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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10.5-6.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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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 정세에 대하여

지방선거를 둘러싼 현 정세의 주요 특징들

이상훈 | 정책위원
6.2 지방선거가 5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급작스러운 천안함 사건에 관심이 집중되고, 뚜렷한 쟁점이나 바람몰이도 없어 밋밋한 선거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의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고, 선거 결과에 따라 2012년 대선으로 가는 정국의 기본 골격이 형성되는 중요한 정치 일정이다.
이번 6.2지방선거를 전후로 한 정세를 둘러싼 쟁점들을 단적으로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2007~2009년 금융위기를 재연하기에 충분한 갖가지 경제 불안요인들이 여전히 곳곳에 크고 작은 형태로 산재해 있다. 그 가운데 이명박 정권은 위기를 해결하기는커녕 주식과 부동산 거품을 더 키우는 방식으로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시적 안정을 선택했다. 특히 열악한 재정자립도의 지방자치단체들은 금융위기의 격랑 속에서 막대한 부채를 감수하며, 저마다 대규모 개발투자사업을 벌임으로써 18조 원에 달하는 채무를 떠안게 된 형편이다. 하지만 대중들은 이렇게 해서 달성된 일시적 안정화를 금융위기 극복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국 전반에 걸쳐 이명박 정권의 헤게모니가 전반적으로 관철되고 있는 형편이다.
반면 2008년 촛불시위와 금융위기, 2009년 용산투쟁, 쌍용차투쟁, 노동법개악저지 투쟁을 거치며 이명박 정권과 맞서온 노동자 민중운동은 한편으로는 그 실체가 자못 의심스럽기 짝이 없는 이른바 ‘반MB’연합에 자신의 전망을 속박당하고, 한편으로는 이명박 정권의 직접적인 공격으로 연이은 타격을 받아 대중적 사기마저 바닥을 치는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는 이 같은 분석을 통해 당면 정세가 요구하는 노동자 민중운동의 과제와 2010 지방선거 이후 정세를 전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2010년 6.2 지방선거 정세의 특징 1: 외형적인 양당체제의 형성과 뚜렷한 대안과 실체가 없는 반MB연합, 문제는 무엇인가?

신자유주의적 경제위기에 수반되는 정치위기의 일반적인 양상은 거듭되는 정책개혁 실패의 결과로 모든 ‘현직’들이 위기에 빠지는 한편, 여야 정당들 간의 차별성이 없어지고 이들 간의 중도주의적인 수렴이 진행될수록, 지배계급 내 정치적 대결은 경제위기를 호도하기 위한 ‘다른 정치 수단’(부패 비리수사와 각종 스캔들, 정치이미지 마케팅)이 총동원되는 가운데 점점 더 극단적인 양상의 정치적 대립이 진행되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이나 광우병 촛불시위 정국은 이러한 정치적 대립의 전형이었다. 그리고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여야 정당은 상대를 배제하고 내부 혁신을 단행해야 자신이 살아남는 절박한 선거판에서, 막상 서로 간의 정책-이념적 차별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인기몰이에 성공한 뉴리더들을 내세워 울고 웃는 감성 이미지 캠페인을 주요 전략으로 삼으며, 서로 다수 지방정부 장악을 저지하자는 읍소, 즉 게임전략 대 게임전략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양상의 선거캠페인은 결국은 별다를 바 없는 여야정당들 간의 (그저 웃고 지나치기 어려운) 사생결단 대결이 수많은 계급 대립의 쟁점들을 집어 삼키는 네거티브 선동으로 진행될 것이고, 외형적인 양당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진정으로 우려되는 바는 이러한 과정에서 정부기구 전반과 좌우를 막론한 정치정당들에 대한 불신을 배경으로, 날로 심화되고 악화될 것으로 보이는 대중의 반정치적 정서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거대한 금융위기의 여파가 채 가시기 전에 치루어지는 이번 선거에서 정부여당측이 크게 불리할 것 같지 않은 선거분위기다. 한나라당의 적지 않은 현직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재선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선거 분위기는 예측되는 선거 결과만을 비교해 볼 때, 보수야당의 정권 심판론이 선거전반을 압도하던 지난 지방선거들과는 다른 양상이다.
