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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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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시행,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류주형, 임월산, 조은석 | 노동자운동연구소 복수노조 연구팀
2010년 새해 벽두 날치기로 통과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일부 개정안에 따라 2011년 7월부터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가 허용된다. 군부독재 시절 민주노조의 설립을 제한하기 위해 도입된 복수노조 금지 조항은 1997년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정에 따라 폐지되었으나, 동법 부칙에 따라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허용은 그 후 줄곧 유예됐다.
그러나 이미 민주노조 운동이 정체 내지는 침체에 빠진 상태에서 제도적 문제가 있는 복수노조 시행으로 민주노조 운동은 애초의 기대와는 반대로 커다란 난관에 봉착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장) 단위 창구단일화를 요체로 하는 이번 개정법은 원천적으로 결사의 자유를 부정함으로써 신규 노조의 설립을 가로막고 산별노조 등 초기업단위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무력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밖에도 복수노조를 활용한 사측의 부당노동행위, 창구단일화 방안을 둘러싼 노조(들) 내부의 경쟁과 분열 가능성이 있다.
이 글은 이번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허용이 갖는 법률적 문제점과 현실적 쟁점, 관련 해외 사례를 분석하면서 그 대응 방향을 제시한다.


복수노조 개정법의 문제점

이번 복수노조 개정법은 ‘복수노조 난립으로 인한 교섭비용 증가’를 이유로 사업(장) 단위 창구단일화를 법률로 규정하고 있다(제29조의 제1항). 이는 ‘결사의 자유’를 핵심으로 하는 복수노조 도입의 본 취지를 크게 훼손한다. 그 결과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에 큰 제한을 부과한 것도 중요한 문제점이다. 아래에서 복수노조 관련 개정 노조법의 주요 문제점을 하나씩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소수노조의 단결권 부정
애초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허용은 결사의 자유를 부정하는 위헌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취지에서 도입되었다. 우리 헌법은 단체교섭권을 기본권의 하나로 명문으로 인정하고 있고, 대법원은 노동3권 중 단체교섭권이 핵심 권리라는 입장을 채택하고 있다. 이 점에 비추어볼 때, 개정법의 교섭창구단일화 방안은 소수노조의 결사의 자유를 부정함으로써 헌법의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내용’(37조 2항) 및 평등권(11조 1항)을 침해하는 동시에 노동3권의 실질로서 단체교섭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소지를 지닌다.

교섭대표노조 결정 절차와 권한의 문제점
노동조합은 원칙적으로 조합원들의 직접·비밀·무기명 투표에 의한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개시할 수 있다. 그런데 개정법은 창구단일화를 통해 교섭대표노조가 결정된 경우, 교섭대표노조만이 유일하게 노조법상의 ‘노동조합’으로 간주되여 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규정은 교섭대표노조를 단체교섭권 행사의 유일한 주체로 간주함으로써 여타 노조의 존립 근거를 위협한다. 더구나 개정법은 창구단일화를 통해 교섭대표노조가 결정된 경우, 쟁의행위는 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모든 노조 조합원의 과반수 찬성으로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이때 쟁의행위 지도권 등을 교섭대표노조가 가진다고 규정하여 창구단일화에 참여한 소수 노조는 쟁의권의 행사까지 제한받게 된다. 그 밖에도 교섭대표 결정 과정에서 잠재적 경쟁 관계에 놓인 다른 노조와 의견을 조정·통일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부담을 노조에게 전가함으로써 노조의 정상적인 활동을 어렵게 만드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산별노조-산별교섭의 무력화
개정법은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로 조직형태와 무관하게 교섭대표노조를 통하여 교섭을 요구하도록 법률로 규정하고 있다. 즉, 산별노조-지역노조 등 초기업 노조를 포함하여 사업(장) 단위에 존재하는 모든 노동조합을 창구단일화의 대상으로 포섭함으로써 산별노조 및 산별교섭 자체가 아예 무력화될 가능성이 크다. 우선 현재 사용자단체에 가입된 각 회사도 탈퇴할 가능성이 크고, 설사 탈퇴하지 않는다고 해도 산별노조의 지부·분회가 사업장에서 과반수 다수가 되지 못할 때 사용자는 법률적으로 산별노조의 대각선 교섭에도 응할 의무가 없게 되므로 사용자단체를 탈퇴하고 교섭 자체를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 다음으로 산별노조 지회나 분회가 과반수노조 조직이 되지 못하게 각종 부당노동행위가 성행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노조에 교섭창구 단일화를 강제한다면, 사용자에게도 초기업노조에 대응하여 공동교섭에 응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형평에 부합할 것이다. 금속·병원·은행·택시·시내버스 등에서는 지금도 업종-산업 교섭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와 같은 초기업단위 교섭을 법률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

교섭단위 분리 제도의 문제점
개정법은 교섭단위를 사업(장) 단위를 원칙으로 하되 예외적으로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형태, 교섭관행 등을 고려하여 노동위원회가 노동관계 당사자의 양쪽 또는 어느 한 쪽의 신청을 받아 분리를 결정’하는 교섭단위 분리 제도를 도입하였다. 이에 따라 사용자가 분리신청을 하게 될 경우, △실질적으로 특정 노동조합에 대한 우호적 처우를 목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고 △이는 특정 노동조합에 대한 배타적 교섭을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일 가능성이 크며 △또한 사용자가 조직개편을 단행한 후 개편된 조직의 경계선을 따라 교섭단위를 분리할 것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사업(장) 단위로 창구를 단일화하는 것을 넘어 사업장 하부단위로 교섭단위를 분리하는 효과를 지닌다. 이는 노동자를 개별화-파편화하여 노동자계급 내부의 차이를 고착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 밖에도 개정법은 노동위원회로 하여금 교섭단위 분리 여부를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교섭단위 분리의 기준과 경계가 애매하여 향후 수많은 분쟁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공정대표의무
개정법은 공정대표의무 조항에서 교섭대표노조와 사용자가 노조 간 차별을 금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공정대표의무는 교섭대표노조 대표자의 의무이지 사용자의 의무가 될 수 없다. 이 경우 사용자가 공정‘대표’의 의무 당사자가 되는 어폐가 발생한다. 사용자의 노조 간 차별은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불이익취급 또는 지배개입으로서 사실상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사용자의 노조 간 차별 금지를 공정대표의무 조항에서 규정함으로써 위반 시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벌칙 조항 적용에 어려움이 초래될 것이다. 이로 말미암아 사용자에 의한 복수노조 간 차별행위가 심각히 우려된다. 더욱이 차별 사실의 입증 책임이 현실적으로 노조에 있어 부당노동행위 적용에 더 큰 어려움이 있다. 참고로, 일본은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면 부당노동행위’라고 판시하고 있다.


