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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12.9-10.1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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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조 운동 혁신을 위한 지역 노동자운동의 과제

정영섭 | 노동위원장
경제위기 상황을 빌미로 하여 재벌들은 정부의 각종 지원과 특혜를 받으며 사상 초유의 영업이익을 달성하고 있으나, 노동자 민중들은 실질임금 삭감, 비정규직 확대, 정리해고와 계약해지로 내몰리고 있다. 정권과 자본의 공세에 맞서 자연발생적인 생존권노동권 투쟁, 민주노조 사수투쟁 투쟁은 지속되고 있지만, 민주노조 운동은 응집력 있는 투쟁전선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민주노조 운동은 2010년-2011년 노동조합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타임오프) 제도 도입과 창구단일화를 전제로 한 복수노조 도입 국면에서 총노동 투쟁전선을 구축하지 못함으로써 거센 공세에 부딪혔다.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을 막론하고 단협해지 공세, 사측이 주도하는 공격적 직장폐쇄와 용역폭력, 민주노조 조합원에 대한 징계와 해고를 통한 어용노조 설립 및 민주노조 파괴 공작 등 정권과 자본의 가혹한 노조탄압에 각개 격파 당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향후 강화될 정권과 자본의 긴축재정, 복지축소, 노동유연화 공세에 맞서 노동권, 생존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도 민주노조 운동의 혁신(계급적 단결 및 계급 대표성, 조직투쟁력, 사회적 영향력의 강화)과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총노동 전선의 구축이 사활적인 과제다.
그 동안 민주노총의 투쟁력 약화와 관련하여 △총연맹 집행부의 노사협조주의(코포러티즘)적인 노선과 총노동 전선 구축에 대한 방기 △산별 중심의 조직구조로 인한 민주노총의 지도집행력 약화, 조직형식적인 산별 건설과 산별 현장의 투쟁력 약화 △조합원들의 대중투쟁 조직화에 근거하고 영향력 있는 (진보)정당과 주류 시민운동에 의존한 제도 개선에의 매몰 등이 주요한 원인으로 지적되었다. 민주노총의 계급 대표성과 투쟁력, 사회적 영향력의 감소는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요소들이 결합된 결과일 것이다.
그 동안 계기마다 민주노총 혁신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2000년 단병호 집행부, 2005년 이석행 집행부, 2008년 임성규 비대위 등에서 조직적인 혁신논의를 진행하였으나, 정파적 갈등, 임원 비리사건, 집행부 교체 등의 이유로 실천적 결론을 맺지 못하고 중도반단되었다. 민주노총 혁신에 대한 각 세력의 입장 제출을 넘어서 혁신 주체 형성과 실행경로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때이다.
본 글은 민주노조 운동의 혁신과 총노동 전선의 구축에 있어서 핵심 산별의 투쟁력 강화와 함께, 지역적 차원의 산별/업종/단위 사업장을 뛰어넘는 투쟁의 조직화가 핵심 과제라는 판단에서 민주노총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한 지역 노동자운동에 주목하고자 한다.

민주노총 지역본부 현실 진단

현재 지역 노동자운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단위는 민주노총 지역본부라고 할 수 있다. 민주노총 지역본부는 각 지역에서 총연맹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민주노총 방침에 따른 사업의 추진 △지역 내 노동조합간의 연대교류 사업 △지역 내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 조직화와 미가입 노조 가입 등 조직사업 △조합원 교육선전활동과 지역 차원의 조사활동 △쟁의의 공동 지원과 노동운동 탄압에 대한 공동대응 △노동자의 정치세력화와 지역 내 제 민주세력과의 연대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민주노총 지역본부 운영규정 제3조)
하지만 현재 민주노총 지역본부는 민주노총의 운영규정에 의해 규정된 지역본부의 역할을 하는 데 있어서 많은 어려움과 한계에 봉착해 있다. 물론 각 지역본부가 처한 상황이 불균등하기 때문에 모든 지역본부의 활동을 획일적으로 진단하는 것은 어렵다. 예컨대 총연맹과 각 산별연맹 중앙조직이 위치해 있는 서울본부의 경우, 대부분 산별이 독자적인 사업기획 역량 및 대중동원 역량이 있기 때문에 산별 중심의 사업 작풍이 강하고 민주노총 서울본부의 위상과 역할이 더욱 취약하다. 다른 지역본부들의 경우 대체로 지역운동에서 지역본부가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나, 그 또한 해당 지역본부의 산별/사업장 분포 및 핵심 동력, 집행부의 정치적 성향 및 산별 지역조직 집행부의 정치적 성향, 지역사회운동의 연대기풍 등에 따라 활동력에 상당한 편차를 드러내고 있다.

