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2.1-2.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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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노동자 민중운동의 대응

사회진보연대 정세분석팀 |
1. 신자유주의는 지속가능한가

(1) 거시적 불안정성, 경기후퇴

남한경제는 "통화/금융위기의 위험들을 회피할 수 있는 경제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는가?", 그리고 "안정적 자본축적이 가능한가?"

남한경제는 금융세계화의 깊은 통합단계에 들어서 있는 만큼, 세계경제 특히 미국경제의 침체에 따라 심각한 불안정성에 직면하였다. 미국경제의 회복을 전제하지 않는 한 금융세계화에 깊이 편입해있는 한국경제를 비롯한 세계경제의 추락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모건스탠리 스티브 로치는 2001년 이후 미국경제가 금융적으로 붕괴했지만, 실물적으로 붕괴하지 않았고 건실하게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비판하며, 지속적인 금융버블붕괴와 엔론사, K마트, 거대 통신회사 등 거대기업 파산의 연관성을 설명하였다. 버블붕괴에 이어 실물경제가 붕괴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물론, 금융버블의 붕괴에 따라 실물경제가 따라 붕괴할 것이라는 주장은 틀렸다. 반대로 새로운 기술혁신과 분배에 따라 움직이는 이윤율의 하락 때문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회하지 못하고, 자사주 매입과 포트폴리오 투자에 전념하고 있는 다수 기업의 경기후퇴적인 금융화 전략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핵심적 특징은 바로 비(非)금융기업들의 투자가 자기 재정에 의해 조달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강력한 축적을 증진시키는 것이 아니라, 주로 자사주 매입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부의 마이너스 축적을 불러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신자유주의 지배계급은 기생적이다.

금융세계화는 세계경제 수준에서 자본의 과잉과 노동력의 과잉, 금융화와 궁핍화로 표현된다. 분명, 금융화는 일정한 수익률이 보장되건 그렇지 않건 경제성장에 역행한다. 축적위기에 대한 자본의 대안은 이윤율 하락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자본을 파괴하고 효율성을 강화하여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 것,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금융 팽창을 지속하는 것이다. 그 과정은 자본생산성이 낮은 과잉자본의 처리, 기존의 생산설비와 고용의 일부를 파괴를 동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고전적 의미의 경제성장은 달성되지 않는다. 실제 2001년 하반기부터 세계자본주의의 침체 속에서도 남한경제는 매력적인 투자처임을 자임하고 있다. 그러나, 고정자본투자 증가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실업률이 증가하고, 불안정노동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고전적 의미의 경제성장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남한경제는 투기처로서 매력이 높다지만, 이 매력이 금융버블인 한, 절대 생존조건이 되지 못한다. 다만, 남한경제는 연착륙 방식으로 위기를 지속시키고 있을 뿐이다.

(2) 사회적 타협체계 구축; 정치적, 금융적 포섭

신자유주의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회적 타협체계가 필요했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전략이 구축하는 새로운 사회적 타협은 사회적 불평등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증대하는 소수의 번영에 보다 폭넓게 다른 사회 계급을 결합시켜내는 과정이다. 금융 팽창과 사회적 부의 불평등의 심화. 임금비용과 이윤 사이에 역의 관계를 고려한다면, 이윤율 저하에 직면한 지배계급은 임금 증가를 엄격하게 통제하게 된다. 그러나 기술이 지속적으로 진보하지 않는 상황에서 금융팽창과 부의 불평등의 심화 사이에서 오는 모순은 결코 오래 지속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지배계급은 기득권 유지를 위해서 새로운 사회적 타협을 구축하거나, 보다 권위주의적인 체제로 전환할 것을 의도한다.