그리고 이처럼 사태의 전개방식이 바뀐 듯이 보이게 된 계기는 상대적 진보를 내세운 개혁정권의 실패와 거듭된 반신자유주의 노동자민중운동의 동시적 패배를 배경으로, 대중의 정치적 환멸과 불만이 ‘좌파 정권’ 심판이라는 보수적 정치선동과 결합되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주요 정책과제들에 대한 반대가 60%대에 달하면서도, 이명박 정권에 대한 국정 지지도는 50% 가까이 유지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이명박이 좋아서 지지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뚜렷한 대안이 눈에 띠지 않기 때문이고, 민주당과 진보정당이나 노동자운동에 대한 불신이 크기 때문이다. 2008년 촛불시위에서 여실하게 드러난 바와 같이, 이명박과 한나라당에 대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도의 본질은 새로운 통합과 대안에 바탕을 둔 안정적인 힘이 아니다. 오히려 그 힘은 매우 불안정하고, 취약하기 때문에 비이성적으로 폭압적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이해하기 곤란해 보이는 이명박 현상은 결국 거듭된 반신자유주의 투쟁 패배의 정치적 효과라고 보아야 한다.
반면 많은 이들은 대중의 보수화나 이익집단화 경향을 더 중요한 원인으로 강조한다. 또 2008년의 촛불을 대안운동으로 보는 사람들은 촛불을 진압한 이명박의 강압과 속임수가 주요원인이라고 본다. 대중들은 정권의 힘에 억눌려있거나 속고 있거나, 틀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기간의 경제위기와 고용 불안 속에서 위기의 뚜렷한 원인과 대안을 찾지 못한 대중의 불안이 보다 근본적이고 주요한 원인이다. 위기에 처한 대중의 생존적 열망은 보수적인 것도 아니고, 태생적으로는 진보적이지만 일시적으로 기만당하고 있을 뿐이거나 억압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대중들은 스스로의 운동으로 자신들이 처한 조건에 대한 적합한 인식과 대안을 획득하지 못하는 한, 불안하고 불안정한 감정적 상태에 빠져들 뿐이다. 그러한 대중의 열망은 그 자체로는 본성상 옳거나 그른 무엇이 아니고, 진보적 이념과 결합할 수도 보수적 이념과 결합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의 양면성은 정세적 역동성과 다면성 그 자체를 의미할 뿐이다. 즉 이명박 현상은 거듭된 ‘반신자유주의 투쟁 패배의 정치적 효과’다. 반신자유주의 운동이 대중의 정치적 환멸과 생존적 요구를 받아 안는 데 실패한 결과라는 것이다.
또한 이명박의 이념적 지향은 확실히 보수적 색채를 띠지만, 그는 이념적 수구보수 스타일이라기보다는 실용적인 관리자형 정치가다. 그가 민자당·신한국당 출신이라고 해서 민자당 군부세력이 귀환한 것도 아니다. “좌파척결”과 같은 보수주의적 정치선동이 종종 언급되지만, 이 역시 본격적인 의미의 파시즘적 공안탄압으로의 반동을 뜻하기보다는 ‘경제를 살리자’거나 ‘서민 실용정책’이라는 캠페인과 같은 내용 없는 인민주의적 선동에 가깝다. 그의 정책이념의 실체는 기껏해야 그 자신이 밝히고 있는 중도실용주의에 불과하다. 이전에 비해 판이하게 강력해진 면모는 최근 들어 전교조나 공무원 노조 등에 대해 취하고 있는 노동조합 불인정 말살 책동으로 들어난다. 이 역시 정책실행의 형태와 방식이 과격해진 점을 감안해본다면, 큰 틀에서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부터 시작된 노사관계 선진화 정책전략의 일환이다. 이명박 정권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신자유주의적 정책개혁 기조를 근본적으로 뒤집기보다는 그 기본 기조를 충실히 유지하고 강화할 뿐이다. 실제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한나라당 간의 정책적 차이는 거의 없다. 두 당은 모두 일자리를 강조하고 경제 살리기와 서민정책을 강조한다. 노무현 정부가 온갖 탄압을 동원하며 밀어붙인 비정규직 악법과 한미 FTA를 놓고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왈가왈부 논란을 벌이는 것은 한낱 코미디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두 당이 입장 차이를 보이는 정책이 있다면, 세종시와 4대강 같은 지역개발정책에 대한 찬반이나, ‘전면 무상급식이냐 부자급식이냐’와 같은 논란들 정도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정권의 독주에 맞선다는 명분으로, 5+4니 4+4니 하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반MB연합은 민주당의 패권적인 후보단일화를 밀어붙이는 정치협상 테이블 이상의 의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물며 실질적인 의미의 반정권적인 내용을 지니는 대중 운동적 실체는 찾아보기 어렵다. 돌이켜보면 2002, 2006년 지방선거는 무능부패 정권에 대한 선거심판이 이루어진 선거였지만, 정권심판의 판결내용에 있어서는 전혀 별볼 것이 없는 빈약한 재판이었다. 반노동자적 구조조정으로 인한 대중의 분노와 불만들이 반신자유주의 투쟁전선으로 조직되지 못하고, 보수야당이 내걸은 별 내용도 없고 진정성도 없는 네거티브 정치선동에 동원되고 이용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방선거 전까지 정권퇴진투쟁을 벌이던 노동자민중운동은, 정작 맞서 싸우던 정권이 선거패배를 당했으나 별다른 성과 없이 오히려 선거이후 투쟁방향을 잃고 표류했었다.