지역본부의 위상과 권한이 취약하다
민주노총지역본부는 가맹조직이 아니라 총연맹 산하 집행기관으로 되어 있다. 민주노총은 산별연맹/연맹을 기본 가입단위로 하여 인력과 재정이 산별노조/연맹을 중심으로 편중되어 있고 조합비 납부, 교섭권 등도 산별노조/연맹의 권한이다. 따라서 해당 지역 소재 사업장에 대한 대부분의 관장력은 산별지역본부/지부에 있고, 민주노총 지역본부는 지역본부에 직가입한 일반노조 등을 제외하고는 조직체계상의 관장 권한이 없다.
민주노총 지역본부가 산별 지역조직에 대한 권한이 없다보니, 산별 지역조직은 산별중앙의 방침을 우선시하게 되고 그 마저도 위로부터 지침이 내려오지 않으면 잘 움직이지 않는다. 지역본부는 현장에 대한 권한과 개입력이 제한되어 있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지역본부가 총파업 조직화를 위해 현장 조직화를 추진하려해도 (정파갈등 등으로) 산별 지역조직 내 사업장에 대한 지역본부의 접근을 차단하는 경우도 있다. 역으로 산별지역조직이 열정적으로 지역사업을 하려고 지역본부에 협조를 요청할 때 지역본부가 산별사업이니 산별 자체적으로 하라고 외면해도 어쩔 수 없는 경우도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지역본부에 아예 참여하지 않거나 사업에 결합하지 않는 사업장들도 많다. 민주노총의 규정 상으로는 산별 지역조직이나 본조직이 다른 지역에 있는 단위노조 지부 등은 의무적으로 지역본부에 가입하게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가입하지 않고 있는 단위도 존재하며 가입해 있더라도 지역본부 사업에 거의 참여하지 않는다. 예컨대 경기본부는 지역의 12만 조합원 중 4만 정도만 포괄하고 있다.

인력과 재정이 대단히 취약하다
총연맹으로부터 인건비 교부가 되는 인원 숫자는 한정되어 있어서 지역본부 사무처 활동가들은 한 명이 여러 역할을 하고 있다. 조직과 투쟁, 미조직 조직화 사업을 겸하고, 비정규사업, 최저임금, 전략조직화 사업을 겸하는 등 업무가 과중하고, 노조의 기본사업으로서 교육선전 담당자가 부재한 경우도 다수다. 지부나 지구협 단위까지 가면 활동가 1인이 모든 업무를 수행한다. 지역본부의 사업비는 총연맹에서 내려가는 지역사업교부금으로 충당이 되지 않아서 지역본부 자체적으로도 걷고 있는 실정이다. 총연맹에서는 지역본부 당 월 500만원 수준으로 교부금이 내려가고 있고, 지역본부들의 자체 분담금은 교부금 총액의 76% 수준에 이르렀다.(2012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자료집)

노조 간부 및 조합원에 대한 교육, 일상 사업에 대한 체계적인 계획이 부족하다
지역본부의 인력과 재정이 취약하다 보니 일부 지역본부에서 활동가들의 의식적인 노력으로 노동자학교나 법률학교, 맞춤형 교육, 사회공공성학교, 선전학교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노조의 기본사업인 조직/교육/선전 사업이 안정적, 체계적으로 진행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역 산별조직 및 소속 사업장에 대한 일상적인 사업에 대한 실태 파악 및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지 못하다. 한편 산별중심의 구조에서 지역소재 대부분의 사업장에 대한 관장권한이 산별지역조직에 있기 때문에, 단위 사업장에 대한 조직/교육/선전사업이 민주노총 지역본부가 책임질 사업이라는 인식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존재한다.

지역본부 혁신을 위한 주요 과제

현재 민주노총의 산별중심 조직구조, 운동구조를 단기간에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당장 조직형식을 중심으로 민주노총의 혁신을 주장했을 때, 산별의 이해관계와 정파적 이해관계로 인해 혁신을 위한 협력과 연대보다는 내부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주요 산별의 투쟁력을 강화하고, 지역노동운동이 강화되는 과정에서 간부, 조합원 의식화와 조직적 실력을 갖춰, 민주노조 혁신을 추동할 수 있는 혁신군을 형성했을 때, 비로소 산업/업종과 단위 사업장의 이해를 뛰어넘는 ‘현장강화를 바탕으로 산별의 투쟁력과 지역노조운동의 강화를 위한 조직구조의 재편’ 논의가 가능할 것이다.

