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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1.7-8.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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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고자부터 복직시켜라!

4월 10일 폭력진압 당시 부상당한 대우차 노조원 김진택씨 인터뷰

최석진 | 인천지부 집행위원
지난 7월 16일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경찰청은 4월 10일 발생한 폭력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직위 해제된 민승기 전(前)인천경찰청장과 김종원 전(前)부평경찰서장을 7월 15일자로 복직시켰다. 직위해제된 그들의 딱한(?) 처지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 날의 부상자들은 아직까지 치료비도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 대우자동차 노동조합이 있는 '샤미나드피정센터'에서 김진택씨(36, 조립1부 해고자)를 만났다.


<font color="##003366"> ▶몸은 좀 어떤가?</font>

수술 후에 1차 진단으로 12주가 나왔다. 아직 목발이 없으면 움직일 수 없어 추가진단이 더 나올 것 같다.


<font color="##003366"> ▶다리가 아직 많이 불편해 보이는데 어떤 상태인가?</font>

'전방십자인대파열', '내측부인대파열', '고관절열손상'이라는데 왼쪽 무릎을 심하게 다쳤다고 이해하면 쉽다.


<font color="##003366"> ▶폭력진압 당시(4월 10일)의 상황을 설명해 달라.</font>

전후사정은 많이들 알고 있으니 생략하기로 하고…. 나는 당시 인도 쪽에 있었는데 전경들이 그렇게 나올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었다. 정신 없이 맞을 때는 그것이 곤봉인지 방패인지 몰랐다. 나중에 비디오로 보니까 알겠더라.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골목으로 도망갔다. 다리는 이미 다친 상태였는데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뛰어갔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골목에서 또 맞았다. 병원에 실려가서도 다리가 다친 것을 몰랐다. 전신타박상은 기본이기 때문이다. 나보다 그 자리에서 도망가지도 못한 사람들은 더 심하게 다쳤다.


<font color="##003366"> ▶치료는 어떻게 받았고, 치료비 문제는 어떻게 처리되었는가?</font>

인근 외과병원에서 하루 있다가 다음날(7월 11일) 성모자애병원에 있었다. 거기서 수술을 받고 입원해 있다가 5월 26일 퇴원했다. 치료비로 750만원이 나왔는데, 지금 받는 실업급여로는 치료비를 낼 수가 없다. 노조간부 두 명이 연대보증을 섰고 나는 7월 30일 기한으로 지불각서를 썼다. 지불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걱정이다. 그 때 다친 사람들 대부분이 비슷한 처지다. 지금까지 치료비만 모두 1억 6천만원 정도 된다고 한다.


<font color="##003366"> ▶앞으로 치료는 어떻게 받게 되나?</font>

물리치료를 두 번 받았는데 외래진료라서 치료받을 때마다 돈을 내야 한다. 처음에는 4만원 정도 나와서 있는 돈으로 냈지만 두번째부터는 27만원이 나왔다. 일주일마다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데 감당할 수 없어서 그만두었다. 27만원도 결국 못 냈다. 의사가 해보라고 해서 목욕탕의 온탕에 들어가서 혼자서 이를 악물고 다리를 구부려 보고 있다. 이게 치료인지는 모르겠지만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효과는 좋다. (웃음)
내 몸인데 어떻게 걱정이 안 되겠는가만은 방법이 없는 걸 어떡하겠나? 나보다 더 심각한 사람들도 많다. 장마철이 되면서 다들 다친 곳이 더 쑤신다고 한다. 하지만 몸보다 마음이 더 아프다.


<font color="##003366"> ▶다른 부상자들에 대해서 좀 더 말해달라.</font>

전병기씨는 지금도 실명위기 상태다. 재수술을 해야 하지만 치료비가 없다. 정관채씨도 열 손가락을 모두 다쳐서 움직일 수 있는 손가락이 하나도 없다. 이 사람도 물리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나는 당장 걸어다닐 정도는 못 되지만, 다리를 움직일 수는 있다. 그리고 전신타박상을 입은 사람 중에 정도가 심한 경우에는 겉으로는 멀쩡해도 의사 말로는 온 몸 곳곳에서 피가 안으로 뭉쳐있어서 고통도 심하지만 치료는 더욱 난감하다고 한다. 대부분 추가진단이 나올 것이다. 그럴 경우 갈 때마다 외래진료를 받아야 하고, 또 자활치료도 해야 조금씩 나아질 수 있다. 치료비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어쨌든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고 있는데 그게 이 정도다. 당시 부상자가 백명이 넘고, 추가치료가 필요한 사람만 해도 76명이다.


<font color="##003366"> ▶지금 맡은 직책이 있는가?</font>
없다. 부당 해고된 조합원이다.


