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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7-8.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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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보호를 미끼로 여성노동 관련 근로기준법이 개악되다!

김도형 | 편집위원, 변호사
<b>모성보호관련 법률개정의 시작부터 통과하기까지</b>

먼저 현행 근로기준법 등에서 모성보호 등 여성노동자 보호를 위한 규정들을 살펴보자. 근로기준법에서는 ①도덕상 또는 보건상 유해·위험한 사업에의 사용 금지, ②하오 10시부터 상오 6시까지의 야업 및 휴일근로의 원칙적 금지, ③ 1일 2시간, 1주일 6시간, 1년 150시간을 초과하는 시간외(연장)근로의 금지, ④ 갱내근로의 금지, ⑤ 임신중인 여성에 대한 60일간의 유급산전후휴가, ⑤임신중인 여성의 시간외근로 금지 및 경미한 업무로의 전환배치를 규정하고 있고, 남녀고용평등법에서는 ⑥생후 1년 미만의 영아를 가진 근로자에 대한 1년 이내의 무급육아휴직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현행법상의 모성보호 규정은 국제노동기구(ILO)가 모성보호를 위하여 채택하고 있는 각종 조약과 권고에서 규정하는 바에도 훨씬 못 미치는 매우 미흡한 수준이다. 그리하여 그 동안 여성계와 노동계로부터 모성보호 강화를 위한 법개정의 요구가 줄기차게 전개되어 왔는데, 작년부터 모성보호 강화를 위한 법 개정 움직임이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b>정부의 발표와 여성노동법개정연대회의의 법개정 청원</b>

2000년 4월 정부는 11대 노동개혁 핵심과제의 하나로 모성보호 관련 제도개선을 선정하였다. 이와 함께, 산전후휴가기간의 연장 및 그 비용지원, 육아휴직제도 활성화, 가족간호휴직제도의 도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 개정을 연말 안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던 것이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한국여성민우회, 전국여성노동조합, 서울여성노동조합 등 8개 단체가 참가하여 구성한 <여성노동법개정연대회의>는 ① 임신중인 여성에 대한 모성보호 강화(임산부의 유해·위험업무에 대한 보호조항 신설, 월 1일 유급태아검진휴가 신설, 임신중인 여성에 대한 야간·휴일근로 금지), ② 산전후휴가기간 100일로의 확대 및 유급 유산휴가 법제화, ③ 모성보호에 대한 사회분담화의 명시, ④ 직장·가정양립 지원조치 강화(육아휴직의 유급화, 가족간호휴직제도 도입) 등을 주요골자로 하는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의 개정청원서를 2000년 8월 24일, 국회에 제출하였다.


<b>여야 3당의 발의와 국회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의 대안법률안</b>

제일 먼저 한나라당은 2000년 6월 29일 김정숙 의원의 대표 발의로 유급태아검진휴가 신설, 유급출산휴가 90일로의 연장, 유·사산시 유급휴가 신설, 이를 위해 소요되는 비용에 대해서는 건강보험과 사용자가 공동 분담을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근로기준법 등 관련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이후 민주당은 2000년 11월 25일 한명숙 의원의 대표 발의로 임신여성 보호조항과 산전후휴가기간 연장과 아울러 여성의 야간·휴일 및 시간외근로 제한 규정을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제출하였고, 2000년 12월 자민련 소속 정우택 의원은 생리휴가 폐지를 전제로 산전후휴가기간을 연장하는 법안을 발의하였다.

그리하여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모성보호관련 법 개정문제가 논의되었는데, 2000년 12월 7일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김정숙 의원 발의안, 여성노동법개정연대회의 청원안, 한명숙 의원 발의안, 정우택 의원 발의안 등 4가지 안을 놓고 심사를 벌여 <환경노동위원회 대안>을 마련하였으나,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하지 못한 채 정기국회가 마감되었다.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의결한 대안법률안의 주요 내용은 ① 산전후휴가기간 90일로의 확대, 육아휴직 때 일부 소득보장, 임산부 태아검진휴가 및 유·사산휴가제도 도입 등 직접적인 모성보호는 강화하고, ② 여성의 야간·휴일 및 시간외근로와 갱내근로 금지 등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보호조치는 남녀동등한 조건으로 완화하며, ③생리휴가는 개정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b>자본과 보수정권의 반발, 운동진영의 흐름</b>

