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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7-8.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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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퇴진 투쟁, 정치전선의 확대를 위하여

홍석만 | 편집실장
<b>더 강력한 투쟁을 위해서</b>

상반기 투쟁의 가장 핵심은 무엇보다도 정권퇴진 투쟁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노총의 정권퇴진 투쟁 결의에 따라, 올 상반기 투쟁의 정치적 슬로건으로서 정권퇴진 투쟁은 이제까지 수세적인 방어투쟁에서 다소간 공세적으로 투쟁을 전개할 수 있는 정치적 호조건을 창출하였다. 그러나, 민주노총 내부 갈등이 심화되고 정권퇴진 투쟁에 대한 운동진영의 사투전선이 이원화되면서, 정권퇴진 투쟁은 그 선언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지 못한 현실이다. 대우차 노조의 투쟁과 일련의 총력투쟁에도 불구하고 연맹과 사업장의 참여는 소극적이고 투쟁동력은 확산되지 못했으며, 민주노총 중앙방침으로서 정권퇴진 투쟁은 현장의 힘을 적극적으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자주민주정부노선에 기인하는 김대중 정권의 정치적 태도에 대한 동요는, 노동자 민중운동진영 전체적으로 힘있는 정권퇴진 투쟁을 열어나가는 데 제한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권퇴진 투쟁은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의 가장 집약된 정치적 슬로건으로서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전선은 여전히 통일되지 못하고 각종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이에 상반기부터 진행된 정권퇴진 투쟁을 다시 돌아보고 하반기 더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기 위해서 민중운동진영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살펴보자.


<b>정권퇴진 투쟁의 시기적 개괄</b>

상반기를 시기적으로 구분해서 개괄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1월 18일 민주노총 선거와 전국민중연대(준)의 건설과 관련된 시기. 둘째, 대우차 투쟁의 발발과 정권퇴진투쟁의 선언 그리고 4월 10일 대우차 노조에 대한 정권의 폭력사태까지의 시기. 셋째, 대우차 폭력사태 이후 6월 총력투쟁까지 김대중 정권퇴진투쟁을 두고 벌어진 노선대립과 그리고 공적·사적 폭력의 난무. 넷째, 6월 이후 민주노총 탄압의 격화와 노동법 개악, 사립학교법, 의료보험대책 등 각종 반동화 정책들이 발호한 현재까지. 이렇게 네 시기로 나누어 볼 수 있을 때, 이를 좀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월 18일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이후에 상당한 공백기가 존재하였다. 민주노총 내부적으로는 선거 후유증으로 인해 약 1개월 가량 집행부를 인선하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며, 노동운동의 내부분열과 종파주의의 심화로 인해 현장동력은 급감하게 된다. 또한, 이 과정에서 전국민중연대(준)의 건설과 관련해서 논쟁이 시작되었는데 민중연대의 명칭과 위상을 중심으로 논쟁이 진행되었다. 2월 들어 정세의 핵심축은 대우자동차 처리와 관련해서 모아지기 시작했다. 2월 16일 천여명이 넘는 정리해고의 명단 발표가 되고 그에 따라 2월 들어 대우차 노조의 파상파업과 김우중 구속투쟁 등 대우차 파업투쟁의 수위를 높여가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대우차 공투본 건설이 민중연대 형성과 관련한 쟁점과 조응되면서 내부적인 논란을 야기하였다. 대우차 공투본의 건설은 공투본 건설이 그 자체로 의문시되었다기보다는 자동차 범대위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공투본 구성의 주체와 민중연대와의 관계문제가 핵심쟁점으로 부각되었다.

3월에 전국민중연대(준)가 발족하고 자본과 정권의 폭력적인 대응이 노골화되기 시작하였다. 정권의 폭력성은 이미 올해 정세분석을 통해서나 정권 스스로 강한 정부를 이야기하며 힘있는 공권력을 천명하면서 예견되었던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민주노총은 정권의 폭력적 대응이 확산되자, 김대중 정권퇴진 투쟁을 선언하기에 이른다. 또한, 전국민중연대(준)가 발족하고 3월 31일 제1차 민중대회의 개최를 통해 전민중적인 정권퇴진의 요구를 모아나가고자 하였다. 그러나, 정권의 대응이 강화되고 무차별 폭력이 난사되는 가운데, 4월 10일 대우차 노조 경찰폭력사태가 발생하면서 정세는 다시 급반전을 이루게 된다. 하지만 경찰폭력사태 이후에 정권은 상당히 치졸한 대응으로 일관했으며, 현장에서 구사대 용역깡패를 동원한 폭력들이 난무하게 된다. 대우차 노조는 물론, 캐리어 하청노조, 한통계약직 노조, 울산 효성 등에서 폭력사태는 끊이지 않고 발생하였다.