남한경제의 경우, 노사정위원회와 NGO의 동원은 경제개혁 실행을 위한 정치적 토대가 되었다. 지속되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위기관리의 물적토대는 매우 미약하다. 금융세계화로의 통합과정에서 나타나는 사회적 불안정성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노동운동을 갈등과 협상의 틀로 포괄할 수 있는 노사정위원회를 필요로 한다. 또한, 국가와 긴장관계를 갖으면서도 갈등을 조율할 수 있는 NGO를 자신에 대한 지지와 동원의 파트너로 활용하게 된다. 즉,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정책을 기꺼이 지지할 중요한 사회세력이 전혀 없기 때문에, 국가는 구조조정을 강력히 밀고 나갈 수 있는 일종의 대체 사회세력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DJ정부은 재경부-금감위를 필두로 구조조정 선봉대의 역할을 수행하며, 시민사회의 지지세력으로 NGO운동을 주목한다. 신흥시장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있는 OECD 워킹페이퍼에 명기된 바, NGO는 국가와 기업 간 관계, 국가와 노동간 관계에서 매우 주요한 역할을 맡게된다. 실제로, 국가-기업-노조의 관계에서 NGO는 지대추구적 부패행위(예; 정경유착)를 감시하고, 이를 통해 금융의 이해에 부응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 활약상은 참여연대 중심의 소액주주운동을 포함한 재벌해체운동/정치개혁운동/사법감시/부정부패운동에서 찾을 수 있다. 이들 비정부기구는 정치·노동·사회문제에 대한 체계적인 문제제기를 통해 해결책을 마련하고 갈등을 조정한다. 이런 점에서 NGO는 자본의 금융세계화/노동의 불안정화로 특징 되는 한국경제 구조적 위기의 총체적 성격을 희석하고, 위기에 대한 민중적 대안의 형성이라는 과제를 '개혁'의 이름 하에 왜곡되도록 하였다.

한편, 새로운 사회적 타협체계는 금융을 지향하는 새로운 소득흐름과 밀접히 관련되었다. 이른바 다양한 계급간 협력을 가능케 하는 금융적 포섭이다. 이러한 포섭형태는 금융을 지향하는 새로운 소득흐름과의 관련 덕분에 보다 폭넓은 계급에까지 확장되었다. 예를 들면, 임노동자에게 임금보상을 대체하는 주식의 분배, 스톡옵션, 연금기금 등이 바로 그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금융적 포섭 체계에 따라 개인과 가계는 주식시장의 운명에 의해 결정된다. 자본은 더 넓은 층을 혜택이라는 명목으로 포섭하고자 하며, 노동자들은 이러한 금융적 수혜를 받기 위해 스스로를 주식시장에 내맡겼다.
가장 좋은 사례가 연기금체계의 재편에 대한 것이다. 최근 DJ정권은 기관투자가의 육성, 시장의 기관화, 주식시장의 부양을 위해 개인연금과 기업연금의 도입 및 국민연금의 주식시장으로의 투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또한, 우리사주제도를 이러한 연금제도에 결합시켰다. 그렇다면, 기업연금과 종업원지주제를 짝을 이루어 추진하려고 하는가? 목적은 종업원지주제를 통해 노동자의 퇴직 적립금을 해당기업의 자금으로 전환하려는 것이다. 이것은 임금의 일부를 다시 기업의 자금의 일부로 전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주가에 따라 퇴직금이 오르락내리락 하기 때문에 기업연금제는 노동자의 이해를 금융시장의 이해에 속박하며, 종업원지주제는 기업의 이해 속에 해당기업의 노동자들의 이해를 구속한다. 중요한 점은 노동자의 피땀어린 돈이 구조조정을 가속화시키는 기제가 되어 주식시장에 투자되고, 노동자들의 노후를 금융시장의 이해와 논리에 결속시켜 볼모화 한다는 점이다.

남한경제는 금융세계화에 통합되면서, 즉 투자의 수익률 높은 신흥시장으로 자리잡으면서, 일정한 경기회복의 효과를 누려왔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과정은 초민족적 금융자본과 금융화에 필사적으로 편입하는 재벌에게만 부가 집중될 뿐, 노동 대중에게 금융(주식시장)의 이해를 주입하여, 주가상승을 위해 노동신축화, 착취 당 할 권리만을 강요할 뿐이었다.
과연 신자유주의는 지속가능한가. 결론적으로, 오늘날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는 기존의 생산설비와 자본파괴를 동반하면서 금융적 팽창을 지속하는 것이기에 항상적인 불황을 낳는다. 때문에 금융세계화는 경제성장에 역행하고, 소수의 금융적 이해를 위해 사회적 부의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것이기에 결코 대안적 축적체계가 될 수 없다.