그런데 올해 4월 임시국회에서 위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의결한 대안법률안대로 법이 개정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경총 등 사용자단체들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2001년 4월 17일 모성보호 확대와 육아지원을 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면 기업부담이 늘어난다며 도발했고, 그 결과 4월 24일 민주당과 자민련은 위 대안법률안대로의 법개정은 하되 그 시행을 2년간 유예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였다. 이로 인해 이후 모성보호법 개정문제는 "모성보호법 즉각실시냐 시행 2년유보냐"라는 논쟁을 유발하며 대립 국면을 형성하게 되었다. 이후 민주당은 2001년 5월 9일 임산부 태아검진휴가 및 유·사산휴가는 도입하지 않겠다며 모성보호를 후퇴시키는 입장으로 돌연 선회하였으며, 자민련은 산전후휴가 연장의 조건으로 생리휴가 폐지를 줄기차게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일부 노동운동 진영에서는, 모성보호헙 개정과정에서 은근슬쩍 근로기준법 개악을 시도하는 것이라며 강력한 비판을 전개하고 나서게 되었다. 여성의 야간·휴일 및 시간외근로 제한 규정을 폐지 또는 완화하는 법 개정은, 올해 들어와 신자유주의 자본이 노동유연화 전략으로 본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노동법 개악시도의 일환이었다. 민주노총의 경우도 이 부분의 법개정은 민주노총의 가장 중요한 핵심 투쟁사업인 노동시간 단축 투쟁과 배치되는 근로기준법 개악이라며 반대하고 나서게 되었다.

그러나 여성노동법개정연대회의는 산전후휴가가 90일로 늘어나고 고용보험에서 육아휴직급여가 제한적이나마 일부 지급되는 것만으로도 직접적인 모성보호의 확대와 비용의 사회분담화를 이루어내는 전기를 마련하였다고 평가했다. 결국 환노위 대안법률안의 즉각 통과를 투쟁기조로 정리하게 되었고, 그 결과 이에 반대하는 민주노총과 서울여성노동조합이 여성노동법개정연대회를 탈퇴하게 된 것이다.


<b>모성보호 관련 근로기준법 등 3개 법률개정안 국회 통과 </b>

이후 6월 26일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우여곡절 끝에 모성보호 관련 근로기준법·남녀고용평등법·고용보험법 3개 법률에 대한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기존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의 대안법률안과 달라진 내용은 임산부 태아검진휴가와 유·사산휴가제도 도입이 제외되었고, 논란이 된 개정법률의 시행일자는 2001년 11월 1일부터로 한다는 것이었다. 이와 함께 환노위는 앞으로 근로시간·휴일·휴가제도의 개선을 위한 법률개정 방향의 논의시 생리휴가제도의 개선을 추진하도록 적극 촉구한다는 결의안을 함께 내면서, 향후 노동시간 단축의 법개정이 이루어질 경우 유급생리휴가는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하였다. 그리고 환노위에서 통과한 위 법률개정안은 7월 18일 무난하게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 정식으로 입법화되기에 이르렀다.


<b>개정된 법률, 뭐가 어떻게 바뀌었나?</b>

7월 18일 국회에서 개정이 이루어진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법, 고용보험법 등 3개 법률에서 모성보호와 관련된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b>모성보호란 무엇을 말하는가?</b>

일반적으로 모성보호란 생명의 재생산을 위해 여성만이 갖고 있는 본래적인 모성기능으로서 월경·임신·출산 등에 대한 보호를 일컫고 있다. 모성보호의 역사는 초기에는 여성노동자의 노동시간을 제한하는 데에서 출발하여 점차 임신과 출산에 대한 보호로 확대되었고, 현재에는 자녀에 대한 육아권을 보호해주는 영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모성보호의 범주는 여성의 임신·출산기능과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내용들을 '직접적인 모성보호'로, 포괄적으로 여성노동자 일반의 보호에 관련되는 내용들은 '간접적인 모성보호'로 구분할 수 있다. 직접적인 모성보호의 내용으로는 산전후휴가, 임신중 경미한 업무로의 배치전환, 출산휴가중의 해고 금지, 유·사산유급휴가, 수유시간의 제공 등을 들 수 있고, 간접적인 모성보호의 내용으로는 시간외노동의 제한, 야간작업의 금지, 유해·위험작업의 금지, 갱내노동의 금지 등을 대표적인 항목으로 들 수 있다.