민주노조 운동 혁신을 위한 지역 활동가의 결집과 공동실천이 혁신의 출발점
각 정파, 정치세력 간에 일정한 노선 차이가 존재하더라도 ‘평등세상 건설과 노동해방 쟁취’를 지향하고, 민주성/자주성/계급성/투쟁성/연대성이라는 민주노조 운동의 정신을 공유한다면, 지역운동의 조직화를 위한 정파를 뛰어넘는 활동가질서를 구축해야 한다. 정파 간의 땅따먹기 싸움이 아니라 지역운동, 민주노조 운동의 강화를 통해 공통의 운동지반을 확대하고, 그 속에서 각 정파의 확대를 꾀하는 윈-윈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지역본부는 공식체계를 통해 주요 산별지역조직과 핵심 사업장의 활동력을 복원하기 위한 실태파악과 투쟁, 교육사업 등의 기획을 마련해야 한다. 인력이 취약하더라도 핵심 사업으로 규정하고, 지역본부 담당 주체를 명확히 세워야 한다. 또한 산별지역조직, 지역 정치조직 및 사회운동의 활동가들과의 협력과 공조를 통해 핵심 산별과의 공동투쟁 기획을 마련하고, 산별지역조직 및 사업장의 교육주체를 발굴해야 한다. 우선 노조의 간부교육부터 체계화하고, 현장 조합원 교육까지 체계적으로 확대하는 기획을 마련해야 한다. 노조의 공식체계와는 별도로 투쟁과정에서 발굴되는 활동가들을 성장시키기 위한 지역 활동가조직(틀) 차원의 구상도 동시에 추진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지역본부의 인력, 재정 확보와 관련해서도 지역연대 투쟁으로 승리한 사업장, 지역의 건강한 사업장부터 지역운동 활성화를 위한 조합비 납부 등을 통해 활동가를 배치하기 위한 적극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역본부 간 연대와 모범의 교류, 민주노총 혁신을 위한 협력
지역 활동에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건강한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주요 투쟁에 대한 실천적 연대, 조직/교육/일상사업 등 모범의 교류, 지역본부운동의 강화를 위한 민주노총에 대한 공동의 압력행사 등을 위해 협력과 연대가 필요하다. 그럴 때만이 각 지역별 고립분산적인 활동이 아니라 전국적인 차원에서 민주노총 혁신을 위한 흐름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노총 혁신을 위한 전국적 활동가 조직질서의 구축과 공동대응

민주노총 혁신세력 형성을 위한 전국적 활동가 조직질서의 구축
개악된 법, 제도에 의해 정권과 자본의 노조탄압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는 현실에서 산별과 지역 차원의 투쟁력 강화를 위한 아래로부터의 노력과 동시에, 민주노총 집행부 교체와 민주노총의 투쟁방향을 결정하는 의결기구에 대한 개입력을 갖추지 않는다면 정권과 자본의 공세에 힘 있게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다.
민주노총의 ‘무원칙한 반MB 야권연대’ 선거방침과 통합진보당 지지 방침으로 인한 민주노총 내부적 갈등과 전체 노동자민중운동에 미친 악영향을 고려해 보더라도 제대로 된 민주노총 집행부를 선출하는 것은 현 시기 대단히 중요하다. 노조운동을 당의 동원대상으로 사고하는 민주노총 주류 세력을 제어하고, 민주노조 운동을 혁신강화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입정 차이에도 불구하고 소위 민주노총 내 범좌파 세력의 결집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당에 대한 노선 차이를 넘어서 평등사회 건설과 노동해방 쟁취, 민주노조 운동의 원칙에 동의하는 규모 있고, 실력 있는 전국적 활동가 조직의 건설이 필요하다.

민주노총 혁신을 위한 공동의 실천과 민주노총 선거 공동대응
전국적인 활동가조직 혹은 결집된 범좌파 세력은 주요 산별의 투쟁전략, 각 지역별 투쟁전략을 비롯한 총노동 전선 구축과 현장 강화를 위한 과제를 중심으로 공동의 실천과제를 마련하고 민주노총 선거에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
직선제와 관련해서는 특히 좌파진영에서 민주노총의 유력한 혁신방안으로 주장해왔지만, 이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제기되어 왔다. △세계 어느 나라도 내셔널센터를 직선제로 선출하지 않고 있고, 직선제를 노조 민주주의 진전의 잣대로 보기 어렵다는 점 △만약 민주노총 직선제를 민주노총 선거에서 현 집행부를 맡고 있는 주류 세력을 이기는 방안으로 제기하는 것이라면 그에 걸맞는 세력규합이나 기획이 동반되어야 하지만, 그러한 기획이 전혀 없다는 점 △통합진보당 사태와 민주노총 지역본부 직선제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현 상태에서 민주노총 직선제를 진행한다면 부정선거 논란이 다수 지역사업장에서 발생할 것이 명확하며, 이에 대한 정권과 자본의 공세가 거셀 것이라는 점 등이 주요 이유다.
현재 민주노총 직선제는 전체 선거인 명부가 제출되지 않아서 무산될 상황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직선제가 무산되는 상황에 대해 어떤 대안을 제시할 것인가? 일각에서는 현장에서부터 직선제 쟁취 운동을 벌이자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직선제 실시를 강제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직선제가 현장의 주요 관심사도 아니기 때문에 별다른 반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현행 체계 그대로 민주노총 선거를 치르는 것도 민주노총이 대의원대회에서 조직적으로 결정한 사항을 뒤집는 것이라서 민주노총에 대한 냉소적 반응을 확대할 우려가 크다.
당장 직선제 실시가 어려운 조건에서 하나의 대안으로 현행 간선제(산별에서 민주노총 대의원을 직선으로 선출하고 명단을 제출하는 경우도 상당수 존재)인 민주노총 대의원 선출을 민주노총 지역본부가 관장하여 지역별 직선으로 선출하는 방안을 모색해 볼 수 있다. 현재 다수 민주노총 지역본부에서 본부 임원 직선제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도 가능한 방안이다. 지역본부, 산별지역조직의 상황을 고려해야겠으나, 대의원 규모를 지금보다 대폭 확대하여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 및 민주노총 사업방향에 대한 현장의 참여를 확대하고, 투표 과정을 지역본부가 관장하면서 지역본부의 위상을 높이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중심의 총노동 전선 구축과 현장 활동 활성화/투쟁력 복원을 위한 조직재편의 모색
민주노총이 전국적인 총노동전선 구축의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첫째, 단기적으로 민주노총-산별중앙, 민주노총 지역본부-산별지역조직의 공동기획, 공동투쟁의 강화가 필요하다. 동시에 민주노총 지역본부가 지역연대운동의 구심이자 총연맹 활동의 집행기구로서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지역본부의 위상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민주노총 차원에서 산별중앙과 산별지역조직의 민주노총 지역본부 결합력 강화를 위한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노조 조직화, 일상적 교육, 정세대응을 높일 수 있는 지역 연대의 활성화를 위해서 지역본부와 산별지역본부/지부와 통합적 운영 및 공동기획ㆍ공동집행이 강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민주노총 지역본부에 대한 인력, 재정이 대폭 확대되어야 한다. 민주노총 지역본부의 조직과 교육선전부서를 산별지역본부/지부와 공동구성하여 집행통일성을 확보하는 방안, 문예활동 담당 부서나 여성사업 부서 등의 산별지역조직과 주요 사업장 주체의 참여를 강화하는 방안 등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또한 재정은 민주노총 의무금이 동결되어 있고, 납부율도 저하되는 상황에서 지역본부 차원에서 걷는 분담금을 원칙적으로 금지할 것이 아니라 이를 현실화해서 지역본부의 사업비와 인력을 확충해야 할 것이다.
둘째, 중장기적으로 민주노총 중심의 조직편제에 대한 적극적인 모색이 필요하다. 예컨대 사업장 민주노총 직가입을 바탕으로 민주노총/산별업종분과, 지역민주노총/산별업종지역본부(지부) 체계로 재편하면서 산별중앙의 역량을 일부 민주노총 산별업종분과의 정책/투쟁기획 역량으로 흡수하고, 다수역량을 지역민주노총의 산별업종지역본부(지부)로 투여함으로써 현장 활동에 대한 지도, 지원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본부 혁신을 위한 세부 실천 과제