그러므로 결국 대안적인 운동방향은 근거도 실체도 불분명한 반MB연합이나 양보교섭과 같은 전선의 후퇴와 우경화가 아니라, 대중의 열망의 깊이와 높이에 부합하는 근본적이고 급진적인 반신자유주의 운동의 혁신과 확장일 수밖에 없다.

2010년 6.2 지방선거의 특징 2: 경제위기의 두 가지 뇌관, 부동산거품 붕괴위험과 고용악화

경제 살리기를 모토로 내세운 이명박에게 경제는 양날의 검이다. 뉴타운 개발, 보수적이면서도 대중적인 아파트 자산심리를 기반으로 당선된 정권이면서,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타격으로 인한 대중적인 불만을 관리해야하는 위험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정권이 직면해있는 경제위기를 재연시킬 두 가지 위험천만한 뇌관이 있으니, 그것은 부동산 아파트값 거품붕괴의 위험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고용악화다.

경제위기 부동산거품
2006년 지방선거와 2008년 총선은 ‘뉴타운 선거’였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필두로 수도권의 버블세븐지역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폭등하면서 전국적인 투기거품을 만들었고, 지역개발 경쟁에 몰입한 지방자치단체들은 대중의 정치적 경제적 불만을 보수적인 자산 가격 상승 욕구로 동원해냈다. 반면 이번 선거는 연초부터 시작된 부동산 대세하락 전망이 고개를 들면서 이전과 같은 뉴타운 바람몰이가 쉽지만은 않을 듯 보인다.
금융위기가 한국과는 상관없는 일인 것처럼 지난해 상승일로였던 아파트 시장이 2010년 들어서면서 심상치 않은 약세를 보이더니, 이제까지 부동산 거품을 키우는데 앞장서왔던 정부/재벌 경제연구기관들이 일제히 ‘부동산 거품붕괴’와 ‘대세하락’을 경고하기 시작하고 있다. 산업은행경제연구소는 「국내 주택가격 적정성 분석」이라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물가 대비 아파트 가격 상승 정도가 미국과 일본의 과거 정점 수준을 넘어섰으며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PIR)도 미국, 일본에 비해 높다고 지적했다. 현재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가구소득 대비 무려 12.64배에 달하는 거품상태다. 즉 도시평균 1년 가구소득을 통째로 13년가량 모아야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것이다.(물론 강남 아파트는 그 2~3배에 달한다.) 지난 10여 년 동안 건설자본, 부동산 재벌들과 손잡고 그들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연구결과를 써대면서, 부동산 거품을 키워온 그들마저 더 이상은 모른 채하고 넘어가기 어려운 지경에 다다른 것이다.