5월 들어 정권퇴진투쟁을 놓고 운동진영내부에서 이견이 본격화된다. 민주노총의 정권퇴진투쟁이 각계로 번져나가면서 이에 따른 노선갈등이 심화되었다. 이미 지난 3월 31일 1차 민중대회의 기조에서 이견이 형성되었고 기조상에 절충하는 방식을 취하였으나, 양 진영의 행진코스가 서로 달라지는 등 내부 균열의 움직임이 나타났다. 무엇보다도 6·15선언 1주년을 즈음하여 김대중 정권에 대한 정치적 판단을 둘러싸고 상당한 갈등이 노정된다.

한편, 민중연대 내에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분쇄와 민중생존권쟁취') 투쟁본부 건설을 놓고 또 다른 갈등이 야기되었다. 6월,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자들의 총력투쟁이 선포되고 노동자들이 다시 투쟁에 나섰으나, 정권의 노동조합운동의 지도부들에 대한 대량 수배와 구속으로 나타났다. 또한, 의료보험재정파탄에 대한 민중전가, 7차교육과정의 현실적인 문제들이 제기되고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파기되었다. 한편, 대우차 처리와 관련된 운동진영 내부의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무엇보다도 지난 시기부터 끊임없이 야기되었던 노동법 개악의 흐름들이 여성관련 근로기준법 개악을 둘러싼 이견이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등 운동내부의 각종 이견들이 폭발하고 있는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상반기 정권퇴진 투쟁의 개괄적 흐름 속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정권퇴진 투쟁을 통해 자본과 정권의 폭력성과 계급성이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대중 정권은 노골적인 재벌정책으로 선회하고 그러면서도 민중들을 향해 더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하며 경찰력과 구사대 용역깡패 등 공적·사적 폭력을 동반하여 억압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권퇴진 투쟁이 계속되자 이 요구가 전체 민중들에게 서서히 확산되고 이 투쟁이 지지받고 있다. 얼마 전 환경운동에서 새만금 간척사업을 둘러싸고 정권과 공방을 지속하는 가운데, 급기야 환경운동 또한 정권퇴진 투쟁을 선언하고 나서는 등 정권퇴진의 요구는 비록 느린 속도지만 확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김대중 정권반대에서 정권퇴진 투쟁으로 전화된 데에는 무엇보다도 민주노총의 정권퇴진투쟁 선언이 그 위력을 발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3월 6일 1차 중앙위원회와 뒤이은 2차 중앙위원회를 통해, 올해 중심슬로건으로서 정권퇴진을 결의하면서 정권퇴진투쟁의 호조건이 창출되었다. 우선 정권퇴진 선언이 그 자체로 의미있는 것은 민주노총이라는 노동자 대중조직에서 정권퇴진선언이 나왔다는 점이고 그에 따라 전선이 격화될 수 있는 요소들이 상당수 작용하였다. 그러나, 투쟁과정에서 문제도 적지 않았다.


<b>정치총파업은 무엇을 요구하는가?</b>

먼저 노동진영에서 한통계약직, 캐리어 하청노조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과 대우차 노조 등 정리해고반대 투쟁이 상반기 투쟁의 핵심동력으로서 전선을 사수해 나갔다. 그러나, 정권퇴진 투쟁과 노동자들의 구조조정반대 투쟁의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투쟁의 폭과 수위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그 이유는 김대중 집권3년이 넘는 동안, 지배계급의 대(對)노동정책이 각개격파식 노동분할적 관리주의의 양상을 띠고 나타나는 가운데, 노동자들의 대응도 파편화되고 고립되면서 공공·금융·제조업·금속 등 직종별 투쟁이 통일되지 못하고 자본과 정권에 쫓기는 양상으로 진행되어 왔기 때문이다. 또한, 정규직과 비정규직, 남성노동자와 여성노동자 등 자본의 노동분할정책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노-노간의 갈등이 더욱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출발점을 어디로 삼아야 하는가? 이제까지와 마찬가지로 공공부문 사업장의 동력을 잡고하고 금융·제조업·건설 등 각각의 투쟁동력을 다시 조직하는 것은 기본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지만, 그렇게 조직된다 하더라도 노동자들이 저절로 투쟁 대열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현재 상황에서 가장 위력적인 정권퇴진투쟁은 무엇보다도 노동자들이 중심이 된 정치총파업의 실현에 있다. 그러나 경제위기 상황하에서 노동자들의 투쟁은 상당한 경우 생존권을 중심으로 한 경제투쟁(생존권연대)에 발이 묶여 있는 상황이고, 이것이 정치적으로 전화되기 위해서 상당한 시간과 노력 그리고 정치적 급진화의 제계기들이 필요한 일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현재 가장 사활적인 과제는 정치총파업의 '정치적'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는데 있다.