2. 남한경제 구조조정의 현재와 전망

(1) 금융시장개방과 금융구조조정

남한경제에서 금융개혁은 금융시장의 자유로운 이동을 제약했던 각종 금융규제를 완화하여, 자본시장을 활성화하는 한편, 이를 통해 소유-경영의 분리와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맞춰져있다. 특히, IMF 금융개혁 프로그램은 남한경제를 금융세계화에 깊숙이 편입시켰다. IMF 이행각서 15항에 "프로그램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금융부문의 광범위한 구조조정과 개혁이다" 라고 명시되어 있듯이, 한국에 대한 IMF지원의 특징은 금융기관의 구조조정과 전면적인 금융개방에 있다. 물론, IMF는 금융개혁을 목적으로 구성된 기구가 아니라는 점에서, 당시 프로그램에는 미국의 입장이 강하게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은 라틴아메리카에서 외채위기를 해결하는 기본방안인 부채-주식 스왑과는 위기처리방식에서 차이를 드러낸다. 한국의 경우, 라틴아메리카에 비해 거시경제적 불균형이 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IMF구제금융을 받는 대신, 정부지급보증 하에 가산금리를 붙여 채무상환일정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채무불이행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부채를 크게 줄일 수 있는 방안은 국내기업과 은행에 대한 외국인 소유를 대규모 허용하는 것뿐이었다. 결국, 외국자본이 국내기업과 금융기관을 자유로이 M&A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했고, 외환이동의 자유화 역시 필요에 따라 강제되었다. 한편, 국내자본의 해외도피, 즉 자본도피가 가능하도록, '외국환관리법'까지 개정되었으며, 기업에 의한 해외차입 자유화 조치도 취해졌다. 여기서 해외차입 자유화 조치는 재벌분파의 성격, 즉 국가자본의 성격을 크게 탈각시키는 효과를 낳았다. 재벌은 국내경제 상황에 따라 자유로이 자본을 이동시킬 수 있어, 외국금융기관으로부터 자본을 차입하고, 이를 다시 부당한 방식을 통해 외국금융기관에 예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은 경제위기가 급격히 심화되었을 때, 더욱 선명히 부각된다. 결론적으로, 남한경제는 금융규제완화, 자본시장자유화 조치에 따라 상시적인 자본도피와 국부유출이 가능해졌고, 항상적인 위기에 취약해졌다.
특히, 자본시장(주식시장)의 자유화와 이에 따른 경제구조 변화는 현재 남한경제 위기심화의 주된 원인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 전반을 관통하는 쟁점을 제공하고 있다. 자본시장은 정부투자기금법에 따라 교육업 등 일부투자금지항목, 공기업 등 투자지분 제한항목 이외에 모든 부분을 완전개방 하였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공기업에 대한 개인소유, 외국인 투자지분의 제한정도를 완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공기업은 투기대상으로 전락했으며, 초민족적 기관투자가의 포트폴리오 투기전략과 정부의 필사적인 주식시장 부양전략에 따라 사유화되고 있다.
현재 거대 공기업과 재벌그룹 기업들이 망라되어 있는 상장회사 주식 중 외국인 소유비중이 36.6%에 이르고 있다. IMF 위기 직후만 해도 19.0%이던 것이 불과 3년도 안되어서 이렇게 늘었다고 한다. 일부 공기업에 대해 외국인 주식 소유가 아직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한편 포철과 삼성전자 같은 거대 우량기업의 경우, 지분비율은 더 높아서 50-60%대에 이르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듯 한국경제를 잠식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본의 성격은 어떠한가? 대부분 순수 투기적 목적의 투자, 위험헤징 목적의 투자, 인수합병(M&A)을 통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예컨대, 대우자동차와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하는 GM과 마이크론도 인수합병 시장을 통해 생산적 목적을 가장했을 뿐, 노동자의 고용불안(실업과 비정규직 증대)을 증대시키고, (반)주변부에서 금융위기를 야기하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거대한 수익을 얻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 이들은 외국 투자자본은 적절한 이윤율이 확보되지 않으면 투자를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상시적인 구조조정을 강제한다. 게다가 상황이 나빠질 것으로 예측되면, 주식을 팔아 거대한 이익을 실현하고 쉽게 떠날 수 있다.