<font color="##003366"> ▶지금의 몸 상태로 노조의 투쟁일정에 결합하는 것은 무리 아닌가?</font>

무리인 줄 안다. 하지만 치료받을 형편도 안 되고, 집에서 쉬고 있으면 이 더운 날에 고생하는 동료들을 생각에 마음이 더 불편하다. 그렇다고 다치기 전처럼 활동하지는 못하고, 특히 상경투쟁이 있는 날이면 목발이 아직 익숙치 않아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럴 때는 아쉽다. 어쨌든 여건이 되는 한, 최대한 동료들과 함께 할 생각이다.


<font color="##003366"> ▶정리해고 전에도 열성조합원이었나?</font>

열성조합원? 글세, 노조 지침에 되도록 충실히 따르고자 노력했다. 나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던 사람들이 더 많았다. 그렇지만 그 중에 많은 사람들을 지금 볼 수 없어 안타깝다.


<font color="##003366"> ▶ '정상화추진위'와 '범대위' 활동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font>

병원에 있을 때 '정추위' 얘기를 들었다. 입원실이 4층이었는데 당장 창문으로라도 뛰어내려가서 멱살이라도 잡고 싶었다. 우리는 합법적으로 노조사무실에 가려다가 개 맞듯이 맞았다. 그러나 그들은 얼마간 지나서 회사 안에서 안전하게(?) 기자회견 같은 것을 했다. 그럴 수는 없다. 노조가 이 지경으로 탄압받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기본적으로 그들의 말을 믿을 수 없다. 현장에 남아있는 동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마찬가지로 정추위에 대한 불만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font color="##003366"> ▶경찰청은 직위해제 되었던 민승기 전 인천지방경찰청장과 김종원 전 부평경찰서장을 7월 15일자로 총무과에 대기발령을 내렸다. 사실상 복직되었는데 이에 대한 소감을 말해달라.</font>

오늘 그 얘기를 들었다. 뻔한 거 아닌가? 지난 번 동대문경찰서장이 넘어진 것 가지고, 온 난리를 다 치면서 엄한 사람을 구속까지 시킨 것 봐라. 그러면서도 백주대낮에 사람잡는 짓을 한 사람은 석달만에 제자리를 찾아주는 행태를 보면 말문이 막힐 뿐이다. 직위해제되고 석달 안에 발령을 내지 않으면 해고해야 한다고 들었다. 15일이면 정확히 석달째 되는 날 아닌가.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오늘 그 얘기를 해 준 동료가 그러더라, "정리해고자 1,750명이 먼저 복직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font color="##003366"> ▶이후 특별한 계획이나 각오가 있다면?</font>

다리를 예전처럼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상경투쟁도 가야 하니까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재활치료에 신경을 더 쓸 생각이다. 그래봐야 목욕탕 물리치료 이상 뾰족한 게 없겠지만, 이게 계획이라면 계획이다. 계획도 그렇고 각오도 그렇지, 뭐 특별한 게 없다. 정리해고가 철회되는 그 날까지 동료들과 끝까지 싸울 것이다. 회사에서는 "그래봐야 너희들이 10월을 넘기겠냐"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걸 느끼게 해 줄거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상경투쟁을 마치고 돌아온 조합원들이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산업은행까지 가서 항의를 해보았지만 협상과정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들을 수 없었다고 했다.
"신의의 원칙에 따라 협상과정을 밝힐 수 없다"고 했다던 산업은행의 모 차장의 말에서 그 신의의 대상이 최소한 '노동자'들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경찰간부의 해고를 막기 위해 3개월 기한을 넘기지 않고 복직시켜주는 공권력의 신의와, 협상내용에 대해 일체 함구하면서 채권단이 GM에 대한 신의를 지키고 있다면 산곡동 '샤미나드 피정센터'에서는 김진택씨와 같은 대우자동차 노동자들이 아스팔트 위에서 고생하는 동료들 걱정에 다친 몸을 이끌고 나오게 하는 '가슴 뜨거운 신의'를 만들고 있었다.


●편집자 후기

인터뷰 이후에 경찰청에서, 부상당한 대우차 노조원들의 치료비 중 일부인 7월 12일까지의 치료비 9,876만원을 지급했다는 언론보도를 접하였습니다. 일부 언론에서 경찰청이 '치료비 전액지급'했다는 식으로 보도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를 뿐 아니라 전(前)인천경찰청장과 부평경찰서장의 복직무마용이 아닌가하는 의혹마저 듭니다. 부상자에게 직접 지급한 것도 아니고 병원에 납부한 데다가, 76명 정도의 추가진단비용과 부상자들의 외래진료비, 자활치료 등 앞으로의 추가진료비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없습니다. 근본적인 사태해결이 아닌 단기적 미봉책에만 급급하는 경찰의 행태에 아연해질 뿐입니다. 대우차 조합원들의 빠른 쾌유와 더불어, 거리에서 다시 설 대우차 노조의 힘찬 깃발을 기대하며 사회진보연대 또한 함께 그 깃발을 세우는 데 동참할 것을 약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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