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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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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라! -기초생활보장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공성식 | 기자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라!
- 기초생활보장제도 소득인정액제, 무엇이 문제인가?

공성식 | 기자


9월 7일=사회복지의 날?

매년 9월 7일은 '사회복지의 날'이다. 2년 전 이 날에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하 기초법)이 공표되었는데, 이 법에 근거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이하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도입으로 선진국 수준의 사회복지시스템을 갖추었음을 기리기 위하여 정해졌다고 한다. 그러나 기초법의 시행 이후 지난 3월 26일 세상을 떠난 최옥란 열사를 포함하여 모두 3명이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비판하며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은, 이 제도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전 생활보호제도 당시보다 10만 명이나 수급권자의 수가 줄었을 뿐 아니라, 대부분의 수급권자가 최소한의 생계도 꾸려 나가기 어려운 쥐꼬리만한 수급액을 받으며 고통에 허덕이고 있다.
9월 7일 달력에 한 단어를 새로이 적어 넣는 것이 보다 진실에 가까울지 모른다. '사회복지 "죽음"의 날'이라고.


'소득인정액 제도'가 희망이 될 것인가.

이런 상황에서 2003년부터 새로 도입될 '소득인정액 제도'가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현행 제도는 소득평가액, 재산, 주거면적, 토지면적, 승용차 등의 5가지 기준을 각각 따로따로 적용하여 실제 생활수준이 최저생계비 이상이든 이하든 상관없이 이 모든 기준을 충족해야 수급권자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더라도 재산이 기준을 약간 초과하거나 주거면적기준을 초과하면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 계층이 생긴다. 따라서 기존의 5가지 기준을 통합하여 하나의 기준으로 수급권자를 선정하고 급여수준을 결정하는 소득인정액 제도는, 기준의 단일화라는 측면에서 현행 제도에 비하여 합리적인 것으로 이해되어 왔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8월 28일 소득인정액 제도의 핵심인 '재산의 소득환산제 시행방안'이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의결을 거쳤다. 이에 대하여 9월 2일 보건복지부는 "내년부터 기초생활보장의 재산보호범위 1.5배 확대"라는 이름의 보도자료를 발표하여, 2003년부터 시행되는 소득인정액 제도로 인해, 약 25,000가구, 5만명이 새롭게 기초생활보장의 혜택을 받을 것이라며 제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듯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재산의 소득환산제 시행방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소득인정액 제도는 정부의 선전과 다르게 '희망'이 아니라 또다른 '절망'에 불과하다.


1년에 현금 1,000만원으로 700만원을 버는 자만이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기초법 상의 수급권자란 원칙적으로 소득이 최저생계비 미만인 사람을 뜻한다. 그런데 재산은 팔아서 매달 생계비로 쓰거나 저축하여 이자소득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수급권자의 일정부분의 재산은 생존을 위하여 필요한 필수재(기본재산액)로 간주하고 나머지는 소득화 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총재산에서 기본재산을 뺀 나머지 재산에 대하여 일정한 비율(소득환산율)을 적용하여 소득으로 간주하는 것이 소득인정액 제도의 핵심이다. 실제소득을 조정한 '소득평가액'에 위와 같이 계산된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더한 것이 '소득인정액'으로 이것과 최저생계비를 비교하여 수급권자를 선정하며, 그 차액을 기본으로 수급액을 지급한다.{{ "2003년부터 새로 도입되는 소득인정액 제도의 문제점, 류정순."에서 부분 인용.
}} 이와 같이, '기본재산액'과 '소득환산율'이 '소득인정액'의 크기를 결정하고 나아가 수급선정 여부와 규모를 결정하는 중요한 인수가 된다.
그런데 '재산의 소득환산제 시행방안'에서 정하고 있는 기본재산액과 소득환산율이 지극히 비상식적인 수준이다. 기본재산액은 지역별 최저주거수준 유지를 위한 비용의 차이가 반영되어 농어촌 2,900만원, 중소도시 3,000만원, 대도시 3,300만원으로 책정되었는데, 상식적으로 볼 때 너무 낮고 더군다나 가구규모별 차이가 반영되지 않아 대가족의 경우 수급권자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강제로 분가를 해야 할 형편이다. 소득환산율 수준은 더욱 터무니 없다. 소득환산율은 재산의 유형별로 각기 다른데, 일반재산(주택, 토지, 전세보증금 등)은 월 4.17%, 금융재산은 월 6.26%, 승용차는 월 100%이다. 이는 부동산으로 원금대비 연 50.04%에 해당하는 소득을, 현금으로 연 75.12%의 소득을, 승용차로 연 1,200%나 되는 소득을 얻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말과 같다. 정부가 빈민들을 잘 나가는 땅 투기꾼이나 사채업자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수치이다.
{{
}}이것이{{{{재산
}}
}}{{{{소득
}}
}}{{{{최저
생계비
}}{{기본재산액
}}{{a
}}{{c
}}{{b
}}{{|기울기|=소득환산율
}}{{기존제도대상자
신규제도대상자
제3의 안
}}{{
<그림1>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 범위 비교
}}
}}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그림1>{{ 이 그림은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보도자료에 첨부되어 있는 그림을 약간 수정한 것으로 현 소득인정제로 인한 수급권자대상의 변화를 단순화시켜서 보여주고 있다.
}}을 보라. 소득인정액제가 도입되면, a에 속하는 기존 수급권자는 수급대상에서 탈락하게 되고, b에 속하는 기존 수급권자는 수급액이 감소하며, c에 속하는 경우는 신규로 수급대상에 포함되게 된다. 그런데, 너무 적은 기본재산액과 너무 높은 소득환산율(그림에서 우하향직선의 기울기)로 인하여. 소득인정액 제도의 도입은 많은 기존 대상자의 탈락과 수급액 감소. 조금의 신규 수급권자의 증가를 가져올 뿐이다. 보건복지부는 보도자료를 통하여 5천 가구 정도만이 탈락될 것이라고 밝혔으나, 중앙생활보장심의위원회에 제출된 자료에 의하면 새롭게 1만2천 가구가 탈락될 것으로 보고{{ 위의 글에서 재인용.
}}한 것으로 알려져 발표내용의 신빙성이 의심된다. 더구나 이는 발표된 소득환산율의 1/3만 적용되는 2003년의 예상치여서, 전부가 적용되는 2005년에는 엄청난 수의 기존 수급권자가 탈락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발표된 소득인정액 제도는 정부의 선전처럼 새로운 사람들을 수급권자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제도하에서 신음하고 있는 다수 민중들의 삶을 더더욱 도탄에 빠트리는 결과만을 가져 올 것이다.
소득인정액 제도가 제구실을 하려면, <그림1>에 표시된 "제3의 안"처럼 충분한 기본재산액과 소득환산율의 현실화로 더 많은 사람이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생산적 복지는 민중생활권을 '관리', '배제'하는 기술일 뿐이다