(2) DJ의 마스터플랜과 구조조정 전망

2001년 상반기 김대중 정부는 '상시적 구조조정 시스템'을 완비하겠다고 선언하였다. DJ는 집권 초기, 재벌 총수들을 직접적으로 압박하고 명문화된 기업구조조정 합의를 매개로 하여 기업구조조정(경영조직 및 이사회 개혁)을 시행했다. 후반기에 들어서는 상반기 구조조정의 결과로서 상품시장, M&A 시장, 금융시장을 통해 기업경영을 규율하고자 했다. 즉, 시장규율 또는 금융규율을 견고히 확립하기 위해 ①상품 시장개방 및 진입자유화를 통해 경쟁을 촉진하며, ②자본시장의 자유화와 M&A의 활성화를 통해 경영자를 견제하고 주주이익을 보호하며, ③간접금융시장(은행)의 심사 및 감독기능과 직접금융시장에서 주주의 경영감시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림참조>
<그림> 기업경영에 대한 규율장치


모든 정책 목표는 '주식시장 부양'에 맞춰져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관투자가의 주식운용 확대에 역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기관투자가의 주식운용 확대는 한마디로 증시 수요기반의 확충, 수급개선, 증시의 효율화, 자본시장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촉발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에 금융기관이 자본시장, 특히 주식시장에서 기관투자가로서의 역할을 늘려 시장의 기관화를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02년 대선을 고려하여, 현정부는 다른 신흥시장에 비해 한국이 상대적으로 균형적인 경제기반 갖고 있다고 선전하여, 주식시장을 부양하기 위해 여러 탈규제 조치를 취할 것이다. 공기업의 사유화 추진 및 정부지분 은행의 사유화 추진 역시 '주식시장의 부양'이라는 목적에 맞춰져있다. 즉, 소유주체 이양의 문제뿐만 아니라 주식시장 부양의 문제가 구조조정 일정을 크게 결정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에 따라, 은행 사유화를 추진함에 있어 주가를 상승시키는 것이 급선무이고, 이를 가능케 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즉, 자사주 매입을 중심으로 한 재무구조개선, 경영투명성 및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투자를 유도하고, '민영화 뮤추얼펀드'를 조성해 주가상승을 조장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은행사유화는 97년 이후 금융부문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단행되어, 일부 은행은 외국투자가들이 대규모 지분을 인수, 이 기관투자가들이 이사회 결정을 크게 좌우하게 되었다. 이 말은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가장 중요한 동인이, 한국 기업을 감시하고 주식시장에 압박을 가하는 국제적 기관투자가들이라는 말이다. 은행의 사유화 확대는 향후 국가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는데, 미국과 IMF가 강제했던 중앙은행의 독립 이후 은행 사유화는 주권상실의 문제가 제기된다. 즉, 중앙은행이 정부 재정적자를 보전하지 않기 때문에, 공공부채가 (기관투자가들에 의해 운영되는) 사적은행과 금융기관에 의해서만 보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환율과 이자율 결정과정에서, 이에 개입하는 국가정책은 사적은행과 기관투자가의 금융적 이해에 크게 의존하게 된다.