지역연대투쟁 활성화- 지역연대의 힘으로 투쟁 승리, 투쟁을 통한 지역연대 복원
총연맹의 투쟁지침을 수행하고, 지역 투쟁현안 발생 시 투쟁을 책임지고 주도하는 것은 지역본부의 기본적인 업무이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자본의 공세에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기본적인 업무를 관성적으로 진행하는 것만으로 성과를 남기기는 어렵다. 2000년 이후 업종과 산별을 넘은 지역연대의 모범을 보인 사례와 지역총파업 평가를 통해 지역투쟁사업이 어떤 조건에서 성공할 수 있으며, 앞으로 지역본부의 투쟁기획에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살펴보자.
충북의 2011년 유성기업 투쟁을 보자. 충북지역은 2007년 하이닉스 투쟁 패배 이후 지역본부 차원의 연대투쟁이 약화되고 연대의 폭이 산별연맹 내로 갇히는 경향이 심화된 상황이었다. 유성기업 투쟁은 지역 연대투쟁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은 그 동안 지역 연대투쟁의 최선두에 서 왔고 그러다보니 그동안 지원을 받았던 조합과 조합원들, 서로 갈라져 있던 활동가들도 모이기 시작했으며 지역본부도 역량을 집중하여 시의적절한 선전, 지역집중집회 등을 전개했다. 충북본부는 충북의 지역연대가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었던 요인으로 다음의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대공장이 없고 중소규모의 노동조합이 주를 이뤄 단위 사업장 현안 해결을 위한 힘을 지역연대에서 찾을 수밖에 없는 점, 둘째, 지역 노동운동의 형성과정에서부터 지역연대와 지역조직이 중요한 역할을 한 점, 셋째, 지역본부가 매년 실시해 온 활동가간부교육이 사업장을 넘어선 활동가들의 교류와 통합력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 점이다.
경주 사례 역시 지역연대의 모범으로 꼽을 수 있다. 2006년에서 2009년까지 4년은 경주지역 민주노조 운동이 가장 활성화된 시기였다. 금속노조 경주지부와 경북일반노조의 조직화와 투쟁이 지역운동이 모범이 되었다. 금속노조 경주지부는 2007년부터 공세적으로 조직화 사업을 진행해서, 2008년-2009년에만 외동공단에서 8개 이상의 사업장을 조직했다. 규모도 2001년 1,600명에서 2009년 말 3,200명으로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일반노조 소속인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에서는 2006년 8월 31일 전체 청소노동자 50여 명 중에서 28명의 조합원들이 해고되면서 투쟁이 시작되었다. 50일이 넘은 농성에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금속노조 간부들은 금속노동자들이 앞장서서 지역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판단, 10월 25일에 금속 12개 사업장 2천5백여 명이 4시간 부분 파업을 벌이고, 1천여 명의 노동자가 동국대 앞에서 결의대회를 진행했고 일주일 뒤인 11월 1일 동국대 미화노동자 전원복직 합의가 이뤄졌다. 이러한 지역연대 기풍은 2009년까지도 이어져 경주재활용선별장 민간위탁 저지 투쟁에 금속노조경주지부가 지역총파업을 통해 연대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이상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첫째, 일상적 지역연대 투쟁의 조직화라는 민주노조 운동의 기본을 지키는 것이 가장 큰 힘이 된다는 것, 둘째, 지역본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자임하고 투쟁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 셋째, 업종과 산별을 뛰어넘는 연대투쟁의 기획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한편, 지역 총파업 투쟁의 경우 전북과 경기지역에서 전개된 바 있다. 전북과 경기 두 지역 모두 지역총파업은 그동안 지역본부의 투쟁력의 유실과 지역연대기풍의 훼손을 극복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지역총파업을 준비하고 조직하는 과정은 매우 유의미했다. 경기지역과 전북지역이 지역총파업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교육과 실천을 촘촘히 했던 과정이 간부들에게 노동조합 활동의 자신감을 갖게 하고 의식성을 높인 계기가 되었다. 또한 지역차원에서 이러한 의식적인 조직화 과정을 통해 대규모 집회가 제대로 성사될 경우, 전체 조합원의 사기증진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이것은 이후 투쟁의 밑거름으로 이어지고, 지역본부, 산별지역지부의 위상도 높아진다. 총노동 투쟁전선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상황에서 지역 총파업만으로 정세를 돌파할 수는 없지만 연대투쟁을 복원하고 민주노조 운동의 역량을 확대구축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조합원의 정치의식 향상과 노조활동가 재생산을 위한 교육선전문예일상사업 강화
현장의 패배주의와 실리주의의 확대는 곧 현장의 활동력, 투쟁력의 약화와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투쟁을 통한 승리의 경험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이와 함께 정권과 자본의 이데올로기 비판 그리고 사회현실에 대한 객관적 분석을 통해 노동자계급의 집단적 운동과 투쟁의 전망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과 학습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노조에서는 일상적으로 체계적인 교육을 진행하는 곳은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진행하는 교육의 내용도 대단히 빈약한 것이 현실이다.