전망: 현실 쟁점과 사례를 중심으로

앞에서는 복수노조 관련 개정법의 법률적 문제점을 검토하였다. 이번 절에서는 개정법 시행으로 발생할 수 있는 현실적 쟁점과 사례를 검토한다. 첫째,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허용으로 신규 노조가 설립될 가능성을 조사한다. 둘째, 복수노조를 활용한 사측의 잠재적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 전망한다. 셋째, 복수노조 시행으로 단체교섭-단체행동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조사한다. 넷째, 비정규직의 경우 복수노조 시행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조사한다. 다섯째, 이른바 ‘무노조 경영’을 표방하는 주요 재벌 사업장에서 노조가 설립될 가능성에 대해 조사한다. 끝으로 하나의 사업 내 복수노조 병존 시 관할권 분쟁 또는 이를 활용한 사측의 개입 가능성을 조사한다.

신규 노조 설립 여부
첫째, 사업(장) 단위 허용으로 조직률이 급증할 것인가? 1997년 3월 노조법 개정으로 초기업단위 복수노조 결성이 가능해진 지 10년이 넘었지만, 노동조합 조직률은 정체나 하락 추세다. 노동부 통계로는 노조 조직률은 최근 수년간 10% 대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사실은 현실에서 노조 조직화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반증한다. 따라서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허용이라는 법률적 변화만으로 단기간에 사업(장) 단위에서 즉각 복수노조가 대거 설립될 것이라는 기대는 별 근거가 없다.
둘째,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병존은 기업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00인 미만 중소영세사업장의 경우, 사용자 측이 기존노조를 약화시키거나 파괴시키기 위해 제2노조를 설립하지 않는 한, 월평균 조합비가 수십만 원 대에 불과한 사업장 단위에서 복수노조가 병존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반면 1,000인 이상 대기업에서는 기존노조의 분할 또는 제2노조의 신설 등으로 복수노조가 병존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금속노조는 완성차 사업장에서 현재 복수노조 ‘추진 세력이 있거나 잠재적으로 존재하며, 조건만 된다면 복수노조를 설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준) 역시 철도본부와 발전노조와 같은 대규모 공기업에서 복수노조가 존재하거나 설립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셋째, 고용형태·직군에 따른 기존노조의 분리 가능성이 존재한다. 가령 병원 사업장의 경우, 간호사와 같이 임금·근로조건의 격차가 확연한 직군은 기존 노조에서 이탈하는 경향이 많은데, 노조를 분리 신설하거나 사측의 개입에 의해 직군별 어용노조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넷째, 이렇게 복수노조 허용으로 신설되는 노조의 노선과 성향에 대해서는 노사 모두 기업 협조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새롭게 설립되는 노조의 활동 성향은 기존 노조보다 협력적일 것이다’라는 응답이 무려 94.3%에 달한다. 복수노조 설립 시 노사간 역관계 변화에 대해서는 사용자가 우세할 것이라는 응답이 70.2%로 압도적이다. 경영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실리주의적 협력적 노조주의로 변화할 것이다’ 또는 ‘코포러티즘으로 변화할 것이다’라는 전망이 유노조-무노조 사업장 모두 75%가량 차지한다.