최근 구조조정의 경향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바, 기업경영에 대한 정부의 직접규제 형태로 자본파괴를 유도하는 방향보다는 금융규율의 가속화, 금융화에 조응하는 법제도적 관계법령 정비, 그리고 사회의 제도정착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구상에 따라, 상품시장/금융시장/자본시장 중심의 금융화 전략, 사회의 제도적 측면에서 의료 등 기존 복지영역에 대한 금융질서로의 재편, 주5일제근무 도입의 이름으로 추진되고 있는 불안정노동의 확산/노동신축화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3. 구조조정 반대투쟁의 쟁점과 문제점

(1) 잘못 뀌어진 단추, 재벌해체

DJ 집권 초기 재벌책임론/재벌총수사재출자/재벌압박을 통한 기업구조조정 방안의 통과로 이어지는 드라이브에서 표면적으로 드러난 쟁점은 재벌총수의 무능·부패문제, 재벌일가의 문어발식-선단식 경영을 특징으로 하는 재벌구조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에 집중되었다. 김대중 정권은 IMF협약 이행을 위해 상호지금보증의 축소와 결합재무제표의 도입, 국제적 회계기준의 도입 등 재벌관련 정책을 정비하였다. 또한, 이를 위해 '독점금지 및 공정거래법'을 개정하였다. 이러한 재벌개혁 방향은 금융에 의한 기업규율체제를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경쟁규범의 재정비, 기업 인수합병 시장의 활성화, 금융부문의 기업감시기능의 강화를 도모하는 것이었다.
한편, '구조조정 반대'를 둘러싸고 계급대중운동의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참여연대,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일부 진보주의자들은 금융의 원리를 통해 기업지배구조를 미국화 함으로써 재벌해체를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경제민주화운동' '소액주주운동'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 역시 재벌총수의 무능과 부패, 전횡을 개혁해야 한다는 이데올로기를 중심으로 국민적(?) 호응을 얻게된다. 그러나, 이 운동들은 재벌의 기업지배구조가 투명한 주식시장을 통해 자본을 조달하고, 기업의 능력을 평가받으며, 나아가 여타 주주들의 이해, 즉 주가상승을 달성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금융규율 형성에 앞장서는 운동이다. 결국 신자유주의적 금융 축적체제를 완성하려는 시도인 것이다. 실제로 진보운동진영이 재벌해체·개혁논점에 휘말리는 사이, 한국경제는 금융적 축적체제로의 편입을 위한 구조개혁이 급물살을 타고 추진되었다. 정부는 금융구조조정 및 기업구조조정을 통해서, 금융적 축적의 조건을 구축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시장구조도 변하는데, 수출주도형 모델의 산업정책은 후퇴하였으며, 금융규율 하에 자본간 경쟁을 강화하는 경쟁정책과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는 화폐정책이 부상하여 주식시장 부양에 총력을 기울이게 된다. 결국, 기업지배구조 변화는 누가 지배하느냐의 문제를 떠나서, 얼마나 금융적 축적에 걸맞는 책임경영을 이루어 낼 것인가의 문제, 즉, 가시적인 경영성과를 주식시장에 제공하여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에 핵심을 두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주주의 재산권을 보호하는 운동은 기업 경영 투명성 제고, 재무제표 작성 기준의 국제화, 연결재무제표 작성의 의무화, 사외이사제도 도입과 소액주주의 권익 보호 등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취해진 각종 조치들과 함께 전세계적인 금융화에 편승하기 위한 성공적 구조조정 촉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2) 민중운동의 대응의 문제점