첫째, 조합원, 간부 교육 등 교육과 학습 프로그램의 체계화가 필요하다. 민주노총 지역본부가 중심이 되어 산별지역조직, 단위 사업장의 교육, 학습 상황에 대한 실태조사부터 진행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소속 산별과 단위 사업장까지 교육담당 주체를 만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노조 내외부의 활동가들을 조직하여 현장 조합원들에게 필요한 교육내용과 기획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노조교육의 문제점 중에 하나는 유명 강사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는 점이다. 유명 강사가 조합원들에게 큰 호응을 얻을 수는 있으나, 조합원들이 스스로 사회를 이해하고,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형성하게끔 하는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을 대신할 수는 없다. 민주노총 충북본부의 현장활동가 맞춤형 교육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 현장활동가 맞춤형 교육은 매년 쉽게 읽는 자본론, 정세전망, 여성노동권 등 9~10강으로 40~50명 정도 참석하여 진행하고 있는데, 지역 노조활동가 재생산에 큰 기여를 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둘째, 현장 노동자가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동아리소모임 활성화와 일상적 정치실천의 강화가 필요하다. 노동조합 체계를 통한 교육뿐만이 아니라 노동자 스스로 학습하고 자신의 이념과 가치를 형성하는 학습소모임, 문예소모임의 결성과 활성화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민주노총 지역본부는 산별지역조직, 단위 사업장의 동아리소모임에 대한 실태파악과 학습문예 소모임 구성을 위한 초동주체 발굴을 위한 기획을 가져야 한다.
셋째, 현장 노동자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현장토론과 정치실천을 일상적으로 조직해야 한다. 정세에 맞게 현장 교육과 토론을 통해 공동의 요구를 함께 마련하고 간부대의원의 현장토론 조직화, 현장 선전전을 일상적, 정기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간부 수준의 지역연대 결합을 넘어서 지역적 차원에서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실천프로그램(예를 들면 노조법 개정 등반대회, 환경파괴생명위협하는 핵발전소 반대를 위한 시민캠페인 등 실천 활동에 조합원이 월 1회는 반드시 결합 등)을 적극 조직하여 조합원이 주체로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조직 비정규 조직화(전략조직화)에 대한 지역본부의 역할 강화
기존 전략조직화사업에 대한 평가들이 일정하게 한계적인 것은 ‘전략’이라고 이름붙일 만큼 강조했던 조직화 사업이 왜 실제로는 적극적인 실천으로 조직되지 못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혁신의 담론이 왜 노조운동의 실질적인 혁신으로 이어지지 못했는가의 문제다.
그것은 전략조직화 사업을 추진하는 이념적 기반의 취약성, 전략조직화 사업을 추진하는 활동가들의 절대적 부족에서 기인한다. 무엇보다도 미조직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이념적 기반의 취약성이라는 점을 전면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노동자 계급의 내부적 단결의 확대 혹은 노동자계급의 보편적 이해를 대변하는 노조운동이라는 민주노조 운동의 원칙 재정립’이라는 원칙적인 차원에서부터, ‘미조직 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 조직화사업의 정치적 목표의 수립’이라는 정세적인 차원, 그리고 노동자를 조직화하는 것은 결국 ‘노동조합이라는 조직적 수단을 매개로 사회운동(정치운동)을 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 혹은 ‘사회운동기관으로서 노동조합운동을 혁신하기 위한 현장 재조직 사업의 일환이라는 점’이 명확히 확인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첫째, 미조직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을 노조의 양적 확대를 넘어서 민주노조 혁신강화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노조조직화 활동가 주체의 확대 측면에서, 미조직 사업·전략조직화 사업의 조직 활동가 주체를 총연맹과 산별연맹 내에 미조직 담당자를 두는 문제로만 이해하는 인식을 넘어서야 한다. 물론, 미조직 담당자도 없는 마당에 담당자를 두는 것도 그 자체로 의의가 있다. 하지만, 조직전문가 몇몇이 헌신적으로 활동한다 해도 이는 한계적일 수밖에 없는데 노조운동의 주체가 확대되지 않으면 노동조합이 또 다시 서비스 모델에 갇혀 조합원의 수동화와 조직률의 정체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금속노조의 공단조직화사업 평가과정에서도 제기되었던 것처럼, 현장 주체와 조직 담당 주체 사이의 입체적인 조직화가 실제 효과를 발휘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 차원에서 활동가 주체들이 확대되어야 한다. 먼저 제 사회단체, 정당 등이 노동조합 혁신강화 투쟁에 목적의식적으로 참여하고, 각 지역에서 이를 지지뒷받침해야 하며, 노동조합운동의 결과로서 조합원이 스스로 조직 활동가로서 거듭나야 한다.
또한 노동조합운동의 교육사업과 문화운동의 혁신도 중요하다.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을 최우선적인 목표로 노동조합의 가치와 이념을 정립해야 한다. 이념 없는 조직화사업은 노동조합운동을 아래로부터 붕괴시킬 뿐이다. 이념적 토대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함께 결합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노동자 교육 사업이다.
그리고 미조직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 민주노조 운동의 혁신강화의 계기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조직화와 투쟁 과정에서 정규직-비정규직 공동투쟁의 기획, 지역연대 투쟁의 강화를 위한 다양한 기획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민주노총 지역본부가 미조직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미조직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이 해당 지역에서 지역연대 투쟁의 활성화와 정규직-비정규직의 공동투쟁을 통한 민주노조 운동의 계기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민주노총 지역본부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조직화 과정에서 미조직 노동자의 이해와 요구를 쟁취하기 위한 공동의 기획 사업이 필요하다. 서울남부 전략조직화 사업에서 ‘최저임금투쟁’이나 ‘무료노동 이제 그만’과 같이 미조직 노동자의 주요요구가 담긴 사업들이 지역본부를 매개로 지역적 차원에서 펼쳐져야 한다. 또한 전략조직화 사업의 한계로 지적되었던 현장주체 육성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지역본부는 조직 활동가 육성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운동 활성화를 위한 지역본부의 과제