여기서 두 가지 문제가 지적될 수 있는데, 첫째 민주노총의 총파업조직과정에서의 문제와 둘째, 정권퇴진투쟁에 있어서 '정치전술'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될 수 있다.

민주노총의 총력투쟁과 총파업 조직화에 대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정치총파업을 이야기했으면서도 조합원들을 '정치적'으로 조직하지 못하는 데에 있다. 정치총파업이란 문자 그대로 정치적인 이유로 총파업을 단행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자면, 조합원들을 정치적으로 각성시키고 조직하기 위하여 각 단위사업장별로 정치교육을 확대하고 이에 맞는 투쟁계획들이 제출되어야 한다. 그러나, 상반기 총력투쟁은 임단협과 관련된 시기집중 투쟁이었으며, 이에 따라 대부분의 사업장들의 파업투쟁이 임단협 일정에 맞추어 이루어졌다. 단지 임단협 일정에 맞춰서 총력투쟁을 조직해서 문제라기보다는, 총력투쟁의 조직과정에서 정치적 조직화의 계획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총력투쟁의 정치적 성격 즉, 정치총파업을 위한 정치적 준비와 계획이 미흡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둘째, 정권퇴진 투쟁에서 정치전술의 부재를 말할 수 있다. 지난날 독재타도와 민주쟁취를 외치며 거리로 나선 우리 민중은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수십만이 이 대열에 합류했었다. 1990년 민자당 3당합당이 이루어졌을 때조차도 민자당 일당독재 분쇄와 민중생존권 쟁취라는 요구를 내걸고 정권타도 투쟁을 전개했었다. 이 때의 투쟁도 민중의 생존권적 요구가 그 바탕에 있었고, 이것이 독재타도와 민주쟁취라는 정치적 요구로 집약시키는 것을 통해 기층의 대오를 조직하고 투쟁에 나설 수 있었다.

그러나, 과거에 비해 오늘날 민중의 삶과 조건이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정권퇴진 투쟁은 상당히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몇몇 파업사업장에서 목숨을 넘나드는 투쟁이 전개되고 있지만 노동진영 전체로 파급되지 않을 뿐 아니라, 다른 부문과 계층으로의 확산도 더디며 일사분란한 정치적 대오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투쟁사업장을 중심으로 한 일점돌파식 돌파 역시, 그 파급효과와 동력이 증폭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모범의 전파로는 정세돌파에 한계가 있다. 문제는 이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정권퇴진이라는 정치적 요구를 내걸고 진행되는 총파업 대열에 쉽게 참여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에 있다.

눈에 띄게 악화된 민중의 생존권과 김대중 정권의 반민중적 폭거 속에서도 우리 민중들은 왜 투쟁의 대열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가? 노동자들은 왜 정치적으로 조직되지 못하고 있는가? 이에 대해 답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분출하고는 있으나 개별화되어 있는 노동자 민중의 투쟁을 정치적으로 단일화할 수 있는 새로운 전망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b>정권퇴진 투쟁의 조직적 난제들</b>

한편, 정권퇴진 투쟁 과정에서 운동진영의 노선적, 조직적 혼란들이 야기되고 있고 이것이 정권퇴진 투쟁의 발목을 거머쥐고 있다. 정세에 대한 인식의 차이, 정권퇴진 투쟁의 수위의 차이, 정권에 대한 인식의 차이 등 노동자 민중운동의 내부에서부터 정권퇴진 투쟁을 둘러싼 논란들이 적지 않았다. 그 논란의 한 가운데에 정권퇴진 투쟁의 주요한 기구로 '민족자주·민주주의·민중생존권쟁취 전국민중연대(준)'이 놓여있다.