이와 함께 노동자의 인간다운 생활 영위와 안전하게 양육되어야 할 자녀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육아권'에 대한 보호 요구도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육아권이라는 것은 여성노동자의 일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모성보호와 공통점을 갖고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육아권은 일차적으로 아동의 건전한 발달을 목표로 하며 육아는 부모 공동의 책임으로서 남녀노동자 공통의 요구인 것이지, 여성노동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는 측면에서 일반적인 모성보호와는 별도 범주로 구분할 필요가 있게 된다.


<b>개정 취지가 무색한 모성보호관련 법 </b>

현행 근로기준법상 직접적인 모성보호 규정은 유급산전후휴가 60일, 임신중 경미한 업무로의 배치전환 및 시간외근로 금지, 산전후휴가중의 해고 금지, 1일 1시간의 유급수유시간 정도로서 ILO가 규정하는 기본적인 모성보호 조항에 한참 뒤떨어지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더욱 직접적인 모성보호의 강화가 필요한데, 산전후휴가기간의 확대와 유급유·사산휴가 및 유급태아검진휴가의 도입, 임신중인 여성에 대한 야간근로 절대 금지는 그 최소수준이라고 할 것이다. 국회 환노위에서 법 개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임산부에 대한 태아검진휴가와 유·사산휴가제도의 도입이 적극적으로 검토되었고, 위 두 가지 제도의 도입은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의결한 애초의 대안법률안에는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최종적으로 개정된 근로기준법에는 산전후휴가기간의 90일로의 확대만이 반영되어 있을 뿐인데, 모성보호를 강화한다는 법 개정의 취지가 무색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직접적인 모성보호 강화는 애초 추진하였던 선에서 한참 후퇴하여 매우 미흡하게 확대된 수준에서 머무르고 말았다. 여성노동의 자유로운 사용을 제한하고 자신들의 비용부담을 늘이는 모성보호를 달갑지 않게 여기는 자본의 반동적인 획책이 성공을 거둔 결과라고 할 것이다. 게다가 보수정권이 "모성보호 즉각 실시냐, 2년간 시행유예냐"라는 기만적인 논쟁을 유발시키면서 산전후휴가 30일 연장의 연내실시를 대가로, 나머지 모성보호관련 법 개정을 무기한 유보시키는 권모술수를 유감 없이 발휘하였던 것이다.


<b>여성보호냐, 여성평등이냐 하는 논쟁</b>

간접적인 모성보호는 여성노동자에 대한 일반적 보호를 내용으로 한다. 그런데 여성노동자 일반에 대한 보호가 과연 여성노동을 보호하는 것인지 아니면 여성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역차별에 해당하는 것인지 심각한 논쟁이 되고 있다. 남녀평등의 전제조건으로서 여성보호가 지속적으로 확충되어야 한다는 입장에 대하여, 보호와 평등은 배치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이다. 따라서 보호가 축소 또는 폐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데, 이 주장은 여성에 대한 특수한 보호정책이 오히려 여성의 고용기회를 제한하고 임금수준을 낮추며 승진·승급·퇴직 및 정년 등 여타 조건에서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소지가 많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결국 모성보호는 임신과 출산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에만 한정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하여 여성노동자 일반에 대한 보호도 모성보호의 한 범주로서 강력하게 보호되어야 한다는 입장이 있다. 남녀의 실질적인 불평등이 존재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진정한 남녀평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여성에 대한 특별조치로서 보호조치는 당연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자본주의의 본질적 속성의 하나인 여성에 대한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성에 대한 특별한 보호가 필요하고, 만약 이러한 보호조치가 없다면 여성노동자들은 실제적으로 노동할 권리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어렵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b>야업 및 휴일근로, 시간외근로에 시달리는 여성을 보자</b>

여성보호 조항을 폐지하자는 주장은 기술적 진보로 인해 작업조건과 환경이 현저히 변화되고 야업과 휴일근로가 요구되는 업종과 직무의 증가하는 추세 속에서, 여성에 대해서만 야간근로와 휴일근로를 금지하고 시간외근로를 제한하는 것은 취업의 제한, 고용상의 불이익과 차별을 정당화하는 데 악용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일리가 있는데, 전문직이나 사무직에 종사하는 여성들에게, 일반적인 여성보호 규정은 오히려 여성노동자를 차별하는 역기능이 존재하는 측면이 분명하게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여성노동자 전체의 상황을 기반으로 검토해야 한다. 업종별·직종별 여성노동자의 고용현실과 근로조건에 커다란 편차가 존재하는 우리나라의 현 상황에서 여성노동의 다수는 생산직이 차지하고 있다. 생산직의 경우, 일반적인 여성보호 규정이 자본의 노동착취로부터 모성보호를 위한 순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직접적인 모성보호 규정이 매우 불충분한 현 제도 아래에서는, 여성노동자에 대한 일반적인 보호 규정이 간접적으로 모성보호의 역할을 한다는 측면을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

