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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6.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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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의 전자주민카드, 전자건강보험증

홍석만 | 편집실장
지난 4월 15일 주요 일간지는 보건복지부의 공식적인 보도자료도 아닌 복지부 관계자의 말을 빌어 '건강보험증 스마트 카드 도입'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이에 따르면 의료기관에서 자행되고 있는 부당, 하위청구를 근절하고 이를 통해 의료보험의 재정을 안정화시킬 목적으로 IC칩이 첨부된 '전자건강보험증'을 도입한다고 한다.

의료기관의 부정행위를 막고 의료보험 재정까지 아낀다는 데에 반대할 이유는 없겠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치 않다. 보건복지부가 이를 슬며시 언론에 공개하자마자 대기업까지 줄줄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현재 5개의 기업별 컨소시엄이 구성되어 복지부를 상대로 치열한 로비전을 펼치는 등 극성을 떨고 있다. 의아스러운 점은 이 사업이 정부예산이 아닌 전액 민자유치 즉, 해당기업들의 투자를 통해 진행된다는 것인데, 돈 되는 일에 혈안이 되는 재벌기업들까지 이 사업에 참여하고 극성을 떠는 모습이, 단지 기업들이 좋은 일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컨소시엄 설명회를 통해 드러난 전자건강보험증의 대강의 윤곽은 다음과 같다. 한글 4천자까지 기록할 수 있는 IC칩을 보험증에 삽입하여 여기에 주민등록번호, 성명, 혈액형, 처방내역 그리고 개인병력사항 등 기록할 것이라고 한다. 게다가 신용카드회사와 연계하여 신용카드 기능을 갖게 하고, 본인확인을 위해 전자지문감식 기능을 도입하는 것까지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특이한 것은 이 전자건강보험증을 모든 보험 수급자에게 각각 발급할 예정이어서 발급대상자가 4천5백만이 넘어설 예정이다.


<b>전자건강보험증, 제2의 전자주민카드 </b>

전자건강보험증에 IC칩이 장착되고 신용카드기능까지 연계되며, 본인확인을 위해 전자지문감식을 하고 모든 국민에게 다 발급되면 이 전자건강보험증은 무엇이 되겠는가? 전자건강보험증에 사진, 지문과 같은 본인확인이 가능한 정보가 삽입되고 국민개개인에게 발급되면 그것은 주민등록증과 같이 국민이면 누구나 소지하고 있는 국가신분증이 된다. 그러나, 그냥 국가신분증이 아니라 현재의 주민등록증보다 훨씬 더 강력한 통제기능을 갖는 국가신분증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주민등록증의 경우 만17세 이상자 3천6백만명에게만 발급되는데 비해, 전자건강보험증은 미성년자까지 국민 모두에게 발급되어 대상자가 4천6백만명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주요 개인정보가 수록된 IC칩이 삽입된 스마트카드로 제작될 뿐만아니라 신용카드기능까지 있기 때문에 사실상 모든 면에서 과거 전자주민카드의 문제점을 그대로 안게 된다. 게다가 건강보험증의 본인확인을 위해서 필연적으로 전자지문감식과 같은 기술이 사용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b>개인정보유출 위험의 급증</b>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전자건강보험증이 도입되면 국민의 개개인의 개인정보 특히, 신체와 관련된 특이사항 등 핵심적인 개인정보들이 유출될 위험이 더 없이 증대된다. 현재 보건복지부가 계획하고 있는 전자건강보험증에는 개인의 치료 및 처방과 관련된 정보 뿐 아니라 특이체질인 경우 그 사항까지 기록할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되면, 비록 IC카드라고 할지라도 해킹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 정보들이 만에 하나라도 유출이 되면,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나아가 보건복지부는 전자건강보험증에 신용카드기능까지 부과하여 신용카드회사에서 개인의 병력관련 정보들을 자동으로 수집할 수 있게 하여 개인정보유출 위험을 더욱 높이고 있다.