복수노조를 활용한 사측의 부당노동행위
복수노조를 활용하여 사용자가 특정 노동조합을 우대하거나 불이익대우를 하는 등의 방법으로 특정 노조의 활동을 방해하거나 또는 노조의 분열을 유도하는 방법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우선 복수노조의 조합원에 대한 임금 및 근로조건과 관련한 차별적 취급이 발생할 수 있다. 그 구체적인 방식으로는 △임금 및 수당 차별 △잔업 등 근로제공과 관련한 차별 △복리후생 등 기타 근로조건의 차별 △신분상, 인사상 대우의 차별 등이 있을 수 있다. 둘째, 복수노조 중 특정 노조의 가입·불가입·탈퇴를 고용 조건으로 하는 부당노동행위가 있을 수 있다. △유니언숍 협약이 체결된 노조를 탈퇴하여 다른 노조에 가입함을 이유로 해고 등 신분상 불이익을 행하는 경우 △자율교섭 시 특정 노조의 단협에 유일교섭단체조항을 포함시키는 경우 △2/3 이상 노조와 유니언숍협약을 체결하면서 노조 불가입 또는 탈퇴한 경우 불이익 조치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셋째, 단체교섭을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등의 부당노동행위가 있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산별교섭이나 집단교섭에 대한 노사합의를 위반하며 교섭을 거부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밖에 창구단일화 절차를 악용하여 다양한 교섭 거부?해태 행위를 할 수 있다. 그 밖에도 사측의 지배?개입, 경비원조 등의 부당노동행위가 가능하다.
복수노조를 활용한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는 법률적 구제제도 조치를 활용할 수 있지만, 앞서 살펴보았듯이 현실적인 장애 요소가 많다. 법적 대응 이전에 노조 내적으로 조직력과 조직운영의 민주성을 높여 내부로부터의 분열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복수노조에 따른 단체교섭 대응
개정법 부칙은 ‘이 법 시행일 당시 단체교섭 중인 노동조합은 이 법에 따른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민주노조가 사업(장)에서 다수노조인 경우 이 조항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즉, △어용노조 출현이 예상될 경우 2011.7.1. 이전 협약체결을 완료하는 것이 유리하며 △교섭창구단일화 시에는 자율교섭을 원칙으로 하되, 어용노조의 출현 및 사용자의 지배개입으로 단체교섭권이 침해될 위협이 현저한 경우에는 교섭대표노조의 권한을 갖는 방안을 권고한다. 한편 소수노조가 창구단일화에 참여하면 기존에 독자적으로 체결했던 협약보다 후퇴한 안을 받아들이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이를 대비해서 창구단일화에 참여하지 않은 채 ‘자동연장’ 조항을 활용하여 기존 단협의 효력을 연장할 수 있으나, 이 경우에 사측은 단협 해지로 맞설 수 있다.
민주노조가 사업(장) 내에서 과반 미만일 경우에도 △2011.7.1. 이전 최대한 이른 시일에 교섭을 요구하고 △2011.7.1. 현재 교섭 중인 상태를 유지해야 하며 △사용자 불응 시 단체교섭응낙가처분 신청 등의 절차를 밟는 방안을 권고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어용노조 출현이 예상될 경우 2011.7.1. 이전 협약체결을 완료하는 것이 유리하다. 소수노조의 경우, 자율교섭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용노조가 출현할 경우 법이 정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피해가기 어려우므로 최대한 자율교섭을 보장받는 방향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해야 할 것이다. 자율교섭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어용노조가 출현한 경우, △최대한 자율합의 절차를 밟아 일정 정도의 권한을 나눠 가지는 방법 △이중가입 등을 활용해 어용노조의 과반 점유를 막아 절대적 권한 부여를 막는 방법 △공정대표 의무 관련 내용을 세세히 규정해 과반 노조의 전횡을 막는 방법 등이 입체적으로 수행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사용자의 지배개입과 차별 등 부당노동행위를 감시, 적발해야 한다.

복수노조와 비정규직
창구단일화와 비정규직 노동조합 간의 문제는 다음과 같이 유형화할 수 있다. △기간제 및 단시간 노동자들로 구성된 노동조합에 대한 사용자의 차별적 협약 체결요구의 문제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창구단일화 대상범위로의 포섭문제 △비정규직만을 대상으로 하는 교섭단위 분리에 관련된 문제가 있을 수 있음. 특수고용 노동자의 경우, 노동자성을 인정받는 투쟁이 관건일 수밖에 없다.
우선, 직접고용(기간제 및 단시간) 노동자로 구성된 노조에 대한 사용자의 차별적 협약 체결 요구 시, 교섭대표노조 또는 (자율교섭 상황일 경우) 비정규직 노동조합은 법의 의거하여 동등한 수준의 단협 체결을 요구해야 한다.
간접고용의 경우 상황은 복잡해진다. 통상의 사내하청업체들이 독자적인 근로조건 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내하청노동조합은 원청과의 교섭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필요를 느끼게 된다. 일반적인 정규직 노동조합이 가입대상을 사내하청업체의 노동자까지 확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독자적인 노동조합을 결성하고자 할 것이며, 이런 노동조합이 협력업체별로 기업단위 노동조합이 아닌 지역노동조합 혹은 일반노동조합의 형식으로 구성되었을 경우 앞의 필요에 의해 원청사용자에게 교섭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까지 간접고용 노동자의 실질적 사용자인 원청(또는 사용자업주)이 교섭에 응한 사례는 거의 없다. 대개 노동법상 사용자가 아니라는 논리를 들어 교섭을 거부하고, 현재 노동위원회?법원도 이러한 단체교섭거부를 부당노동행위로 보지 않고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간접고용 노동자와 용역업체가 교섭할 때 원청이 일정하게 개입하여 용역단가를 조정한다든지(도시철도), 단협이 아닌 정치적 합의에 참여한다든지(하이스코의 ‘확약서’ 사례), 원청의 정규직노조의 협조 속에서 원청과 교섭 테이블에 앉게 되는 경우(현대자동차)가 있었다. 그러나 이 경우도 원청은 간접고용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성을 극구 부인하는 태도를 견지했다. 이 부분은 노조법상 사용자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의 문제와 연동되어 있지만 교섭의 실질적 효과를 구현한다는 의미와 교섭의 경제성을 고려한다는 의미에서 원청을 상대로 혹은 원하청이 공동으로 교섭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가능한지가 쟁점이다.
또한 간접고용(사내하청 및 파견) 노동자로 구성된 노조가 존재할 경우 창구단일화 여부가 쟁점이 될 것이다. 이때에는 운동 주체의 전략적 선택이 중요한데, 사례별로 대응 양상도 달라질 것이다.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정규직 노조가 한국노총 가입 또는 어용노조일 경우 교섭단위를 분리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고, 민주노총 가입일 경우 창구를 단일화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공공서비스부문, 대표적으로 시설관리 용역의 경우 정규직노조의 단체교섭 시 창구단일화 편입 대상으로 삼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한편으로 창구단일화 기준을 용역회사를 기준으로 설정할 것인지, 아니면 사업장별로 설정할 것인지 여부도 쟁점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경우 노조 결성 여건이 워낙 열악하므로 어용노조가 출현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단적으로 시설관리 용역업체에 속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 용역업체 사용자가 어용노조를 결성한 후 사업장단위로 조직된 민주노조 조합원에 대해 교섭창구단일화를 요구, 교섭권을 박탈하려 들 수 있다. 이제까지 교섭에서는 사실상 용역업체가 아니라 사업장별로 교섭을 진행하여 왔는데, 향후 법적인 대응보다는 조직력-투쟁력을 통해 상황을 극복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노조 경영’ 재벌 노조 결성
일반적으로 말하면 노조 설립 가능성이 확대되었고 노조 결성 여부는 전적으로 노사간 역관계에 달린 문제라고 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노조 설립 현실성이 미약하다. 법 시행 자체만으로 결사의 자유가 확대되었다고 볼 수도 없거니와, 소수노조의 존립 가능성을 희박하게 만드는 제도적 결함으로 말미암아 단기간 내 구체적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하여 금속노조는 ‘포스코에 지회를 결성하고 삼성의 활동가들과 전략조직화 대책회의를 구성하는 등 나름대로 사업을 추진해왔지만, 현재까지 포스코 지회가 와해되고 삼성에 대한 전략조직화 사업도 꾸준히 진행되지 못하는 등 전반적으로 사업에 별 진전이 없었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현재 금속노조는 사업 기획단 구성, 전국적 활동가 네트워크 구축, 조직화 사업을 위한 주체 발굴, 반재벌 투쟁 등 장기적 전망과 계획 속에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사업 내 복수노조 병존 시 노-노 갈등과 사측의 개입: 현대제철의 사례
한편 2010년 현대제철의 당진 고로제철소(C지구) 건립으로 철강 업종 내 고용 및 근로조건, 노사관계에도 큰 영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현대제철에는 두 개의 ‘노동조합’이 존재한다. 인천?포항 사업장은 기업노조 형식으로 ‘금속노조 현대제철노조’이며, 당진은 지역지부로 편재되어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지회’다. 인천?포항 사업장은 2006년 금속노조 가입을 결의했지만 지부 편제 문제로 조합비 납부 등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현대제철지회는 옛 한보철강 시절부터 금속노조 충남지부 소속 지회로 활동했다. 이런 상황에서 신설된 당진 고로제철소로 인천·포항공장 현대제철노조 조합원들이 전환배치됐는데, 현대제철노조는 당진공장에 별도의 지부를 설치하고 조직 확대사업을 전개하려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금속노조충남지부와 현대제철지회가 현대제철노조의 제명을 금속노조 본조에 요구하였고, 금속노조 역시 ‘현대제철노조의 조직화 방식은 금속노조의 규약·규정에 어긋나고 법적으로도 타당하지 않다’며 ‘당진공장 소속 신규 조합원은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지회에 소속돼 활동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사측은 C지구에서 노동자들의 노조 가입이 현실화되자 기존 노동조합의 접근을 차단하려던 초기 대응 방침에서 탈피하여 ‘협조적 노사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현대제철노조로 가입을 권하고 있다. 노조가 분리된 상태에서 신축 고로사업장에서 사측이 노노갈등을 유발하면서 노사 협조주의를 조장한 뒤 장기적으로 포스코의 무노조 전략을 관철시킬 우려가 존재한다. 현대제철의 사례처럼, 장차 사업(장) 내에서 복수의 노조가 존재하고 이들 노조 간의 노선 차이에 따라 관할권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산별 미전환 노조에 대한 조직화와 더불어 민주노조 진영 내에서 관할권 분쟁을 축소·해소할 수 있는 내부 기준의 마련이 시급하다.