오늘날 금융세계화 국면은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정치적 지형과 쟁점들을 발생시켰다. 과거의 진보와 개혁으로 명명되던 조치들과 이데올로기들이 새롭게 탈바꿈하고 등장하기도 하였으며, 금융세계화에 조응하는 운동들이 새롭게 조직됨에 따라 민중운동 내부에서 큰 분열을 낳았다.
한국의 경우 97년 외환위기 이후 전사회적 자본파괴·고용파괴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고용조건과 임금 중심의 투쟁들은 가시적 성과를 획득하기 어려운 조건에 놓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급 민중은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투쟁을 벌여왔지만, 실제 고립 분산적으로 투쟁이 진행되었고, 양보의 폭을 놓고 싸우는 관행이 일반화되었다. 뿐만 아니라, 인력감축을 주로 하는 구조조정 반대투쟁을 벌여내며, 부정부패 척결 및 기업투명성 제고, 사외이사제 도입, 종업원지주제 쟁취를 주장하는 등,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크게 강박(의존)되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최근 몇 년간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대항한 노동자 투쟁은 정치적으로 강화되지 못하고 생존권 투쟁 또는 임단협을 연계하는 투쟁에 머물러 있었다. 또한, 연대지향적 방식으로 전 민중의 공동 요구를 실현해나가는 과정과도 괴리되어 왔다.
사실상 진정 필요한 것은 금융세계화 시대, 자본의 과잉/노동의 불안정화에 맞서 노동대중이 어떻게 단결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노동자 민중운동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바로 이 지점에서 구조조정 반대투쟁의 과제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 즉,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의 방향 하에 전사회적 구조조정과 금융화에 대항하는 정치쟁점과 전선의 형성, 그리고 이를 실현해 나가기 위한 과제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4. 금융세계화에 맞서는 노동자 민중운동 진영의 정치적 과제

현재의 위기가 신자유주의의 방식으로 극복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리고 현재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그것이 어떤 형태를 취하건 성장이 아니라 금융적 확장을 위한 제도적 변화를 의미하며, 스스로 자본을 파괴하여 노동자들에게는 과도한 착취만을 요구할 뿐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구조조정에 반대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구조조정이 문제인 것은 그것이 자본파괴적이고, 노동감축적이어서 민중의 생존권을 위협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에 더하여, 구조조정은 한국 사회의 금융화와 금융세계화로의 편입을 위해 전사회적인 기생성과 투기성을 증가시키고 초민족적인 기관투자가와 재벌에게 막대한 부를 집중시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안정적 축적과 기술혁신은커녕, 상시적인 외환위기와 외채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바로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우리는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것이다. 노동자 민중운동은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가 주도하는 쟁점들을 '개혁'과 '진보성'의 명분으로 흘려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본질을 명확히 폭로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한국사회가 겪고 있는 위기가 몇몇 세력의 정치적 타협, '단기적 위기관리' 중심의 절충과 타협, 그리고 정권교체에 의해 풀릴 수 있는 '만성적·구조적 위기'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다. 그리고 명확하게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으로 종속을 심화시키고 민생을 파탄으로 몰고 가는 정권에 대한 정치적 반대를 응집시켜나가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금융세계화 반대/불안정 노동 철폐투쟁을 중심으로 기존 대중조직운동의 급진적 요구를 보다 정식화하고 새로운 정치적 쟁점을 조직하면서 공동행동의 전망을 밝혀나가자.

금융화 공세에 대한 정치적 대응력을 강화하고, 반정권 대중정치전선의 형성을 위한 투쟁의 계기들을 검토해 보도록 하자.

한국과 일본 정부의 합의에 따라 한일투자협정의 체결이 확정적이고, 한미투자협정이 3월내 체결될 예정이라고 한다. 한·미·일 투자협정에 따라 투자의 개념이 더욱 확대되고 광범위하게 적용되어, 단기성 투기자본을 규제할 수단을 상실하게 된다. 하물며, 이러한 투기자본에게도 최혜국 대우 및 내국민 대우가 적용됨에 따라, 민족경계를 넘어서 자본의 사회적 경제적 필요에 따라 이들이 요구하는 권리를 지켜줘야 한다. 또한, 투자협정과 자유무역협정은 노동자와 농민이 공동으로 투쟁할 수 있는 계기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노동자 농민의 연대투쟁에 보다 많은 중심점을 두어야 한다. 한미투자협정은 반드시 체결 저지되어야 하고, 한일투자협정은 반드시 무효화되어야 한다.

