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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6.26호

발전노조의 현장탄압 사례

서강용 | 한국발전산업노조 중부본부 인척화력지부장
자기 집단의 이익을 위해 투쟁해 왔던 노동조합 운동의 한계를 극복하고, 대중적 지지를 받으며 38일간의 파업투쟁을 전개한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이하 발전노조)은 요즘 정부와 사측의 전 방위적 탄압에 시달리고 있다.
아울러 파업투쟁의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지도부가 양분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현장탄압에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지도부의 분열이 현장탄압을 가속화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현 발전노조 이호동 집행부를 유일한 교섭대상자임을 인정하고 있지만, 파업이후 내부정리 기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노조에서 제안한 특별단체교섭을 회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발전노조 파업이후에 현안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노사정 공개 교섭은 단 한차례도 열리지 못했으며, 이는 정부와 사측의 발전노조 죽이기 정책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근거이다. 다음의 몇 가지 사례를 통해 발전노조의 현장탄압 상황을 알아본다.

조합간부와 조합원 대량해고와 사택퇴거 강요

사측은 정부에서 규정한 불법행위를 근거로 파업기간 도중 선출직 조합간부와 지부 집행간부는 물론, 평 조합원을 포함해 총348명을 해고하였다. 또한 사측은 해고를 결정한 348명의 조합원 중 일부에게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사택에서 즉시 철거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이러한 사측의 비인간적 행위에 치를 떨고 있다.

인권침해 내용이 담긴 서약서 서명 강요

노조가 파업을 중단하고 회사로 복귀한 직후부터 정부와 사측의 탄압은 시작되었다. 회사에 복귀한 첫날, 조합원을 맞이한 것은 관리자들의 차가운 눈초리와 더불어, 38일간의 파업은 모두 불법파업임을 인정하고 잘못을 뉘우치라는 서약서와 이에 대한 서명 강요였다. 서약서는 파업에 가담한 잘못의 인정을 넘어, 앞으로의 노동조합 활동 자체를 규제하고, 개인의 양심에 대한 부분까지 제한하고자 하는 비인간적인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서명하지 않는 조합원은 업무에 복귀시키지 않고, 앞으로 이어지는 제4차, 5차 징계위원회 개최 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비열한 압박을 통해 서명을 강요했으며, 이런 협박을 이겨내지 못한 약 4000여명의 조합원이 서명을 마친 상태이다. 여기에 서명한 조합원들은, 개인의 정신적 고통과 더불어 정부와 사측에 대한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고 말하고 있다. 조합은 이를 명백한 인권침해 행위로 규정하고, 국가 인권위원회에 즉각적인 중단과 조사를 정식으로 요구한 상태다.

고소고발과 조합원 급여 가압류

정부와 사측은 조합원의 정신적 압박과 더불어 물질적 부분까지 철저하고 치밀하게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 38일간의 ‘무노동 무임금’ 적용은 물론, 근거도 명확하지 않은 파업손실액 총425억의 손해배상액을 청구하여 이중 212억 원의 가압류 확정을 통해, 노동조합비 100%를 가압류하고, 조합간부와 평 조합원을 포함, 894명에 대해 월 급여 50%에 대한 가압류를 확정하여, 실제로 조합원들은 파업기간을 포함해 약 3개월 동안 임금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며,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징계범위를 계속 확대하여 진행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최종 복귀자 전원에 대한 부당 감사 실시

사측은 추가 징계위원회 자료로 활용하겠다는 이유를 들어 4월2일 이후 최종 복귀한 조합원 전원에 대해 개별감사를 실시하고 있으나 이는 파업당시 조합원의 행적 조사와 상호 질문을 통해 징계자를 확정하고 조합 활동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

조합원 개인행동 성향분석 기록표 작성 관리

사측은 파업이후 본사는 물론 각 사업소에 노무 전담 부서를 신설하여 노무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최근 이 노무 부서에 의해 불법파업 참가자에 대한 행동 기록 표가 작성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내부문건을 통해 확인되었다. 사측은 조합원을 온건, 중간, 강성, 구제불능 등으로 등급을 매겨 분류해놓고, 일일 점검과 기록을 하고 있으며 조합 활동에 대한 통제수단과 징계용으로 활용하려는 반인권적 행위와 구태의연한 노무 관리 형태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정부의 노동조합 조직형태에 대한 지배개입

파업이후 산업자원부에서 국회에 보고한 자료에 의하면 산자부는 발전노조파업 종식 및 향후 대책에 대해, 강성인 발전노조를 노사 화합형 노조로 전환시키기 위한 의식교육, 노노 및 노사화합 이벤트 개최와, 산별 형태인 발전노조를 기업별 노조로 유도한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문건으로 확인되었다. 법을 집행하는 정부에서 스스로 법을 어기겠다는 내용의 대책을 수립한 것만으로도 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이러한 내용을 확인한 국회에서조차 크게 문제삼지 않았다는 것을 보면, 국민의 정부라고 자임하는 김대중 정부가 왜 노동자와 국민으로부터 불신 당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밖에도 사측은 해고된 조합원에 대한 사업소 출입을 막고, 해고자들의 정당한 조합활동에 대해 지속적인 압력과 법적 대응을 남발하고 있는 상황이며, 심지어는 지하 160m의 현장출입을 차단하기 위해, 근무자가 들어가고 난 후 유일한 출구의 셔터를 바로 내려버리는 등 해고자와 현장조합원을 분리하기 위한 치졸한 행위를 그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그 강도를 더해 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파업이후 정부와 사측의 시혜를 바라며 투쟁 자제를 주장하는 일부 조직과, 현 이호동 산별 집행부와의 갈등으로 인해 지도부가 양분되어 있는 상황에서 현장탄압에 적극적인 대응을 못하고 있지만, 현장탄압 분쇄 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해복투(준) 투쟁을 중심으로 현장 분위기가 많이 추슬러지고 있는 상태이고, 일시적 산별 탈퇴를 결정한 일부 조합간부들의 행위 또한 현장조합원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산별 집행부는 이러한 조직의 갈등을 치유하고 민주노조를 사수하기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므로 빠른 시일에 거듭 날 수 있을 것이다.
파업을 종료하고 현장복귀를 선언한 발전노조의 내부 상황은 앞서 언급한대로 매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발전노조 파업을 지지한 시민과 투쟁을 엄호하고 결합한 동지들이 지켜보고 있는 한 우리는 결코 좌절하지 않을 것이며, 미완의 파업으로 인해 입은 아픈 상처 또한 발전노동자의 질긴 투쟁력과 조직력으로 치유할 것이다.
348명의 해고자를 원직 복직 시키고, 발전소매각 저지를 위해 투쟁으로 다시 일어서는 발전노조 노동자를 지켜 봐 주십시오. 감사합니다.PS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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