소결
교섭창구단일화로 소수 노조에 대한 단체교섭권이 사실상 보장되지 않는 조건에서 민주노조 건설 시도는 그만큼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업의 경우 복수노조가 현실화되고 이 속에서 대표노조(과반수노조) 장악을 위한 노조 간의 분열·경쟁이 심화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사측은 사무·관리직과 생산직 일부를 규합하려 교섭대표 노조를 장악하려 시도할 것이다. 사업(장) 단위 교섭창구단일화는 기업별 교섭을 강화할 것이다. 아직 산별노조가 기업별 노조의 잔재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조건에서, 산별과 기업별 양 방향으로 분열이 동시에 발생할 수도 있고, 노선에 따라 분열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고, 고용형태·직군·지역별로 분열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여러 양상이 혼합된 형태로 분열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전반적으로 노동시장의 분단 효과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해외 사례와 시사점

이번 절에서는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유형별로 검토하면서 시사점을 도출한다. 단, 구체적 법·제도는 민족국가별로 큰 차이를 보이므로 해외 사례는 간접적으로 참고할 수 있을 뿐이다. 게다가 우리와 같이 복수노조를 금지하다 허용한 사례는 현실 사회주의 붕괴 이후 동유럽 국가 외에는 없으므로, 해외 사례로부터 직접적 연관을 찾기는 더욱 어렵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이뤄진 해외 복수노조 사례 연구는 주로 미국·일본·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미국의 복수노조 체계는 기업 및 기업 하부단위로의 분권화와 노조 간 조직화 경쟁을 특징으로 하며, 그 구조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법원의 보수적 판결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쳐왔다는 점에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 복수노조 형성 과정이 기업별노조 체계와 협조적 노사관계로 전환되는 과정이었다는 점에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사례는 긍정적·계발적 참조점을 제공한다기보다는 반면교사의 사례라 할 수 있다. 이탈리아 사례 연구는 주로 1993년 노사정합의에 의해 제도화된 기업수준 통합노조대표제(RSU)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양국 간 법·제도상의 차이로 인해 RSU로부터 우리의 교섭대표노조 결정 절차에 관한 교훈을 도출하기란 쉽지 않다. 복수노조 간 조정과 통합의 사례를 찾는다면 1969년 ‘뜨거운 가을’ 당시 공장평의회의 경험에서 교훈을 발견하는 것이 적합할 것이다.