지역의 사회운동은 사회적으로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등장과 NGO 운동에 대한 포섭과 지원정책, 운동 주체적으로는 민주노총의 출범과 노동운동의 양적 성장, 진보정당운동의 성장과 함께 지속적으로 축소되어 왔다. 전자의 경우, 소위 시민운동진영의 정권에 대한 의존과 협력이 커지면서 운동의 자주성을 상실해갔고, 후자의 경우 변혁이념의 축소 상황에서 소규모 조직의 활동의 어려움, 열악한 상근비로 인한 생계의 곤란 등으로 일정한 생계가 보장되고 영향력이 있는 노조와 당으로 활동가들의 이전을 촉진시켰다. 한편 최근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의 당선 이후 사회적 기업과 지자체 주도 예산 지원 등으로 인해 소위 풀뿌리 지역단체들, 주민조직들의 지방정부에 대한 의존이 강화되고, 이러한 이해관계로 인해 민주당의 외곽 세력화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따라서 자주적, 계급적인 사회운동을 형성하고, 확대하기 위한 지역 노동자운동의 적극적인 고민과 기획이 필요하다. 첫째, 지역 노동자운동은 사회운동 활성화를 위한 역할을 자임해야 한다. 지역에서 핵발전소 혹은 핵폐기장 건설, 영리병원 추진 등이 진행될 수 있고, 이러한 의제들은 특정 계기에서 전국적인 쟁점이 될 수 있다. 이 때 지역본부가 이를 자신의 과제로 삼고, 조합원들까지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사업으로 만들려는 의지와 계획이 필요하다. 지역의 대중조직과 제 노동, 민중단체를 중심으로 한 상설적인 연대체 구성을 기본으로 하면서 지역의 상황에 맞게 연대체를 구성하여 노동조합운동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둘째, 정세에 따라 지역적 이슈에 대한 조합원 교육과 조합원 실천을 적극 조직해야 한다. 지역사회운동의 의제가 노동자와 동떨어진 사안이 아닌만큼, 이를 노동자 자신의 문제로 사고하고 민중적 해결방안을 고민할 수 있도록 지역본부가 정세적인 계기를 잘 활용하여 조합원들의 참여를 조직해야 한다.
셋째, 지역 사회운동단체들에게 노동조합의 문호를 개방하고, 조합원들의 사회운동단체 참여와 후원을 조직해야 한다. 조합원 교육 사업을 함께 기획하면서 노동 뿐 아니라 인권이나 반전평화 등의 문제의식을 조합원들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사회단체가 제기한 의제에 대해서 노동조합이 적극 결합하면서 문제의식을 확장시킬 수 있다. 교육사업 등의 공동기획 뿐만 아니라 조합원들의 사회단체에 대한 재정적 지원과 주체적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성사업 혁신 과제

