해 현재 전세계로 전해지고 있는 캐나다 퀘백 시위모습은 당혹스럽지 않을 수 없다. 미주대륙의 34개국 정상들이 모여 있는 건물조차 보이지 않고, 시위대는 철조망 반대편에서 경찰들이 쏘는 물대포, 최루탄과 고무탄을 맞아가면서 싸웠다. 시애틀 시위에 대한 과잉진압, 구타와 인권탄압은 이번 시위에서도 반복되었다. 아니, 시애틀부터 지속적으로 시위에 참가했던 활동가들은 오히려 훨씬 더 잔혹한 진압이 전개되고 있다고 전한다. 23일 현재, 연행된 시위자는 45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정상회담이 종료된 후에는 이들에 대한 석방 투쟁이 전개되고 있다. 최루탄 파편으로 실명한 시위자 등, 부상자들도 속출하고 있다.

시위와 더불어, 미주지역 주요 시민·사회단체들이 16일부터 '제2차 민중회의'를 개최하였다. 이들은 '미주지역 사회연맹(Hemispheric Social Alliance)를 구성하여 1998년 칠레 산티아고에서 개최된 FTAA 협상을 위한 제2차 정상회담 당시 제1차 민중회의를 개최하였고 '미주를 위한 대안(Alternatives for Americas)'이라는 '대안적 협정'의 초안을 그려내기 시작했다. 이 문서는 FTAA 협상에 포함된 부문들에 대한 대안적 시각뿐만 아니라 정부들이 소외시키고 있는 인권, 노동, 환경, 여성 등의 사안을 포함하고 있다. 이 문서는 FTAA과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면서도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다소 모호하고 한계가 있는 개념에 기반하고 있지만, 다양한 수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러 조직들 간에 진행된 논의의 결과를 종합해냈다는 측면에서 앞으로 그 영향력과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제3차 정상회담에서 34개국 정상들은 극빈자의 수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감동적인 내용의 선언문을 발표하면서 이른바 '민주주의의 원칙'이라는 것에 합의하였다. 즉, 노동자·인권·환경보호 등 민주주의의 기준을 설정하고 이에 미달되는 국가에는 자유무역의 혜택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민주주의 조항'을 이번 FTAA협정에 넣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자신들이 지상 최고수준의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있다는 자만 속에서 이러한 '민주주의 조항'에 동의하도록 만든다. 34개국 중 대다수인 제3세계 국가들은 자유무역의 '혜택'을 행여나 받지 못할까 긴장하면서도 해외 투자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겠다는 굳은 결의를 하며 적극적으로 동의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저들이 주장하는 '민주주의'와 '혜택'은 오로지 소수의 초국적 자본을 위한 것임을.
주제어
국제 민중생존권
태그
성명 평택 미군기지 주민이주 팽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