덧붙여 이들은 대세하락의 근거로 인구 감소를 거론한다. 주택 주 수요층인 35~54세 인구가 2011년 이후에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데다 1차 베이비붐 세대인 1955~1963년생들의 은퇴가 올해부터 시작된 것도 장기적인 집값 하락 압력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무엇보다도 더 이상 미루기 어려운 기준금리 인상, 즉 출구정책에 뒤이어 부동산 시장이 일시에 주저앉을 수 있다는 것이 더 피할 수 없는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그러나 장기적인 인구감소가 2010년 들어 알게 된 전혀 새로운 사실이 아니듯이, 출구정책으로 인한 위험 역시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사안이다. 투기거품으로 발생한 세계금융위기에 직면해서, 거품을 제거하기는커녕 투기거품을 더 키우는 방식으로 당장의 궁지를 모면하는데 급급했던 이명박 정권의 부동산 투기규제완화 정책의 예정된 실패인 것이다. 일시적이고 예외적인 상황에서 취해지는 강제적인 경기부양정책과 저금리 돈 풀기 정책이 계속해서 유지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명박 정권이 취한 경기부양 정책은 부동산 아파트 값을 올리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이며, 그 와중에 자산의 대부분을 아파트 부동산에 빚을 내서 투자하면서, 위태로운 수준에 다다른 가계 부채들이 출구전략으로 인한 충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즉 누가 보아도 국내 주택 부동산 시장의 상황은 미국과 일본의 금융위기 부동산 버블 붕괴 직전과 유사하다. 한국경제는 2008~2009 금융위기를 극복한 것이 아니라, 아직 본격적인 버블 붕괴를 경험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불안전일자리 창출전략: 기만적인 한나라당의 선거 슬로건 ‘일자리 먼저, 서민 먼저’

노동자들은 2008~2009년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받았다. 실업은 장기화되었고, 실질임금 지체현상이 실질소득의 회복을 더디게 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주가, 환율, 부동산값 회복과 같은 표면적 경제지표상의 회복에도 불구하고 실제 노동자 민중의 생활상의 고충은 여전하다는 의미이고, 나아가 이 같은 현실이 개선되지 않는 한 허약한 경제구조가 결국은 크고 작은 국내외적인 경제변수들에 의해 또 다른 경제위기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되는 대중의 고충과 불만의 위험을 관리하면서, 경제위기에 대처해야 하는 정권에게 고용불안은 민감하기 짝이 없는 국정과제가 아닐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는 이번 지방선거의 주요모토를 ‘일자리 먼저, 서민 먼저’로 정하고, 갖가지 일자리 확충대책을 내놓고 있다. 또 얼마 전에는 국가고용전략회의라고 불리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특별 기구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국가고용전략회의와 한나라당이 내놓은 고용전략 정책들은 일자리의 숫자를 늘리는데도 별무신통이고, 늘어날 일자리들은 거의 불안전한 일자리뿐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중점을 두는 고용전략은 서비스산업육성 전략이다. 그러나 법률, 교육, 금융 등 전문 서비스 분야를 제외하면, 서비스산업의 노동조건은 매우 열악하다. 사회서비스나 IT관련 단순 비정규직 일자리들이 대표적이다. 한국은 이들 서비스 산업에 종사하는 저임금 여성, 청소년 비정규직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비중이 OECD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서비스 일자리 지원보다 규제개혁”이 중요하다고 한다. 여성노동자들의 고용을 늘리고 경력단절을 방지해준다고 선전되는 퍼플잡 역시, 단시간근로제의 형식으로 저임금 불안전 고용을 확산시킬 뿐이다.
더욱이 이명박 정권은 한편으로는 이러한 부실하고 기만적인 일자리 창출정책을 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전교조, 공무원, 철도 노동조합에 대한 무차별적이고 시대착오적인 탄압을 일삼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파산의 위험과 지방부채: 지방정부가 파산할 수도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부활 시행된 오늘날 지방자치제도는 심각한 제도적 파탄 상황에 직면해있다. 대중은 지방선거에 대해 대체로 무관심하며 투표율은 저조하다. 전국의 시장, 군수, 구청장 가운데 40%가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상당수는 이미 물러났을 정도로 각종 이권개입과 청탁비리가 판을 치고 있다. 지역간 불균형과 지역 내 계급 계층 간 불평등이 날로 심화되는 상황에서도, 지방분권이라는 이름으로 중앙정부와 재정자립도가 높은 수도권 지역 지방정부들이 별다른 책임을 지지 않고 있는 것이 이러한 상황의 근본원인이다.