대금 결제를 위해서 신용카드 회사에 진료 및 제약내역이 전송되므로, 신용카드 회사는 병력사항과 투약내역을 볼 수가 있고 이를 환자별, 의료기관별, 약제품별로 데이터베이스로 저장할 수 있다. 이 정보들은 현재 보험회사와 제약회사 등에서 핵심적으로 알고자 하는 것이고, 상업적 악용가치가 충분히 있기 때문에, 상업적 거래와 유출의 위험성이 매우 높다. 또한, 전산망을 통해서도 이런 개인정보들이 유출될 위험은 대단히 크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전자건강보험증 관련 전산망은 폐쇄망이 아니라 인터넷망을 이용할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되면 역시 보안이 너무 허술해서 언제라도 개인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짙어진다.

만에 하나라도 유출되면, 본인이 숨기고 싶은 진료내역들이 그대로 공개될 수가 있고 그것 때문에 상당한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평상시에는 별 이상이 없는 특이한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취직하려고 할 때, 해당 회사에서 그 사실을 알게 되어 취업하지 못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이처럼 전자건강보험증으로 인하여 개인이 숨기고 싶은 질병이나 병을 앓은 기록들이 유출되어, 수 많은 피해가 발생할 위험이 다분하다.


<b>부당·허위 청구 근절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b>

지난 4월 15일 언론보도 이후 김원길 보건복지부 장관은 라디오 방송과 TV토론회, 심지어 대학강연을 통해서 마치 전자건강보험증을 도입하면 의료기관의 부당·허위 청구를 근절시킬 수 있는 것처럼 선전해 왔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의 헛된 바램과 달리 전자건강보험증은 의료기관의 부당·허위 청구를 근절하는데 전혀 실효가 없는 제도이다.
현재 관행상 진료비 청구가 의료기관의 자체심사를 거쳐 진료시점보다 빨라야 2-3일, 늦어지면 몇 달씩이나 뒤에 청구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부당·허위 청구가 이루어지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만약 전자건강보험증이 도입 되더라도 현재와 같은 관행이 유지된다면 아무런 효과도 볼 수 없다.

또한, 모든 의료기관에서 환자의 IC카드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단에 진료내역을 전송하고 곧바로 보험청구가 이루어지는 방식이라 하더라도 부당·허위청구를 막을 수 없다. 그 이유는 진료내역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도 얼마든지 부당·허위청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병원에 한번 가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환자의 경우 진료내역서 작성이 어떻게 되는지도 알지 못하고, 청구되는 내역이 무언지 알 수도 없다. 지금도 의사가 진료내역서와 처방전을 컴퓨터를 통해서 현장에서 직접 작성하는데, 이 과정에서도 사실상 부당, 허위청구가 이루어지고 있고, 이는 전자건강보험증을 사용하건 안하건 마음만 먹으면 그것이 가능하다.

또한, 병원과 약국 및 환자의 담합을 통한 가짜환자 만들기가 가능하고 이 때에도 전자건강보험증은 아무런 실효를 거둘 수도 없다. 병원과 약국이 서로 짜고 허위 처방전을 발행해도 환자는 알 수 없다. 그리고 환자까지 짜고 하는 경우에는 가짜환자 만들기가 얼마든지 가능해져서 전자건강보험증 이라고 하더라도 아무 쓸모가 없게 된다. 게다가 전자건강보험증을 분실하거나 갖고 오지 못한 경우에는 진료와 처방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현재와 같이 7일 이내에 건강보험증을 해당 의료기관에 제시하는 것과 같은 예외적용을 허용해야 한다. 이 경우에도 진료나 처방 후 며칠이 경과한 후에 전자건강보험증을 의료기관에 제시하도록 하면 현재의 제도와 같아져서 아무런 효과를 볼 수 없게 된다. 결국, 전자건강보험증 도입은 부당·허위청구의 기법만 고도화시켜 의료기관에서 자행되고 있는 불법행위를 정당화시킬 우려만 낳고 있을 뿐이다.

현실이 이러한데도 보건복지부는 마치 전자건강보험증만 도입되면 의료기관의 부당·허위청구가 근절될 것처럼 선전하며 국민을 기만하고 있는 것이다.


<b>의료비가 인상된다</b>

전자건강보험증이 도입되면 환자 개인의 의료비는 어떻게 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실제 의료비가 인상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언론분석에 따르면 의료보험관련한 시장만 따져도 4인가족 1개의 전자건강보험증을 갖는 경우에 시장규모가 1조5천억에서 2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만약 개인별 카드를 갖게 될 경우, 이보다 훨씬 더 늘어날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비용들은 전자건강보험증 카드 발급 및 재발급, 수수료, 신용카드 연회비 등에 따른 지불비용으로 모두 국민개인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어서 결국, 실제 의료비가 인상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게다가 현재 전자건강보험증이 도입되면, 전자화폐나 다른 용도로 이용할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규모가 인천공항건설사업과 맞먹는 규모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어 감히 짐작조차 못할 상황이다.