자본의 위기전가에 맞서기 위해서 여성사업이 강화되어야 한다. 구조적 위기에 빠진 자본주의는 여성 노동자를 활용하면서 위기를 지연시키고자 한다. 비용 절감을 위해 여성을 값싼 노동력으로 활용하고,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인구의 부족을 여성노동을 통해 보충하려 한다. 또한 가족의 기능에 발생한 공백을 사회서비스의 시장화를 통해 메우려고 시도한다. 이는 여성을 가정의 의무를 빌미로 노동시장에서는 저임금 노동력으로 활용하고, 가족 내에서 가사와 양육을 여성이 책임지게 하는 이중부담의 강화로 드러난다.
또한 노동자운동이 분열을 넘어 단결하기 위해서도 여성사업은 강화되어야 한다. 여성 노동자의 60%가 비정규직 노동자이다. 가족을 부양하는 책임은 남성에게 있고 여성은 부차적이라는 성별분업을 활용해, 저임금에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을 여성에게 할당한 결과이다. 성별에 따른 격차를 정당화하면서 노동자들의 분열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노조에서 여성사업은 주로 반성폭력 운동으로만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성폭력은 여성 억압의 극단적인 사례이기는 하지만 여성 억압의 구조적 현실을 모두 드러내주지는 않는다. 게다가 여성의 피해감을 강조하는 방식은 여성의 적극적인 권리주장을 어렵게 하는 한계가 있다. 또한 반성폭력 운동을 중심으로 하는 여성사업은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에 역량을 집중하기 보다는, 성폭력 가해 예방을 위한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때문에 여성노동자의 주체화에 있어 한계적이다. 따라서 여성사업에 대한 접근방식을 바꿔야하고, 보다 다양한 기획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우선 교육, 선전사업을 기획할 수 있다. 첫째,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는 정기교육이다. 산별 중앙이나, 총연맹 차원에서 의식적으로 페미니즘 교육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그나마 진행되어온 교육은 회사에서 실시하는 성폭력 예방 교육과 차별성이 크지 않으며, 금지목록 준수의 의미로 읽히고 있다. 페미니즘 교육을 통해 여성 억압이 구조적 차원에서 발생하고 있음을 이해하고, 여성권을 쟁취하는 노력이 필요함을 공감할 수 있도록 내용 전반이 재구성 되어야 한다. 또한 소그룹별 학습모임을 활성화 시키려는 노력에 있어 페미니즘이 그 내용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에서부터 사회적 쟁점까지 해석하고 입장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소식지 발간이나 SNS 활용, 소모임 토론 등의 기획을 시도해 볼 수 있다.
또한 여성 간부육성을 위한 기획이 중요하다. 전체 조합원 가운데 여성의 비중 자체가 낮고, 할당제를 적용하고 있어도 선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들이 의지가 없어 별수 없다는 결론이 아니라, 여성을 간부로 육성하기 위한 별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는 고령의 여성노동자가 교육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여 3년 째 꾸준히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맞춤형 사업을 기획하여 여성 활동가 발굴에 적극적인 노력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성 조합원들 간의 교류 사업도 필요하다. 사무금융노조의 경우 여성조합원 및 상근간부가 참여하는 여성위원회를 안정적으로 진행하여, 노동조합 내에서 여성의 경험과 고민을 제기할 수 있는 유의미한 공간을 만들고 있다. 충북본부의 경우 지역 여성간부를 비롯한 조합원들과 함께 두 달에 한 번 강연회, 야유회, 영화제 등의 ‘릴레이 여성사업’을 기획했다. 서울본부는 여성조합원대회를 2년 연속 개최하고 있는데, 다양한 연령과 직종의 여성들이 모여 서로의 조건을 이해하고 연대하면서 여성노동자의 권리를 요구하고 쟁취할 필요성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고 있다.
여성노동자의 투쟁 과정에서도 여성노동권의 문제의식이 적극적으로 발언되어야 한다. 성별분업과 가족임금, 여성노동의 저평가 등이 여성노동자를 벼랑으로 내몰고 있으며,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이 이에 맞서는 것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기획을 투쟁과정에 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