과다한 환산율 적용으로 탈락의 위기에 처한 수급권자는 차라리 가진 재산으로 모두 복권을 사거나 주식투자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 잘 되면 큰 돈을 벌고 못 되도 수급권자에서 탈락되는 것은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못 사는 사람을 더욱 수렁으로 밀어 넣는 것이 대한민국의 사회보장제도인 셈이다. 또한 기존 수급권자들의 반발을 줄이기 위해서 2003년에는 소득환산율의 1/3만을 2004년에는 2/3만을 적용하는 유예기간을 두면서도 신규 수급권자들에게는 어떠한 배려도 하지 않는 것은 신규 수급권자에 비해 기존 수급권자들의 반발이 거셀 것을 예상한 타협책에 불과하다. 더구나 아무런 근거도 제시되지 않은 비상식적인 소득환산율은 마치 주어진 예산에 적정한 규모의 수급규모를 결정하기 위해 역산하여 결정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다시 한번 현 정권이 사회의 복지문제에 접근하는 시각을 명확하게 읽을 수 있다. 정부가 떠들어 대고 있는 '생산적 복지'는 인간이면 누구나 누려야 할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다수 빈민층을 체계적으로 인간다운 삶으로부터 '배제'하고 이들의 불만을 최소한으로 '관리'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을 뿐이다. 인간의 기본적인 생활마저도 보장하지 않는 국가. 과연 그것이 존속할 가치가 있는 것인가?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라!

현재의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절대적인 수급범위가 전체 인구의 3%에 불과하고, 실지급액도 1인가구기준 평균 12만원에 불과하여 저소득 빈곤층의 최저생계를 전혀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대다수의 빈민들은 수급권자가 되려면 최소한의 생계를 위한 재산이나 소득을 포기해야하며, 또 그렇게 해서 수급권자가 되었다 하더라도 기초적인 생활은커녕 끼니조차 잇기 힘들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장애인이나 빈민층 노인과 같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계층의 경우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문제 당사자들이 저항을 조직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들은 다양한 형태로 분할되어 있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경로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런 가운데, 최옥란열사추모사업회(준), 장애인실업자종합지원센터, 한국뇌성마비연합회  름, 보건복지민중연대, 서울지역실업운동연대, 민주노동당, 사회진보연대 등의 단체가 소속되어 있는 '기본생활권 쟁취와 기초생활보장제도 현실화를 위한 연석회의'(이하 기초법 연석회의)가 중심이 되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개악을 저지하는 투쟁이 준비되고 있다. 기초법 연석회의 사무국장 한진 동지는 "10월 1일 기초법 시행 2년을 맞아 기초법의 문제를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공동대책위를 구성하여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재소집과 재논의 및 올바른 소득인정제 시행을 목표로 투쟁을 계획하고 있다."며 많은 민중 사회운동 단체의 공동대책위 참가와 연대를 호소하였다. 기초법 연석회의는 "이번 하반기 투쟁을 통하여 기본생활권 쟁취를 위한 대중적 기반을 마련하고 넓고 튼튼한 연대망을 형성하여, 최저생계비 현실화, 추정소득 및 부양비간주제 폐지, 의료보호제도 개선, 수급자의 범위 확대 등을 쟁취하기 위하여 지속적인 투쟁을 해 나갈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옥란 열사의 투쟁 이후 기초법에 대한 투쟁이 다소 주춤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힘찬 행보는 한줄기 희망이며 우리의 강력한 연대의 몸짓은 이를 굵은 희망의 물줄기로 성장시켜 나갈 것이다.
최옥란 열사의 절규가 아직도 우리의 가슴에 메아리치고 있는 지금, 인간의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권리를 위해 우리의 투쟁은 다시 불타올라야 한다. PSSP

"김대중 정부 때문에 너무나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최소한 살아야 되잖아요."
주제어
빈민 민중생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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