결국 직접적인 모성보호 조치의 완전한 확보와 실제적인 남녀평등의 실현이 이루어진 상황에 가서야 여성노동자 일반에 대한 특별보호가 역차별이라는 논리가 성립될 수 있다. 이 전제조건의 확보와 실현이 불충분한 상황에서, 여성노동자 일반에 대한 특별보호는 남녀평등에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남녀평등의 실현을 위한 전제조건으로서 기능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보건대, 여성노동자에 대한 특별보호는 전체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이라는 면에서 남성노동자에게도 확대·적용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현재 존재하는 여성노동자의 노동시간 규제가 완화될 필요는 없고, 오히려 남성노동자의 노동시간 규제를 여성노동자에 대한 것과 동일한 수준으로 끌어올려 전체 노동자의 노동시간 단축을 이끌어내야 하는 것이다.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에서는 임산부를 제외한, 일반 여성노동자의 야간근로와 휴일근로를 당사자 동의만 있으면 가능한 것으로 요건을 완화하고 시간외근로의 절대적 제한 규정을 없앴다. 결과적으로 이는 간접적인 모성보호 규정의 폐지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모성보호의 강화라는 법 개정 취지에 역행하는 조치로 보는 게 타당하다. 이러한 조치는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제도적으로 완성하고 노동유연화 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자본과 현 정권의 노동법 개악 음모가 가장 억압받고 배제받는 여성노동과 관련된 부분에서 드러난 것임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b>여성노동자와 임산부를 분리하려는 의도가 무엇인가?</b>

노동시간의 제한과 더불어 간접적인 모성보호의 대표적인 규정인 유해·위험작업의 금지에 관하여 보자.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앞으로는 임산부가 아닌 일반 여성의 경우, 임신 또는 출산에 직접적으로 유해·위험한 업무가 아니면 도덕상 또는 보건상 유해·위험한 업무에도 아무런 제한 없이 노동을 시킬 수 있도록 그 범위가 확대되었다.
그러나 현재 임산부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여성의 건강은 잠재적으로 생명 재생산과 직결된다고 할 때, 도덕상 또는 보건상 유해·위험한 업무는 비단 임산부뿐만 아니라 모든 여성노동자들에게 금지시키는 것이 옳고 타당하다. 즉, 유해·위험업무의 사용 금지에 있어서 임산부와 일반 여성을 구분하여 그 보호 정도와 내용을 달리해야 할 논리적 근거는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에 개정된 근로기준법은 이와 같이 모성보호를 임신·출산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항으로 그 범주를 축소시키고, 여성노동 일반에 대한 보호를 모성보호로부터 분리시켜려 하고 있다. 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여성노동의 총체적 권리로부터 '모성'을 분리해 내는 것이 필연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이다.
한편 갱내근로의 경우에는 현재에도 여성의 모성기능과 건강, 안전을 해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업무이므로 여전히 앞으로도 전면 금지하는 것이 원칙이어야 하나, 이번에 개정된 근로기준법대로 보건, 의료, 보도, 취재 등 일시적 업무에 대해서 제한적으로 갱내근로가 가능하도록 한 것에 대해서 특별하게 문제삼을 여지는 없어 보인다.


<b>여전한 그림의 떡, 육아휴직</b>

육아권과 관련해서 현행법보다 개선된 내용은, "고용보험에서 육아휴직급여를 지급할 수 있도록" 하였다는 것과 "육아휴직 종료 후 휴직전과 동일한 업무 또는 동등한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는 점을 법에 명문화"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육아휴직제도를 무급으로 하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고, 애초에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자녀간호휴가제도의 법제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고용보험에서 육아휴직급여를 지급하는 규정을 신설하여, 육아휴직 때 일부 임금을 보장하는 조치가 이루어지기는 하였다. 그러나, 정부의 엉터리 통계수치에 의하더라도 현재 고용보험에 가입된 여성노동자는 전체 여성노동자의 39.8%에 지나지 않고 있어 실제 혜택의 폭이 상당히 협소하리라는 것은 자명하다. 그리고 "산전후휴가급여 지급액은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한다"는 것을 명시하면서도 "육아휴직급여액의 지급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어 통상임금에도 못 미치하는 금액 지급을 전제로 하고 있다. 결국 대다수 노동자들에게 육아휴직이라는 것은 앞으로도 여전히 그림의 떡으로만 남게 될 것이다.