대지자체 교섭 및 투쟁전략

대부분의 지역본부는 지자체에 대한 교섭전략을 갖고 있기 보다는, 공공운수노조에서 지자체 혹은 지역교육청이 사용자인 경우 투쟁과정에서 지자체, 지역교육청에 교섭을 요구하거나, 지역적인 투쟁 사안이 있을 때 지자체를 압박하여 사용자가 교섭에 응하도록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물론 경남지역본부처럼 민생의제를 중심으로 노정협의를 진행하는 곳도 존재한다. 정부에서는 지역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사협력 모델 창출을 위해 지역 노사민정협의회를 장려하고 있으나 대다수의 지역본부에서 참여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민주노총 서울본부의 경우 민주당이 집권한 지자체와 노사민정협의를 추진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몇 가지 사례를 보자. 먼저 충북본부 우진교통 투쟁의 경우, 2004년 상급단체를 민주노총으로 전환하고 시청을 상대로 투쟁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시청 앞 농성투쟁에 연일 600여 명의 지역 노동자들이 동참했으며, 공권력의 폭력침탈에 맞선 지역 최초의 연대 총파업을 결의했다. 결국 청주시장의 노조요구 전면 수용으로 투쟁에서 승리하고, 노동자자주관리 기업으로 운영하게 되었다. 이는 지자체 및 산하 기관 노동자들이 실질적 사용자인 지자체를 대상으로 교섭을 하기 위해서는 자체적인 투쟁과 조직력이 우선되어야 교섭이 성사될 수 있으며, 요구를 관철시킬 힘을 가진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민주노총전북본부에서는 2011년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과 공동으로 도민 5대 현안 요구안을 마련하고, 전북도청과의 협의 및 집회 투쟁을 진행했다. 5대 요구안 내용은 ①저소득층에 대한 건강보험료 전액 지원 ②전북대병원 내 산업의학과 설치 ③농어촌지역 국공립 의료시설 확충 ④2012년까지 친환경 무상급식 전면지원 ⑤직장 내 보육시설 및 국공립보육시설 확충 등이다. 전북도청을 상대로 5대 요구안 투쟁을 벌인 결과 농어촌 의료 확대가 부분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2012년 중학교까지 무상급식이 실시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한 지역 산업의학과 설치를 압박하고 있어, 부분적으로 요구안이 관철되고 있다.
학교비정규직 조직화에 있어서도 ‘보수교육감’과의 투쟁을 통해 현안을 하나하나 풀어가고 쟁취해가는 지역에서는 노동자로서의 자기의식이 확대되고 노동조합 가입 증가와 각종 활동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는 것에 비해, 교육청과의 면담만으로 손쉽게 요구가 받아들여지는 지역의 노동조합은 가입률도 정체되고 있을뿐더러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활동 정형을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다. 학교비정규직 조직화 사례는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위해 집단적으로 투쟁하고 노동조합을 건설해야만 조직이 확대 성장할 수 있다는 기본적인 원칙을 확인시켜준다. 이는 최근 지자체의 재정을 받아 노동복지센터 등을 설립하여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을 추진하려는 일련의 흐름에 시사점을 제공한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자기 요구를 가지고 투쟁할 수 있도록 조직하는 것이 아니라, 복지센터 상담 사업을 통해 노동자들의 문제를 개별적으로 해결해 주는 방식은 노조 조직화로 이어질 지도 불확실하며, 오히려 노조의 역할을 대체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과가 불확실한 부분에 역량을 투여하기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을 직접적으로 조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편, 서울본부 노사민정협의회 문제를 보면, 지역 노사민정협의회가 중앙에서처럼 노동정책이나 노동법 개정과 같이 첨예하게 노사가 대립하는 사안을 다루지는 않지만 노사협력과 상생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노사 협력의 강조와 분쟁의 원만한 해결이라는 지역 노사민정협의회의 목표는 민주노조 운동의 원칙과 대립한다. 지자체 산하 노동자들의 교섭권 확보 문제와 지역 노사민정협의회 참여는 별개의 문제이다. 노사민정협의회는 지자체 및 산하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실질적 사용주로서 지자체가 참여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노정교섭을 노사민정협의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교섭권을 확보하기 위한 노동자와 연대단위의 투쟁을 조직하는 것을 기본으로 노정교섭을 지자체에 요구해야 한다.
이러한 사례에서 우리는 우선, 현장에서부터 대중적 요구를 모아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장에서부터 요구를 모아내지 못하면, 지자체를 대상으로 하는 요구가 힘을 가지지 못하게 되고 노동조합 지도부는 지자체의 선의에 의존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또한, 교섭의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투쟁 조직이 우선되어야 한다. 지역본부가 명실상부하게 지역 노동조합운동의 센터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때 공세적으로 지자체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힘이 생길 수 있다. 지자체에 교섭을 강제할 수 있도록 투쟁을 조직하는 기본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민주노조 운동의 혁신, 나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신자유주의 하에서 노동의 불안정화, 정권과 자본의 탄압 속에 지속되는 패배, 자본의 민주노조 파괴 공세 등으로 인해 민주노조 운동이 조합원 대중을 주체로 해서 운동의 힘을 키우고 자본과 정권의 공세에 대응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통합진보당의 파산 사태로 인해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환멸과 냉소도 커졌다. 민주노조 운동을 근본에서부터 살려내고 혁신하지 않으면 노조 운동 자체가 유실될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노조 운동의 새로운 주체를 형성하고 현장운동 활성화와 투쟁력 복원을 위해 민주노총 중심의 총노동 전선 구축과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 노동자운동이 획기적으로 강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자기 자신부터 그 동안의 관성적인 활동을 평가하고, 민주노조 운동의 초심으로 현장으로부터 혁신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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