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1.6.16호

[자료]이한별 성폭력 사건에 대한 사회진보연대의 입장

사회진보연대 |
2000년 12월 16일 100인위원회를 통해 성폭력 사례들이 공개되면서부터, 운동사회 내에서는 성폭력을 둘러싼 논의가 가히 폭발적이라 할만큼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여기에서 우리는 자신뿐만 아니라 모든 운동사회 구석구석에 여성을 바라보는 뿌리깊은 편견과 남성적, 가부장적 시각이 있음을 확인하였다. 더구나 성폭력 가해자들의 성폭력 행위가 공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비롯하여 운동사회 그 어느 곳도 최소한의 반응조차 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 비판의 화살을 우리 자신에게 먼저 겨누었다. 사회진보연대의 자기반성은 여기서부터였다.

뒤늦게나마 몇 개의 대책위에 결합하면서, 대책위 활동이 피해자 중심주의, 피해자 보호와 치유, 피해자의 모든 권리를 옹호해야 함을 실천적으로 확인하였다. 동시에, 운동사회 내에서 진정 실현해 나가야 할 성평등한 지형을 만들기 위해 지난한 논의를 진행하여 왔다. 그리고 지금은 성폭력 내규마련을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 상황에서 지난 3월 사회진보연대 회원이자 전 집행위원인 이한별 성폭력 사건이 제기되었다. 이한별 성폭력 사건은 다시한번 사회진보연대의 반성폭력 투쟁이 일회적인 토론이나 대책위 활동으로 멈춰서는 안됨을 다시학번 각인시켰다. 그것은 그만큼 뿌리깊은 것이고, 동시에 더욱 근본적인 반성을 요구했다. 더구나, 이한별 성폭력 사건은 성폭력 문제가 지식과 식견, 학습만으로는 결코 해소될 수 없는 구조적 문제임을 극단적으로 보여주었다. 남성과 여성의 구조적 관계에 대한 '획기적' 전환이 필요했고, 사회진보연대는 이 질문에 대답해야 했다. 우리는 반성폭력 투쟁에 대한 결의를 다시한번 다지면서 대책위에 결합하였다.


우리는 우리가 얼마나 퇴보(!)하였나를 여실히 보여주는 운동사회 성폭력의 역사에 대해 그리고 운동의 뒤안길에서 지속되고 있는 여성 불평등의 역사에 대해, 보다 근본적으로 보다 철저히 반성한다. 조직보위주의나 운동의 현실론을 앞세우며 성폭력과 불평등한 여성 억압구조에 눈감고 침묵하는 것은 방관을 넘어 재차 가해하는 행위이며, 성폭력을 운동사회 내에 아예 구조화시키겠다는 발상이다. '징계' 위주가 아니냐 혹은 '재활'의 여지가 없다는 비난은 성폭력 사건 해결에서 피해자의 인권회복과 여성권 옹호라는 쟁점을 상대화시킬 뿐이다.

'가해자의 인권'은 어디 있느냐는 비난은 운동사회내에서 부당하게 누려왔던 남성활동가들의 권력을 비호하려는 행동일 뿐이다. 현시기 '반성폭력 운동방식'에 대한 남성(운동사회)들의 갑론을박에는 여성(피해자)의 반성폭력 활동을 저지하고, 선도성을 기각시키려는 의도밖에 없지 않은가? 그 어느 곳에도 피해자의 이름은 없으며, 여성의 이름은 없다. 그 어느 곳에도 여성권의 쟁점은 없다.


<b>이 모든 것이 우리 자신에 대한 비판의 요체이다. </b>

이제 우리는 이상을 근거로 가해자 소속조직으로서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첫째, 사회진보연대는 가해자 소속단체로서 피해자 보호, 피해자의 상처 치유, 피해자의 온전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제반의 조치에 성실하고 책임있게 임할 것을 결의한다.

둘째, 해당 피해자 뿐만이 아니라 미래의 피해자, 광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재발방지'를 위한 제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것이다.

셋째, 사건의 공개, 사회진보연대의 징계는 사건의 종료가 아니다. 사건의 올바른 해결이란, 사건 피해자가 받은 피해를 완전히 종료시키고 상처를 보상·치유하며, 여성으로서의 인권과 활동력을 복원하는 모든 행위를 의미한다. 현재 대책위가 가해자를 처벌하고 징계안을 끝까지 관철하려는 것은 이 사건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시작에 불과함을 분명히 각인할 것이다. 사회진보연대는 사건 해결의 시작으로서, 피해자의 여성권 옹호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서 대책위의 징계를 관철할 것이다.

넷째, 사회진보연대는 성폭력과 관련하여, 공식적이고도 상시적인 토론과 교육을 진행할 것이고 이를 통해 운동진영 내에서 나타나는 성차별주의를 극복하며, 성평등적인 운동지형을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이 일환으로 상시적으로 사회진보연대 회원과 활동가내의 토론을 안정화시켜내고, 성폭력 관련 내부규약을 조속한 시일 내에 마련해나갈 것이다.

다섯째, 피해자의 인권과 정당한 활동의 권리가 복원되는 날까지 사회진보연대는 재발방지, 사후감시 등에 대해서도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며, 이것은 가해자 소속 조직의 기본적 의무사항이다. 나아가 피해자의 요구사항과 피해자 권리회복을 위한 사후적 요구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수용할 것을 약속한다.

여섯째, 이한별 성폭력 사건뿐만 아니라 다른 성폭력 사건에서도 온전한 의미에서 피해자의 상처가 회복되고 인권이 회복되도록 끝까지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이한별 성폭력 사건 해결의 시작이 지금부터라면, 사회진보연대의 자기 비판도 또한 진행형이며, 운동사회 내의 성폭력이 완전히 근절될 때까지 사회진보연대의 자기비판도 끝이 없을 것이다.

2001. 5. 16
사회진보를 위한 민주연대
주제어
여성
태그
사회서비스 돌봄노동 노인장기요양보험 사회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