미국의 복수노조
미국 노사관계의 특징은 분권화된 경쟁적 복수노조가 가능한 구조에 있다. 그렇지만 실제 우리와 동일한 의미에서 복수노조가 존재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교섭권이 없는 소수노조는 사업장 내에서 거의 아무런 활동을 할 수 없으므로 산별노조가 해당 사업(장)에서 소수노조로 남기보다는 조직을 철수시키는 것이 일반적이고, 한 사업장 내 서로 구분되는 교섭단위에 존재하는 노조의 경우 이들을 ‘복수노조’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노조가 분권화된 구조를 갖게 된 가장 것은 지리적 요인도 있지만, 노조 간 분열·갈등, 협력 부재로 인해 조직화를 둘러싸고 경쟁적 관계에 놓인 것도 큰 요인이다. 또 미국의 노사관계법들은 정치적 타협의 결과물로서 소수의 임금노동자 포섭을 위해 다수 노동자의 희생을 요구해 온 결과이기도 하다. 분권화된 구조로 인해 미국의 노조들은 한 산업에서 장기적·체계적인 조직화를 시도하기보다는 조직화가 용이해 보이는 산업·지역·사업장에서 실용적인 조직화를 시도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의 ‘복수노조’는 같은 사업장 또는 같은 교섭단위에 2개 이상의 노조가 장기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라기보다는 같은 사업장 또는 같은 교섭단위에 2개 이상의 노조가 동시에 조직화를 시도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밖에 미국에서 노조 간 경쟁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는 관할권을 둘러싼 갈등을 꼽을 수 있다. 1954년 미국노총(AFL-CIO)은 가맹조직 간에 조합원을 둘러싸고 경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규약에 관할권분쟁금지협정을 집어넣었다. 이 협정이 체결되기 전에는 사업장 단위의 복수노조 간 대표권 분쟁이 많았지만, 본 협정이 체결된 후 분쟁이 뚜렷이 감소했다는 관찰 결과가 있다. 미국의 제2노총인 승리혁신동맹(CtW)이 AFL-CIO에서 분리했을 때에도, 양 노총 산하조직들 간에 이와 유사한 협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노조 간 관할권 분쟁에 대한 대안으로 AFL-CIO에서는 기본 관할권(core jurisdiction)에 대한 논의를 1999-2000년경 시작했다. 기본 관할권 개념은 1사 1조직 원칙에서 비롯된 것으로, 즉, 산별·업종 노조는 해당 산업·업종에 고유한 노동자 정체성, 직무의 성격을 중심으로 조직화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가맹조직 내 관할권 분쟁을 지양하기 위한 규약 개정 제의를 AFL-CIO가 거부함으로써, 이것이 CtW가 AFL-CIO로부터 분리한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 CtW의 중추인 북미서비스노조(SEIU)의 경우, 전체 산업을 조직해서 노조가 힘을 가질 때 노동자에게 유리한 임금 교섭을 할 수 있는데, 동종 산업 내 여러 노조가 노동자를 조직하고 있으면 힘이 분산되므로 지역노조나 일반노조와 같은 소규모 노조를 불필요할뿐더러 위험한 시도라도 간주했다. 그런데 비단 산별 구획에 의거해서 기본 관할권을 정한 뒤 이에 따라 조직화를 시도하는 것이 반드시 적합하다고 볼 수는 없다. 복합적 생산 시스템에 속한 노동자의 다양한 정체성을 고려할 때, 산별노조 형태나 기본 관할권 원칙을 엄격히 준수하는 것만 대안이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가령 노동자의 다양한 정체성이나 지역적 환경 등을 고려하는 장기적 조직화 계획이 더욱 중요할 수도 있다.
또 미국 노조의 조직화 노선을 대표하는 SEIU의 조직화 방식으로 인해 노조 간 분쟁 사례가 빈번히 발생한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최근 SEIU와 그 가맹조직인 서부보건의료노조(Healthcare Workers West)간의 관할권 분쟁은 관할권 분쟁이 노조 지도부의 비민주성과 결합된 대표적 사례다. 2008년 서부보건의료노동자연합(United Healthcare Workers West, UHW)은 SEIU 스턴(Stern) 집행부의 ‘효율적 교섭 전략’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2009년에 신탁관리(trusteeship)를 당했다. UHW의 입장은 ‘조합원들에게 더 유리한 조건을 쟁취하기 위해서 투쟁할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중앙지도부가 사업주와 비밀리에 교섭을 진행했다’는 것이었고, SEIU의 입장은 ‘양보교섭을 통해서라도 조직률을 빨리 증가시키고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었는데, UHW가 자기 조합원의 이해를 위해 전체 노동자운동의 대의를 희생했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UHW는 ‘양보교섭 없이도 조직률을 빨리 높일 수 있었고, 또한 노조 지도부의 비민주적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발, 최근까지 큰 분쟁을 겪었다.
또 업종노조와 산별노조 간의 관할권 분쟁 사례로서 SEIU와 캘리포니아간호사조합(California Nurses Association, CNA) 간의 분쟁을 들 수 있다. 1990년 후반 이후 지금까지 양 조직은 10여 년 동안 30-40개의 사업장에서 격렬한 조직화 경쟁을 벌여왔다. 결국 2009년 양 조직은 협정을 통해서 상대방 조직에 대한 공격을 자제하고 공동으로 간호사를 비롯한 보건의료분야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하였다. CNA는 등록간호사를, SEIU는 나머지 보건의료분야 노동자들을 배타적으로 조직하되, 이미 조직된 부분에 대해서는 상호존중을 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평화협정은 영원한 평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일시적인 휴전상태에 불과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이상에서 살핀 것처럼, 미국에서는 배타적 교섭권제도로 인해 사업장 단위에서는 노조가 한 개만 존재하게 되었지만, 산업이나 업종 단위에서는 교섭권 획득을 위한 격렬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경쟁은 상이한 총연맹 간, 상이한 산별노조 간, 혹은 상이한 업종노조 간에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미국과 한국의 교섭창구단일화 방안에는 많은 차이가 있지만, 한국에서 복수노조 시행 시 과반수노조가 교섭대표노조로 결정될 확률이 높을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미국의 배타적 교섭제도와 비슷한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파 간 갈등이 치열한 한국에서 조직 운영방식을 둘러싼 분쟁이 노조 분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노조 내 민주주의가 부재한 것도 분할의 이유가 될 수 있다는 사실 역시 확인하였다. 한국에서 이런 문제들이 미국과 똑같은 방식으로 발생하지 않겠지만, 최소한 미국의 사례들이 복수노조 환경 하에서 노조 간의 갈등의 복잡성을 잘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복수노조
일본의 노동법은 제정 당시부터 국제기준에 맞춰 노조의 조직형태와 단체교섭 방식에 대해서는 법적 규제 없이 전적으로 노사관계 주체의 자유로운 선택에 맡기는 법체계를 갖추었고, 복수노조에 대한 규제는 없었다. 2000년 현재 동일 사업소 내 복수노조가 존재하는 기업의 비중은 14.5%에 이르며, 전체 인원수 기준으로는 조직노동자의 약 40%가 복수노조 병존 상황에 있다.
복수노조가 병존하는 경우 각 노조는 고유한 교섭권을 갖는 교섭대표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복수노조의 취급과 관련해서는 판례법에 따라 경쟁적 조합주의(복수 노조는 조합원의 다소에 관계없이 모두 사용자에 대해 평등한 권리를 가지며 노조 상호 간은 경쟁 관계), 노조 차별 금지(사용자가 각 조합과 노동조건에 대해서 별개로 교섭하되 노조 간에 노동조건에 격차가 발생하는 것은 억제), 사용자의 중립의무(사용자가 특정한 조합의 운영에 개입하거나 세력의 약화를 의도하는 것을 금지)라는 원칙이 확립되어 있다.
이러한 복수노조 병존 상황은 계급투쟁 패배의 직접적 결과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대개 먼저 설립된 제1노조가 50~60년대 노사 간의 사활을 건 장기간의 쟁의에서 패배하면서 분열을 통해 제2노조가 결성되고, 직원층(화이트칼라)과 현장감독층을 중심으로 한 이 경영협조노선의 기업별노조 세력이 회사의 지원을 배경으로 다수파 조합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소수파 노조는 소멸하지 않고 남아 현재의 복수노조 병존 상황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또한 일본의 전후 노동운동의 지상과제이던 산별노조운동 역시 1960년대의 노동운동의 패배를 거치며 기업별노조 체제로 정착되었다.
일본의 일본노동조합총평의회(총평: 사회당계)는 1950년 출범 이후 1970년대 초반까지 직장투쟁을 통한 현장통제노선을 중심으로 일본 노동운동을 이끌어왔다. 강력한 총평에 대한 도전 중 가장 상징적인 사건이 미쯔이(三井)광산 미이케(三池)광업소 투쟁이다.
미이케 쟁의는 석탄위주에서 석유위주로 바뀐 일본의 산업정책에 발맞추어 미쯔이광산 측이 지명해고를 시도하고, 이에 미이케광업소 지부가 1960년 1월 25일부로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면서 시작되었다. 미이케노조가 항복할 때까지 10개월에 걸쳐 전개된 이 투쟁은 총자본과 총노동 간의 일대 격돌의 장이 되었다. 총평으로서는 당시 일본이 세계자본주의에 급속히 편입되며 진행되던 자본의 합리화 운동에 제동을 걸고 노사관계의 세력구도를 바꾸어 낼 결전장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으며, 석탄 업계와 경단련(經團連)에서도 그 중대성을 인식하고 공동기금의 마련 등을 통해 대응하였기 때문이다.
노동의 패배로 끝난 이 투쟁이 의미심장한 것은 바로 이 투쟁에서 이후 일본의 사용자 측이 즐겨 사용한 제2노조 전술의 전형적인 패턴이 등장하였기 때문이다. 미이케 투쟁은 온건 제2노조가 사용자 측의 파트너가 되어 강성 제1노조를 무력화시키고 노조대표권을 확보하는 전형적인 패턴을 보여준다. 즉 “강성노조의 파업 투쟁 → 직장폐쇄 → 노조분열 및 제2조합의 취로 → 제1, 제2 양 노조의 충돌로 인한 형사사건의 발생 → 제1조합원의 공장 출입금지 및 생활고, 신분불안 증대로 인한 제1노조 조합원의 격감 혹은 노조 소멸”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 더해 제2노조가 주도권을 장악하게 된 데는 회사의 조합차별정책이 결정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다. 회사는 정기적인 승급, 상여, 승격의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탄광노동의 특성상 임금수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직무배치(장소와 직무내용)에 있어서 제1노조 및 조합원에게 매우 불리한 차별을 했다. 제1노조의 주도 세력인 갱내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차별정책으로 인해 제1노조가 사실상 붕괴하게 되었다.
이 투쟁의 패배와 뒤이은 노동조합의 분열로 형식상의 산별노조 체제나 그 시도가 좌절되고 기업별노조 체제가 형성되었다. 분열에 의해 결성된 제2노조는 거의 예외 없이 기업별노조로 우파(동맹계)의 상부단체에 가맹하게 되었고, 분열 전의 제1노조가 소수파로 전락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복수노조법은 사용자의 노동조합 차별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노동조합 지배개입과 노조 간 차별을 통한 부당노동행위의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그 중에서 닛산 자동차의 사례는 단협을 통해 사용자에게 재량권이 부여되었을 경우 어떻게 비협조적 노조의 고사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한편 1953년 닛산 자동차에서 노조의 현장통제라는 직장 관행을 둘러싼 투쟁은 100일에 걸쳐 시한부파업, 무기한파업 등을 통해 전개되었지만 사측의 직장폐쇄에 직면하여 전면 패배했다. 쟁의의 결과, 노동조합의 일상적 활동에 대해 전반적인 금지 조치가 취해지지는 않았지만 사용자의 재량권이 크게 강화되었다는 점을 주목해 볼 수 있다. 제1노조와의 단협을 보면 취업시간 중 조합 활동 일반은 금지되어 있지 않지만, 회사가 승인 또는 허가하지 않는 노조 활동 참여자에 대해서 불취업시간에 대해서 임금을 일절 지불하지 않고, 또 회사가 승낙하지 않는 집회 등은 회사에 신고 시에만 인정되었다. 이 협정서의 의도는 노조 활동 전반을 회사 자신의 재량적 승인권의 범위 안에 두는 것이었고, 결국 회사의 재량에 의해 양 노조의 활동에 대해서 차별을 할 수 있게 하는 근거로 이용되었다. 이 같은 노조 차별 등에 의해 1954년 12월에는 닛산분회(제1조합)가 소멸하였으며, 이를 계기로 전일본자동차산업노조(全自) 자체가 해산하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일본의 노동운동은 투쟁을 기반으로 한 강력한 단협 체결 위주의 양상에서 경영기반의 강화와 그 성과의 분배로 방점 이동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러한 일본 사례는 창구단일화를 전제하는 한국의 복수노조 제도와 근본적인 차이가 있음이 명확하나, 양국 모두 노조의 운영 형태 및 단체교섭 구조가 기본적으로 기업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점을 고려한다면, 복수노조 병존 시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통한 지배·개입의 사례를 풍부하게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산별건설을 지상과제로 하였던 전후 일본 노동자운동의 패배가 복수노조를 매개로 기업별 노조 체계로 정착되는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아직 정착되지 못한 한국의 산별 교섭구조 등이 복수노조의 도입으로 유명무실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제언: 대응방향