육아 문제는 여성만의 책임으로 전가되어 취업여성이 일을 중도에 그만두게 하는 가장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경제적 처지에 의해 취업을 중단할 수 없는 여성들의 경우에는 결국 자녀를 방치하거나 가두어 둘 수밖에 없는 게 불행한 현실이다. 특히 보육시설 등에 대한 사회적 서비스가 매우 부족한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심각한 수준의 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육아휴직기간 동안 실질임금의 완전보장과 자녀 발병시 자녀간호휴가의 법제화는 즉각적인 도입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는 상황인데, 이번 환노위의 법률개정안은 육아권에 대한 보호를 전부 외면해버렸다.


<b>법 개정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b>

6월 26일 국회 환노위에서 모성보호관련 근로기준법·남녀고용평등법·고용보험법 등 3개 법률의 개정안이 통과되자, 여성노동법개정연대회의는 비록 지난 해 8월에 제출한 청원내용과 12월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의 대안법률안 중 일부가 누락되어 아쉽다고 논평했다. 그렇지만 모성보호 확대와 사회분담화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하며 본회의 즉각 통과를 요구하고 나선 바 있었다. 또한, 국회 본회의 통과 직후 관련법 시행령 개정운동을 책임있게 수행해 나갈 것이며 향후 노동시간 단축 운동과 함께 근로조건 개선 없는 생리휴가제도 수정반대, 이번 개정에서 누락된 모성보호 조항의 개정을 위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남녀노동자 모두의 노동권과 건강권 확보를 위한 운동을 힘차게 전개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하였다.

이에 대하여 민주노총과 민중복지연대, 인권운동사랑방 등 노동·인권·사회단체들은 국회 환노위를 통과한 법률개정안에 반대하며 투쟁을 전개했다. 임산부를 제외한 일반 여성노동자의 야간근로와 휴일근로를 당사자의 동의만 있으면 가능한 것으로 요건을 완화하고, 시간외근로의 절대적 제한규정을 없앤 것은 모성보호를 미끼로 여성노동을 유연화하고자 하는 기만적인 조치인 것이다. 따라서 여성노동권을 후퇴시킨 근로기준법 개악이라며 입법화 반대 투쟁에 나섰으나 입법화 저지에는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말았다.

여성노동법개정연대회의는 현행법에서도 여성노동자의 동의와 노동부장관의 인가가 있으면 야업과 휴일근로가 허용되고 있으며, 제한규정에도 불구하고 여성노동자들은 자발적, 비자발적으로 야업과 휴일근로를 하고있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기술적 진보와 작업환경의 개선, 야업과 휴일근로가 요구되는 업종과 직무의 증가 속에서 여성만의 야업·휴일근로를 금지하는 것은 여성 취업의 제한, 고용상의 불이익과 차별을 정당화하는 데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번 개정안은 임신중인 여성에 대해서는 현행법보다 강화되었으므로, 일반 여성에 대해서는 노동부장관의 인가라는 절차가 삭제되었다고 해서 여성노동자의 근로조건이 더욱 악화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시간외근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현행 여성에 대한 시간외근로 제한은 여성노동자의 저임금, 여성 직무의 변화 등으로 현장에서 준수되지 않으며, 여성에 대한 채용·승진 차별, 법정기준 이상의 시간외근로에 대한 수당 미지급의 근거로 악용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번 개정안도 임신중 여성에게는 시간외근로가 절대 금지되고 산후 1년이 경과되지 않은 여성노동자들에게 일정한 시간 이상의 시간외근로는 금지되며, 다만 일반 여성노동자들은 남성과 동일하게 시간외근로의 제한 규정을 적용받게 되므로, 이 점만으로는 개악이 아니라는 것이다.