금융세계화는 초민족적 금융자본이 필요로 하는 광범위한 금융서비스와 관련 법률, 하부구조, 사업 서비스, 국제공항과 통신망을 갖춘 민족국가내의 초민족화된 중심지역, 이른바 ‘세계도시’를 요구하며, 다른 한편으로 그 외의 지역(도시)들의 분리와 배제를 요구하면서 (세계적인 차원에서) 민족적 도시, 지역체계의 재편을 추동한다. 이에 따라 전에 없이 심각한 수준의 지역간 불균형이 구조화되고 배제된 지역의 분리가 심화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금융세계화에 급속하게 편입해 들어간 한국사회에서 지역적 불평등과 배제는 ‘세계도시’ 간의 초민족적 위계 속에 새롭게 편입하기 위하여 세계도시화 하려는 서울 수도권과 다른 지역 간의 격차 증대로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한국에서 지역적 불균형 발전은 1960~70년대 재벌중심의 수출지향형 공업화시기부터 이미 30~40년 간에 걸쳐 (수도권과 영남의 몇몇 공업 물량지대 중심으로) 확립되었다. 거기에 신자유주의 경제위기에 무방비로 노출되었던 대다수의 지역경제는 공동화될 처지에 놓인 채, 금융적 팽창과 결합된 정보화/서비스화 중심의 경제구조재편 과정과 강남 아파트 재건축으로 대표되는 부동산 개발투기 광풍에서 소외되었다. 이에 대다수의 지역들은 외지자본 유치를 통한 발전전략을 채택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 또한 선택받은 몇몇 지역들에게나 한정된 방편이었다. 결국 지방자치단체들은 자기 지역을 적극적으로 외부에 알려 지역전체를 하나의 상품으로 가꾸어 파는 소위 ‘장소마케팅’을 벌이거나, 지방자치단체 자신이 투기적인 대규모 부동산 개발사업을 벌이는 데 혈안이 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외부로부터의 투자를 유치하고 지역개발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지역 노동조건은 악화시키고, 자본에게 특혜를 제공하며 규제는 과도하게 면제해주는 조치를 앞다투어 실시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주민자치에 의한 지역발전과 복리증진이라는 지방자치제도 도입 애초의 목적보다는, 무분별한 수익성논리와 부동산 투기개발이 지방행정을 장악했다. 나아가 이러한 개발경쟁의 결과, 몇몇 지역도시들은 지역특화의 소소한 성과를 거두지만 대다수 도시들은 보다 철저히 몰락하여 지역 간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된다.
현재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자립도 평균은 53.6% 정도다. 자치단체의 80% 가량이 재정자립도 50%를 넘지 못하는 상황이며, 강원도와 전라남도, 제주도 등의 재정자립도는 10~30% 수준에 불과 하다. 예컨대 경북 봉화는 7.4%에 불과한 실정이고, 우리나라 제2의 대도시인 부산시마저 재정자립도가 2009년 49%대로 추락한 가운데, 부산시 기초자치단체들은 도농 복합지역인 기장군(40.4%)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10%대나 20%대 수준으로 지방자치제도 실시 이후 절반가량으로 줄었다. 이러한 사정에 따라 당연히 지방정부가 지니고 있는 채무 역시 큰 폭으로 증가하여 2009년 현재 각 지방정부와 산하 공기업들이 지고 있는 부채는 모두 18조 원에 달한다. 특히 서울과 경기도 등 전국 14개 광역자치단체 산하의 도시개발공사가 채권을 발행하면서 생긴 빚이 최근 2년 동안 17배 폭증했다. 2007년 말 8040억 원 수준이었던 이들 공사의 전체 채권발행 잔액은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14조 8000억 원까지 불어났다. 지방정부들이 경기부양을 위해 건설, 토목 사업을 대폭 늘린 결과다. 지역개발공사는 각 지역 지방자치단체가 자본을 출자해서 만든 공기업으로 이들 공기업이 손실이 발생할 경우 그 빚은 고스란히 지방자치단체의 부담이 된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처럼 비상식적이고 무분별한 지역개발공사의 부채 급증이 계속될 경우 앞으로 5~10년 사이 재정이 파탄지경에 빠지는 지방자치단체가 나타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런 조건 속에서 현실적으로 각 지방정부는 도로나 상하수도와 같은 극히 일상적이고 기본적인 사업들마저 빚을 내서 겨우 집행하고 있는 실정이며, 주민복지나 주민자치 실현과 같은 지자제 본연의 과제는 무분별한 수익성 논리와 사활을 건 외지 자본유치에 밀려버리는 심각한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렇듯 오늘날 우리의 지방자치제는 중앙정부의 책임회피와 지방정부의 신자유주의적 생존의 악순환 속에서 ‘분권 아닌 분권’, ‘자치 불가능’의 기형적인 형상으로 무너져 내리고 있는 지경이며, 이러한 상황에서 끊임없이 저질러지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 내의 부정부패 독직 사건과 지역유지들과의 유착, 지역유지들의 각종 횡포와 전횡들은 신자유주의적인 지방분권정책과 이명박 정권의 기만적인 경제위기 극복 정책이 불러온 부동산 투기정책이 가져온 필연적 결말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2010 지방선거의 과제와 전망