현재 민주노총은 복수노조 허용이 무노조사업장 혹은 미조직사업장에 대한 조직화 가능성이라는 긍정적 측면과 함께 △복수노조를 활용한 사측의 개입 △노조 간 경쟁 심화 △실리적 노조주의의 확산이라는 부정적 측면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에 △조직의 민주성 제고 △복수노조 시행으로 인한 ‘실리주의’ 경도 가능성 제어 △공세적 조직화 전략 수립 △교육·선전·소모임 등 일상 활동 강화 등을 대응 방향으로 제시한다. 그리고 복수노조가 허용되는 2011년 하반기부터 ‘1기업 1교섭 체제’가 본격화되는 2012년 하반기 사이에 교섭창구 단일화를 둘러싼 문제점이 표출될 것이므로 법률적 대응을 진행하는 한편 2012년 정치일정에 적극 개입하여 2012-13년 법개정 투쟁 진행할 예정이다. 금속노조나 공공운수노조(준)도 비슷한 맥락에서 △산별전환 촉진 및 산별교섭 혁신 △전략조직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단기·중기적으로 기존 민주노조를 방어·유지하고 법·제도 개혁을 통해 불리한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과제이지만, 장기적으로 복수노조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민주노조 운동의 이념적 혁신과 함께 공세적 조직화 전략이 동반되어야 한다.