<b>국민불편은 가중된다</b>

현재에도 금융전산망과 행정전산망이 마비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1월에 한국증권전산 시스템이 마비되어 14개 증권사 거래가 전면중단되기도 했고, 12월에는 행정전산망이 마비되어 24시간 동안이나 주민등록증 발급업무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금융전산망은 시도 때도 없이 장애가 발생해서 은행에서 온라인서비스를 받지 못하거나 신용카드결제를 못하는 사태가 현재에도 속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자건강보험증은 사용량 폭주에 따라 자주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져, 국민의 적정하고 적절한 치료와 처방에도 장애가 될 뿐, 국민들에게 실제 아무런 편익도 제공하지 못할 것이다.

만약 전자건강보험증 관련한 전산망이나 전산기가 문제를 일으키면 환자가 진료를 못받거나 처방전을 발급받지 못해 약을 사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런 우려는 충분히 현실성 있는 것인데, 전국 6만3천개의 진료기관에서 3건만 동시에 사용하면 20만개 이상의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해야 한다. 게다가 의료기관의 특성상 이용시간대가 몰려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처리 불능사태가 속출할 것이 충분히 예상된다.


<b>전자건강보험증 도입을 즉각 중단하라</b>

정부가 계획하는 전자건강보험증은 국민 개개인에게 모두 발급하기 때문에 주민등록증과 같은 국가신분증명서로 기능할 수 있고, IC칩이 삽입된 스마트카드로 제작되기 때문에 사실상 모든 기능에서 과거 전자주민카드의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전자지문감식까지 도입된다면 국가감시와 통제의 강화는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 된다.
또한, 전자건강보험증은 개인의 치료 및 처방과 관련된 정보 그리고 특이체질인 경우 그 사항까지 기록되어 있어 유출될 경우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여기에 신용카드기능까지 부과하여 신용카드회사에서 개인의 병력관련 정보들을 자동으로 수집할 수 있게 하여 개인정보유출 위험을 더욱 높여 놓고 있다. 의료기관 이용 및 투약기록들은 상업적 악용가치가 매우 높은 정보들이어서 더 세심한 보호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전자건강보험증제도는 이 위험성을 더 가중시켜 놓는 반인권적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전자건강보험증 도입 목적인 의료기관의 부당, 허위청구를 근절시키고 의료보험재정을 안정화에도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한다. 의료기관에서 자행되고 있는 부당, 허위 청구를 막기 위해서는 의료시스템을 바꾸어야 하는데 단순히 스마트카드를 이용하여 실시간으로 이를 점검하는 것으로는 아무런 효력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진료내역서 작성과정에서 얼마든지 부당, 허위청구가 가능하고, 의료기관 또는 환자와의 담합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허위청구에도 전자건강보험증은 속수무책이다. 이런 상태에서 전자건강보험증의 도입은 오히려 의료기관의 부당, 허위 청구를 정당화시켜 줄 것이다.

한편, 카드 발급 및 재발급, 수수료, 신용카드 연회비 등 제 비용을 상승시켜 실제 의료비를 인상시키는 효과만을 갖게 되어 의료보험 재정 안정화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고 국민의 의료비 부담만 증가시킨다. 결국, 전자건강험증은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는 가운데 오직 카드업계에만 혜택을 주는 일종의 특혜조치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전산시스템의 문제와 예상되는 사용량 폭주에 따라 자주 마비되는 사태가 예상되어 국민의 적정하고 적절한 치료와 처방에도 장애가 예상될 뿐아니라 전자건강보험증의 분실 및 미지참시 예상되는 불편함을 고려해 볼 때 국민들에게 실제 편익을 제공하지 못한다.

따라서 아무런 실효도 없고 오히려 개인정보의 유출과 개인통제의 위험만 가중시키는 제2의 전자주민카드인 전자건겅보험증 도입은 즉각 중단되어야 할 것이다.
주제어
보건의료 민중생존권
태그
빈곤 대안세계화 반빈곤운동 밀레니엄개발목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