6.2 지방선거의 기본구도는 친이 친박 간 내분을 봉합한 한나라당과 민주당과 친노세력들이 주도하는 패권적인 반MB연합 간의 양강 체제로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2004년 총선 이후 한나라당 민주당 양당체제의 틈새를 노려왔던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에게 이 같은 양당체제의 형성은 정치적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진보정당들의 이른바 틈새전략, 혹은 ‘진보야당교체’ 전략은 3김 지역정치의 유산과 김대중 노무현 정권 아래의 정치 환경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냈던 전략이기 때문이다. 개혁정권과 보수야당(한나라당)이 영호남의 지역적 거점을 중심으로 어정쩡한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노동당 울산을 중심으로 하는 영남권 진보벨트를 지역적 기반으로 하여 ‘진보야당’, 혹은‘야당교체론’을 추진했던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야당이 된 이후, 더 이상 진보양당은 “진보야당”이라는 지위를 손쉽게 얻을 수는 없다. 이전과 같은 ‘진보야당’식의 틈새전략을 유지할 경우,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진보양당은 민주당과 친노 세력에 비해 진보야당이 얼마나 더 진보적인지를 어렵게 설명해야하고, 결국에는 당선가능성과 야권단일화라는 넘기 힘든 벽에 번번히 가로막힐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와 2012년 대선을 즈음하여, 한나라당 민주당-친노세력 간의 양당구도가 보다 완성된 형태로 형성된다면, 진보양당이 분점 가능한 이전의 틈새는 더 이상 없어질 수도 있다. 좌파정치의 대안창출을 새로운 노동자운동의 형성이 아니라 지배정치의 위기진행 과정에서 만들어진 틈새를 분점하는 선거 전략 차원으로 사고하는 한 진보양당은 더 이상의 존립을 위협 당하게 될 처지라는 말이다.
또한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군사정권이 못 이룬 신자유주의적 재벌개혁과 구조조정을 계승하였듯이, 이명박 정권 역시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신자유주의 개혁을 계승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권교체라는 변화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실체도 의심스럽고 내용도 부실하기 짝이 없는 반MB연합이라는 틀에 노동자민중운동의 전망을 속박당하는 현실이 바뀌어야만 한다. 5+4나 4+4와 같은 반MB연합 선거 전략은 민중운동의 선거대응의 모든 것을 야권 후보단일화 논의로 대체해 버렸다. 노동자민중의 반신자유주의 연대 연합 운동을 이명박 정권에 대한 민주당식의 내용 없는 네거티브 선거캠페인과 혼동한 채, 계속해서 민주당의 패권적인 후보단일화 논의에만 끌려 다니며 골몰한다면, 안 그래도 사기 저하된 노동자 민중운동에게 이번 지방선거는 또 한 번의 정치적 환멸만을 안겨줄 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 4대강, 세종시, 무상급식과 같은 틀에 박힌 반MB 선거의제들이 아닌, 노동자 민중의 노동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정치 선전 및 대중운동과 결합된 선거‘운동’이 필요하다.
나아가 보다 심각하고도 본질적인 사실은 지배정치의 위기로 국한되지 않는 신자유주의적 정치 위기 속에서 대중의 정치적 환멸과 불안이 노동자 민중의 연대를 파괴한 동력이었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노동자 민중운동에 대한 퇴행적 탄압과 분열, 패배의 악순환은 비단 이명박 정권의 보수 반동적 공세 때문만이 아니라, 노동자 민중운동의 근본적 자기성찰과 혁신을 통한 대안적 연대창출이 지체된 결과다. 자기 생존에 대한 불안과 공포 속에서 보수적 정치선동에 동원된 대중들과 함께 이 참혹한 현실에 대한 적합한 인식을 획득할 수 있는 결단과 용기를 생산하자. 보수 세력의 위용에 놀라 투쟁대오를 뒤로 물려서, 차악에 불과한 반MB연합에 만족하거나, 선제적 양보를 헌납하면서 굴욕적인 관용을 구걸하기보다는 변혁과 이행의 정치를 복원하는 전진적인 연대연합의 실천에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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