단기 대응 (2011년 상반기)
우선 상반기 민주노총 투쟁의 핵심 기조를 ‘민주노조 사수, 노조탄압 분쇄’로 설정하고 향후 본격적인 노조법 개정 투쟁의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상반기 투쟁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계기는 (현대차) 사내하청 불법파견 투쟁이 될 것이다. 원하청 공동투쟁을 성사시킴으로써 중장기적으로 ‘1사 1조직’ 원칙을 실질화하고 산별전환을 촉진하는 적극적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이와 함께 조직 내적으로는 법 시행을 대비하는 방침을 수립해야 한다. 법 시행 이후 교섭창구단일화로 인한 소수노조 무력화에 대비하기 위해 법 시행 이전에 조직·투쟁·교섭을 적극 추진하는 것이 선결 과제다. 이와 함께 사업(장) 단위 창구단일화 교섭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방안, 어용노조를 활용한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적극 대응하면서 노동조합 간의 갈등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복수노조 시행에 대비한 조합원 교육과 대응 매뉴얼 개발도 시급하다. 총연맹-산별연맹 차원의 노동조합 실태조사 사업, 특히 사업(장) 내 비정규직 실태 조사를 통해 노동자 내부 갈등을 심화시킬 요인을 사전에 차단할 필요도 있다.