<b>여성노동법개정연대회의 측 주장의 문제점</b>

이 주장에 대해서는 앞서 밝힌 바 있다. 덧붙여 말할 것은 개정법률안에서, 임신중 여성에 대한 야업 및 휴일근로 금지가 현행법보다 강화되었다는 주장에 대해서이다. 이 주장은 임신중인 여성의 경우, 당사자의 '명시적인 청구'라는 적극적 동의를 야업 및 휴일근로의 허용 조건으로 규정하여, 사용자의 사실상 강요에 의해 이루어지는 소극적 동의의 경우에는 허용되지 않게 되었다는 해석에서 나온 듯하다. 그러나 적극적 동의와 소극적 동의의 구분이라는 것이 실제 과연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매우 의문이다. 임산부에 대한 야업은 절대적으로 금지되어야만 하는 것으로서 그렇지 않는 한에는 '강화'되었다는 평가는 내려질 수 없는 것이다. 근로자대표와의 협의절차가 신설되었다고 하지만, 정리해고의 경우가 적나라하게 알려주듯이 '합의'가 아닌 단순한 '협의'는 현실에서 아무 의미없는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일반 여성에 대해 "노동부장관의 인가"라는 절차가 삭제되었다고 해서, 여성노동자의 근로조건이 더욱 악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건데, 이는 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말이다.
현재 노동부는 이 부분에서만큼은 여성노동자 보호를 위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데, 적어도 3조2교대근무제 실시를 인가를 내주는 조건으로 위 규정을 운용하고 있다. 사용종속관계에 있는 노동자에게 당사자의 동의라는 요건이라는 것은 형해화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며, "노동부장관의 인가"라는 요건은 장시간 야간근로와 휴일근로를 통해 여성노동자의 모성과 건강이 파괴되는 것을 실질적으로 방지하는 기능을 할 수 있는 것이고 실제 그 기능을 하고 있음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한 여성노동법개정연대회의도 야업은 남녀 노동자 모두의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전제한다. 따라서 건강과 안전, 가정과 직장의 양립 지원, 취업 및 고용상의 평등 실현을 위해 남녀 공통으로 야업을 규제하고 야업시 다양한 보호조치를 취해야 하며, 연장근로 규제도 여성보호로서가 아니라 남녀 모두의 장시간 노동을 규제함으로써 남녀 모두가 보호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노동시간 단축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여성노동법개정연대회의 측에서도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남녀 모두의 야간·휴일근로 및 시간외근로를 지금보다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모성보호 등 여성의 특성으로 인하여, 남성노동자에 비하여 먼저 단축되어 있는 여성노동자의 노동시간을 일단은 남성노동자와 동일하게 환원하여 연장하고 다시 남녀 공통의 노동시간 단축 투쟁을 통해 여성노동자의 노동시간 제한을 재환원시키자는 말에 다름 아닌 주장을 하는 것이다. 남성노동자의 노동시간을 여성노동자만큼 단축시키고 더 나아가 남녀 모두의 노동시간을 더욱더 단축시키자고 하면 단순명쾌한 것인데, 그렇게 하면 뭐가 문제이고 왜 안 된다는 것인지 의문일 따름이다.


<b>1987년 일본의 노동기준법 개악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b>

이미 1980년대 초 일본에서 ILO의 남녀차별조약의 비준을 둘러싸고 일어났던 공방은 1985년 남녀고용기회균등법의 제정으로 이어졌다. 여성들의 평등요구를 이용하여 일본의 자본은 노동기준법 중 모성모호 규정을 개악하려는 시도를 한층 강화하게 되었다. 즉, '보호 없는 평등' 논리에 입각하여 남녀평등을 위해서는 남녀가 동일한 기반에서 취업해야 하므로 임신·출산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을 제외한, 모든 모성보호는 '일반여자보호'로 보아 더 이상 정당하지 않다는 주장이 강력하게 제기되었다. 그 결과 1987년 평등의 관점에서 모성보호의 내용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노동기준법이 개정되었다.

종래의 모성보호 규정을 '모성보호'와 '일반여자보호'로, 즉 직접적 모성보호와 간접적 모성보호로 구분하고 전자는 강화하는 반면 후자는 점진적으로 폐지한다는 입장을 전제로 노동기준법의 개정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여성노동자의 시간외근로와 휴일근로에 대한 종래 규정은 1일 2시간, 1주 6시간, 1년 150시간 이내의 시간외근로만 인정되었고 휴일근로는 금지되어 있었는데, 법이 개정되면서 공업노동에 종사하는 여성의 시간외근로에 대해서는 1일 단위의 제한을 폐지하였고, 비공업노동에 종사하는 여성에게는 1주 단위의 제한까지 폐지하고 휴일근로는 4주에 1일까지 인정하였다. 그리고 관리직과 전문직은 시간외근로의 규제와 휴일근로의 금지를 완전히 폐지하였다.