민중연대(준)는 초기 혼란한 위상논쟁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농민·빈민 등 기층대중조직을 중심으로 정권퇴진투쟁에서 전민중적 연대를 실현할 수 있는 기제로서 위치해 있다. 올해 들어 두차례의 민중대회를 개최하고, 많은 노동자 민중들의 투쟁을 지지엄호하면서 시국대회를 주도하는 등 민중연대(준)의 활동성과가 적지는 않다. 그러나, 민중연대(준)은 여전히 그 위상에 맞는 활동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며 정권퇴진 투쟁에서 민중연대가 담당해야 할 몫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초기부터 많은 문제들을 안고 출발한 민중연대(준)는 실천적 투쟁을 통해 그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내부이견들이 봉합된 채 투쟁의 발목을 잡히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민중연대(준)의 머뭇거림은 첫째, 김대중 정권에 대한 정치적인 동요로부터 발생하고 있고 둘째, 이에 따라 노동자들의 투쟁이 정치투쟁으로 상승하는 것을 제한하고 이를 끊임없이 생존권 사수투쟁(경제투쟁)으로 묶어두려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민중연대(준)는 정권퇴진 투쟁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민중생존권과 민주주의 투쟁의 '지지부대'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분쇄와 민중생존권쟁취 투쟁본부(이하 투본)'이 제안되기에 이른다. 투본은 그 논쟁과정이 무엇이건간에, 김대중 정권퇴진 투쟁을 현실화시키기 위한 하나의 조직기구로서 건설되었고 투쟁사업장과 민주노총·전농·전빈련 등 대중조직과 정치, 학생, 노동사회단체들이 참여하였다. 민중연대(준)가 지원투쟁으로 제한되는 상황 속에서 현실적인 투쟁을 지도하는 단위로서 민중연대(준) 산하에 투본을 건설하는 의미는 민중연대(준)의 노선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조직계획으로서 그 긍정성이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투본은 투쟁사업장에 대한 지지·지원체계, 노·농·빈·학의 연대전선의 구축 등을 자기과제로 제출하였으나 현실적으로 투본을 중심으로 투쟁동력을 형성하고 확장시키지 못했다. 투본이 이와 같이 된 데에는, 민주노총이 내부이견을 통일시키지 못하여 전국적인 투본 건설에 힘을 싣지 못한 것과 각 단체간 패권의 작용, 그리고 민중연대(준)에 대한 좌익분파의 유보적 태도에서 기인한다. 또한 투본은 민중연대와 실질적인 역할과 위상에서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조직구성과 역할에 대한 문제를 야기한다.

결국 투본건설의 긍정적인 문제의식은 축소되고 투쟁의 주도권을 형성하는 문제로 투본이 제한적으로 인식되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민중연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투본은 동일한 오류를 반복하는 것으로 결과할 수밖에 없다. 이는 그 동안의 경험이 증명해 주는 바, 정세와 전선 형성에 대한 제대로 된 논쟁을 거치면서 형성된 지도력이 아니고서는 어떠한 역할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사실, 그리고 노동자·농민·빈민 등 기층 계급대중의 동맹적 질서의 구축 역시, 사상투쟁을 전제한 속에서 발휘되고 형성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민중연대(준)의 내부에서 민중연대의 민중적, 계급적 강화를 위해 투쟁하는 좌익분파의 활동의 필요성과 의의는 충분히 강조되어야 마땅하다. 현재 조건에서 단순히 조직체계를 갖춘다고 해서 김대중 정권퇴진 투쟁을 현실화시킬 물질적 기반이 형성되는 것은 아니며, 무엇보다도 지금 정세는 몇몇 투쟁단위의 결합으로 전선돌파가 이루어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때문에, 민중연대의 민중적, 계급적 강화를 바탕으로 전선의 확장과 정치적 성격을 더욱 분명히 가져가는 계획이 요구된다.

그러나 현재까지 좌익분파는 민중연대에 대한 의혹에 가득 찬 시선으로 민중연대(준)에 대한 유보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이러한 유보적 태도가 드러낸 것은 노·농·빈 연대전선을 확장이라는 정세적 과제에 대한 방기로 나타났으며, 투쟁본부 조직과정과 이후의 투쟁에서 대중적 신뢰도마저 훼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b>정치전선의 형성과 확장을 위한 과제 </b>