금융화 반대투쟁은 시장개방 정책일정에 대응하는 것에 국한되어서는 안된다. 금융세계화 속에서 경제위기는 외환위기와 외채위기, 국부유출과 자본도피라는 특수한 양상을 띠기 마련이다. 신흥시장과 제3세계를 중심으로 한 외채지불거부 및 외채탕감 운동, 프랑스 아탁(ATTAC)과 같은 금융과세 운동은 실현 여부의 문제를 떠나, 정치적으로 강화해 나가야 할 운동이다. 해외자본유치 미명 하에 직접투자와 주식투자의 형태로 초민족적 금융투기의 점증, 상시화된 해외로의 자본도피에 따른 문제들은 금융세계화에 편입하는 전세계 모든 신흥시장들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우리는 금융세계화 국면에서 발생하는 지배계급의 투기성, 기생성에 대해 보다 분명한 대응을 조직할 수 있어야 한다.

정권말기 금융비리 등 각종 비리와 부정부패사건에 대한 물리적 대응을 높여야 한다. 금융세계화 속에서 DJ정권은 코스닥 열풍 조성했고, 자본시장(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M&A 전용펀드,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CRV, CRC)등 설립을 추진하였다. 이를 발판으로 삼아 정권-안기부-검찰 등 권력기관과 연루된 금융비리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최근 3대 게이트 사건은 단지 정권이 부패했기 때문에 투명해져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금융세계화의 기생성에 대한 민중진영의 분노를 모아 반신자유주의 투쟁의 강력한 계기로 형성해야 한다.

김대중 집권 중반기에 이르러 교육·의료·사회복지 등 기존 사회제도 전반의 기업화-금융화의 영향이 민중생존권을 위협하는 요소로 다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따라 빈곤과 실업이 급증한 상황에서 DJ는 구조조정의 희생자에 대한 최후의 보루로 복지정책(예;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 주식시장 부양을 위해 기관투자를 육성하는 차원에서 민간의료보험을 도입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동시에 사회적 위험에 대한 사적 책임을 증가하고 시장원칙을 강화하면서, 임금 및 노동관련 각종 보호제도의 탈규제 강화, 사회보장수준의 하락, 건강보험 본인부담금 증가 등 사회정책전반은 금융화-기업화 흐름에 부합하여 재편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은 불안정 노동 층 특히, 장애, 이주, 실업, 비정규 노동자들이 노동권, 생활권의 문제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것은 금융화의 동전의 양면인 불안정노동의 일반화에 대한 가장 공세적인 타격으로서 노동유연화 반대, 노동법개악 반대투쟁을 중심으로 형성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고 있다. 동시에 노동권, 생활권의 문제를 넘어서 이 사안에 흐르는 금융적 재편에 대한 문제를 적극 폭로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계급대중운동은 연금기금의 금융적 재편에 대해 정치 쟁점으로 형성시켜야 한다. DJ정권과 금융자본은 주식시장 부양을 위해 더욱 큰 규모의 기관투자가가 필요하겠지만, 노동대중에게 퇴직금제도 철폐 및 기업연금 도입, 그리고 기업연금의 종업원지주제와의 연계는 자신을 향한 구조조정의 칼날에 지나지 않는다. 땀 흘려 번 돈의 일부가 퇴직금의 형태로 누적되지 않고 기업연금의 형태로 주식시장에 투입되며, 이러한 기업연금이 종업원지주제와 연결되어서 금융의 이해는 기업의 이해와 결합된다. 결국 이렇게 형성된 금융자금은 자신을 정리해고 시키는데 쓰이게 되는 것이다. 이는 금융세계화가 노동자민중에게 베푸는 수혜가 절대로 아니며, 자신의 이해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일 뿐이다.


참고문헌

불안정노동연구팀, '불안정화의 원인은 무엇인가?', 신자유주의와 노동의 위기, 문화과학사
윤소영, '이윤율의 경제학과 신자유주의 비판', 공감
최원탁, '신자유주의적 재편과 연금체계의 변화; 한국에서 국민연금제도 변화의 함의', 사회복지와 노동 3호
G. Dumenil, Neoliberalism; Nature, order, disorder, and future, October, 16, 2001에서 참조
주제어
경제 노동
태그
대선 박근혜 문재인 TV토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