과거에는 오후 10시부터 오전 5시까지의 심야노동이 금지되어 있었는데, 개정된 법에서는 건강과 복지에 유해하지 않은 업무, 해당 제조업의 성질상 심야노동이 필요한 업무, 노동자의 신청으로 사용자가 행정관청의 승인을 얻은 경우, 그리고 관리직과 전문직에서의 야업금지 규정이 폐지되었다.

위험·유해업무에의 임산부 취업을 금지하고 출산 후 1년이 경과하지 않은 여성의 경우에는 본인의 신청에 따라 금지하나, 일반 여성노동자에 대해서는 임신·출산기능에 유해한 중량물을 취급하는 업무와 유해가스를 발산하는 장소에서 일하는 업무 두 가지 경우에만 취업이 금지되고 그 밖의 유해·위험업무에의 취업제한은 대폭 완화되었다.
개정 이전에는 여성노동자의 갱내근로는 원칙적으로 금지되었으나, 의사나 간호사의 업무, 신문이나 방송의 취재 등 임시적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허용되는 것으로 개정되었다.
생리휴가 또한, 생리에 유해한 업무에 종사하는 여성의 생리휴가청구권을 폐지하고 생리휴가라는 명칭 자체를 삭제하였다. 다만 생리일에 취업이 현저히 곤란한 여성에 대해서만 한정적으로 휴가청구권을 인정하였다. 출산휴가는 종래 산전 6주, 산후 6주간에서 산전 6주, 산후 8주로 휴가기간이 확대되었다.

결국 우리나라의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은 1987년 일본의 노동기준법 개정 내용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오히려 일반적 여성보호 규정의 폐지 또는 완화의 폭은 더욱 크게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일본의 경우에 비추어 보더라도 조만간 생리휴가제도가 폐지될 것임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b>여성노동 유연화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악이다!</b>

여성계 일각에서 모성보호 확대와 비용의 사회분담화를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였다고 평가하는, 이번 법개정에 담겨 있는 모성보호의 실체는 과연 무엇인가?
산전후휴가기간이 30일 더 늘어나기는 했으나 늘어난 기간에 대해서는 완전한 유급휴가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고용보험에서 극히 일부적으로 지급되는 육아휴직급여라는 것은 대부분의 노동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생계에 새로이 얻은 생명을 위해서 법으로 보장받는 산후휴가도 제대로 다 쓰지 못하고 몸을 풀자마자 다시 생산현장으로 들어가 품을 팔아야 하는 것이 이 땅의 여성노동자들의 엄연한 노동현실인 바, 이 정도의 개선책을 가지고 '새로운 전기' 운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자본과 정권은 이번 법 개정을 통해 모성보호의 강화라는 시대적 요구가 관철되는 것을 최소한의 선에서 저지해냈고 게다가 여성노동자의 용이한 착취를 제한하는 노동시간에 대한 규제 조치까지 풀어버리는 일석이조의 성과를 얻어냈다.
"모성보호법 즉각 실시냐? 시행 2년 유보냐?"라는 기만적이고 허구적인 논쟁의 결과는 모성보호 강화를 위해 필요한 제반 제도들의 도입을 무기한 유보시켰고, 겉으로만 내세운 모성보호를 빌미로 노동자들을 더 쉽게 쓰고 더 쉽게 버리기 위한 노동유연화 방안을 법적으로 완성하는 노동법 개악을 여성노동 부분에서 성공적으로 이루어내었던 것이다.
정말 안타까운 것은 그 동안 노사화합이라는 미명 아래 노동자에게 한두 가지 내어주고 더 많은 양보를 강요하며, 전체 노동자의 투쟁전선을 교란시키는 자본과 현 정권의 기만적인 작태가 이번 모성보호법 개정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로 반복되었다는 것이다.

왜곡된 모성보호를 내세워 여성노동자들의 노동권을 후퇴시킨 이번 근로기준법 개악은, 우리에게 올바른 모성권 강화와 건강하게 일할 여성노동자의 권리가 온전히 쟁취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해야 한다는 과제를 다시금 새로이 각인시켜 주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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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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