우리는 이와 같은 평가를 통해 정치전선의 급진화와 민중연대의 민중적, 계급적 강화를 이루는 것이 당면한 과제라는 데까지 도달할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이 과제들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인가? 여기서는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이 가능하다.
첫째, 경제위기의 진단과 처방 그리고 정권에 대한 정치적 태도로부터 기인하는 제 기회주의와의 투쟁이 그것이고 둘째, 정권퇴진 투쟁의 현실적인 동력 조직화와 이 투쟁의 정치적 전화의 계기와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이다. 우선 전자의 문제를 간단하게 언급하면 ,대우차 투쟁의 진행과 평가 과정에서 그리고 복수노조 유예와 모성보호법 등 일련의 노동법 개악 흐름 속에서 제기되는 노사협조주의 - 이는 경제위기 하의 노동자들의 선택이 대공장·정규직 중심의 방어투쟁과 비정규직과 여성에 대한 선택적, 제도적, 수혜적 혜택의 확대라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 및 정치노선에 있어서 자주민주정부노선과 광범위한 영역에서 사상투쟁을 전개하는 것, 그리고 시민운동진영의 독자화를 막는 것으로 압축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김대중 정권퇴진 투쟁으로 집중되는 반신자유주의 연대전선의 형성은 현장동력의 형성과 정치적 조직화에 있는 것이라고 할 때, 우리가 보다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신자유주의 지배연합의 내부균열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 과제들을 무엇으로 제기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하반기는 지자체 선거와 정권재창출을 중심으로 한, 제계급계층의 격돌이 강화될 것이다. 그러나 경제위기가 가속되는 상황 속에서 이러한 보수정치권의 각축과 논쟁들은 정치적 환멸을 가중시킬 뿐, 민중들의 정치적 전망을 제시하는 것이 되지는 못한다. 이 때문에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를 확대시키고 정권퇴진 투쟁들을 가속화시켜 나가는 것이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제시될 수 있다.

둘째, 경제위기 상황에서 보수주의 이데올로기와의 결합에 대한 적극적인 타격이 요구된다. 이는 단지 보수주의에 대한 공세라는 측면 뿐 아니라, 노동자 민중의 이데올로기적, 정치적 독자성을 형성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적극적인 의미가 있다. 위 두 가지 인식으로부터 정권퇴진을 넘어서는 정치적 요구의 집약시키고 신자유주의 또는 보수주의 이데올로기와의 정치적 독자성을 획득하기 위한 민중운동진영의 과제가 동시에 요구된다.

셋째, 생존권을 기반으로 한 노동·농민·빈민의 연대를 확대하고 이를 강화하기 위한 현실적인 계획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 점이다. 최근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의 활성화, 여성노동자의 투쟁 및 여성노동운동의 역사적 복권의 움직임들은 신자유주의 저항주체 형성에 있어서 상당히 고무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동력들을 바탕으로 기층대중의 계급적 연대를 확대해야 하는 과제가 제시될 수 있다.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민중연대전선의 형성이고 각 계급계층의 정치적 요구들을 수렴시키면서 이의 동맹적 질서를 강화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b>어떻게 노동자 민중은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독자성을 획득할 것인가?</b>

무엇보다도 현재 지형에서 정권퇴진 투쟁의 성과가 저절로 노동자 민중에게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 보수주의 이데올로기가 대중과 결합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고 그에 따라 정세가 후퇴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노동자 민중의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독자성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적인 문제가 된다. 신자유주의와 보수주의 이데올로기의 작동에 대해서, 따로 더 많은 분석이 필요한 문제이지만 다른 기회에 이 문제를 다루어보기로 하고 여기서 간략히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오늘날 한국의 지배세력의 정책과 이데올로기는 신자유주의자의 헤게모니 속에서 재구성되고 있다. 즉, 한국의 신자유주의는 부르조아 계급동맹의 정치적 표현인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기본적으로 독점자본, 특히 금융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이데올로기이다. 현재 초국적 금융자본의 이해와 한국 재벌의 이해는 '금융화'라는 차원에서 결코 대립되지 않는다. 그러나 정치적인 헤게모니를 둘러싸고 소위 조·중·동과 한나라당으로 표현되는 보수주의 진영의 구호는 "민생파탄, 민주압살 김대중 정권퇴진"을 똑같이 외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더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그리고 이를 실현시킬 수 있는 정치체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중운동진영이 동일한 슬로건으로 "구조조정 반대와 김대중 정권퇴진"을 요구한다고 했을 때 이와 대별점을 형성할 수 없다.
또한, 남한의 민중운동 진영은 신자유주의 또는 보수주의와 차별적인 자신의 정체성을 문제를 단순히 계급동맹의 강화로만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계급동맹은 출발의 전제일 뿐, 노동자 민중의 정치적 독자성은 각 계급계층의 정치적 전망을 구체화하는 가운데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모든 논의는 이러한 연대와 동맹질서 구축을 전제로 진행되어야만 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공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민중의 사회적 생존권을 중심으로, 남한 민중운동의 독자성과 정체성 확보를 적극 고민해 볼 수 있다.