중기 대응
개정 노조법은 민주노조 운동에 커다란 장애 요인이 될 것이다. 따라서 노동법 재개정 투쟁이 적극 전개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법률적으로 문제를 국한해보더라도 위헌 소지와 여러 법률적 문제점으로 인해 시행 과정에서 수많은 문제점을 드러낼 것이므로 위헌 소송을 비롯한 각종 법적 대응도 병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노조법 개정 투쟁은 현실 정치 지형에서 2012년을 전후로 ‘반MB 전선’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 2011-12년에 걸쳐 ‘개혁세력’이 적절한 수준에서 수정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으나, 설사 노조법이 개정된다 하더라도 그 최대치는 ‘합헌’을 전제한 가운데 부분 수정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1997년 노조법 제정 이후 여러 번 유예기간을 거치며 법제화에 이르렀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당분간 폐기 또는 전면 개정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봐야 한다. 더욱이 경제위기라는 객관적 제약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민주노조 운동 진영은 최소한 산별 수준 교섭구조 법제화라는 장기적 목표를 상정하고 법개정 투쟁에 임할 필요가 있다. 조직 내적으로는 중앙 정치 수준의 법·제도 개혁 논의에 매몰되지 않고 법·제도에 대한 노동자대중의 투쟁을 조직할 수 있는 지역-현장 수준의 계획을 중층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원론적으로, 노조법 개정 과정에서 자본가와 정부의 노림수가 노동자의 분할-지배에 있다면 노동자의 대응은 계급적 단결일 수밖에 없다. 2011-12년 중 총연맹-산별 수준에서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공동투쟁의 경험을 축적함으로써 ‘계급적 단결’의 실현 경로를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산별노조 전환을 적극 추동해야 한다.
이때 민주노총의 산별전환 방침이나 금속노조의 1사 1조직 원칙은 조직형태의 문제로 사고하기보다는 동일한 산업?업종에서 어떻게 동일한 노동조건을 확보할 것인가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기존 정규직 중심의 조직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주체적 노동기본권 행사를 제약하거나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선별적 접근에 머물렀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산별협약의 일반적 구속력 제도 도입이나 산별협약에 최저 노동기준임을 명문화 하는 것 등은 타당한 방안이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 개선 노력뿐 아니라 현재 금속노조·보건의료노조 등의 산별협약이 비정규직 내지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 사실상 적용되지 않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를 노조 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특히 노동자계급 내부의 분할을 극복하고 단결을 확장하는 것이 본래 목표라면, 대자본(원청)을 정점으로 다단계 하도급으로 구조화되어 있는 산업·업종 조건에서 원청을 상대로 한 공동교섭·투쟁을 조직하는 것, 이를 위한 계기로 원청의 사용자책임 인정을 공동 요구로 제기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한편 1사 1조직이 업종이나 고용 및 직무 형태와 무관하게 일괄 적용되기 어려운 사정도 감안해야 한다. 가령 조선 업종의 경우 사내하청과 사외하청의 구분이 불분명하여 정규직 지회를 중심으로 한 사업장 단위로 노동자들을 묶어내기 어려운 조건이 있다. 철강 업종의 경우, 특히 정규직 지회의 조직력이 약하고 사내하청업체의 노사관계에 대한 원청회사의 개입력이 다른 업종에 비해서 더욱 크다. 이런 맥락에서 금속노조는 ‘1사 1조직’ 전술이 완성차와 자동차부품, 기계금속, 전기전자 등의 업종을 주요 대상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장기적 과제
장기적으로 민주노조 운동은 이념적 쇄신에 동반하는 적극적 조직화를 통해서 복수노조 시대를 개척해야 한다.
이미 노동자운동의 저변이 붕괴된 상황에서 최근 국가와 자본은 복수노조 시행에 동반하여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제도와 같이 노동조합 활동 자체를 무력화하는 법·제도를 도입하고 핵심 민주노조를 파괴하는 데 주력했다. 특히 초기업 단위 노조 활동에 근본적 제약을 부과함으로써 조직화 사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사정으로 인해 민주노조 운동은 신규 노조를 조직하는 데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되는 것은 물론 기존 노조를 유지·재생산하는 데에도 상당한 역량이 투여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노조 운동의 조직 확대 방향은 △전자·철강 등 무노조 업종 신규 조직화 △공단 중소·영세사업장 지역 조직화 △‘노조 민주화’를 통한 조직 확대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우선, 업종의 수직적 하청계열화라는 조건을 염두에 둘 때 전자·철강 업종 위계구조의 정점에 서 있는 삼성 또는 포스코에서 ‘무노조(또는 어용노조) 신화’를 깨는 것은 대단히 큰 상징적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자·철강 등 노동조합 운동의 대중적 토대가 부실한 업종의 경우, 사측의 노조탄압과 엄격한 노무관리로 인해 앞으로도 한동안 신규 조직화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포스코 등 대표적인 ‘무노조 경영’ 사업(장)에서 노조 조직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업장 차원을 넘어 사회적-지역적 차원의 투쟁 및 조직화 전략과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하청 계열화와 비정규직화, 노조 탄압, 산업재해 은폐 등을 쟁점으로 한 사회적 차원의 반재벌 투쟁이 중요한 매개가 될 것이다. 한편 조선 업종의 경우 건설플랜트와 유사하게 어느 정도 독립적인 노동시장이 형성되어 있으므로 지역 차원에서 해당 노동자들을 조직하여 대 원청 교섭력을 획득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와 동시에, 민주노조 운동 진영은 지역 차원의 전략 조직화 사업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전자업종 조직화는 금속산업 내 미조직 부문 조직 확대라는 측면에서 사고할 수도 있지만, 또한 지역공단 조직화라는 측면에서 사고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총연맹-금속서울남부지회-서울남부운동본부 등을 중심으로 구로공단(서울디지털단지)에서 진행 중인 전략조직화 사업이 하나의 시범 사례가 될 수 있다. 이는 △지역 사회운동과의 연대를 통한 조직화 전략(전략조직화 공동사업단) △‘사회적 정의’ 캠페인과 결합된 조직화 전략(최저임금 인상, 간접고용 근절,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 월급제 쟁취, 노동안전보건 확보)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단, 공단 중소·영세사업장 조직화의 경우 초기업단위 교섭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당장 교섭구조를 정착시키는 데 전념하기보다는 지역 차원의 공동 투쟁 경험을 쌓아 나가는데 주력해야 한다. 이런 시도가 중장기에 걸쳐 일정한 성과를 거둘 때 지역 차원의 초기업단위 단체교섭-협약, 나아가 지역 차원의 강력한 투쟁이 가능할 것이다.
어용노조 민주화의 경우, 개정법이 소수 민주노조에 여러 제약을 부과하므로 당장 폭발적인 흐름으로 드러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최근 공공운수노조(준) 버스본부의 사례에서 보듯이 기존노조 내부의 민주화 흐름과 산업·업종 차원의 장기적 역량 투여, 지역 차원의 연대 투쟁이 결합한다면 일정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민주노조 운동은 복수노조 시대에 대비하는 포괄적 전략을 수입하는 가운데, 소시기별로 가용 가능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파성과 비민주성이 결합하여 파괴적 결과를 낳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단기적으로 민주노조 운동 내에서 정파에 의한 복수노조 분할 가능성은 작아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민주노조 내부에서 이념·노선·전술을 둘러싼 갈등이 자칫 파괴적 양상으로 드러날 수도 있다. 조금 다른 맥락이지만, 고용·직무 형태별 분할 가능성이나 노조 간 관할권 분쟁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 거시적인 수준에서 보자면, 민주노총이 ‘배타적 지지 방침’을 형식적으로 유지하는 상황에서 복수의 진보정당 간 (재)통합이 난항에 빠질 경우, 장기적으로 민주노총 내 정파 간에 정치적 분화가 심화되어 이것이 노동조합의 분할을 촉진할 가능성이 잠재적으로 존재한다. 노동조합 수준에서 계급적·정치적 단결을 추구함으로써 정치적 분화 가능성을 전진적으로 해소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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