신자유주의의 생존권 파괴 즉, 국가책임 하에 있던 사회적 생존권을 시장시스템으로 대치시켜 나가고 공공성을 파괴하면서 발생한 갈등으로 수많은 민중의 저항이 분출하고 있다. 공교육은 파괴되고 7차교육과정으로 교육차별의 문제가 발생하여 교원노조의 교육총파업이 준비되고 있다. 의료보험 재정파탄에 따라, 공공의료시스템의 기능은 축소되고 의료비의 민중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또한, 새만금 간척사업이며, 정보통신과 인권 등 각 영역에서 자본과 정권의 신자유주의에 저항하는 투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문제는 개별적으로 진행되는 이 투쟁들의 정치적 성격을 밝히고, 정치적 통일성을 확보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바로 여기서 공공성의 확대와 민중생존권의 국가책임을 요구하는 투쟁의 의미를 살필 수 있다. 이는 한편에서 민중운동진영의 정책적 기조이면서, 동시에 정치적 기조와도 통일되어 있다는 점과 또한 신자유주의에 대한 적극적 반정립의 의미를 지닌다는 사실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민중생존권의 시장시스템으로의 대체에 따른 파괴와 이에 대한 국가책임을 요구하는 투쟁과 구조조정 반대투쟁과의 결합을 통해 노동자 민중의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독자성의 확대와 정권퇴진 투쟁의 폭을 확장시켜 나아가야 할 것이다.


<b>하반기 정권퇴진 투쟁의 과제</b>

하반기는 경제위기의 심화 속에서 보수정치권의 이합집산과 합종연횡들이 횡행하며, 그 속에서 지배계급의 민중들에 대한 폭거와 구조조정에 대한 요구는 끊임없이 증대할 것이다. 따라서 하반기 무엇보다도 신자유주의 지배연합에 대한 제한없는 폭로와 이를 통해 민주노총을 포함한 제민중들에 대한 정치적 조직화의 계기들을 끊임없이 만들어 나가는 활동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기층 계급대중을 중심으로 한 동맹질서의 확대와 '김대중 정권퇴진' 뿐 아니라 교육/의료/환경/정보통신/인권 등 이른바 공공연대 실현과 민중생존권의 국가책임을 요구하는 투쟁계획을 가져야 한다. 이에 따라 민중연대를 중심으로 노동자·농민·빈민·여성·학생 등 기층 계급대중의 연대를 강화하고 공공연대를 바탕으로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정체성을 확대하는 것을 통해 정권퇴진으로 집약되는 반신자유주의 연대전선의 심화와 확대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남한 민중운동 내부적으로는 이와 관련된 사상투쟁을 반드시 전제해야 한다. 하반기 한국경제의 위기심화에 따라, 노동운동 내부에서 각종 개량적 기회주의적 정책과 대안들이 난무하여 노동자 투쟁의 발목을 붙잡으려 할 것이다. 정권퇴진 투쟁이 심화될수록, 경제위기가 가속화될수록 노동운동 내부에서 자본에 대한 타협적, 협력적 경향은 더욱 강화될 것이고 나아가 노동자 투쟁을 공격하는 내부의 적으로 기승을 부리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노동자들의 단일한 정치적 전망들을 세워나가기 위한 투쟁 역시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또한, 하반기 전국민중연대(준)의 본조직 발족을 앞두고 있고 김정일 위원장 방남 또는 남북관계의 변화 등 민중연대를 둘러싼 다양한 변수가 놓여 있다. 이러한 제계기들을 통해서 민중연대의 민중적, 계급적 강화를 기치로 내부의 사상투쟁에 대한 한층 높은 투쟁들이 전개되어야 한다. 이것이 하반기 정권퇴진 투쟁에서 또 다른 조직적인 과제이며, 민중연대 내부의 정치적 동요를 일소하고 기층 계급대중으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투쟁 지도부로서 전국민중연대가 서 나갈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즉, 김대중 정권에 대한 동요하는 정치적 태도와 노동자의 정치투쟁을 경제투쟁으로 제한하려는 제경향과 투쟁하면서 민중연대(준)를 민중적으로 강화하고 정권퇴진 투쟁의 지도부로서 건설하는 것, 이것이 오늘날 민중운동 진영의 조직적 과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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